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
제86화
86화 – 쓰레기 소각장으로
#1
마누스는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더불어, 앞으로의 할 일도.
모든 사정을 들은 1학년들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으며, 아직 사정을 모르는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특히 아브렐 니아는 방금 이사장이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던 사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 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잠깐-. 이사장님이 분명 아무런 얘기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건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사정이라는 게 대체 뭔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마누스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언제나 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건 어려운 과제였으므로,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에게 지식과 사정, 앞뒤의 배경을 주입하는 역할은 언제나 마누스의 몫이었건만, 이번에는 달랐다.
알라노가 먼저 입을 열어 새로운 멤버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은 공간과 공간 사이에 틈새가 있다는 걸 믿나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믿지 않는다.”
니아와 기예르모는 딱 잘라 말했다.
알라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이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와 세계의 틈새.
탑, 지구라트.
그들이 압도적으로 강해진 이유와 탑에서 일어나는 재앙.
그간의 사건들과 미아 교수, 루페라의 일까지.
모든 일을 듣고 난 두 사람은 도저히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지, 요상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이곳도,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거잖아?
“그 틈새에서 새어 나가는 모든 것들이 재앙이 될 거예요. 여기, 동아리에 모인 이들은 틈새를 거닐며 싸울 수 있는 이들이랍니다.”
“-놀라운데. 아직 내가 자각하지 못했다는 건, 선택이란 걸 받지 못했다는 건가?”
“강제로 들어가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게 뭔데?”
미아 교수는 지구라트의 존재를 안 다음부터 평생을 연구에 매진했다.
탑의 구성.
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조건.
탑에서 나간다면, 혹은 죽는다면 일어나는 일.
정확히 21년 전부터 일어난 연구는, 플레이어들에게도 많은 정보를 던져 주었다.
그 지식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많이 퍼져, 이런저런 추론 글을 낳았다.
왜 있지 않은가.
스토리를 추론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며 글을 쓰는 사람들.
‘그런 글들을 보길 잘했지.’
“선택받은 자와 함께 강제로 침식을 여는 겁니다. 안전한 장소인 양호실에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가능할까?”
“이사장님의 허락이 있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마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사장을 들먹였다.
니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토스의 아카데미의 이사장은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일개 학생이 부탁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니아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은 이사장의 권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사장이 경비 아저씨야? 그렇게 막 부탁하고 그러면 들어줄 것 같아?!”
“-네.”
모두가 답했다.
똑같은 톤, 똑같은 눈빛으로.
기예르모만 빼고.
어벙한 표정이 되어 버린 니아는 이내 삿대질을 시작했다.
“문제가 있어! 문제가 있다고 이거! 너희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끄덕끄덕.
그들은 기어코 부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우스운 장면에, 마누스도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 맛에 학생들이랑 노는 거지.
“이사장님 역시 비밀을 알고 계십니다. 탑에 맞설 전력이 우리밖에 없기 때문에 도움을 주실 거예요.”
“-아, 그, 그런 거였어?”
나만 바보야?
나만 바보 된 거야?!
니아가 푸욱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왜 양호실이야?”
“거기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안전 구역.
그곳은 탑의 영향에도 변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선택받지 못했던 리비가 사용했던 방식으로 들어가면 되겠지.
문제는 두 가지였다.
양호실이 몇 층에 형성되는지 모른다는 점.
리비는 딱 한 번만 들어갔었지만, 니아는 지속적으로 들어간다는 점.
그에 따라서 생긴 부작용은 알 수 없다는 점.
‘니아는 원작에서 탑을 오르지 않았지.’
완전히 제3자를 전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추론 글에선 이런 말이 있었다.
[그냥 설정인지, 아니면 게임사가 생각 없이 사용한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탑 안에서 누구랑 접촉하느냐가 관건인 듯.> [루페라는 데몬들에게 이끌려서 갔지. 에머슨도 그랬지만, 결국 두 사람은 다른 루트를 거쳐서 탑에서 나왔잖아.> [게임에선 구현되지 않았지만, 이게 맞으면 이론상 아카데미에 있는 사람이든 뭐든 다 때려 넣고 구출하면 전력화 가능하지 않을까?>말이 되는 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니아는 첫 번째 표본이 될 것이다.
끌어들이긴 했지만, 그녀가 과연 탑에서 전력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오늘 밤, 탑으로 들어가 미아 교수를 잡는다.”
“-네.”
“아덴이 촉매를 심어 두었고, 미아 교수는 촉매를 들고 사라졌다. 병을 만진 이상, 그녀는 우릴 피해 갈 수 없다.”
마누스는 작전을 브리핑했다.
팀은 두 개로 나눌 것이다.
기예르모, 니아를 포함한 자신.
그리고 알라노와 케일이 지휘하는 나머지였다.
에머슨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와 통신 구슬을 준비한다면, 합류는 문제없을 것이다.
양쪽에서 가까운 쪽이 기다리는 것으로.
니아의 경우엔 적응이 필요하니, 반드시 이쪽으로 붙어야만 했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때입니다.]마누스는 눈앞에 뜬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매 순간, 의지를 담아 행동할 때마다 사건이, 세계가 변한다.
이번에는 어떤 선을 따라 항해할 것인가.
세계가 지향하는 곳이 낭떠러지일지, 아니면 낙원일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그는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선배.”
“-응?”
“어쩌면 루페라에게 닥친 비극이 선배에게도 올 수 있습니다.”
“그건 좀 무서운데.”
사실 그녀를 동아리에서 내쫓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자신이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았다.
마누스의 목표는 단 하나.
새로운 삶에서, 이야기의 끝을 보는 것.
그것도 아주 무사히.
그렇기에, 그는 더 많은 전력을 탑에 욱여넣을 생각이었다.
설령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헤집는 일이라 해도.
“언제든 발을 빼셔도 됩니다.”
“있지, 조금 생각해 봤는데.”
니아는 마누스의 푸른 눈이 부러웠다.
저 검은 머리와 푸른 눈에서 나오는 기이한 분위기.
위대한 가문의 상징은 언제나 그녀를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나도, 저들과 같이 서고 싶다.
은발과 흑발. 그리고 황금빛 눈동자.
“너처럼 강해지려면, 그래서 내가 가문을 이끌고, 나아가 위대한 가문이 되려면 이대로 걸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어차피 선택은 내가 하는 거잖아. 어떻게든 되겠지.”
니아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의 피가 가진 치명적인 외모가 은근히 마누스를 압박했다.
물론, 그녀는 그럴 생각은 없었겠지만.
그래.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그 선택의 책임 역시 본인이 지는 것이다.
하지만 마누스는 잊지 않았다.
그 원인 제공자 또한, 자신의 선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끝까지 책임져야겠지.’
부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주인공.
그리고 DLC 스토리의 수혜자로서 좋은 방향으로 풀리길 바랐다.
#2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시간이 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밤에 양호실까지 들어오는 일은 정말 쉬웠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니아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시계를 쳐다봤다.
마누스, 그리고 기예르모.
둘 다 재미와 위트, 뭐 그런 것이랑은 거리가 멀어서인지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할 뿐이었다.
에휴-.
‘어쩌다 이런 파티에 끼게 된 건지-. 딱딱하네.’
“이제 들어갑니다.”
“진짜 여기가 미궁으로 변하는 건가?”
“보면 안다.”
기예르모는 방패를 살펴보곤 꽉 동여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
투쟁을 바라는 눈빛에, 마누스는 왜 그가 원작에서도 활약했는지 이해했다.
목표가 있는 자들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크고 작은 목표가 있는 이들.
아마 탑에서도 적응을 잘하겠지.
“가만히 있으세요.”
“으응.”
마누스가 니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나를 동화시키고, 존재감을 하나로 합쳤다.
입구에서 들어가는 이들과 도중에 들어가는 이들.
들어가기 전, 마누스는 친절하게 일러 주었다.
“탑은 전력을 다해 싸우는 곳이 아닙니다. 그 점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알았어.”
3.
2.
1.
모든 시간이 멈추고, 오직 그들과 저주받은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도래했다.
암녹빛으로 물든 공간이 게이트처럼 열렸다.
발을 들이자, 어둠이 세 사람을 덮쳤다.
깨어나는 곳은 어디일까.
마누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어둠을 맞이했다.
#3
“하아-. 진짜 되는 일이 없네.”
[크음-.]탑의 어느 곳.
미아 교수는 눈에 보이는 음료수병을 보다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모리스가 주었다고 했지?
마법으로 처리된 보온 성능은 확실했다.
그녀의 원대한 꿈이 일그러졌다.
틈새를 강제로 열어 숨어들지 않았다면, 속수무책으로 잡혔을 거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데몬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완성한 것 같은데, 이걸 빼낼 방법이 없단 말이지.”
아무래도 조금 더 약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할까?
모리스.
그래, 모리스가 있었지.
이번에는 그냥 이지를 남겨 두면 안 되겠는걸.
“그냥 꼭두각시로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이 낫겠어. 음-.”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만 살아 있으면 다음 계획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었다.
이 탑은 그녀에게 끊임없는 재료들을 공급해 주니까.
문득, 그녀는 나그네를 떠올렸다.
죽어도 싫지만, 그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람.”
그 미친놈이랑 엮인다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실속은 없고, 선동하며 세력을 불리는 데만 관심 있는 관심 종자 같으니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모종의 거래를 해야 할 터.
나그네는 그녀가 이곳을 아주 오래전에 발견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어디 처박혀서 연구나 하는 줄만 알겠지.
그녀는 필요한 재료를 어디서 공수해야 하나 고민했다.
“실마리 하나만 더 잡으면, 이 예쁜 아이를 내보낼 수 있는데 말이지-.”
조용히 미소 짓는 그녀의 시선 끝엔, 거대하고 흉측한 것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는 도저히 ‘예쁘다’라는 단어가 나올 수 없는 실루엣.
이미 뒤틀려 버린 그녀는 정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후후, 조금만 기다리렴.”
이제 널 세상에 내보내, 더러운 것들을 지워 버릴 수 있겠구나.
그녀의 웃음은 예술품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끝에 있는 것은 끔찍한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