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9)
제9화
9화 – 함께 올라가자
#1
케일의 눈이 마나로 번뜩였다.
마법사, 기사, 수호자.
그들은 각기 다른 무기를 쓰고, 전투 양상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된 점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마나를 사용해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
깨달음이란 것이 존재해, 심득을 얻으면 마나양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지금 케일은 그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그녀의 잠재능력이 강제로 개방되어, 1클래스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무수히 많은 지식이 휘몰아쳤다.
‘할 수 있어-.’
나도, 그 남자처럼.
케일의 두 손이 활짝 펴졌다.
32개의 선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동시에 두 개-.
더블 캐스팅, 그리고 지금 배워서는 안 될 속성 마법까지.
[아우라]바람과-.
[글라치]얼음꽃이 피었다.
카덴차.
그녀만의 마법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아우라] – [글라치] [더블 스프레드> [결과물 : 겔루]북풍이 불었다.
한껏 말라비틀어져 있던 잔디가 꽁꽁 얼어붙었다.
글라치 계열 마법이 얼음으로 만든 망치, 혹은 철퇴라면 케일의 겔루는 얼음으로 만든 만천화우였다.
암기처럼 갈라진 얼음 덩어리가 바람의 힘을 받아 데모니움을 향해 쏟아졌다.
퍽퍽퍽-!
거대한 체구에 쏟아지는 얼음 송곳은 상상 이상의 파괴력으로 적을 분쇄했다.
클래스를 뛰어 넘는 마법.
거기다 약점을 찌르는 속성까지 더해, 데모니움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으으으으으으음-!]쩌적-.
가면에 금이 갔다.
검었던 팔들이 스르륵 흩어졌다.
잔디에 푹푹 박히는 검들이, 전투의 종료를 알렸다.
“허억-. 허억-.”
케일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무릎 꿇었다.
두 가지의 마법을 합성하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있어야 했고 마나도 많이 들었다.
기력을 조금 회복한 아나이스가 헐레벌떡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케일, 괜찮아? 얘-.”
“으응-, 괜찮아. 머리가 좀 아픈 거 빼곤.”
“하아…… 다행이다. 그나저나 방금 그거-.”
아나이스도 케일도 기숙사 방향을 바라봤다.
마누스.
폭군이 도움을 주다니, 정말 별일이었다.
반대로 그 든든하던 모습은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이 현상은 대체 무엇일까.
이 소란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 학교.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들이 있는 곳이 진짜 아카데미는 맞는 걸까?
두 사람이 멍하니 탈진한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 그리고 아나이스 맞지?”
“아- 네. 회장님.”
아나이스도 들은 바 있다.
카이사르와 견줄 수 있는 마법 가문 해리슨.
세 개의 공국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세력.
자신과 같은 지방 귀족과는 차원이 다른 핏줄이었다.
딱딱하게 답했으나 돌아오는 건 부드러운 말이었다.
해리슨답다고 해야 할까.
자애로운 가문의 여식은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알라노라고 부르렴. 그나저나…… 왜 마누스가 그렇게 얘기하는지 알겠네.”
그녀는 주변을 돌아봤다.
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세계.
자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다른 시공간에 대해 이해할 길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지-.
서운한 마음을 감추며, 그녀가 두 사람을 눈에 담았다.
‘그가 말한 전력…….’
이상 현상에도 버틸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눈앞에 있었다.
“알라노 선배는 괜찮으세요?”
“나는 한 게 없는걸. 고생했어. 둘 다.”
“감사합니다아-.”
아나이스는 체면도 잊고 풀썩 주저앉았다.
오늘 일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았다.
뒤집힌 세계, 전혀 알 수 없는 몬스터, 아무도 없는 적막감-.
단 하루 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라노는 그들을 다독여 주며 기숙사로 돌려보냈다.
그녀는 사건을 발견하고 내려오기 전, 아무 기숙사 방을 열어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네. 이런 곳을 마누스는 혼자 다녔을까?”
꽤 오래전이었을 거다.
마누스가 이런 현상을 겪은 것도, 그래서 탑을 조사하려는 것도.
‘너는, 항상 나를 바보로 만드는구나.’
알라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멈췄던 구름이 조금씩 흘러갈 기미가 보였다.
죽음의 신이 강제로 붙들었던 시간이 원래대로 흘러갔다.
오늘 사냥은 실패했지만, 그가 다시 눈을 뜨는 날은 어떨까.
알라노는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보름달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봤다.
그들에겐, 정말 긴 밤이었다.
【전투 종료】
『마법사 – A : 케르톤』
[케일은 카덴차를 배웠다.> [아나이스, 케일, 알라노의 레벨이 올랐다.> [케일 : 3> [아나이스 : 2> [알라노 : 7>#2
푹신한 침대가 마누스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이사장은 이 광경을 봤겠지.
아마 내일쯤 동아리에 당사자들을 소집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이론상 몇백 년이 걸리는 스킬도 어느 정도 당겨서 익힐 수 있다는 건데-.’
새로운 정보가 나왔다.
간섭과 스킬의 상관관계.
제대로 된 간섭을 하면 익히고 있는 스킬의 습득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
아득하게 바라봤던 그 스킬들이 아른거렸다.
DLC 캐릭터든 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 한 생명이었고, 시간은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듯 쉬지 않고 흘러갔으니까.
다만-.
‘-내가 끼어들 요소는 충분히 있다 이거지.’
새로운 루트라고 해석하면 될 일인가.
과하게 끼어들면 그가 알고 있던 스토리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터다.
그걸 조율해, 원작대로 주인공 일행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적이 와도 분쇄할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지만 지금 그는 세계관에서 철저히 약자였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아직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약한 이들도 충분히 강해질 필요가 있다.
잡생각이 많아졌다.
이럴 땐, 다른 고민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체득하고 있었다.
그는 고민 없이 스킬 창을 열었다.
새로운 고민으로 고민을 덮는 것.
그가 본래 세계에 있을 때의 습관이기도 했다.
새로운 스킬을 익힐 시간이다.
생각해 둔 스킬은 있었다.
이번에도 패시브.
“검색, 하이 레스티오.”
[검색 결과 : 1건] [하이 레스티오 : 4일]하이 레스티오.
본래 턴이 지나면 일정량의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패시브다.
이 스킬이 있느냐 없느냐는 후반 전투에서 해당 캐릭터가 멤버가 되느냐 마느냐로 결정할 정도.
보스의 체력이 많아지고, 공격도 아파지는 후반 전투에선 꼭 필요한 스킬이었다.
대부분 캐릭터가 해당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도 하나 가져야겠다.
“배운다.”
[하이 레스티오 스킬 습득을 시작합니다.]오늘로부터 4일.
4일 후면 장기 전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원작대로라면 탑 탐사는 하루 쉬고 다음 날.
5층 보스를 클리어하면, 더 위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당분간은 그곳에서 성장하며 목걸이에 필요한 영혼을 모으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알라노가 생각보다 일찍 합류했으니, 탐색도 쉬워지겠지.”
이미 다 마셔 버린 음료 잔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다시 흘러갔고,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베로니카입니다.”
“……나가지.”
문이 열리고, 아까 주문해 두었던 얼음을 가지고 온 베로니카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
마누스는 얼음이 들어 있는 컵을 받으며 말했다.
“다음부터 청소는 내 허락을 받고 하도록.”
생글생글 웃고 있던 베로니카의 얼굴이 굳었다.
마누스는 그 모습을 보지도 않고 달칵, 문을 닫았다.
그녀는 웃는 낯으로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앞으로 더 조심하겠습니다.”
그녀는 숙였던 고개의 각도를 조금 더 내린 후, 꼿꼿하게 일어섰다.
그녀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어져 있었다.
쪼르르 따르는 무알콜 와인은 붉은 달을 닮았다.
이 록스 대륙에서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는 15세.
마누스는 생일이 지났으니 16세였다.
“맛있네.”
알콜은 없지만, 알싸한 향이 나는 와인.
보통의 와인과 다르게, 시리도록 차갑게 먹어야 맛있는~ ‘엑스스타시스’.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얼음과 함께 먹으니 독특하면서도 향이 진했다.
모든 근심 걱정을 씻어 내는 향이랄까.
마누스는 항상 입을 댄 쪽을 반대편으로 돌려놓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오른손잡이였고, 와인 잔의 불그스름한 부분은 언제나 창 쪽을 향해 있었다.
아까 전과 달리, 붉은 달빛은 와인빛과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제 카이사르가 움직이기 시작하려나?’
그를 맴돌던 그림자가 사라진 걸 보면, 아마 곧 보고가 들어갈 것이다.
그들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필욘 없으나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선 카이사르 공작이 돌아오라면 돌아와야 하는 처지니까.
“어쨌든, 무사히 궤도에 올려놓는 덴 성공했네.”
오랜만에 따듯한 욕조에서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마누스와 남자가 같은 인격이 되기 전, 유일하게 같은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곤란한 일이 해결되거나 푹 쉬고 싶을 때, 남자는 언제나 목욕탕을 찾았다.
따듯한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노라면, 포근한 감각과 함께 그간 있었던 일들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따듯하면서도 보송보송한 느낌을 즐기는 것이 그의 힐링 방법이었다.
마법을 이용한 욕실은 현대와 다르지 않았다.
솨아아-.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밤을 보냈다.
내일부터 있을 일상을 위해, 오늘 밤을 털어 내야 했으니까.
#3
피곤했나-.
케일은 멍하니 일어나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어젯밤 그렇게 잔디밭을 굴렀더니, 온몸이 다 쑤셨다.
몸살기도 살짝 있는 것 같은데, 치료 마법을 부탁해야 하나?
교복을 입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어젯밤 있었던 격전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채였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다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온 걸까?
똑똑-.
오늘도 어김없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늦지 않기 위해 준비를 마쳤던 케일이 문을 열었다.
그곳엔, 퀭-한 얼굴의 아나이스가 서 있었다.
“후암…… 잘 잤니?”
“응…… 피곤해.”
“나도-. 진짜 선배한테 치료 마법이라도 걸어 달라고 할걸.”
두 사람은 폐인처럼 어기적거리며 기어 나왔다.
여자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피어슨이 두 사람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반갑게 맞이해 주었을 텐데, 두 사람은 그저 터덜터덜 걸어가 바로 앞에서 손을 슬쩍 올리는 것이 다였다.
“……너네 어제 싸웠냐? 상태가 왜 이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어우, 죽겠네.”
팔다리, 어깨…… 안 뭉친 곳이 없었다.
아나이스는 아무런 말 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케일 역시 연신 새어 나오는 하품을 막지 못했다.
오늘은 공부고 뭐고, 일단 푹 쉬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양호실에 가서 피로 회복에 좋은 포션이라도 마시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을 때, 그들을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잘 잤니?”
“아- 선배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나이스와 대변되는 은발의 여인.
그녀는 둘의 상태보다 양호해 보였다.
하긴, 그녀는 전투 막바지에 도착했으니까.
“어-? 어-?”
“뭐 하고 있어! 빨리 선배한테 인사 안 드리고!”
아나이스가 우악스러운 손길로 피어슨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물론 두 사람도 꾸벅 고개를 숙인 채였다.
알라노는 호호 웃으며 세 사람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대하렴. 아 그리고 두 사람. 오전 수업 끝나면 나랑 같이 갈 곳이 있단다.”
“갈 곳이요?”
“응. 동아리 관련된 사항이니까 꼭 오렴. 어제 일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어제 일이라고 말하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피어슨만 대화에 끼지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는 중이었다.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나이스가 피어슨을 잠깐 쳐다보다가 답했다.
“네. 꼭 갈게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2학년 뱀 A반으로 찾아오렴.”
“알겠습니다.”
알라노는 할 말을 전달하고 교정 안으로 사라졌다.
중요한 이야기라는 것이 뭘까?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는 건 알겠으니, 두 사람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 나만 빼고 늬들, 뭐 한 건데?”
피어슨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