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96화 – 의도된 분열
#1
학생회장.
마누스가 기억하고 있는 게임에서, 학생회장과 학생회는 아카데미에서 교수 다음으로 영향력이 강한 이름이었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학교에서 한 살 많은 선도부가 교문 앞을 지키고 있다면, 그렇게 떨렸던 기억.
그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시선을 피하고-.
특히 개발자들이 학교에 다닐 시기는 그들의 권력이 더욱 강했을 때라고 밝혔다.
선생들과 결탁해, 자유를 갈망하는 학생들을 억압하는 공포의 존재.
“어떻게 할 거야?”
“-으응?”
케일이 아나이스의 물음에 멍하니 답했다.
그녀는 앉아 있는 케일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케일은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을 정리했다.
까딱이는 아나이스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관심 없다고 얘기할 참이었다.
케일은 그저 이대로의 생활을 이어 가고 싶을 뿐.
그녀가 입술을 달싹이려 했을 때, 아나이스가 그녀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참가해 줘. 학생회장 선출.”
“어? 난…… 안 할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포기해도 상관없어. 학생회장 선출은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지. 그중에…… 마법을 겨루는 평가도 있고.”
“아나이스. 난…….”
아나이스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래, 무례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 모든 걸 걸고 겨뤄 보고 싶어. 케일.”
“난 친구를 해치고 싶지…….”
그녀의 말이 기폭제가 되었고-.
“왜 네가 항상 위라고 단정 짓는 건데!”
아나이스의 적발이, 마나로 인해 일렁였다.
케일은 불같은 그녀의 분노를 직격으로 맞곤, 잠시 침묵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아나이스는 케일이 얼어 있는 사이, 그녀와 마누스를 매도해 버렸다.
“재수 없어. 너도, 마누스 선배도.”
“어이어이, 왜 그러는 건데? 아나이스. 진정하고, 케일, 괜찮아?”
케일은 눈만 끔뻑일 뿐,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였다.
어쩌면 당황해서 감정이 올라오기 전일 수도.
피어슨이 둘 사이로 끼어들며 중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나이스는 씩씩대며 동아리방을 나서기 위해 몸을 돌렸다.
케일은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
그건 어떤 일이 있어도 등을 지켜 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왜…….’
이건,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
뭐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뭐가, 자신과 마누스 선배를 싫어하게 만들었을까.
아니, 그것보다 참을 수 없는 건-.
“-그 말, 취소해.”
케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눈동자 역시 적의로 번들거렸다.
아나이스는 홱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케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플로이스의 자존심.
치기 어린,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꼿꼿함이 케일과의 대립을 첨예하게 만들었다.
“무슨 말? 대체 내가 무슨 말을 취소해야 하는데?”
“나는 욕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선배를 욕하는 건, 아무리 친구여도 못 참아.”
“웃기고 있네. 대단한 선배 사랑 납셨어. 너도 그렇고 선배도 그렇고……. 둘 다 짜증 나. 그 내려다보는 시선. 동료? 말로만 동료겠지. 그냥 부하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난 널 부하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마누스 선배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마누스 선배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그는 우리를 위해 많은 걸 해 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토록 말했는데!
케일의 머리칼 역시 마나로 인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중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에머슨이 벌떡 일어났다.
“너희 왜 그래? 지금 같은 편끼리 싸워서 어쩌자는 거야?!”
“같은 편? 웃기지 마. 탑 같은 거, 안 올라가도 돼.”
콰앙-!
아나이스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갑자기 왜 저런대.”
“케일, 괜찮아?”
“난 쟤 좀 달래고 올게. 미안-!”
피어슨도 아나이스의 뒤를 따라 나가 버렸다.
완전히 박살 나 버린 분위기.
선배들은 이미 떠나 버렸고, 1학년끼리도 분열이 일어났다.
에머슨은 케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녀가 듣기에, 사소한 말실수가 있긴 했으니까.
“……기분 나빴을 거야. 친구를 해칠 수 없다고 했던 말.”
“그래도, 이번 일은 양보할 수 없어.”
“하아……. 마음대로 해. 난 모르겠다.”
에머슨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케일은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참가할 거야.”
“정말?”
“응. 그래서, 아나이스에게 물어봐야겠어.”
그렇게 자신과 싸우는 것이 소원이라면, 응해 주리라.
그녀의 눈이 무섭게 빛났다.
처음 가져 보는 감정이었다.
무척 생소하고, 또 무서운 감정이기도 했다.
#2
피어슨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붉은 머리를 쫓았다.
대체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묻고 싶은 것이 무척 많았다.
피어슨은 아나이스의 오랜 친우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이럴 사람이 아니었다.
왜 그런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여 자신들이 모르는 누군가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물어봐야 했다.
“야, 아나이스! 어디 가!”
“…….”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나아갔다.
보다 못한 피어슨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무어라 소리치려 했지만, 피어슨의 입술은 달싹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붉어진 얼굴.
잔뜩 일그러져, 설움을 참고 있는 표정.
눈물로 엉망이 되어 버린 눈두덩이.
간신히 소리를 참고 있는 듯한 입술은, 측은함을 넘어 화가 나게 만들었다.
“왜 이러고 있어? 왜 네가 화내고 울고 있냐고-!”
“으흑, 나, 나…….”
그녀는 목이 멘 듯, 오열을 삼키며 무어라 말하려고 했다.
피어슨은 답답한 마음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고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아나이스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힘없이 끌려가기만 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마누스가 애용하던, 항상 사색을 즐기던 곳.
피어슨은 아나이스의 얼굴을 마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 혹시 탑에서 정신 공격에 당한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러면? 케일이 남몰래 잘못한 거라도 있어? 우리 몰래 막 협박했다거나? 아니면 마누스 선배가?”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럼 왜 그러는데. 우리가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말해 줄 수 있잖아.”
아나이스는 밤새 고민했던, 그리고 오늘 낮까지 고민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었다.
그래, 그녀도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찢어질 듯, 그녀를 옥죄어 오는 가슴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녀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케일의 성격을 이용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선택.
“사실, 내가 니아 선배에게 부탁한 거야.”
“뭐? 뭘?”
“운 띄워 달라고, 부탁한 거라고.”
피어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럼…… 이 상황을 직접 설계했다는 거야?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래서, 그렇게 대판 싸우고 나온 거야? 그냥 좋은 말로 하면 되잖아. 어?”
“그러면, 저 착해 빠진 애가 진심으로 나랑 싸워 줄까?”
“…….”
치밀해서 놀랐고, 무모해서 더욱 놀랐다.
마지막 말에, 케일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피어슨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이스는 아직도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피어슨은 연거푸 한숨을 쉬며 여린 친구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그저, 말없이 서럽게 울고 있는 친구를 안아 줄 뿐이었다.
“에휴, 어떡하겠냐. 난 그래도 널 응원하는 수밖에.”
“……고마워.”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마누스 선배에게 가자. 사과도 할 겸.”
아나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케일이 화난 포인트는 그녀 자신 때문이 아닌, 마누스라는 존재에 대한 언급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잖은가.
그렇다면 미리 화를 잠재워야겠지.
또, 아나이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마누스 선배이지 않을까.
피어슨은 예전, 탑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말을 덧붙였다.
“옛날에 선배가 탑 안에서 나한테 해 줬던 말 때문에 내가 A반에 들어간 거 아니겠냐. 선배가 내쫓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절박하면 붙들어야지. 안 그래?”
“……케일이 먼저 갈 수도 있잖아. 내가 무슨 염치로 가. 됐어.”
“에이, 그러지 말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나중에 마누스 선배가 진짜 너 싫어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빨리 눈물 닦고 가자.”
“아아, 좀 천천히 가-!”
피어슨은 아나이스의 손을 잡고 다시 이동했다.
질질 끌려가는 그녀는 소매로 눈물을 훔친 후에 겨우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아주 옛날부터 보아 온 어린 소년의 등.
훌쩍 커 버려, 벌써 이렇게 듬직해졌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 성격상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싫었다.
케일에겐 언젠가 사과해야겠지만…… 학생회장 선출전에서 붙을 때까진 적이었다.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이제 됐어.”
“정신 차렸어? 그럼 다행이네. 얼른 가자. 케일이 먼저 찾아가기 전에, 우리가 선수 쳐야 해.”
“그…….”
“응? 왜, 또 울 거야?”
“아니야, 이 멍청아! 그…… 고, 고맙다고.”
“어…… 에이, 뭐 친구 사이에. 당연하지. 우리 평생 친구 아니야?”
아나이스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니까.
그 친구가 피어슨이라고 생각하니, 퍽 다행이란 감정이 들었다.
변덕스럽고 불같은 자신의 곁에서 항상 능글맞은 태도로 붙어 있는 피어슨.
아나이스는 어느새 흐르지 않는 눈물을 의식하며 걸음을 옮겼다.
저기, 열심히 구르고 있는 마누스를 향해서.
#3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주먹과 발을 휘두를 때마다 찐득한 뻘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마누스는 멈추지 않았다.
앉아서 지식을 탐하고 마법을 수련하는 일보다 훨씬 재밌었으니까.
왜 사람들이 운동 중독에 걸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팔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고, 마나를 가속해 무형의 기운을 발출하는 것.
그건, 슬슬 평화롭고 지루하게 느껴지려던 일상을 크게 뒤흔든 감정이었다.
“오늘도 고생했다. 이틀 만인데, 벌써 몸 쓰는 일이 제법 익숙해졌구나. 따라 할 만한가?”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고무적인 발언이군. 멜라니 역시 잘 따라오는 것 같고…….”
오늘 배운 건 격투의 기본.
발, 주먹, 그리고 몸 곳곳에 있는 곳을 쓰는 법을 배웠다.
몇 달이 걸릴지 모를 기초 작업이라고 생각했건만, 마누스는 물론이고 멜라니도 제법 잘 따라오고 있었다.
“정령의 힘을 다룬다는 건, 마투학의 근본을 이어받았다는 걸 깨달아야 할 텐데. 후후, 그럼 내일 보자꾸나.”
“들어가십시오.”
“몸 잘 풀고, 푹 쉬거라.”
제니퍼는 언제나 그랬듯, 훌쩍 떠나 버렸다.
마누스는 스스로에게 회복 마법을 걸고 자리를 털며 일어섰다.
멜라니 역시 정령들의 도움으로 비칠비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가 마누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언제나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 주니, 제법 정이 갔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동질감을 형성하기에 좋은 발판이었고.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수고했다.”
멜라니는 터덜터덜, 정령들과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이젠 제법 정령과 소통하는 방법을 체득했는지, 밝은 얼굴이었다.
자신도 할 일을 해야겠지.
오랜만에 누이에게 편지도 써야 하고.
아버지, 어머니께 안부도 물어야 할 터다.
평가의 결과를 내심 기대하고 계실 테니까.
“선배에에에에에-!”
할 일이 많은데, 저 멀리서 뛰어오는 두 사람이 보이는 건 운명일까.
아니면 그저 할 일 없는 후배들이 재미없는 자신에게 놀아 달라고 찾아온 것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저렇게 힘차게 찾아오는 후배들을 무시할 정도로 모질진 않았다.
마누스는 두 명의 후배, 아나이스와 피어슨을 바라보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왠지, 또 상담을 해 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