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93화 – 왜 나한테만
#1
하루는 매일 반복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발발한다.
무한히 반복되는 하루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은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역사를 만들었고, 위대한 마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무수히 많은 하루 속에서 또 한 발자국 나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 오전이었다.
아직 어스름한 회백빛 어둠이 이불처럼 아침 햇살을 가리고 있는 시각.
이사장, 그리고 각 반의 교수들이 모두 모여 누군가의 답안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가 올해 몇 살이죠?”
“16세죠.”
“허허-.”
교수들은 카이사르 마누스가 만든 새로운 마법을 보고 혀를 찼다.
자신들은 16세 때 무얼 했는가.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마법 하나로 일가를 일구어 낸 사람들.
그것도 모자라 모든 가문의 자제들을 가르칠 수 있는 뛰어난 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재능.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학생이 바로 마누스였다.
“참신하군요. 이런 발상을 해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무엇보다 적은 마나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마법진을 짜낸 것이 놀랍습니다. 위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만-.”
“캐스팅이 빠른 마법사라면 목숨 하나 값 정도는 충분하겠어요. 허허.”
마누스는 새로운 마법을 창조했다.
사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마법이 생겨나고 사장되길 반복하는 곳이 이곳, 록스 대륙이었으니.
하지만, 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적당하고 범용성 있는 마법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다.
마법진을 새로 만든다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를 전제로 하는 작업이었다.
아는 지식 안에서, 이렇게 범용성 있는 마법을 몇 시간 만에 만들어 내는 건 지금 교수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많기에, 고려할 것도, 마법에 대한 욕심도 많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연구해 볼 가치가 있겠어요.”
“클래스를 높여서 연구를 진행하면, 마도사들도 쓸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더도 없이 만점이겠군요.”
“그렇지요 허허-.”
교수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곧 있을 학회에 초빙하면 어떻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수많은 마탑의 인재들이 한곳에 모여 자신들이 연구한 마법을 공유하는 자리.
카이사르의 마탑에서도 그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찾아오겠지.
아카데미 소속 마법사들도 학회에 참석해야 하는 의무를 지녔다.
이따금 뛰어난 인재들을 조수로 데려가, 경험을 시켜 주는 것도 교수들의 몫이었다.
이 정도 지식, 이해력, 설계력이라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뚝, 맥이 끊겼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맥없이 처박아 버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투학 교수, 헤스 제니퍼였다.
그녀는 교수들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마누스와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었다.
본래 어제 했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하루 미뤄졌다.
아직 학생들이 등원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리면 되겠지.
제대로 된 이야기도 나눠 보지 않았는데 다른 교수가 채 가게 놔둘 순 없었다.
-절대로.
“걔는 내가 미리 점찍었다. 마투학 배울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학회를 데려가? 내년쯤엔 보내 주도록 하지.”
“마누스 학생은 원소학 전공이 아니었습니까?”
“아무리 봐도-.”
“그건 모르는 일이지. 딱 1년만 맡아 볼 생각이니까, 결정은 그다음에 하자고.”
막무가내식 화법에, 교수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트레일 교수와 샨들러 교수가 허허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들은 수많은 학생을 제자로 들였고, 그들은 훌륭한 마법사로 성장했다.
심심찮게 찾아오는, 아니- 오히려 골라서 키울 수 있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제니퍼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마투학은 그야말로 ‘재능’의 학문이었다.
오랜만에 발견한 재능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
“1년. 그 아이가 마투학을 어느 경지까지 달성하리라 보십니까?”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보통내기는 아닐 테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인데, 저희가 홀랑 뺏어 가면 형평성에 어긋나겠지요. 마누스 학생을 보면, 솔직히 없던 욕심도 생기긴 하고요.”
“1년만 기회를 다오. 녀석이 전공을 뭘 선택하든 상관없다. 다만, 녀석은 다양한 걸 체험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해.”
교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보았다.
원소 마법과 체술, 그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 낸 통쾌한 한 방을 보았다.
보통 원소학을 공부한다면, 마법진을 만드는 것에만 능숙할 뿐.
마투에 쓰이는 마나 운용은 완전히 별개였다.
마나를 외부로 돌려서 쓰는 원소 마법과 달리,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것이 마투였으니.
사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배운다는 건, 검과 마법을 동시에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누스 학생이라면, 경험 정도는 괜찮겠지요.”
“우려도 됩니다. 정진하고 있는 길에 혹여 방해되는 건 아닐지-.”
“나도 마법사거든? 적어도 늬들보다 두 배는 많이 살았단다. 이 누나에게 맡기고 1년만 기다려.”
제니퍼는 피식 웃으며 회의장을 나섰다.
교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구구절절 맞는 내용이었기 때문.
황궁의 전설이라는 이명을 가진 여인이었다.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나이는 어림짐작으로 70이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강함이 압도적인 제니퍼였다.
까다로운 그녀의 눈에 들었으니, 어떻게든 하겠지.
“그렇지만, 학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아쉽군요.”
“흘흘, 교수님께서 살살 꼬셔 보시지요.”
“그럴까요?”
트레일 교수와 샨들러 교수가 허허 웃었다.
마누스를 향한 교수들의 욕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
그 당사자인 마누스는 오늘도 무수한 시선을 받으며 교정에 들어섰다.
어쩐지, 오늘따라 시선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무슨 일일까.
일부러 느긋하게 등교했기에, 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딱히 눈에 뜨일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럴까.
카이사르의 마음가짐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도 이 시선들은 적응이 어려웠다.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랄까.
‘썩 기분 좋진 않군.’
그가 본관의 로비로 들어갔을 때,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커다란 현수막에, 『카이사르 마누스! 내 연구실로 와라! -마투학 교수-』라고 쓰여 있는 걸 보았다.
하아-.
원작에서도 기행을 많이 벌이는 교수이기에, 앞으로 다양한 일을 겪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래서였군.”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 나름대로 안 들리게 속삭이는 것 같았는데, 애석하게도 모든 내용이 귀에 쏙쏙 박혔다.
이런 걸 뭐라 그러더라…… 그래.
‘수치 플레이라니. 두고 보자.’
마누스는 애써 무표정을 연기하며 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눈이 마주친 이들이 ‘히익!’ 하며 시선을 피했다.
하룻밤 사이에 부쩍 깊어진 눈동자는 마주치기만 해도 원초적인 공포를 이끌어 냈다.
모세의 기적처럼 좌악 갈라지는 학생들을 지나, 마누스는 마투학 교수가 머물고 있는 곳까지 향했다.
아주 작은 복수심을 품에 안은 채.
-똑똑.
“마누스입니다.”
“들어와라.”
고풍스러운 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딱딱한 철제 가구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인테리어라고 하기엔 거리가 먼, 그냥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널어 둔 배치였다.
한쪽에는 철제 허수아비가, 다른 한쪽에는 건틀릿과 그리브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광경이 보였다.
책상 역시 고풍스러운 나무가 아닌, 딱딱하고 차가운 철제 책상이었다.
“왔군. 간밤에 별일은 없었겠지?”
“예.”
“현수막을 보고 온 건가? 역시 걸어 두길 잘했어.”
잘하긴 개뿔.
그냥 밑에 있는 조교나 하녀를 시켜서 부르면 될 것을, 그렇게 쪽팔린 짓을 했어야 했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마누스는 묵묵히 그녀의 용건을 기다렸다.
묘하게 들떠 보이는 표정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많아 보였으니.
그녀가 제안할 것은 대충 예상이 되었다.
문제는 2학기부터 시작하는 마투학 수업을 어떻게 시간을 내어 전수할 것인지였다.
“내 제자가 되어 볼 생각은 했느냐?”
“누군가의 제자가 된다는 건,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흐흐,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폭군이 누구 밑으로 들어간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교수마저 폭군이라는 단어를 자신에게 붙일 줄이야.
낯간지러움을 넘기며, 다시 얌전히 기다렸다.
제니퍼 교수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잘 설명해 주는 캐릭터였다.
애초에 궁금증이 생길 수 없는 말을 하니, 그녀의 교양 수업도 제법 인기가 있다고 묘사되었다.
수업만 잘 들어도 만점을 맞을 수 있는 것이 그녀 수업의 모토였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기다리고 있자, 제니퍼의 입이 다시 열렸다.
“방과 후에 3시간. 딱 그 시간만 투자해 다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모두 가르쳐 주마. 그렇게 되면 2학기까지 기다릴 필욘 없겠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음? 뭐지?”
“왜 저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모든 걸 전수해 주시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제니퍼는 푸근하게 웃었다.
젊은 모습이었지만, 왠지 할머니의 깊은 주름을 연상케 하는 웃음이었다.
“난 내 유지를 잇느니, 뜻을 이어 가느니 하는 건 관심 없다. 그저 마투라는 공부가 이어지기만 하면 된다.”
마투학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무예였다.
더불어 익힐 수 있는 자가 극소수인, 비주류 무예이기도 했다.
그 무예로 정점이 되어 버린 제니퍼는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투학은 재능의 공부지. 익히기 까다롭고 익히려 하는 이도 적다. 그런데 이렇게 인재가 나타났으니, 욕심이 날 수밖에.”
“알겠습니다. 저도 제 약점을 보완하고 싶긴 했습니다.”
“약점? 네게 약점이 있느냐?”
“마법사의 고질병은 제아무리 천재라도 안고 가야 할 문제지요.”
제니퍼는 마누스의 눈빛을 보고 일순간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녀가 무어라, 감상을 말하려 했을 때, 문 바깥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음이 급했음일까.
제니퍼는 손을 휘저어 문을 열어 버렸다.
앞에서 노크를 위해 손을 들어 올리던 핑크빛 머리칼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멍하니 서 있는 여학생이 슬금슬금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 저기이-.”
“들어오너라. 조교에게 듣고 왔느냐? 멜라니 학생 맞지?”
“네. 해리 멜라니라고 합니다.”
멜라니는 쭈뼛거리며 안쪽으로 들어왔다.
제니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방과 후에 연무장으로 오도록. 이제부터 마투학을 전수해 줄 테니까.”
지극히 독단적인 결정이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제니퍼는 그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