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Guide fo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51
엔딩을 위한 아이돌 안내서 151화
백도하의 응급실 사태가 올라가고 이틀 뒤.
병원에 재방문한 백도하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고 나서야 팬들의 아우성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물론 스타더스트에서 팬들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도 있었지만.
그 사이 하루 종일 쏟아지는 셈페르 멤버들의 위스더 메시지 덕분이 컸다.
현생을 살다가 문득 확인한 휴대폰에 와 있는 위스더 메시지 하나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작은 기쁨을 가져온다.
하지만 그게 휴대폰을 확인할 때마다 쏟아진다면 당연히 조금 더 큰 기쁨이다.
[진짜 도윤재 : 지금 저 밥 먹고 백도하 감시하는 중] [진짜 도윤재 : 혹시 몸에 안 좋은 거 주워 먹진 않나 보는 중이요] [진짜 도윤재 : 아 맞아ㅋㅋㅋㅋ 간식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진짜 도윤재 : 혈당 스파이크 조심해야 하니까요] [진짜 도윤재 : (백도하가 든 음료수를 심각하게 확인하는 이해빛과 최현 사진)] [진짜 도윤재 : ㅋㅋㅋ 셈페르에 성분 확인하는 사람 한둘이 아니라서]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에.
평소와 다름없는 이야기들.
각 멤버들이 찍어 보내는 사진들에는 평온해 보이는 백도하와 백도하를 신경 쓰는 멤버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그런 정성 어린 메시지에서 플로아들도 점점 안정을 찾았다.
플로아들도 알고 있었다.
백도하가 아팠고, 컴백 직전에 정신없는 스케줄 틈에서 이렇게 위스더 메시지를 보내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셈페르는 팬들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매사 다정하게 굴었다.
[햇빛 아니고 해빛 : 여러분 오늘도 고생했어요. 잘 자요] [햇빛 아니고 해빛 : 도하는 벌써 잠들었어요.] [햇빛 아니고 해빛 : (미소 지으며 손 흔드는 이해빛 셀카)] [11월은튤립구근심는달 : 긴장이 되긴 하지만, 다들 열심히 준비했어요.] [11월은튤립구근심는달 : 이번에 타이틀곡을 같이 작업했거든요. 플로아들이 듣고 좋아해 주면 기쁠 것 같아요.] [플로아반 반장???? : (검은 부스러기 사진)] [플로아반 반장???? : 블랙홀 볶음이라고요…?] [플로아반 반장???? : 도하가 알려준 대로 한 스크램블 에그인데요…….]걱정시켜서 미안하다, 하지만 믿어 주니 힘이 난다.
우리는 괜찮으니 다들 마음을 좀 놓아도 된다.
대놓고 말하진 않았더라도 플로아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팬들이 걱정을 털어 버린 건 백도하가 틈이 날 때마다 보내는 장문의 위스더 덕이었다.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플로아들 아침 인사가 너무 늦었죠ㅠㅠ..! 회사 올 일이 있는 바람에 아침에 바빴어요 ㅠㅠㅠ 저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역국에 밥 먹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었어요!! 점심은 형들이랑 샐러드 먹기로 했는데 저는 현미밥도 같이 먹어요ㅎㅎㅎ 약 먹어야 돼가지구..]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샐러드와 현미밥 사진)]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약은 먹었어요!! 그리구 지수 형네 어머니가 보약 보내 주셔서.. 약 다 먹으면 먹으려구요]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쓴 거 잘 못 먹어요 ㅠㅠㅠ 그래도 저 건강하라구 보내주신 거니깐요..]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맞아요ㅠㅠ 그래서 다음 달부터 운동 다니려구요!!!]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어 근데… 저 닉네임 왜 이래요 ㅠㅠ??] [????셈산 복숭아 당도 최고???? : 아 윤재 형이 저 잘 때 바꿔놨대요 ㅠㅠㅠㅠ]꼬박꼬박 오늘은 뭘 했는지, 뭘 먹고 약은 챙겨 먹었는지, 몇 시에 잘 건지.
구구절절 하루의 일과가 전부 들어 있는 위스더였다.
심지어 회사에서 백도하에게 쉬는 게 어떻겠냐고 계속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도 위스더를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스타더스트를 지탄하던 플로아들도 점차 생각을 바꾸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우리 애들이 괜찮다는데 더 욕할 생각 하지 말고, 다가오는 빅 이벤트에 대한 얘기나 더 하자고.
새 미니 앨범 .
공개까지 고작 3일 남은 시점이었다.
* * *
“윤재 씨가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신 걸까요?”
필립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의아한 낯을 했다.
오후 스케줄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매니지먼트 팀에서 셈페르를 담당하고 있는 필립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매니지먼트 팀 사무실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던 필립은 꽤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로 안내했다.
“무슨 큰일은 아니죠?”
“네, 그냥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혼자 올 정도면 조용히 부탁하고 싶은 거예요?”
꽤 섬세하게 돌아오는 반응에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혼자 올라온 건 그냥 연습 쉬는 시간에 쇠뿔도 단김에 빼려고 올라온 것뿐인데.
‘물론 이해빛이 같이 가자고 하긴 했지만.’
예전에 멤버들과 상의 없이 마케팅팀에 달려갔던 전적이 있어서인지, 잠깐 매니지먼트 팀에 다녀온다는 내 말에 이해빛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슨 일로 가는 건지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지.
원래 뭔가 진지한 뉘앙스로 얘기를 할 때는 혼자 있는 게 편해서, ‘같이 가 줄까?’하고 수십 번 말하는 이해빛을 말리는 게 일이었다.
같이 가도 된다는 걸 혼자 온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게 조금 피곤했지.
그때 필립이 나에게 컵을 밀어 주며 입을 열었다.
“둥굴레차예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 안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
그 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나름 자주 갖는 티타임이 떠오르기도 하고…….
[도움!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김도움을 생각하니 김도움이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니까?!]‘……미친 건가.’
나는 대충 눈짓으로 창을 치우곤 다시 필립을 응시했다.
필립은 둥굴레차만큼이나 따뜻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덧붙였다.
“아티스트가 매니저를 건너뛰고 면담을 요청하는 게 흔치 않은데. 한 번 들어 볼까요?”
나도 가벼운 일이었다면 그냥 매니저한테 말했겠지.
하지만 오늘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쓰러진 백도하 때문에 모두가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넘어간 일에 대한 거였다.
내 나름대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에, 팀장과 대화를 해 보고 싶었다.
“저희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게 어떨까 해서요.”
내 말을 듣자마자 필립이 뭔가 깨달았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그, 지수 씨 얘기는 들었는데. 안 괜찮아 보여요?”
필립은 심각해진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
백도하와 연지수 중 누가 더 심각하냐 저울질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연지수가 보인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 연지수는 쉽사리 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김이 피어오르는 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아서요.”
응급실의 밤 이후 연지수는 평소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몇 달을 같이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시원한 미소와 쾌활한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왠지 조금 미지근하고 덜 활기찬 느낌이랄까.
말수도 조금 줄었고, 멍하게 허공을 보는 시간도 길어졌다.
중간중간 MSG를 치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던 연지수가 멘탈이 불안정하니 다른 멤버들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저 멤버들끼리 얘기하고, 속사정을 푸는 것만으로도 연지수가 괜찮아진다면 심리 상담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라우마라는 건 고작 누구의 한마디 위로로 해결되는 가벼운 게 아니다.
‘내가 제일 잘 알지, 그건.’
라이커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막히고 속이 울렁거렸던 나도 그 증상이 완화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는 연예인에게는 악플 하나도 비수로 꽂히는 법이다.
심지어 이 업계가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니.
트라우마를 가지고 정글 같은 연예계를 버텨 내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러니까 연지수에겐 도움이 필요했다.
전문적인 도움이.
“저희 쪽에서 먼저 신경 썼어야 하는 문제인데, 안일했네요. 어차피 연예계 생활을 하면 멘탈 케어는 중요하니까…… 최대한 빨리 추진해 볼게요.”
다행히 필립은 내 말이 다 맞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추진할 거라고 생각해서 말을 꺼낸 거긴 하지만, 바로 긍정의 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이 회사 진짜 이상하네.’
보통 이런 판에서 이 정도로 신경 써 주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필립은 뭔가 곰곰이 생각하며 테이블을 손톱 끝으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나는 따뜻하고 고소한 둥굴레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의례적인 인사말을 덧붙였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고맙긴요. 저희가 준비를 먼저 해 뒀더라면 좋을 텐데……. 아티스트의 건강은 몸과 마음 둘 다 중요하니까요. 저희가 상담 준비하기 전까지는 멤버들이 잘 지켜봐 주세요.”
“당연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나를 바라보는 필립의 표정은 잔뜩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이었지만 뭐.
자주 들여다보는 것 정도야 셈페르에서 할 일이니까.
‘제일 가까운 사이니까, 지금은.’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는 그때, 눈앞에 스팸 메시지가 떠올랐다.
[도움! 추천 亼☜킬 업ㄷㅔ0i트!✻] [도움! 신선한 亼킬 ➸ ⨠ㅈㅣ금 ❧ㅂㅏ로 만ㄴr보ㅅㅔ요 ⨠]‘아, 스킬 상점.’
지금 당장 연지수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순 없더라도, 조금의 안정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내 마음은 고요한 호수 (B)](패시브 스킬) 사용자의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상태창에서 스킬 ON/OFF가 가능합니다.
내가 이미 한 번 버린 적 있었던 스킬, ‘내 마음은 고요한 호수’.
스트레스 수치가 급상승했던 위험한 상황에서, 이 스킬이 있었다면 하고 바랐었다.
연지수에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빠르게 결정했다.
‘연지수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면 좋겠는데.’
구매부터 선물까지는 고작 5초도 안 걸린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보며 연습실로 향했다.
[도움! 스킬 ‘내 마음은 고요한 호수’가 ‘연지수’에게 적용되었습니다.]* * *
숙소로 들어서며 나는 연지수의 얼굴을 힐끗 살폈다.
‘제대로 적용이 된 건가, 안 된 건가.’
왠지 애매하게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평소랑 다름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남의 표정 파악하는 데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표정이 많은 연지수다 보니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다.
“우리 윤재, 왜?”
시선을 느꼈는지 연지수가 평이한 어조로 물었다.
보통 같으면 물결표가 붙은 말투였을 텐데, 아직 안 괜찮은가.
“아니에요, 그냥.”
연지수는 픽 웃고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먼저 신발을 벗었다.
그 뒤로 하선우와 이해빛, 최현이 하루 종일 긴장하느라 굳어 있었던 뻣뻣한 어깨를 풀며 따라 들어섰다.
그걸 보고 있으니 왠지 나도 잊고 있던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요새 왜 이렇게 하루가 긴 것 같냐.’
누가 먼저다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소파에 몸을 묻으며 지친 한숨을 몰아내던 그때.
마지막으로 들어선 백도하가 소파에 앉지도 않은 채 우뚝 섰다.
뭔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 마냥 비장했다가 갈등하는 표정으로 바뀌길 수십 번.
결심했는지 백도하가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저, 형들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요…….”
“응, 도하 할 얘기가 뭔데?”
반쯤 눈을 감은 최현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백도하의 표정을 보아하니.
‘……설마, 그건가?’
백도하는 비장하게 입을 연 것과 반대로 우물쭈물 입을 달싹였다.
순간 편하게 들을 만한 내용이 아닐 거라는 직감이 섰다.
나는 몸을 반듯하게 세우고 백도하를 지그시 응시했다.
“뭔데.”
내 시선에 백도하가 입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위더원에 협박받고 있어요…….”
뭐, 협박?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