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98화 – 라이벌
#1
동아리실엔 케일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왜 아나이스는 그런 선택을 했으며, 마누스 선배를 싫어하는지.
자신의 실수보다, 그것이 더욱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어째서, 어째서 마누스 선배를 미워하는 거야.
그는 우리를 위해 얼마나…….
케일의 눈동자가 탁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아나이스가 소리쳤던 말들이 케일의 마음 한편을 쿡쿡 찔렀다.
‘정말 그랬을까. 나는-.’
자신을, 그리고 친구들을 부하로 생각했다던 말.
아니라고 부정해도, 그게 사실이었을까?
머리에 손을 얹고 마구 헝클어뜨렸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
한 달.
짧으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정이 기다리는지도, 어떤 재앙이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렇게 분열하는 것이 맞는 걸까?
케일의 머리는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아직 아나이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아아아-.”
그녀답지 않게 깊고,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동아리실의 문이 열렸다.
그녀의 눈이 자연스럽게 문 뒤에서 나오는 사람을 좇았다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짙은 검은색 머리칼.
수려한 이목구비는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만 보였다.
그는 소식을 들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을까.
“오, 오셨어요.”
“다른 이들은 없나 보군.”
“네. 벌써 저물녘이잖아요.”
“너는 왜 혼자 있나.”
케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마누스는 그 맞은편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었지?”
“아, 그게에…….”
케일은 우물쭈물하다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아나이스가 그런 말을 했어도, 그녀는 친구였다.
힘들었을 텐데, 마누스의 분노까지 감당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밉지만, 친구를 위하는 단어들을 조립해 말했다.
아나이스와의 일은 자신이 해결하고 싶었으니까.
“제가…… 좀 심한 말을 했어요. 그것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예를 들면?”
“그러니까아-.”
케일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마누스는 그들과 함께 탑을 오른 것이 드물었으니, 분위기를 잘 몰랐겠거니 했다.
그녀는 최대한 아나이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설명했다.
누가 보면 왜 그러냐고, 너 호구냐고 소리칠 정도로 착해 빠진 심성이었다.
마누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만 있었다.
내심 만족한 미소를 지으려다가도 무거운 분위기에 그러지 않았다.
‘확실히 주인공이라 이거지.’
“……그렇게 된 거예요.”
“그렇군.”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케일은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마누스는 그저 한마디를 건넬 뿐이었다.
“응원하마.”
“……네.”
“언젠가 틀어질 수 있는 것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친구다. 아나이스가 했던 짓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조금 기다려 봐라.”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요. 그녀의 전력을 받아 낼 수 있는 건…… 저뿐이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케일은 현명했다.
그녀는 착했지만, 무모하지 않았다.
냉철했고 판단은 빨랐다.
그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하기로 했다.
친구의 도전을 받아들였고, 서로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 후에 차분히 대화하고 싶어 했다.
“불편한 시간일 거다. 하지만, 그 후엔 더욱 단단해질 거다.”
“네.”
“아나이스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마누스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케일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가고, 케일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했던 말과는 달리, 아나이스는 정말 엄청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였다.
특히 그녀가 쓰는 화염 속성 마법은 자신의 마법보다 뛰어났으니까.
자신은 범용성이 넓고, 뭐든지 익힐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그 때문일까, 아직 그녀는 아나이스만큼의 깊은 이해를 보이지 못했다.
‘내가 넘어야 할 과제야.’
그녀는 창밖을 보며 다짐했다.
그래.
마누스는 신이 아니다.
그녀에겐 무척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때로는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는 거겠지.
이번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학생회장 자리는 관심 없지만…….’
적어도 떠밀려서 하진 않을 것이다.
이건 그녀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2
자정.
아나이스는 주변을 휙휙 확인하고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심한 일을 겪어서일까, 오늘은 탑에 오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얼른 가자.
아나이스는 레드 카펫을 질주하며 아무도 없는 복도를 가로질렀다.
혹여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들킬까 봐, 계단으로 후다닥 내려갔다.
꽤 높은 곳에 있는 기숙사지만, 그녀의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흐악, 흐억! 안 들켰겠지?”
괴상한 숨소리와 함께 기숙사의 사각지대까지 도착한 아나이스.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둠 속에 몸을 숨겨, 이동하려 했다.
“데려다 드릴까요?”
“흐아아아악-?!”
“어머, 실례.”
갑자기 들린 소리에, 그녀는 진심으로 놀라 풀썩 주저앉았다.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잠행복을 입고 있는 여인이 서 있었다.
목소리는 아주 익숙했다.
매일 아침, 하녀들을 통솔하던 그 목소리였으니까.
아나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빽 소리쳤다.
“노, 놀랐잖아요!”
“죄송합니다. 은밀하게 움직이라는 공자님의 명이 있었거든요.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후후.”
“으으…… 그건 그렇고, 저도 데려갈 수 있나요?”
“그럼요.”
아덴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녀가 아나이스의 손을 잡고, 능력을 발휘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슈르륵-.
아나이스는 기묘한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황금빛 시계가 있는 로비 앞이었다.
그곳엔 홀로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마누스가 서 있었고.
“데려왔습니다. 공자님.”
“고맙군.”
“오늘은 저도 견학할 수 있는 건가요?”
“원한다면.”
아덴이 싱긋 웃었다.
아나이스는 그녀 홀로 탑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마누스의 옆에 있는 새하얀 생명체를 발견했다.
어라? 저런 것도 있었나?
그녀의 궁금증은 이내 아덴의 말로 인해 풀렸다.
“알비온이랍니다. 많이 컸죠?”
“사역마라는 게…… 보통 저렇게 급격하게 자라나요?”
“제 지식을 벗어나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었더군요.”
알비온의 고개가 아나이스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크르릉- 작게 울었다.
새하얀 털이 난 드래곤이라니.
심지어 날개에도 보송보송한 털이 나 있었다.
“알비온?”
알비온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영리한 놈이었다.
마누스는 그런 알비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오늘의 파트너는 이 녀석이다. 아나이스.”
“두 사람은요?”
“숙련된 조교.”
여차하면 나설 테지만, 직접 관여하진 않을 예정.
마누스는 알비온이 가져온 마석을 분배해 흡수할 예정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갖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아덴에게도 나눠 주면 돌아오는 몫은 얼마 없겠지만, 일단은 그 정도로 만족해야지.
이번 노가다의 목적은 알비온의 성장, 그리고 아나이스의 폭렙이었으니.
마누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매달며 말했다.
“각오는 됐겠지? 학생회장 후보.”
“-네. 물론이죠.”
아나이스의 눈동자가 열정으로 빛났다.
스스로의 힘으로 탑을 오른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발상이었다.
탑은 위험했고, 항상 그녀를 사지로 몰아간 곳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과 눈을 마주친 알비온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능력을 쓰니?”
“회복 마법, 그리고 버프 마법이다.”
“직접적인 전투 마법은요?”
“그건 시험해 봐야겠군.”
사실 마누스는 이미 알비온의 성능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리 알려 주면 재미없지.
알비온의 능력치에 기대서 전투를 치르려 할 수도 있었기에 알려 주지 않았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커 버릴 줄은 몰랐으니까.
지금이라면 알비온 홀로 저층 파수꾼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아나이스에겐 더더욱 비밀에 부칠 수밖에.
“알비온, 실전을 경험하고 와라. 훈련이다.”
알비온이 작게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격해 보이지만, 실로 상냥한 주인.
사역마는 주인을 돕는 생명체였다.
그런데 알비온은 여태 주인에게 도움만 받아 온 것 같았다.
아버지처럼, 아낌없이 자신을 위하는 존재.
그간 받아 왔던 것을 갚을 날이 왔다.
마누스는 알비온의 생각을 읽은 듯, 미소 지으며 사역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출발하지.”
“네.”
그들은 적당한 층을 잡아 탑 안으로 사라졌다.
탑 로비에는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소리만 가득했다.
#3
다음 날.
아나이스는 당당하게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에머슨을 제외한 A반 모두가 그녀를 내심 걱정했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다.
알아서 돌아오겠지.
그녀도 일단은 학생 신분이니, 매일매일 빠지는 건 불가능하겠지.
A반 학생들은 오늘따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 피어슨은 남들과 다른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마누스 선배가 알아서 하겠지만…….’
놀라운 건, 마누스는 등교했다는 사실이다.
둘이 같이 탑으로 떠났다면, 한 명만 돌아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설마 잘못된 건 아니겠지?
피어슨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가 잘못된다면, 마누스 선배라도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기에 일어날 일은 희박했지만…….
그는 꿀꺽, 침을 삼키며 다짐했다.
‘아무래도 찾아가서 물어봐야겠어.’
피어슨은 마음을 굳히고 어서 쉬는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앞에서 무어라 떠드는 교수님의 말이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나이스, 잘하고 있는 거겠지?
걱정이 점점 커져, 비극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피어슨은 애써 고개를 저어 부정적인 생각들을 털어 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심력을 쏟을 필욘 없겠지.
‘그나저나, 얘들은 탑에 올라가긴 할까?’
그러다 마주치면 어쩌나?
이런 분위기에도 탑에 올라가고 싶진 않을 거다.
아니, 어쩌면 분기탱천한 케일이 올라가자고 할지도 모르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려나.
피어슨은 조용히 눈치를 보며 수업을 끝마쳤다.
기대했던 쉬는 시간이 돌아왔고, 그가 마누스를 찾아 나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을 때였다.
“잠깐 주목해 주세요-.”
1학년을 담당하는 조교가 등장했다.
평소 연구실에서 썩고 있는 그들이 등장했다는 건, 아카데미의 진짜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거겠지.
그들은 한 뭉텅이의 유인물을 들고 학생들을 바라봤다.
언뜻 보이는 곳엔, [학생회장 후보 신청서>라고 적혀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