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89화 – 지향점
#1
“온다!”
에머슨의 지휘가 시작되었다.
키메라는 약점 속성이 없지만, 그렇다고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속성 역시 없었다.
그야말로 깡딜로 밀어붙여야 하는 보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보스가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다.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알라노였다.
빠른 캐스팅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그녀인 만큼, 거대한 얼음 창을 만들어 냅다 던졌다.
[크으으으으-!]가면 중 몇이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려 댔다.
허나 거체에 타격을 입혔냐 하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아나이스와 케일의 마법이 날았다.
폭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후욱 피어났다.
연기 속에서도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거체가 선명하게 보였다.
어지간한 마법은 단단한 내구도를 이용해 버텨 내는 모양.
“다들 방어 마법!”
[크으으음!]키메라가 땅을 후려쳤다.
단단했던 미궁의 땅이 갈라지며 파편이 일행들을 향해 쇄도했다.
각자 방어 마법을 전개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애초에 키메라가 노린 것은 생생한 전투원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발견한 것은 케일이었다.
그녀의 시계가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마석을 흡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저런 파편을 맞으면 무사할 리가 없다.
보호해야 한다.
케일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더블 캐스팅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엣지] [알투스]그것도 강화 마법까지 더한 더블 캐스팅.
푸른색 꽃잎이 자신, 그리고 선배들 앞에 형성되며 파편을 튕겨 냈다.
천만다행이었다.
다시 공세를 이어 가기엔, 보스의 턴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온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 마법이 잡다한 데몬들을 태우며 엄청난 기세로 퍼졌다.
이번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이들.
얼음 방벽이 솟아올랐고, 바람으로 불길을 갈랐다.
케일 역시 방어 마법을 펼치기 위해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또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할 터.
그러지 말고, 손쉬운 방법은 없을까?
‘어라-.’
케일은 한 발자국 걸어가면서 보았다.
선명하게 빛나는 마나의 흐름을, 거칠게 노니는 화염의 흐름을.
그녀의 눈이 붉게 빛났다.
무언가를 하려는 듯, 가만히 손을 뻗었다.
“-이리로.”
화르르르르-.
화염이 움직였다.
키메라는 마법을 끝까지 컨트롤하지 않았다.
그저 마법을 만들고 던졌을 뿐.
이 광경을 마누스가 봤다면, 코웃음 치며 방어 마법을 전개하지도 않았으리라.
“케일?”
“저, 저게 가능한 일이야?”
“뭐 어때! 저렇게 괴물 같은 실력이면 우리야 더 좋지!”
피어슨이 하하 웃으며 엄지를 척 올렸다.
케일은 화염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마나를 움직였다.
키메라가 끝까지 마법을 붙들고 조종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손을 뻗었을 뿐.
만약 마누스가 보았다면, 미소를 지었을 광경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재능 중 하나를 개화했다며 고개를 끄덕였겠지.
“가라.”
[카운터 : 레플렉시오]주인공이 익히게 되는 패시브.
붉은 눈동자로 변하면 그녀의 전투력은 최고점에 이른다.
그녀의 핏줄이 고귀하다는 증거.
그녀의 숨겨진 피의 능력이 천천히 발휘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크흐음!]자신이 쏘아 낸 공격에 맞은 키메라가 신음을 흘렸다.
덜그럭-.
두 개의 가면이 떨어졌다.
부스스 사그라지는 가면들.
에머슨은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녀의 마나가 키메라를 훑었다.
그래, 분명 느껴지는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계속 공격해 봐. 분명 저 가면이 떨어지는 거랑 연관이 있을 거야.”
“-알았어.”
케일은 눈대중으로 가면의 개수를 세 보았다.
열다섯 개.
남은 개수는 어림잡아 열다섯이었다.
긴 싸움이 될 것 같았다.
한 번에 큰 충격을 준다면, 여러 개의 가면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그녀가 즐겨 쓰는 마법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익숙한 것만큼 무섭고 특별한 것은 없지.
콰르르르르륵-!
[아타블루스]삭풍을 닮은 화염이 키메라를 덮쳤다.
지금까지 들어갔던 그 어떤 공격보다 강력한 공격이 키메라에게 작렬했다.
쿠웅-.
키메라는 화염을 몸에 두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며, 케일에게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읏-.”
콰아앙-!
파편이 그녀의 뺨을 스치며 생채기를 만들어 냈다.
주륵, 뜨듯한 피가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압박감.
왜인지 모르게, 케일은 평소 자신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하기엔 모든 것이 평소와는 달랐다.
‘내가 왜 이러지-.’
“이번엔 바람 속성이야!”
키메라는 다양한 데몬을 엮어 만든 합성체.
다양한 속성을 다루는 것도 가능한지, 바람 역시 자유자재로 다뤘다.
이번에도 다른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방어했고, 케일은 다시 한번 바람을 조종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도 될 거야.’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자칫 잘못하면 팔다리가 깔끔하게 절단될 정도의 위력.
푸른 마나를 담고 짓쳐들어오는 바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언제나 자만은 자신을 좀먹고 결국 파멸로 이끌기 마련.
케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과 달리 바람은 그 속도가 워낙 빠르고 중구난방으로 뻗쳤다.
난폭한 투견과 같이 뻗어 나가는 마나를 제어하지 못한 케일의 손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아-.”
“케일-!”
촤좌좌작-!
선혈이 튀었다.
끔찍한, 난생처음 겪어 보는 고통에 눈물이 절로 새어 나왔다.
오만함.
그리고 무모함이 불러일으킨 참사.
“끄으으-.”
아팠다.
너무 아파, 머리가 생각을 끊어 버리는 것 같았다.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받아 줄 그 무엇도 없는 상황.
결국,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괜찮아?! 케일!”
“으으…….”
고통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붉었던 눈동자는 다시 푸르게 돌아왔다.
잘게 떨리는 눈동자가 그녀의 고통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본 알라노는 자신이 전선에서 빠지길 희망했다.
케일은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전력.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자신이 힐러 포지션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내가-.”
[호잉-!]마누스의 품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알라노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새하얀 솜뭉치가 뽈뽈 날아와, 케일의 어깨에 안착했다.
“……알비온?”
[호이잉-!]그 큰 눈망울을 꽈악 감고, 마나를 쥐어짜 내는 알비온.
솜뭉치의 전신에서 따스하고 푸른 빛이 흘렀다.
치료 마법 중, 가장 기초적인 마법인 [프로펙션]이 케일의 상처를 보듬었다.
“알비온-.”
“케일, 일어날 수 있겠어? 곧 다음 공격이 와.”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상처 입었다고 주저앉아 있다간, 그대로 탑에서 절명할 수도 있는 상황.
케일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난적은 항상 저마다의 해결책으로 극복해 왔다.
마누스가 없어도 그들은 언제나 위기를 헤쳐 나갈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괜찮아. 할 수 있어.”
피는 멎었지만, 상처를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마나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있었고, 팔다리도 온전히 붙어 있었다.
마법사로 살아가면서 이 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끼지 않겠지.
케일은 다리에 힘을 줘 일어섰다.
흘끔, 뒤를 돌아보니 마누스에게서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그 많은 마석을 흡수하려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녀는 본능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너무 무리했어. 정석대로 가자.’
알비온이 적대감을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조그마한 솜뭉치가 그래 봤자 얼마나 위협적이겠냐마는, 왠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 충만해졌다.
알비온이, 마누스의 사역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번엔 얼음-!”
콰드드득-!
얼음의 창이 모두를 노리고 쏘아졌다.
케일은 꽃잎을 생성해, 창을 비껴 냄과 동시에 계산했다.
아타블루스는 3클래스에 버금가는 화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타격을 입히지 못했으니, 이는 어떠한 법칙이 있겠지.
에머슨도 그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이번엔 나도-.’
꽃잎이 지고, 광풍이 몰아쳤다.
바람 마법으로 다쳤으니, 자신도 바람 마법으로 응수하리라.
4클래스의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템페스토]콰르르르륵-!
광풍으로 만들어진 창이 키메라의 한 부분을 꿰뚫었다.
푸른색 가면이 모조리 떨어져 나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나벨이 보고 있는 3층까지 여파가 닿았다.
유리 긁는 소리와 함께, 투명한 막이 미아 교수를 단단하게 보호했다.
“아하하핫! 고작 그런 마법으로 날 위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우리 예쁜 키메라가 아파하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찢어지네-.”
그녀는 푸른 시약을 뿌렸다.
그러자 다시 흘러 들어오는 데몬들.
이번엔 하얀색 시약을 뿌리며 말했다.
“나의 적들을 모두 죽여라.”
어느새 구름이 걷혔다.
마누스가 깨어나기 전에 물량을 확충한다면 저 건방진 것들을 쓸어버릴 수 있겠지.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서, 더러운 귀족들의 피를 흩뿌려라-!”
“우린 여기서 죽어 줄 생각 없거든! 이 못생긴 노처녀야-!”
“노, 노처녀?!”
통렬한 한 방이었지만, 그건 그녀의 분노만 부추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미아 교수는 설정상 30대 중반.
이 세계에서 30대 중반까지 결혼하지 못한 자들은 노총각, 노처녀라 불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으득-.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나며, 그녀는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아끼고 아낀, 그녀가 평생을 바쳐 만든 시약들을 모조리 집어 든 것.
생각보다 깊게 비틀린 그녀의 성격은, 상상할 수 없는 충동적 결과를 만들어 냈다.
“모두 이 자리에서 죽이고, 또 죽여 주마!”
핏발이 선 눈.
끝까지 혈압이 차올라, 붉게 달아오른 피부.
그녀는, 파멸로 이끄는 문을 열고야 말았다.
쨍그랑-.
그녀의 정수가 담긴 시약들이 한꺼번에 깨지며, 거대한 혼란을 낳았다.
“죽어! 죽으라고오오오-!”
광기에 찬 울음이 대전을 광기로 물들였다.
키메라에 붙은 가면이 일제히 울음을 토했다.
붉게 물든 가면이 내뿜는 마나에, 1학년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가슴을,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기세를 죽였다.
이길 수 있을까.
그들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거…… 할 수 있겠지?”
“약한 소리 하지 마. 공략법은 파악했으니까.”
“-알려 줘.”
케일이 마나를 일으키며 말했다.
에머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떨어진 가면이 해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