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94화 – 막간
#1
멜라니는 혼란스러웠다.
제니퍼 교수라고 하면, 들은 바가 있는 인물이었다.
황궁의 전설.
마법사는 근접전에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깬, 피스트 마스터.
그녀가 있는 한 황궁은 절대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사람이 자신을 불렀다.
연구실에 도착하니 웬걸, 마누스까지 미리 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뭐지?”
“제가 정말, 마투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자신감이 없었다.
마투학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들만 배우는 것이라 알려져 있었다.
정령을 다루긴 하지만, 솔직히 막무가내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신이 마투학을 배울 수 있을까?
몸 쓰는 일엔 영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주눅 들었다.
“정령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배울 자격은 충분하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만 한다면, 마투를 능숙하게 쓸 수 있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해 볼게요-.”
“자신감을 가져라. 네 재능은 대륙 전체를 뒤져 봐도 얼마 없는 것이니.”
멜라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떠다니는 정령들 역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은 보통 사람에겐 절대 보이지 않는다며,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래도 몸 쓰는 일인데, 고된 일이겠지?
멜라니는 일상의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끔찍했던 지난날을 생각했다.
‘강해져야 하지 참-.’
자신은 전투에서 전위를 담당하는 마법사였다.
수호자, 전사가 하는 일을 나약한 마법사의 신분으로 해야 한다는 것.
마투학은 그녀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고려할 공부가 아니었다.
그녀가 선택한,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할 운명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부였다.
탑을 오르는 것.
당장 포기해도 될, 인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 아니던가.
‘난, 강해지고 싶어.’
멜라니는 결의를 다지고 제니퍼를 바라봤다.
저 기대감 가득한 눈빛.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딪쳐야겠지.
이건 이해득실을 따지는 상업이 아니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제야 보기 좋은 눈빛이 되었구나. 그래, 둘 다 방과 후에 보자꾸나.”
“-네.”
두 사람은 동시에 답했다.
제니퍼는 나가기 전,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투학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쉽지 않을 거다. 진득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거라. 그 누구도 무어라 하는 이는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전, 이미 결정했어요.”
마누스, 멜라니가 차례대로 답했다.
멜라니는 차분하게 답하는 마누스를 보고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두 사람은 연구실을 나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멜라니는 쭈뼛쭈뼛,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했다.
마누스 선배는 언제나 어렵고, 또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
훤칠한 키와 어느 귀족과 견주어도 빛나는 얼굴.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오묘한 분위기는, 말을 걸기 힘들게만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아, 그게-.”
멜라니의 표정을 흘끔 본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잔뜩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성격상, 이런 일을 겪었는데 얌전히 넘어갈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지.
소심하긴 하지만, 그녀는 에머슨과 비슷할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난 소녀였다.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건, 그만큼 궁금증도 많다는 거겠지.
멜라니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선배는, 어째서 그렇게 마법을 잘 펼치는데도 마투학을 배우는 거예요?”
“난 약점에 대해 관대한 편이 아니니까.”
“선배도 약점이 있나요?”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겐 모두 약점이 있지.”
“-저도 열심히 할게요.”
“기대하지.”
짧은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멜라니는 마누스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마누스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남몰래 미소 지었다.
그녀가 하는 고민과 사색이, 더 높은 곳으로 올려다 줄 것이다.
자신을 관철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막혀 있을 때, 발자취를 점검해 보는 건 아주 중요한 선택지였다.
“그럼, 이따 뵐게요.”
꾸벅, 그녀가 인사 후에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마누스 역시 수업을 듣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간섭이 시작됩니다.]‘이놈의 간섭은…….’
뭐, 그래도 좋은 일인가.
이 세계의 결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지의 적.
알 수 없는 사건들.
예상치 못한 인물의 행동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군.”
그 모든 것을 예방하는 길은 없다.
다만, 그 모든 시련이 닥쳐도 꿋꿋이 버틸 힘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
그것이 마누스 본인이 가진 진정한 축복이자, 이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었으니.
#2
“얘들아! 반 배정 떴다!”
1학년, 2학년 교실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마침 수업을 듣고 나오던 케일과 일행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과연, 이번 평가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사람들이 바글바글, 학년 게시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조바심 담긴 얼굴, 들뜬 얼굴, 초조한 얼굴…….
십인십색의 표정과 함께 게시판 앞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케일, 이번엔 어떨 것 같아?”
“잘 나오지 않을까?”
그녀는 누군가의 물음에 답했다.
시험은 완벽했으니까.
그런데, 누가 물어본 거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질문을 한 자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뭐지?
그녀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다시 게시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새 그녀의 옆엔 동료들이 서 있었다.
그들도 퍽 궁금한 참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해 왔던 것들. 절대 헛되지 않았을 거야.’
수많은 실전을 치렀다.
밤을 새워 공부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경험했기에 더욱 단련에 힘썼다.
“아-!”
누군가 탄성을 내질렀다.
[평가 발표] [A반 1번 : 케일] [A반 2번 : 플로이스 아나이스] [A반 3번 : 해리 멜라니]…….
[A반 8번 : 피터손 피어슨]“됐어-!”
멜라니가 환호했다.
아쉽게도 에머슨은 B반 1번이었다.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녀는 B반에서 턱걸이로 지내고 있었으니까.
환한 얼굴이 된 아나이스.
그리고 친구들.
자신 역시 결실을 거뒀다.
“이번에도 해냈구나, 케일.”
“고마워.”
“다음엔 내가 1번이 되도록 노력하겠어.”
아나이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케일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져 줄 생각은 없지만, 선의의 경쟁은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마누스가 말한 향상심.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케일은 아직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상한 짓으로 이기는 건 안 돼. 알겠지?”
“다, 당연하지. 나는 플로이스야. 당당하게 빛나는 가문의 일원이라고.”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당당해 보이는 그녀는, 아주 조금이지만 스스로 빛나고 있었다.
케일은 진심으로 깊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응원했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탑의 정상까지 닿길 바라면서.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반으로 향했다.
케일과 일행들 역시 A반으로 향할 준비를 서둘렀다.
“나만 B반이네. 다음 평가 때는 꼭 올라가겠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에머슨. 나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지?”
멜라니가 미안한 듯한 눈동자를 해 보이자, 에머슨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학풍을 지니고 있잖아.
이렇게 서로를 위하지만, 실상은 경쟁의 도가니 속에 던져진 거라구-.
“얘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딱 기다려. 금방 내가 앞 번호를 차지할 테니까.”
“알겠어. 에머슨이라면 잘해 낼 거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나 잘해. 알겠어?”
에머슨은 알고 있었다.
멜라니가 제니퍼 교수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그 까다롭고 무시무시한 제니퍼 교수님이 그녀를 제대로 키워 보고 싶어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에머슨이 보기에, 그건 새로운 시련으로의 한 걸음이었다.
마투학이라니.
“마누스 선배랑 알라노 선배는 역시 1등, 2등이겠지?”
“그러지 않을까?”
“하긴, 우리가 걱정할 건 아니지. 우리는 열심히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이제 에머슨만 모이면 다 A반인가? 우리는 역시 특별하다니까~.”
“좀 조용히 해.”
두런두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교실로 향했다.
같은 반에서 듣는 수업은 어떨까.
그들은 모두 들뜬 마음이 되었다.
“부럽다. 나도 저기 끼고 싶은데…….”
누군가, 그들을 바라보며 뇌까리는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들 역시 선망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음을,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음을 몰랐다.
그렇기에, 그들을 향해 쏟아질 더 많은 더러운 감정 역시 알 수 없었다.
#3
마누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1등을 거머쥐었다.
그 뒤로 알라노가 있었고, 2학년을 빛낼 친구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루페라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씁쓸한 현실에, 마누스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알라노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쨌든 사건은 마무리되었고, 새로운 반으로 이동해 수업을 들을 시간이었다.
“알라노, 마누스, 잠시 저 좀 보지요.”
“트레일 교수님.”
같은 반으로 향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트레일 교수가 다가왔다.
그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월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식으로 3학년이 되어 수업을 받는 일이죠. 어떻습니까?”
“아-.”
알라노가 나직이 감탄했다.
마누스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줄이야-.
그녀는 눈을 감고 고민했다.
과연, 이 길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저는 괜찮습니다. 교수님.”
먼저 대답한 것은 마누스였다.
알라노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조기 졸업의 혜택은 대단하다.
사회에 한 발자국 먼저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이점이던가.
기사가 된 전사들, 그리고 수호자들 역시 1년 차이로 서열의 차이가 심하게 나뉘곤 했다.
그런데도 거절하겠다니-.
“알라노 학생은요? 아,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던가요? 충분히 시간을 드릴 테니, 생각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두 사람의 평가. 잘 봤습니다. 정말 아카데미에서 다시없을 팀워크였어요.”
“감사합니다.”
그는 미래가 기대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남기고는 두 사람을 지나쳐 사라졌다.
잠시간의 정적 후, 알라노가 물었다.
마누스는 왜 이토록 학교에 남는 걸 지향하는 걸까.
“왜 월반을 안 하는 거야? 너라면 사회에 나가는 게 낫지 않아?”
“그냥, 변덕이다.”
“변덕?”
“학창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건, 나중에 추억할 일이 많아진다는 거지. 그냥…… 젊음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알라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에 추억할 거리가 많다는 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알라노는 생각을 정리하며 교실로 향했다.
마누스가 남긴 알쏭달쏭한 말.
어쩐지, 오늘 수업은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올 것 같았다.
그가 한 말을 생각하느라 하루 종일 고민할 게 뻔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