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10
〈 10화 〉 [황녀] 스테이시아
스테이시아, 풀네임은 스테이시아 폰 하이델베르크. 줄여서 텟샤는 대륙에서 가장 융성한 대국인 그노시스 제국의 제2후계자이다.
제1후계자는 텟샤의 오빠인 카시우스지만, 그는 망나니라는 칭호답게 어떤 이유로든 제1후계자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말만 제2후계자이지 실제론 차기 황제로 가장 유력한 자, 그것이 텟샤였다.
그리고 당연히 그 설정에 어울리게 텟샤는 몹시 강력한 유닛이다. 처음으로 하는 유저에겐 아예 게임 내에서 스테이시아를 아군으로 하라고 툴 팁으로 추천해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캐릭터성도 알고 보면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기에 인기투표에서도 항상 상위권, 피규어도 두 개씩 나올 정도였다.
참고로 루시아는 피규어고 뭐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어, 어어어어?!”
그리고 물론 그 이름은, 신입생 모두에게도 알려져 있다.
“스, 스테이시아 황녀님이랑 싸우는 건가요, 저?!”
당장 변경된 대진을 들은 루시아만 해도 공황에 빠질 정도다. 주변에서도 깜짝 놀란 듯 루시아와 옆에 같이 선 텟샤에게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
“루시아 폰 노이스, 맞지?”
텟샤가 버벅거리는 루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쩔 줄 몰라 삐약거리는 루시아와는 달리 목소리에서부터 고귀함이 느껴진다.
“아, 네! 저, 저를 알고 계시는가요?!”
“당연히. 우리 그노시스 제국의 신입생들은 전부 외우고 있어.”
여자면서도 잘생겼다고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텟샤가 말했다.
“노이스 가문은 최근 힘든 일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루시아 양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네. 훌륭한 마법이었어. 재능, 아니 노력의 산물이지?”
“아, 아뇨.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에요.”
재능도 노력도 아닌 야한 짓의 결과라는 것에 찔리는 듯 루시아가 텟샤의 시선을 피했다.
“……혹은 우수한 스승의 덕분이거나.”
텟샤는 시선을 피하는 루시아에게 속삭이듯이 덧붙였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텟샤는 고개를 저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와 텟샤는 확실하게 눈이 마주쳤다.
‘훔쳐보고 있던 사람은 텟샤였나? 아니, 루시아가 그렇게 티를 냈으니 알아보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군.’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치웠다.
“그러면 검을 겨루어보자. 기대하고 있어.”
“자,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루시아와 텟샤의 대련을 지켜볼 때다.
나는 한창 루시아와 대련 중인 텟샤의 상태창을 소환했다. 편리하게도 제법 먼 거리에서도 띄울 수 있었다.
스테이시아 Lv.1
칭호와 이름 아래에 나열된 능력치는 마력이 조금 낮은 것을 제외하면 전부 중상급이었다. 전사나 검사의 포지션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는 모범적인 능력치였다.
‘게임으로 할 때엔 신경 안 썼는데 참 불공평하네.’
그에 비하면 루시아의 능력치는 심하게 말하면 잡몹 수준이다. 아무리 루시아의 상승치가 높고 텟샤의 상승치는 낮은 편이라고 해도 극단적인 차이다.
그렇다고 스킬에서 우위가 있냐고 하면,
보유 스킬
사실 그것도 아니다. 으로 잔뜩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시작부터 검술 등급이 A인 건 솔직히 사기지. 그보다 더한 게 있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라는 패시브 스킬이다.
“하앗!”
“윽!!”
텟샤의 훈련용 검이 루시아의 훈련용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루시아는 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힘을 모아 검을 휘둘렀지만 텟샤에게는 닿지 않았다.
“꺄악! 큭, 아우……!”
도리어 반격당해 바로 패배할 뻔한 것을 루시아는 땅을 데굴데굴 굴러 간신히 회피했다. 흙먼지투성이로 일어나는 루시아에게 텟샤의 추가 공격이 이어졌고 루시아는 비틀거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텟샤의 검을 받았다.
“윽, 으그윽! 거, 검이 무거워……!!”
유효타가 없다고 한들 텟샤의 공격은 확실히 차곡차곡 루시아에게 데미지를 누적해갔다. 체력을 꾸준히 빼앗긴 루시아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졌다.
“스테이시아 양의 명중률은 경이로울 정도군.”
“쓸데없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덕분일까요?”
그 모습을 보며 교감과 실눈의 마법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게 그노시스 제국 황가의 검인가.”
교감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텟샤의 최고의 강점, 의 효과였다.
– 명중률과 크리티컬 확률이 10% 상승합니다.
어떠한 조건도 없이 10%나 되는 상승치를, 그것도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둘이나 있는 걸 기본으로 가진 건 솔직히 반칙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검술 A등급과 B등급의 데미지 배율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배율보다는 강력한 몇몇 액티브 스킬의 유무가 두 등급을 나누는 차이다. 그렇기에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훈련용 검을 사용하는 현 시점에선 그리 유의미한 격차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능력치의 차이와 의 존재가 이 대련에서 텟샤의 절대적 우위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으로 잔뜩 강화했어도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건가.’
어쩌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태생의 차이는 그리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상대로 루시아 양도 오래 버티네요.”
결코 칭찬이 아닌, 약간 가엾어하는 투로 실눈의 마법 교수가 말했다.
“……근성도 좋지만 차라리 빨리 끝나는 게 좋겠군. 저러다 부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인데.”
뒤쪽의 남자 교수가 걱정하며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의 루시아는 결코 텟샤를 이길 수 없다.
99회차나 했던 내가 확신하고, 당장 검을 맞대고 있는 루시아야말로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루시아. 힘들다면 기권해도…….”
“아, 아직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루시아는 조교의 말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바닥을 나뒹굴어 흙투성이가 되면서도, 자신의 특기 분야조차 아닌 검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검을 놓지 않았다.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노력파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열혈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루시아는 빠르게 패배를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탐구하는 타입이었다.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타입은 아니다.
‘저렇게까지 싸울 이유가…… 아.’
나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원인은 나였군.’
루시아는 나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루시아.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기권해줄 수 없을까?”
루시아의 검을 튕겨내고 거리를 벌리며 텟샤가 정중하게 말했다.
“네 노력은 가상해.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
루시아는 거칠어진 호흡을 정돈하며 자세를 추슬렀다.
“나는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텟샤는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텟샤의 말은 정론이었다. 이미 루시아에겐 계속 싸울 이유는 없었다.
“……싫어요.”
그러나 루시아는 정론을 거부했다. 아집이고 고집이었다.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검을 쥐고 있는 루시아를 보고 있으면,
“루시아!!!! 힘내!!!!”
어떻게든 격려를 해주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루시아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약간 불쾌한 표정의 텟샤가 땅을 박차며 루시아에게 신속한 찌르기를 가했다.
나는 대련이 끝나는 것을 직감했다.
그 순간, 흘려보내고 있던 전투 로그에 처음 보는 문장이 마구 떠올랐다.
“읏!”
일격으로 루시아의 검을 날려버렸을 텟샤의 연습용 검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인 루시아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허공을 베었다.
“뭣……!”
텟샤에게 지금까지 없던 큰 빈틈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 대의 공격을 성공시켜봤자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추가로 다음 일격의 크리티컬 확률이 30% 상승합니다.]‘뭐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전투 로그가 올라오고,
“이야아아아아앗!!!”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크리티컬 역보정이 20%나 들어간 훈련용 검으로,
[크리티컬!!!!]루시아는 크리티컬을 발생시켰다.
루시아의 훈련용 검은 자세가 흐트러진 텟샤의 가슴을 멋지게 그었다.
“큭……!!”
찌직, 찌지직……!
그리고,
“어, 어라?”
루시아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찌지지지지직, 파아앗!!
수수한 훈련복과 그 안의 꽉 조인 코르셋까지 단번에 찢어졌다.
텟샤의 꽁꽁 숨겨왔던 풍만한 젖가슴이 보기 좋게 출렁이며 모두의 앞에 드러났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훈련장이 고요해졌다.
“앗, 꺄악……!!”
그 쿨하고 고귀한 텟샤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나왔다.
텟샤는 황급히 팔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워낙 풍만한 탓에 젖꼭지만을 간신히 가리는 것이 한계였다.
“으윽. 보, 보지 마! 전부 눈 깔아!!”
텟샤는 쥐고 있던 훈련용 검까지 버리고 허겁지겁 찢어진 옷자락을 당겨 가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몹쓸 짓을 당한 여자 같은 분위기를 풍겨 더욱 관능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스테이시아가 숨겨왔던 커다란 가슴을 드러낸다는 추태는, 훈련장의 신입생들과 교수들은 물론 황녀의 대련이 있다고 해서 구경을 온 수많은 재학생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거유.” “의외로 거유다…….” “양팔로도 다 안 가려져.” “쩐다……!”
그리고 수많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물론 저 감탄사에는 내 목소리도 포함되어있다.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황녀님, 몸을!”
어디선가 뛰쳐나온 메이드가 황급히 텟샤의 몸을 망토로 가렸다.
가슴을 가리고 쭈그리고 앉아있던 텟샤는 그제야 망토를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겠어.”
그리고는 누가 봐도 상처받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텟샤는, 스테이시아는 훈련장에서 돌아섰다.
훈련장에서 떠나는 텟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 음. 그, 그게. 그러니까…….”
완전히 굳어있던 조교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고,
“루시아와 스테이시아의 대련은 루시아의 승리로 마무리 짓습니다…….”
완전히 굳어버린 루시아의 손을 들어주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랭크 측정 시험은 무사히…….
……뭐, 일단 끝났다.
시험을 끝마친 루시아는 가장 먼저 관객석에 앉아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저, 저, 저. 서, 선생님. 혹시 저, 사형당하나요……?”
오들오들 떨며 루시아가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제국의 법은 이곳에 적용되지 않으니까 안심해.”
“그, 그렇죠?! 다행이다. 다행이야. 괜찮은 거죠! 3대가 멸해지거나 하지 않는 거죠!!”
“개인적으로 죽이러 올 가능성은 존재하겠지만.”
“흐갸아아아!! 기권할 걸 그랬어요!!!!”
나는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절규하는 루시아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었다.
‘설마 이런 이벤트가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주변의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을 무시하며 나는 직전의 일을 떠올렸다.
훈련장을 떠나기 전, 텟샤는 확실히 나를 째려봤었다.
‘약간 귀찮은 흐름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새로운 전개는 환영이다. 벌써 아랫도리가 불끈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