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위어스의 폭발적인 무대로 2부의 순서가 마무리되고.
시상식이 아닌 마치 축제 같았던 2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3부의 시상식에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 이유는 바로 크로스와 넥스트 두 그룹의 라이벌 분위기 때문이었다.
‘아주 서로 잡아먹으려고 하네.’
가수 대기석에 앉아있는 내내 느껴지는 살 떨리는 분위기.
여러 그룹의 팬덤이 모여있는 이 월드컵 경기장 내에서도 크로스와 넥스트 두 팬덤의 머릿수는 압도적이었다.
그런 두 팬덤이 전투적인 분위기를 내뿜으니, 시상식장 내부가 두 팬덤의 전쟁터가 된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은 이게 익숙한 것처럼 보이고.’
팬덤의 신경전 속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크로스와 넥스트의 멤버들이 보이고.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 두 그룹의 무대가 차례대로 진행되었다.
“와아!”
“역시 잘하네요.”
크로스의 무대가 끝이 나자 가수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
내 옆에 있는 백시현과 강아진도 크로스의 무대에 감탄한 듯 멍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이래서 크로스가 원탑이라는 건가?’
크로스와 넥스트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는 해도 사실 크로스가 더 위라는 평이 많았었는데.
오늘 무대를 보니 확실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넥스트가 무대를 못했다기보다는, 크로스의 실력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이번 대상은 크로스가 받겠지.’
대상이라는 게 무대 실력으로만 주는 것은 아니지만, 크로스가 넥스트보다 위라는 여론이 더 크다면 뮤직넷도 그 여론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직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대상… 대상은 바로, 크로스입니다!”
꺄아아아아악-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크로스의 팬들이 마침내 승리의 함성을 터트렸다.
방금까지 대상 후보들을 비추던 스크린의 화면이, 이제는 크로스 멤버들을 향해 집중되는 것이 보이고.
크로스는 주변 가수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어차피 이번에는 받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묘하네.’
순간 표정 관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얼굴이 아닌 크로스와 넥스트 멤버들의 얼굴만 보고 있을 테니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축하하는 표정은 지어야겠지.
그렇게 내가 열심히 표정 관리를 하는 사이 무대 위에서는 크로스 멤버들의 수상 소감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년에는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수상 소감을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크로스가 활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너무 뻔뻔한 생각이고.
그렇다면 위어스가 대상을 받기 위해서는 저기 서 있는 크로스라는 그룹을 이겨야 하는데.
‘쉽지 않겠네.’
크로스의 미국 진출이 현재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의 크로스의 입지는 앞으로 2, 3년 정도는 탄탄할 것 같았다.
‘으음, 내년에 크로스를 이기려면…’
나는 여러 가지 고민에 잠시 멍하니 수상 소감을 바라보다, 이내 수상 소감이 거의 끝나갈 때쯤에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금 무대 위에서는 크로스의 리더인 진혁이 나와 수상 소감을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오늘 이 시상식 무대를 빛내주신 동료 가수분들, 모든 선 후배 아티스트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선 무대들을 보면서 우리도 더 분발해야겠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끝나가는 수상 소감.
진혁의 수상 소감은 평범했다. 동료 가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소감을 겸손하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단지 내 직감에 거슬리는 저 시선만 아니라면 말이다.
‘왜 자꾸 이쪽을 쳐다보는 거 같지?’
진혁의 시선이 자꾸 이쪽 방향을 향하는 게 묘하게 거슬렸다.
지금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를 신경 쓸 리가 없을 텐데도 말이다.
그렇게 내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진혁의 마지막 멘트가 들려왔다.
“영광스러운 상을 저희에게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다 같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크로스의 모습이 보이고.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크로스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와아아아아아-
터질듯한 환호 소리가 들려오고.
시상식의 끝을 알리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 모든 가수들이 가수석에서 내려와 무대 위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각자의 팬덤이 있는 곳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가수들.
그리고 우리도 파란 응원봉을 흔드는 위시들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을 때.
터억-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우리 멤버인듯 싶어서 굳이 누군지 확인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 귀에 뭔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무대는 정말 놀랐어요.”
“네? 아…! 감사합니다.”
옆을 돌아보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크로스의 리더 진혁의 모습이 보이고.
나는 갑작스러운 진혁의 친한 척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며 진혁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진혁은 살짝 웃음 지으며 말없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물론 내 어깨에 올라가 있는 팔은 그대로였다.
‘뭐야… 취향이 설마 그런 쪽인가?’
갑자기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등에서 소름이 돋는 게 느껴질 무렵.
진혁이 곧 내 어깨에서 손을 내리고는 내게 짧게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또 봐요.”
“네 선배님.”
“그때도 이번처럼 잘 했으면 좋겠네요.”
“네?”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크로스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진혁의 모습이 보이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순간 당황한 내게 바로 옆에 있던 유진킴이 다가와 이야기했다.
“어지간히 신경 쓰였나 보네요. 저희 무대가.”
나는 유진킴에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서 다시 여유롭게 웃고 있는 진혁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재밌네.’
내가 크로스에 무대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크로스의 리더 진혁도 우리 무대를 보며 느끼고 있었을 줄이야.
물론 우리는 도전자의 위치고 저쪽은 이미 정상이라는 게 다르긴 하지만.
‘따라 잡힐까 봐 걱정하는 것보단 우리가 따라잡는 게 더 재미있지.’
진혁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년에는 크로스와 라이벌 경쟁을 할지도 몰랐다.
오늘의 넥스트처럼 말이다.
“유진아 제임스 블레이크는?”
“안 보여요, 먼저 간 것 같아요.”
“그래?”
같이 작업을 할 생각이 있냐는 말을 툭 던져놓고는.
제대로 이야기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린 제임스 블레이크였다.
‘뭐, 먼저 연락이 오겠지.’
굳이 조급해하며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테니까.
***
“아아, 이것은 올해 최고의 신인에게만 주어진다는 신인상 아닌가?”
“그래 데뷔한 이후에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상이지.”
심성하와 우정우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아니 사실 멤버들 대부분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온몸이 다 쑤신다…”
“으아… 오늘 새벽까지 연습하고, 낮에는 리허설하고. 이러다 쓰러질 것 같아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박한휘와 백시현의 모습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아직까지 시상식의 여운에 취해있고, 한쪽에서는 금방이라도 쓰러지려고 하는 상황.
일단 나는 점점 더 병세가 심해지는 것 같은 우정우에게서 신인상 트로피를 뺏어 왔다.
“아앗…! 내 트로피…!”
“정신 좀 차리면 다시 줄게.”
우정우에게서 트로피를 뺏어 강아진에게로 넘겨줬더니, 강아진이 트로피를 아기처럼 쓰다듬는 모습이 보이고.
그런 강아진을 향해 우정우가 허겁지겁 다가가 말했다.
“내 신인상 돌려줘!”
“싫어요! 린이 형이 저한테 줬어요.”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잠시 외면하며 바닥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멤버들을 겨우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자, 다들 피곤한 거 알지만. 그래도 더블유앱 방송만 하고 나면 바로 숙소 가서 쉴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예에…!”
“아자아자… 할 수 있따…”
기운 없이 대답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어차피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걸 알기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내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조촐한 시상식 뒤풀이이기 때문에 크게 준비할 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이 카메라 세팅을 마치고 우리를 향해 사인을 보냈다.
우리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곧 방송이 켜지고.
-와!!!
-대박!
-얘들아 보고 싶었어 ㅠㅠ
-위어스 사랑해!!
방송이 켜지자마자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내가 먼저 인사를 할 틈도 없이 강아진이 카메라를 보며 신인상 트로피를 신나게 흔들었다.
“여러분 저희 신인상 받았어요!”
“우와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강아진의 말과 함께 방금까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멤버들이 힘차게 환호성을 내뱉었다.
-신인상 축하해 얘들아!
-ㅠㅠㅠㅠㅠ 첫 신인상 정말 정말 축하해!
-올해 모든 신인상은 다 위어스꺼야!
-앞으로도 위어스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순간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하는 채팅창의 채팅들이 보이고.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 수는 이미 만 단위를 넘어 십만 단위를 향해 빠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저기 멤버들? 일단 정식으로 인사해야죠?”
“네에에!”
“둘, 셋!”
“영원히 함께해! 안녕하세요 위어스입니다!”
나는 간신히 폭주하는 멤버들을 진정시키고 정식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 오늘 저희가 뮤직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는데요. 모두 위시 여러분들이 저희를 응원해주신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위시!”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가 이렇게 더블유앱 방송을 킨 건 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그리고 이번 시상식 무대,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잖아요?”
“맞아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시상식 무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이 자리에서 나눠보려고 해요.”
“여러분 오늘 무대 어땠어요?”
나는 시상식 무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는 채팅창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현장 반응이 좋았다고는 해도, 또 방송으로 시청한 팬들의 평가는 다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내가 긴장된 마음으로 채팅창의 반응을 살펴보려 하고 있을 때.
“어어?”
“뭐… 뭐지?”
멤버들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채팅이 안 올라와요…!”
“아예 멈춘 것 같은데?”
채팅 반응을 보기 위해 켜놓은 핸드폰의 화면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 보였다.
내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화면도 전부 정지되어있었고.
“오류인가 봐요. 어떡하죠?”
“방송을 다시 껐다 켜야 하나?”
우리가 우왕좌왕 정신없이 멈춘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카메라를 만지던 직원이 우리를 보며 이야기했다.
“일단 방송 다시 켤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직원의 말에 우리가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
“어…어!”
“채팅이 다시 올라와요!”
“화면도 들어왔다!”
다행히도 멈춰있던 라이브 방송이 정상적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여러분 잘 들리시나요?”
“이제 괜찮죠?”
“괜찮으면 채팅에 괜찮다고 올려주세요!”
다시 한번 시작된 라이브 방송.
그런데.
“이거 채팅창 이상한 것 같은데요?”
다른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하는 사이 채팅창을 살피고 있던 백시현이 중얼거렸다.
또 오류인가 생각하며 채팅창을 확인하려고 할 때.
“오류가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내 옆에서 당황한 듯한 유진킴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나는 더블유앱의 라이브 방송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자 내 눈에 보인 것은, 차마 읽을 수조차 없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그리고.
‘내가 잘못 본 건가?’
현재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수를 보는데 뭔가 숫자가 이상했다.
“지금 10만 명이나 보고 있는 거야?”
뭔가 비현실적인 수치에 내가 유진킴을 바라보며 물어보니.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유진킴이 나에게 빨리 현실로 돌아오라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아니요.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이네요.”
방송을 켠 지 약 10분.
겨우 10분 만에 위어스의 더블유앱 역대 시청자 수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