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떨구고 있는 강소희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자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위기감.
‘빨리 생각해 내라 선우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사실 발언 자체가 크게 문제 될만한 발언은 아니었다.
오늘 본 무대 중에 최악이었어.
이 발언만 놓고 보면 국민 아이돌 시즌1, 2를 합쳐서 적어도 10번은 방송에 나왔던 말이었다.
애초에 이런 말이 문제가 된다면 김나희는 지금까지 방송에서 5번 정도는 하차했어야 했겠지.
그런데…
‘이러다 둘 다 욕먹겠는데.’
설마 내가 말하자마자 저렇게 눈물을 흘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잘해서 우는 것도 아니고, 무대를 망쳐놓고 심사위원의 독설 한마디에 바로 눈물을 흘리는 저 강소희라는 연습생도 절대 악플을 피해가지는 못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진짜 심사위원도 아니고 특별 심사위원 자격으로 여기 나온 1년 차 아이돌인 내가, 심사평으로 연습생을 울린 이 모습도 결코 좋게 평가받지는 못할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순간 고요해진 세트장의 분위기.
다행인 점이라면 뮤직넷이 지금 한참 잘 나가고 있는 국민 아이돌 시즌2 출신의 위어스 멤버를 악편으로 묻어버릴 일은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 장면은 어떻게든 방송에 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함께 들었다.
‘어쨌든 마무리라도 괜찮게 해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위로의 말을 생각하고 있을 때.
-특성 ‘찬란한 후광’의 효과로 당신의 말에 모두가 집중합니다.
-특성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리더의 채찍질’의 효과로 상대방이 당신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확률이 증가합니다.
‘아니 이건 왜 갑자기?’
뜬금없이 떠오른 상태 메시지에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나에게 안 좋은 신호는 아닌 것 같았다.
특성 덕분에 더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시선이 느껴지고.
나는 아직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강소희를 향해 이야기했다.
“강소희 연습생?”
“네… 넵!”
다행스럽게도 정신을 차린 채 내 말에 바로 반응하는 강소희였다.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 또렷한 눈빛으로 서서히 돌아오는 강소희의 모습이 보이고.
“작년에 저도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요. 사실 실력으로 제가 강소희 연습생에게 지적한다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긴 하네요. 그 당시에는 저도 정말 형편없었거든요. 여기 김나희 선생님이 그 증인이시고요.”
내가 약간은 장난스럽게 김나희를 바라보며 말을 하자, 김나희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순간 조금은 밝아진 세트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저는 이곳에 심사위원으로 나왔다기보단 여러분보다 1년 먼저 이 오디션을 경험한 선배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제가 강소희 연습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네요.”
그렇게 말한 뒤 나는 한번 숨을 내쉰 후에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보여준 무대는 이미 끝났으니까 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지우세요.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내가 이 오디션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세요.”
말을 뱉고 난 뒤 순간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정말 눈앞에 있는 사람의 미래가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안 좋게 끝나면… 그냥 흑역사 하나 더 생성하는 거지.’
어쨌거나 그냥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는 이게 내 솔직한 감상이긴 했다.
갑자기 눈물을 터트린 것 때문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무대를 보니 작년의 내 모습이 조금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눈앞에 있는 강소희라는 연습생이 결정할 문제니. 근데 제발 더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 넵! 앞만 보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순간 세트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강소희의 음성.
노래 부를 때보다 더 크게 울리는 것 같은데, 갑자기 득음이라도 했나.
-강소희가 각성 상태에 들어갑니다.
‘각성…? 겨우 이것 때문에?’
겨우 몇 마디 조언 좀 했다고 각성이라니, 이렇게 각성이 쉬운 거였으면 벌써 우리 멤버들도 전부 각성했을 텐데.
내가 상태창의 메시지를 보며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강소희의 각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강소희가 오디션을 통해 데뷔할 시 보상이 주어집니다.
‘소희야. 꼭 데뷔하자!’
나는 응원의 눈빛을 한껏 담아 무대에 서 있는 강소희를 바라보았다.
***
끝이 없을 것 같던 등급 평가의 무대가 거의 끝나가고.
“김수진연습생의 등급은… F등급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발표된 연습생의 등급은 F.
다른 연습생의 위로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가는 F등급 연습생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쨌든 끝났네.’
중간에 조금 곤란한 일이 있긴 했지만. 편집만 괜찮게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고.
그 이후로는 무척 조심하며 말했으니까. 아마도 별문제는 없을 거다…
그런데 다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지?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주변에 있는 심사위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자 자리를 벗어나던 심사위원들이 나에게 한 마디씩을 남기고 갔다.
“다음에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어쨌든 오늘 멋있었어요!”
“역시 연습생들 마음을 이해하는 건 연습생 선배인가 봐. 다들 린씨 조언만 듣고싶어하는 거 봤어?”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하는데 어떻게 안 빠져들겠어. 왜 위어스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오늘 다시 깨닫네.”
듣는 내가 낯 뜨거워지는 심사위원들의 칭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인엠씨 유동욱이 지나가며 내게 말했다.
“이거 린씨한테 엠씨자리 뺏기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내게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유동욱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는 강아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들 놀리는 것 같은데 말이야…”
“네? 놀리다뇨?”
“아니야.”
사실 나도 강소희 이후부터 어렴풋이 느끼긴 했다.
‘특성이 사기인건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연습생들. 한마디 할 때마다 돌아오는 그 반응들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사실 이 정도면 직업을 종교인으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잠시 들었을 정도.
‘그래도 앞으로 조언이랍시고 떠들지 말아야지.’
괜스레 분위기에 휩싸여서 오디션 중에 몇 마디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무척 낯 간지러운 말들이었다.
제발 방송에는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일단 가자.”
“네!”
서서히 정리되어가는 촬영장.
스텝들의 인도에 따라 이동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형, 저기.”
강아진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강아진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걸어가는 도중에도 뚫어지게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는 강소희와 연습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왠지 상태창을 볼 수 있었으면 존경심 100정도는 찍었을 것 같은데.’
나는 강소희가 있는 방향으로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깜짝 놀라 90도로 인사를 하는 강소희의 모습이 보이고.
‘진짜로 데뷔할 수 있을까?’
강소희의 1차 등급 평가 등급은 F등급.
물론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오디션 특성상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뭐, 본인이 하기 나름이겠지.’
상식적으로 강소희가 데뷔하면 내게 보상이 주어진다고는 해도 내가 직접적으로 강소희를 도와주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앞으로 여기 다시 올 일도 거의 없을 것 같고.
“그래도 오늘 재미있지 않았어요? 뭔가 1년 만에 이 세트장 보니까 기분도 이상하고.”
“글쎄…”
강아진의 말에 나는 촬영장을 벗어나면서 마지막으로 세트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1년 전이라.’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었던 그때 지금 내가 이렇게 될 걸 상상하기나 했었는가.
강아진의 말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
그래도.
‘더 열심히 해야지.’
나는 한번 고개를 젓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있었던 단독 스케줄, 화보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평소와는 약간 다른 공기가 느껴지고.
“오셨어요!”
“형, 케이크 좀 드실래요?”
“케이크?”
주방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곳으로 향하니, 온갖 종류의 빵과 케이크가 주방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왠지 단 냄새가 진동하더라니.’
그리고 오늘따라 기운이 넘쳐 보이는 강아진과 심성하의 모습이 보이고.
두 사람도 옷을 보니 나와 같이 방금 숙소에 들어온 것 같았다.
“갑자기 이게 다 뭐야? 오늘 누구 생일이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일은 없는데.
내가 의아해 하며 이야기하니 강아진과 심성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정산 받았잖아요.”
“그래서 평상시에 먹고 싶었던 거 전부 다 쓸어왔어요!”
신나게 말하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나는 오늘이 정산 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보니 심성하와 강아진이 사온 빵들의 자태가 심상치 않았다.
“이거 어디서 사 온 거야?”
“백제호텔 다녀왔어요.”
“이 딸기케이크는 거기서 밖에 안 팔아요.”
“아하…”
정산을 받고 바로 하는 게 호텔 빵집에서 플렉스라니.
‘두 사람이 그러니까 어울리긴 한데 말이야… 아니 차라리 이런 게 좋은 건가.’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이상한 악취미를 가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아닌가.
“근데 언제 먹으려고?”
“아직 유진이 형이 안 와서요. 유진이형 오면 같이 더블유앱 켜서 먹방 할 거예요!”
‘유진이도 같은 패거리였냐…?’
뭔가 유진킴까지 저기 껴있는 걸 생각하니 잘 어울리지는 않는데 말이야.
“형도 같이 더블유앱 방송 하실래요?”
“나는 단 거는 별로 안 좋아해서… 잠깐 인사는 할게.”
“아아, 알겠어요.”
그렇게 두 사람을 지나쳐 외투를 걸어 놓고 방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들어왔으려나?’
사실 멤버들 앞에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도 정산금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이번에 받는 정산은 데뷔한 이후 두 번째로 받는 정산이었다.
사실 첫 번째 정산 금액도 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지만.
‘이번에는 콘서트 수익도 포함이려나.’
그렇게 긴장된 마음으로 정산 금액을 확인하니.
‘잠깐만 이게 다 얼마야.’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통장에 찍혀 있었다.
‘이 정도면… 대출받아서 전세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낡은 빌라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동생.
내색은 안 했지만, 아마 내 인기 때문에 불편한 일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 서울에 좋은 집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내년까지 더 번다면…
잠깐 계산해 보았지만, 지금 당장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할머니와 동생의 생각도 들어 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핸드폰의 달력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공부하고 있겠지?’
11월의 둘째 주가 막 지나가고 있는 지금.
다음 주에는 바로 수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