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위어스 4월 13일 데뷔 쇼케이스 확정!]“그… 내가 잘못 본 것 같은데. 이거 날짜 13일 맞아?”
“제대로 보신 게 맞아요.”
박한휘가 기사에 적혀 있는 날짜를 보며 떨떠름하게 말하자, 옆에서 유진킴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낌새도 없었는데.
원래 이렇게 컴백 날짜가 하루아침에 2주씩이나 앞당겨지고 하는 게 정상인 건가?
“그럼 우리… 블루레드 컴백날 같이 앨범 나오는 거예요?”
“그… 그러네?”
사실 단순히 일정이 당겨진 것 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확히 블루레드의 컴백 날짜를 저격한 듯한 쇼케이스 일정.
위어스와 블루레드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 성사되자, 온갖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초대형 아이돌 그룹의 맞대결. 초특급 신인 위어스와 다시 한번 왕좌를 노리는 블루레드의 컴백 전쟁.] [블루레드와 위어스 같은 날에 맞붙는다? 태운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 [블루레드 컴백 저격한 위어스? 위어스 측‘일정은 계획대로 진행. 다른 의도는 없다.’] [느슨해진 가요계에 긴장감을 주는 행보. 신인 위어스의 이유 있는 자신감.]완전히 외통수였다.
기사만 보면 이미 위어스가 블루레드의 컴백을 노리고 데뷔 일정을 잡은 게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이래도 되는 거 맞아요?”
강아진의 한마디에 조용했던 숙소 내부가 혼돈으로 뒤덮여 버렸다.
“블루레드 컴백이랑 같은 날 데뷔라니…!”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헣.”
조용히 중얼거리며 쉴새 없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백시현과 소파에 앉은 채로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박한휘의 모습이 보였고.
“다시 한번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 깨어날지도 몰라요. 여러분 저는 자러 갑니다. 안녕… 으악!”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심성하를 붙잡아 소파에 앉히고는, 다른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자, 다들 집합!”
내 말에 제각각 떠들고 있던 멤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문 채로 한자리에 모였다.
“일단 침착하자. 어차피 우리가 여기서 떠든다고 해서 이미 기사까지 난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겨우 멤버들을 진정시켰을 때. 갑자기 숙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매니저 형이다!”
겨우 진정시켰던 멤버들의 상태가 다시 혼돈으로 변하는 데는 단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매니저의 귀환에 우리가 흥분해 있을 때. 하루 만에 10년 정도는 늙어버린 것 같은 매니저가 힘없이 거실을 향해 걸어왔다.
“어…?”
“괜… 찮으세요?”
매니저가 오자마자 잡아서 심문할 것처럼 굴었던 멤버들이지만, 심상치 않은 매니저의 상태에 다들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매니저를 바라볼 때.
“그, 다들 기사로 봤지?”
“네에…”
“워낙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미리 알려줄 수가 없었어.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사과를 하자, 멤버들이 허둥지둥 대며 말했고.
“혹시 왜 이렇게 됐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어지는 유진킴의 말에 매니저는 길게 한숨을 푹 내쉰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사건의 개요는 이러했다.
그저 인상 좋은 아저씨인 줄만 알았던 위어스의 소속사 대표. 그가 블루레드의 기사를 접한 것으로부터 말이다.
“그러니까, 대표님이 극대노 하셨다고요?”
“극대노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화가 많이 나셨었지.”
블루레드의 태운이 위어스를 비하했다는 소식을 들은 대표가, 전 직원 총동원령을 선포했고.
‘우리 위어스의 데뷔 일정은 블루레드인지 블루데빌인지, 그 양아치 놈들 컴백날이랑 동시에 진행합니다.’
대표의 충격적인 선언에 직원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단 한마디로 모든 걸 정리하셨지.”
‘자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확실하게 투자해서 꼭 블루레드를 짓밟아라.’
“와… 저희 대표님이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무슨 재벌 2세라도 돼요?”
우리의 물음에 매니저가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이 대답했다.
“재벌 2세는 아니지만, 재벌가 사람이긴 하지. CL그룹 회장의 조카니까.”
“미, 미친…”
“그 아저씨… 가 아니라 대표님이 재벌가 사람이었다고요?”
대표의 충격적인 정체에 멤버들이 경악하며 말했고.
“확실히 재벌가 사람이면…”
“뭐 블루레드가 선배 그룹이든 뭐든 신경 안 쓸 만 하네요.”
‘결국 기사에 써있는 내용이 사실이었네…’
위어스가 블루레드의 컴백을 노리고 데뷔 일정을 바꿨다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결국 진실일 줄이야.
“어쨌든, 데뷔 일정은 그럼 확실히 정해진 게 맞네요.”
“그렇지…”
내 물음에 매니저가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고.
“그럼 앞으로 저희 데뷔 준비는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침울한 분위기 속에 강아진이 순진한 얼굴로 질문했다.
“어떻게 되기는… 그냥 반쯤 죽었다고 생각해야지.”
예산이 얼마가 됐든, 투자를 얼마나 더 해주든, 결국 물리적인 시간은 2주나 줄어든 상태였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해도, 준비 시간을 늘릴 수는 없으니…
‘한동안 죽어 나겠구만.’
나는 대략적인 컴백 일정들을 계산해보다 어느새 창백해진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했다.
“괜찮아요. 한 일주일 정도는 안 자도 사람은 안 죽더라고. 다들 죽을 정도로… 아니 죽기 직전까지만 열심히 해봐요!”
너희가 뽑은 리더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일정이 촉박하다고 해서, 모든 게 생각대로 착착 이루어지진 않았다.
가장 첫 번째로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바로.
타이틀곡 선정이었다.
“아악!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 누가 제 귀 좀 봐주세요!”
“글쎄 멀쩡한 것 같은데.”
“소리 지를 기운이 있으면, 저기 구석에 가서 100번만 더 듣고 와라 성하야.”
A&R팀에서 우리에게 타이틀곡 선정에 대한 선택권을 넘기고.
처음 5곡 정도의 데모를 받았을 때만 해도, 곡 선정이라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인지 미처 알지 못했었다.
지금 와서야 생각해 보지만, 이제 데뷔하는 신인인 우리에게 곡 선정에 대한 권한을 넘긴 건 어쩌면.
‘만약에 블루레드보다 성적이 안 좋으면 책임 회피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든 블루레드를 이겨야 한다는 대표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난 이후.
A&R팀에 가해진 압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예상되긴 한다.
아마 하루하루가 지옥 같지 않았을까…
결국 부담감을 느껴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우리를 아티스트로서 존중해서 그랬는지. 물론 전자에 더 가까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타이틀곡에 대한 선택권이 우리에게 넘어왔고. 그건 꼭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건 좋은 거지. 그 과정이 좀 많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나는 연습실 바닥에 죽은 듯이 엎어져 있는 심성하와 백시현을 보며 유진킴의 옆으로 다가갔다.
“결정했어?”
“형은요?”
“나는… 2곡 때문에 고민 중.”
“저도요.”
아마 유진킴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3번 4번?”
“네, 맞아요.”
이번 앨범에 수록될 신곡은 총 4곡.
사실 A&R팀에서 5곡을 우리에게 넘겼다는 것은 이미 거르고 거른 곡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5곡 중에 어떤 곡 자체가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지만.
“일단 무난한 노래는 제외하고.”
문제는 우리가 블루레드와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데에 있었다.
‘결국 단번에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곡을 골라야 한다는 건데.’
1, 2번 곡은 타이틀곡 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게감이 떨어졌고.
5번 곡은 노래는 괜찮았지만, 장르가 블루레드와 겹치는 힙합 베이스라는 것이 걸렸다.
결국 남은 것은 3번과 4번.
“3번은 노래 자체가 좋긴 한데, 곡 자체의 임팩트는 좀 떨어져요. 그리고 4번은 임팩트는 정말 강렬한데, 너무 실험적이에요.”
유진킴의 말대로였다.
두 곡이 각자 장단점이 너무 뚜렷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럴 때 특성 상점의 도움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선곡 능력에 도움이 되는 특성은, 최소 2포인트부터 시작이었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 포인트는 단1 포인트.
단 1포인트로는 얻을 수 있는 특성들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그나마 ‘날카로운 직감’이라는 특성이 눈에 띄었지만, 너무 애매한 설명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A&R팀 이 악마 같은 놈들. 이걸 우리한테 고르라고 주다니… 시간이라도 좀 넉넉하게 주던가.’
결국 내 머릿속에는 이렇게 촉박한 일정을 정해버린 회사에 대한 증오심만 더 추가되었고.
‘어쨌든 오늘 안에 정하기는 해야 하는데…’
점점 정각을 향해 달려가는 시곗바늘을 보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자,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야.”
단호한 내 말에 멤버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들 몇 번 곡으로 생각 중인지 말해줄래?”
“저는… 3번, 4번 둘 중에 하나요.”
“저도요.”
다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주저 없이 3번 4번 곡을 말했고.
“음, 그럼 두 곡 중에 한 곡을 선택해야 하는데…”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백시현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말했다.
“혹시 더블 타이틀로 가면 어떨까요?”
“더블 타이틀?”
“네, 두 곡 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아예 더블 타이틀로 가면…”
“그럼, 뮤직비디오는? 안무는 언제 익혀서? 지금 그럴 시간이 있어?”
“아…”
백시현에 말에 우정우가 쏘아붙이듯 대꾸하자 갑자기 연습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우정우도 자기가 말을 한 뒤에 아차 싶었는지,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백시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나쁜 의견은 아니었는데?”
“유진아…!”
우정우를 쏘아붙이듯 유진킴이 말하자, 박한휘가 애써 유진킴의 팔을 잡고 막아보려 했지만.
“계속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뭔데? 다른 멤버들이 니 기분까지 신경 써줘야 해?”
일촉즉발의 분위기.
사실 우정우의 이상한 기류는 오늘의 일만이 아니었다.
블루레드 사건이 있은 뒤부터 조금씩 평소보다 예민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오늘은 백시현까지 건드리며, 침착한 유진킴마저 폭발하게 만들었다.
일단 계속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우정우를 이 자리에서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때.
“미안해. 시현아, 그리고 다른 멤버들, 다들 미안해요.”
우정우의 사과에, 유진킴이 일단 참겠다는 듯 말을 멈췄다.
겨우 진정된 분위기.
하지만 단순한 사과로 앙금이 사라질 상황은 아니었다.
왜 우정우가 이런 상태가 됐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블루레드 때문이야?”
내 말에 우정우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침묵을 지켰고.
다른 멤버들이 그런 우정우의 모습을 보며 말없이 기다리고 있을 때.
“사실 오디션에 나가기 전, 첫 소속사에서 데뷔했을 때 블루레드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우정우가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했는지,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저는 정말 보잘것없는 신인이었고, 블루레드는 최전성기였으니까. 사실 블루레드는 저를 기억도 못 할 거예요. 당시에 음악 방송에 처음 나갔을 때였어요…”
우정우가 첫 번째로 데뷔했을 시절. 처음으로 음악방송에 나가 긴장된 마음으로 선배들의 대기실에 인사를 돌고 있을 때였다.
대기실 앞에 쓰여 있는 블루레드라는 이름이 보이고.
최정상급 선배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블루레드에 대기실로 들어간 우정우는. 힘차게 인사를 하고 블루레드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어, 안녕하세요.’
힘찬 인사와는 다르게 돌아온 것은 무신경한 대꾸.
그것까지는 아이돌의 선후배 문화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들어온 우정우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 그 신발…?’
“네?”
블루레드의 막내 태운이, 우정우의 신발을 가리키며 인상을 썼고.
우정우는 매니저의 신호에 따라 빠르게 대기실에서 벗어났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대기실의 문 앞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니, 누나! 내가 저런 떨거지 새끼들이랑 같은 신발을 신어야 해? 당장 가서 따른 걸로 바꿔 와! 어, 그건 버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대기실로 돌아온 이후에도 태운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우야, 블루레드 저 새끼들 성격 더러운 거 몰랐어? 이 바닥에 저런 애들 한둘이 아니야. 인기 없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뭐. 우리가 뭐 어떻게 하겠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당시 리더였던 형이 위로라고 해주었던 말이었다.
우정우는 리더 형의 말대로, 그 사건을 잊어보려 노력했지만.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 이후로 어떤 음악 방송을 가든, 블루레드는 우정우의 그룹을 철저하게 무시했고.
결국엔.
‘아, 우정우 쟤 때문에 우리 완전히 밉보였네.’
‘쟤는 왜 하필 그때 같은 신발을 신어 가지고.’
같은 팀 멤버가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애초에 그 신발도 우정우 본인이 고른 게 아니라 코디가 구해 준 신발이 아닌가.
그 사건 이후 우정우는 멤버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고.
결국 우정우의 그룹은, 어느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들이 그렇듯. 1집 활동 이후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예전 일이라서, 별로 신경 안 쓰인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마치고 나서, 우정우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우정우의 고백에, 마음이 약한 심성하와 강아진은 벌써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고.
유진킴도 뜻밖의 이야기에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은데.’
우정우의 사연을 들으니, 그동안의 우정우의 행동이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축 처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얘들아!”
내가 힘차게 말하자, 멤버들이 애써 슬픈 표정을 감추며 나를 바라보았고.
“계속 이렇게 축 처져 있을 거야?”
-‘리더의 카리스마’ 특성을 잔여 특성 포인트를 사용해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변경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메시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의 카리스마’ 특성이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변경되었습니다.
“뭐가 문제야? 정우 말대로 결국 인기가 없어서, 블루레드보다 못 나가서 그게 문제였다면…”
“이번에 우리가 블루레드건 뭐건 다 부숴버리면 되지.”
-미션이 생성됩니다.
-이번 활동에서 블루레드를 압도하는 성적을 거두세요.
보상: 특성 포인트 2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