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116
〈 116화 〉 이교도 토벌전 – 4
“저의 화살은 악신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보물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신부에게 화살을 겨누며 아비가 말했다.
“그래? 맞아도 죽지 않아?”
“죽습니다.”
텟샤의 질문에 아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야 저렇게 끝이 번쩍이는 화살에 정통으로 맞으면 죽는 것은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악신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비는 화살을 쏘았다.
쌔액- 푹!
화살은 신부의 가슴을 꿰뚫었다. 신부는 컥 하고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낸 다음, 어딘가 후련한 표정으로 조금씩 죽어갔다.
그리고 품에 끌어안고 있던 보물상자가 서서히 열렸다.
“헉, 허억, 허억! 케흑, 꾸엑! 숨 막혀! 대, 대체 뭐야!!”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자그마한 악마였다. 원숭이와 박쥐를 섞어둔 것 같은 기분 나쁜 생물체였다.
모두가 악마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을 때, 모리건이 땅을 박찼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듯 날아오르는 악마를 낚아챘다.
“꾸에엑! 컥! 뭐, 뭐야! 어떻게 나를 만질 수 있는, 마족?!”
“……이 뿔 모양은, 레비아탄의 수족인가.”
어느새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모리건은 악마를 손에 쥔 채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돌아서며 악마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악마는 손에 붙잡힌 채 발버둥 쳤지만 모리건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레비아탄?”
“질투와 시기의 악마. 악마보단 용에 가까운 나에게는 먼 친척조차 되지 못하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어.”
“가, 같은 마족끼리 이러기냐! 놔!”
레비아탄의 수족이라 불린 악마가 필사적으로 날뛰었다. 캑캑거리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자면, 마족이라고 같은 취급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데빌, 이건 데몬이니까.”
모리건이 자신과 악마, 데몬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족으로서 스스로 몸을 가지고 존재하는 자들이 데빌, 유약한 몸을 가지고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악령에 가까운 존재가 데몬이라는 구분이 있었다.
‘막상 설정에만 있지 제대로 나온 건 아니었지만.’
사실 본디 교단이 여신교가 증오하는 마족은 ‘악신’이라 불리는 데몬이지만, 교리가 변질하는 과정에 공동의 적으로 마족 그 자체를 내세우게 되어 둘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애초에 그 마족의 구분조차 ‘인간 같으면서 어딘가 사악한 것’이니 제대로 되는 걸 기대하는 게 무리다.
아무튼 그 설명대로 레비아탄의 수족이라는 데몬은 당장 밖으로 꺼내진 것만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모습은 귀엽기보단 꼴사납다.
“몸! 몸을 빌려줘! 사라지겠어! 추워! 추워!! 죽는다!!”
“싫어. 됐으니까 사라지기 전에 잠자코 묻는 말에나 대답, 윽!”
모리건의 손가락을 확 깨물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나에게 돌진했다.
“교수, 피해!!”
모리건이 화들짝 놀리며 외쳤다. 데몬은 나의 몸속으로 파고들려고 했지만-
퍼억.
“으겍?”
유리창에 부딫힌 새처럼 꼴사납게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데몬을 엄지와 검지로 목덜미를 잡아 들었다.
“미안하게 됐네.”
데몬, 교단 식으로 말하면 악신은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욕망과 악의에 기생한다.
“뭐, 뭐야? 어째서 들어갈 수 없는, 아니, 어떻게 나를 잡을 수 있는……?”
“나는 욕망에 충실하게 살고 있거든.”
하지만 나는 나의 욕망과 악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데몬이 파고들 수 없다.
뭐, 내 생각이 그런 거지 아마 그냥 주인공 보정이나 여신의 축복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레비아탄의 수족이라고 했지? 그 레비아탄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으면 불어.”
“모, 몰라! 몰라! 그냥 들어가서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했을 뿐이야! 정해진 헌금 양만 채우면 된다고 했으니까!”
선량한 마음과 모습을 보여야 하는 성직자는 필연적으로 어두운 욕망을 억누르게 된다.
그렇기에 데몬에게 있어 가장 기생하기 쉽고, 이용하기 쉬운 존재다.
‘99회차를 하는 내내 레비아탄이니 마족의 개입 같은 건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다른 루트를 진행할 때는 교단은 항상 제일 먼저 멸망해서 스토리를 풀 새도 없었고, 종교개혁 루트에서도 계속 더러운 명령이나 시키다가 마지막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진상이고 뭐고 나올 여유도 없이 그냥 순식간에 멸망했다.
‘교황과의 마지막 전투도 이런 일 없이 이벤트 영상이 나오는 흐름이었지.’
기획에는 있었지만 흐지부지 삭제된 설정이기라도 한 걸까. 확실히 교단이 왜 그렇게 타락하고 삐뚤어졌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많은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교황이 왜 펜리르와 아이를 만들어 신을 죽일 병기를 만드려고 했는지조차.
‘진정한 인간 해방이니 뭐니 떠들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좋은 이야기는 아닐 느낌이네.’
“거래! 거래를 하자! 이대론 진짜 죽어! 거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데몬이 버둥거리며 시끄럽게 짹짹댔다. 나는 데몬을 높이 들었다.
“아비.”
“네.”
“쏴 버려.”
말하기 바쁘게 이미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아비가 데몬의 머리를 향해 을 쏘았고, 정확히 관통했다.
“윽, 게, 엑…….”
“나이스 샷.”
데몬은 검은 물이 되어 사라졌다.
유리병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넣어둘 법했을까. 그래봐야 별로 아는 것도 없어보이고 딱히 쓸모는 없었을 듯싶다.
“……정말로 교단 사람에게 악신이 들려있을 줄은 몰랐네요.”
아비가 활을 내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신부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부는 묘하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악신이 들렸던 것일까. 이 마을의 상태로 보건대 꽤 오래전이었을까.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금 측은한 기분도 들긴 했다.
“여신님도 이 상황을 알고 있을까?”
아비와 함께 신부를 바라보던 텟샤가 아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교도가 있다면 교단이라고 하셨죠. 악신이라고 언급하시진 않았지만, 알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요.”
“그랬으면 좋겠다만.”
나는 아비의 말에 조금 회의적으로 대답했다.
첫 만남 때도 그렇고, 은근히 얼빠진 구석이 있는 여신이니 모를지도 모른다.
“아비, 나중에 또 현신할 수 있어?”
“현신이요? 여신님이 응답하신다면 할 수 있겠지만, 무슨 일인가요?”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 다음에 사관학교의 에서 부탁할게.”
이런 상황이라면 본인을 직접 만나서 묻고 듣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잠깐, 혹시 여신님에게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죠?”
“……아니야.”
정곡을 찔렸다. 아비는 은근히 촉이 좋다.
“아주 조금이라도 고민하다니 불경합니다! 정말로 천벌을 받으실 테니까 그런 짓은 그만둬요!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이에요!”
“알았어, 알았어. 자제할 테니까 안심해.”
뭐, 여신이랑 하는 건 웬만하면 최종 콘텐츠 중 하나일 터이니 무리하진 않기로 했다. 정말로 천벌을 받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시체로 지저분해진 교회의 정리를 대강 끝낸 뒤(그래봐야 시체를 모아 소각하는 정도였다), 교회의 창고를 개방했다.
앞다투어 창고로 달려들던 마을주민들은 텟샤의 질서를 지키라는 말에 금방 얌전히 정렬하고 차례로 식량을 받아갔다.
마을주민들의 일주일 분량의 식량을 전부 배급한 뒤에도 창고는 아직 채 반도 비워지지 않았다. 압도적인 양이었다.
“이렇게 지독하게 쌓았는데 썩지 않은 게 용하군.”
“바닥의 부패 방지 마법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내 감상에 아비가 바닥을 살피며 대답했다. 아비의 말대로 조금 비어져 바닥이 보이는 곳 아래에 복잡한 문양의 마법진의 일부가 눈에 띄었다.
“이렇게 커다란 창고 전체에 효과를 발휘할 정도의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대륙 전체에도 몇 없겠죠.”
아비가 나를 바라보며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바로 말뜻을 이해했다.
“그렇다는 건, 이 마법진을 그린 것은…….”
“네. 교황청의 사람이겠죠.”
도를 넘게 커다란 창고에 마법진을 그리는 일을 해줬다는 것은, 지금처럼 대량의 착취를 할 것을 용인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교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썩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 되었네. 여신님이 저들이 나쁘다고 말했다고 한들 의뢰한 교회를 무너뜨린 것은 사실이니 교단도 간단히 넘어가진 않겠지.”
창고에 끝없이 쌓인 식량을 바라보던 텟샤가 입을 열었다.
“과연 교단을 안에서부터 개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솔직히 전면전밖에 생각나지 않아.”
“교황청 인원 전원이 그렇진 않겠지. 전쟁을 두려워하는 자도 많아.”
교황청 내에도 제대로 된 신도는 확실히 존재했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종교개혁 루트의 후반부 급전개가 성립할 수 있었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무력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네.”
하지만 단순히 부패한 게 아닌 악신이 들렸고 하면 쉽게 겁먹지도, 양보해주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처럼 무력충돌도 잦을 것이다.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지긴 했지만, 일단 미션은 끝났어. 지금은 정리하고 쉬자. 그리고 사관학교로 돌아가야지.”
앞일은 복잡하지만 막 큰일을 끝낸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 지금은 승리를 기뻐할 때다.
“……앞으로도 이런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요?”
하지만 아비는 그리 쉽게 기분을 떨쳐낼 수 있어 보이지 않았다.
“뭐……. 이게 그나마 적은 피해겠지.”
나는 무슨 말을 하며 좋을지 고민하다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사실, 나도 조금 쫄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피비린내 나는 광경이었어.’
게임에서 쓰러뜨린 적 유닛은 남지 않는다. 쓰러지고 사라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해치우면 성취감 외에는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홀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수도승들의 시체가, 아군으로 쓴 적도 몇 번이나 있던 알렉의 죽은 모습을 마주한 순간 속이 뒤집힐 뻔했다.
몬스터의 시체 따위와는 전혀 달랐다. 생리적으로 강렬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저항감과 동시에 제4의 루트를, 난세가 오지 않는 루트를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난세는 전쟁이다. 그것도 10년도 넘게 이어지는 장기전이다. 당장 출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경에선 계속해서 크고 작은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전란의 시대다.
1부, 사관학교 시점에서 평화를 이룩해내지 못하면, 이런 죽음이 10년간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일어나게 된다.
‘그건 죽어도 싫어.’
싸움은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
섹스해서 애를 낳는 게 훨씬 행복하고 평화롭다.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싸워야 해.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어. 그를 위한 희생이야.”
나는 자신에게 말하듯이 아비에게 말했다. 아비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 미소지었다.
“네. 교수님의 말이라면 분명 사실이겠지요. 약한 소리를 했네요.”
전쟁은 게임일 때에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최소한의 싸움으로 평화로운, 난세 따위 찾아오지 않는 제4의 루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와 열심히 섹스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분위기 좋았는데 그렇게 결론을 내는 점이 교수님의 나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비가 결국 그렇게 되냐는 듯, 하지만 마음은 편해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사히 교회에서 도망친 붉은 코의 중년 남성은 가까운 다른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간신히 삼키며 교회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자네는……. 옆 마을의 보좌관이 아닌가.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지?”
마침 빈 교회에서 혼자 성서를 읽고 있던 젊은 신부가 중년 남성에게 다가왔다.
“…….”
만신창이인 자신을 보고 다가오는 신부를 바라보며 중년 남성은 고민했다.
“심판이, 여신님의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지역의 교회는 그나마 평판이 좋다. 자신이 속했던 교회의 신부보다 말이 통할 것이다.
“부패한 교단에 대한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신님의 명령으로, 제국의 황녀도 함께 왔습니다……!”
“자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신부는 횡설수설하는 중년 남성의 어깨를 잡았다. 중년 남성은 열심히 숨을 고른 뒤, 신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