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20)
20화
국민 아이돌 시즌1의 성공을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꿈꾸며 런칭된 국민 아이돌 시즌2.
시즌1의 마지막 회 최종 순위 발표식 장면과 함께, 시즌1을 통해 데뷔한 ‘에브리걸’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망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
방송이 시작되자 강당에 모인 연습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 진짜 시작한다!”
“대박, 우리 방송 나오는 거야?”
옆에서 끝없이 떠들어대는 부씨 형제의 만담을 들으며 나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어떤 편집을 당하던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괜히 인상이라도 찡그렸다가, 어떤 장면에 붙어서 나갈지 몰랐다.
그럴 바에야 평온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게 낫겠지.
그 순간 시즌2의 참가자 77명의 60초 자기소개 영상이 화면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저는 YM의 3년차 연습생…
-강아진이라고 합니다.
-유진킴입니다.
다들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탄식 섞인 괴성을 질러댔고.
“아진아! 나 방금 지나간 거 봤어?”
“니가 아니라 나였어 부지훈.”
“아니 틀림없이 나였어. 이 바보야.”
“린아 이 바보한테 눈이 삐었는지 물어봐 줄래?”
“둘 다 시끄…”
-필승! 슈퍼 솔져! 캡틴 코리아 선우린 입니다!
왠지 다른 연습생에 비해 나만 더 길게 나온 것 같았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크흫크흐흐흐흫”
“풉, 아 죄송해요. 형 그게 아니라 크흡.”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다행히도 다음에 바로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며 나는 간신히 평정심을 지킬 수 있었다.
화면 속에 첫 촬영 날 보았던 세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와, 저게 벌써 한 달 전이라니.”
“저 때 진짜 긴장 많이 했었는데.”
연습생들이 첫 촬영 때의 감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77개의 의자와 함께 텅 비어있는 세트.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한 무리의 연습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들어온 연습생들은, 심사위원 레오의 소속사이자 단체곡의 센터 박한휘가 속해있는 AX엔터의 연습생들이었다.
“우와 한휘형 우리 나왔어요!”
“대박!”
화면이 전환되더니, 단체곡에서 박한휘의 엔딩장면이 짧게 지나갔다.
‘역시 처음부터 대놓고 밀어주는군.’
나는 멀리서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박한휘의 모습을 잠시 확인하고, 이내 다시 방송 화면에 집중했다.
박한휘의 소속사를 시작으로 여러 소속사의 이름이 스치듯 지나가며 77개의 자리가 하나씩 채워지고.
위천우, 우정우를 비롯한 몇몇 연습생만이 카메라에 잡혔다.
‘등장부터 아예 나오지도 않는 연습생들도 많구나.’
자신의 입장 차례가 지나가 버린 연습생들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러다 우리도 아예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에이. 여기 A등급 아진이랑 린이도 있는데. 우리는 무조건 나오겠지.”
부씨 형제가 말하기 무섭게 화면에 우리 네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와! 우리 나온다!”
“엄마, 저 드디어 티비에 나왔어요. 흑흑.”
화면 속에서 서로 장난을 치는 부씨 형제의 모습이 한번 지나가고.
샤라랄라라라-
갑자기 샤뱡한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화장품 광고의 모델처럼 뽀샤시한 효과를 받으며 해맑게 웃고 있는 강아진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귀여워!”
“우윳빛깔 강아진!”
강아진과 친해진 연습생들이 외치는 환호에 강아진이 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일 때.
드디어 내 개인 샷이 화면에 잡혔다.
그런데 등장 배경음이 심상치 않았다.
멸공의 횃불 아래-
군가와 함께 저 날 짧게 머리를 밀었던 내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충성!”
“역시 캡틴 코리아!”
여기저기서 장난 섞인 리액션이 들려오고.
하필 저 때 어떤 능력치를 올릴지 고민하던 때라 지나치게 무표정인 얼굴이 잡혀버렸다.
물론 무표정이 아니었더라도, 잔인하게 강아진과 나를 번갈아 가면서 잡아준 카메라 때문에.
“이거 미녀와 야수, 아니 미소년과 야수 아니야?”
“하하하. 둘이 갭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강아진과의 비교 때문에 나는 시작부터 더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등장해 버렸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자꾸 내 얼굴 잡힐 때마다 군가가 나오는 건데?”
우리의 등장 장면이 지나간 이후에도 내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군가가 흘러나왔다.
제작진 측에서 나에게 씌우려는 컨셉이 뭔지 너무 확실하게 보였다.
‘이거 괜찮은 건가?’
군인 컨셉을 다들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이 안 갔다. 물론 아무런 컨셉도 없이 방송에 안 나오는 것보다야 좋았지만.
“저는 군가 나오는 거 멋있고 좋은데요? 남자답고 멋있어요!”
그때 강아진이 나에게 칭찬의 말을 던졌다.
‘너야 등장할 때마다 샤랄라한 음악이 나오니까 당연히 다 좋게 보이겠지!’
“그런데…”
갑자기 부지석이 화면 속의 내 얼굴과 나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린이는 저 때보다 지금이 훨씬 잘생겨 보이는데?”
예리한 부지석의 말에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외모 능력치를 3번이나 올렸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때.
“머리도 자라고 전역하고 시간이 지나서 그런 거 아닐까요? 린이형 저 때보다 피부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화면빨을 못 받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근데 확실히 지금이 더 잘생겨진 것 같긴 하네. 원래 전역하면 잘생겨지나?”
강아진과 부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 부지석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별말 하지 않고 넘어갔다.
‘다음부터는 외모를 올릴 때 생각 없이 올리면 안 되겠어.’
지금이야 오디션 중이고 항상 합숙소에 있으니 혹시나 성형 의혹이 생기더라도 쉽게 반박할 수 있지만, 나중에 오디션이 끝나고 외모 능력치를 올릴 때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점 의자가 채워지는 모습이 보이며 방송이 흘러갔고.
마지막으로.
드디어 등장! 이라는 느낌으로 유진킴이 세트장 안으로 들어왔다.
-와! 연예인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팬입니다!
-등장하는데 입이 떡하고 벌어지더라고요.
-유진킴이 여기 왜 나온 거지? 이런 생각?
마지막으로 말한 연습생은 살짝 실수한 것 같은데.
본인도 그걸 느끼는지 실시간으로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있었다.
그리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누가 저렇게 성의 없게 말을 내뱉은 거지? 하고 화면을 바라보니.
‘나네?’
자막까지 ‘–유진킴 연습생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라고 적혀있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형 진짜 저렇게 말하셨어요?”
“아니…”
나도 내가 저런 말을 했나 헷갈려서 생각해보니.
원래 질문은 ‘오늘 무대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정도의 질문이었던 것 같았다.
뒤에 덧붙여서 ‘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정도의 말을 했었는데.
‘저걸 저렇게 떼어서 붙여놓다니.’
물론 모르는 게 잘못은 아니고, 사실 진짜로 모르는 상태이긴 했는데.
저 말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뷰했던 말이 이리저리 잘려서 편집될 건 예상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뭐 이 정도는 약과인 건가.’
앞으로 인터뷰 때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부정적인 말은 아예 하지를 말아야지.
그렇게 유진킴에 대해 잘 모르는 내 옆으로 유진킴이 다가와 앉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자리가 전부 채워졌다.
그리고 이제 심사위원들이 등장하고 등급평가 무대가 시작될 차례였다.
***
“민아, 방에서 뭐 하고 있어?”
“응? 잠깐만!”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황급히 국민 아이돌 시즌2를 틀어 논 화면을 다른 창으로 변경시켰다.
“공부하고 있어?”
“응, 인강 듣고 있어.”
“오늘 너희 오빠 출연한 방송 한다는데, 나와서 채널 좀 찾아봐라. 할머니는 무슨 채널인지 도무지 못 찾겠다.”
“알았어, 잠깐만!”
나는 모니터를 끄고 거실로 나와 할머니의 옆에 앉았다.
“너는 오빠가 방송 나오는데, 정도 없이 방안에서 공부만 하고. 오빠가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 같이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아 할머니, 잔소리 좀 그만해!”
나는 할머니의 잔소리를 막기 위해 빠르게 뮤직넷 채널을 틀었다.
화면에는 큰 세트 안에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 사람들 중에 린이가 있어? 할머니는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이네.”
“응 저기 안에 있는데. 아마 화면에 잘 안 나올 거야. 오늘은 아예 안 나올 수도 있고.”
“그래…?”
77명의 연습생 중에 오빠가 화면에 잡히면 얼마나 잡히겠는가.
할머니의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기대하면서 봤다가 오빠가 한 장면도 안 나오는 것보단 이렇게 미리 말하는 게…
“민아, 저기 린이 나온다!”
“어? 정말이네?”
다행스럽게도 오빠 무대가 1화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곧 예고편에 잠깐 등장했던 오빠의 ‘재채기’ 무대가 시작되었다.
“저기 린이 옆에 있는 애는 참 귀엽게 생겼네.”
“누구? 강아진?”
“쟤가 누군지 이름을 어떻게 알아?”
“바…방금, 자막에 나왔잖아.”
“그래?”
‘선우민! 그냥 입 다물고 있어, 이 바보야!’
내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을 때.
“그런데 우리 린이는 언제 노래 부르나?”
“근데 할머니. 그걸 꼭 봐야겠어?”
“뭔 소리 하는 거야? 당연히 봐야지!”
“아, 알았어…”
그래 봐라, 봐!
내가 반쯤 포기한 채 무대를 보고 있을 때.
-우리, 오늘 만날까…? 에취!
-우리, 오늘 만날까…? 에취!
-우리, 오늘 만날까…? 에취!
정확히 세 번 반복되어서 나왔다.
멀리서 한번, 클로즈업 한번, 사람들의 반응까지 총 세 번.
오빠의 등장에 신나 보이던 할머니는 갑자기 말이 사라졌고.
슬그머니 나에게 물어보았다.
“민아, 원래 아이돌인가 뭔가가… 다 저런 건가?”
“아니. 다 그런 건 아니고… 오빠도 나중에 멋진 것도 할 거야.”
“그래?”
그리고는 또 한참을 말이 없던 할머니가 오빠의 무대가 끝나고, 한동안 다른 연습생들만 화면에 잡히니 다시 나에게 말했다.
“크흠, 이제 우리 린이는 안 나오나?”
“아무래도 무대 끝났으니까, 한동안은 안 나오겠지?”
“아이고, 요즘 애들은 뭐 이런 걸 재밌다고 보는지. 할머니는 이제 들어간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혹시 할머니가 충격받았나?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에 잠시 걱정했지만.
“어어. 자는가? 너무 늦었지?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손주가 방송에 출연해가지고… 국민 아이돌이라고 젊은 애들이 아주 죽고 못 산 데… 그치 아이돌이 대세라나 뭐라나… 아니 아직 데뷔한 건 아니고! 에이 뭘 벌써 축하해…”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티비를 끄고 방 안으로 들어가 다시 이어폰을 꼈다.
그리고 한번 심호흡을 한 뒤에 방송 반응에 대해 찾아보았다.
‘이게… 다 오빠 얘긴가?’
예고편이 나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등장할 때 군가 나오는 거 뭐냐고 ㅋㅋㅋㅋㅋ
-혼란을 틈타 슬그머니 영업 나왔습니다. 다들 고무신 걱정 없는 우리 군필 연습생 린이한테 투표하세요!
-아니 재채기 저 장면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거냐 ㅋㅋㅋㅋ 저기 연습생들 표정=내표정 ㅋㅋㅋㅋㅋㅋ
-강아진이랑 선우린이랑 비교되는 게 너무 웃겨 ㅋㅋㅋ 진짜 둘이 온도 차이 대박 ㅋㅋ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부정적인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아, 또 PD픽으로 실력 없는 애 밀어주는 거 나만 보임?
-컨셉도 구리고 재미도 없는데 ㅅㅇㄹ 왜 자꾸 언급되는 거?
-얘는 뭔데 실력도 없는데 자꾸 분량 주냐?
주로 실력에 대한 비판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비판들이 올라오자 바로 밑에 진압 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응 선우린 실력 타령하는 애들 = 팀배틀 방청 떨어져서 못 본 애들
-여기 팀배틀 후기 보고 와(스포주의)
그런데 갑자기 서로 싸우던 댓글들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어느 순간 게시판이 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
-얘들아 여기 선우린 60초 자기소개 영상 가져왔음 ㅋㅋㅋㅋㅋㅋ 다들 이거 꼭 봐! 나 보고 개쪼갬 ㅋㅋㅋㅋㅋㅋ
└이게 뭔데? 선발대 출동합니다!
└선발대 다녀왔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효과 확실하네! ㅋㅋㅋ
나는 글을 보자마자 생각했다.
이 영상이 퍼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제발, 이 영상이 퍼지는 것만큼은… 캡틴 코리아만큼은…’
그렇게 정신없이 댓글들에 비추를 누르던 나는.
어느 한 댓글을 본 순간 갑자기 사고가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선우린 자기소개 영상 글마다 통한의 비추1씩 달린 거 개웃기네?ㅋㅋㅋ 혹시 선우린 본인 아니냐? ㅋㅋㅋㅋ
‘오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