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175
〈 175화 〉 [재해], 그리고 [은월] – 2
“그런 사정이 있었나……. 대충 이해는 하지만 설마 프리다와 그런 사이가 됐을 줄은 몰랐네.”
대강 이야기를 들은 텟샤는 다소 심란한 표정이긴 해도 이해해주었다. 루시아가 적극적으로 제가 안아달라고 부탁했다며 나를 변호해준 덕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루시아가 부탁하지 않아도 프리다를 봤다면 바로 따먹어야겠다 생각했겠지만 괜한 소리 하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어떤 의미론 노이스 가의 불운한 남자 운이 맞아떨어지긴 했다고 해야 하나. 능력은 있지만 쓰레기이긴 하니까.”
“에이. 엄마는 굉장히 좋아하셨다고요? 저도 엄마가 기분 좋아하는 거 보고 기뻤고요.”
“루시아. 너는 자신의 윤리의식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어.”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날 확률이 크단 이유로 다소 남성과 거리를 두고 키워진 탓에 윤리의식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야한 것도 좋지만 조금 정도는 자제했으면 한다.
“그런데 이 프리다 씨에게도 적용되는 거야?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아니잖아.”
텟샤가 놓치지 않고 물어왔다. 황녀답게 예리한 감이다.
“의 효과는 없더라고. 뭐, 그래도 피임은 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가. 참 편리하네. 루시아에게 복잡한 관계의 동생이 생기지 않아서.”
내 대답에 텟샤는 안심했다는 듯 대답했다. 나중에 일이 다 정리되면 만들 계획이라곤 차마 밝힐 수 없었다.
“뭐……. 없이 하는 섹스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해.”
“응? 별 차이 없을걸? 딱히 뭘 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끼다니 뭘? 그래도 뭔가, 느낌이 좀 다를 거 아냐.”
텟샤는 살짝 뺨을 붉히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스킬 등급을 올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서로의 육체를 원하는 거고, 거기에 안에 사정받으면 정말 아기가 생기는 거니까, 거기에 대한……. …….”
그리고 뭔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하다가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뒤늦게 입을 다물었다.
“텟샤, 임신하고 싶은 거야?”
“아니야! 그냥 그렇겠다 싶은 것뿐이니까! 제국의 황제가 되어야 할 사람이 임신이라니 언어도단! 바보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바고 같은 소리를 했을 뿐이야.”
텟샤가 얼굴을 붉히며 연극 같은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고 보면 콘돔의 유무는 생각보다 쾌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쾌감이 엄청 차이가 난다기보단 서로 생으로 한다는 흥분감과 사정 후 만족감의 차이가 크다던가.
근데 그 둘이 차이나면 충분히 쾌감에서도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중에 을 풀고 진심으로 임신시키려고 하는 섹스는 지금 하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을까.
듣다 보니 도리어 나도 신경이 쓰이게 되고 말았다. 난세가 오지 않는 평화로운 미래를 얻을 수 있다면 그때는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야크샤를 무투대회에서 철저하게 짓밟을 생각이야. 그 뾰족한 뿔을 꺾어주겠어.”
텟샤가 투지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말했다. 설마 야크샤가 유에에 이어서 텟샤의 표적까지 될 줄은 몰랐다.
‘둘 중 누가 야크샤와 싸우게 될지는 현재 시점에선 알 수가 없네. 대진표의 조정 정도야 어떻게 손을 쓰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상금을 후원금으로 쓰는 건도 있고, 우승 자체는 동방연맹에 안겨주고 싶다. 하지만 결승에서 야크샤랑 텟샤가 만나버리고 만다면 난처하다.
그렇다고 해서 야크샤를 유에가 꺾게 하고 결승에서 텟샤와 유에가 만나는 건 그거대로 골치가 아프다. 둘 중 누가 이겨도 그리 즐거운 상황이 아니다.
‘어느 정도는 고려하긴 했는데,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텟샤가 이기면 동방연맹이 너무 약체로 떨어져 밸런스가 망가진다. 대륙의 중심인 사관학교에서부터 시작된 밸런스의 망가짐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에가 이기면 그건 제국에게 있어 더없이 지독한 굴욕이 된다. 99회차까지는 어느 세력이 우승하든 별 상관이 없었지만, 야크샤의 만행으로 인해 제국은 결코 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거기에 교단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고. 생각만큼 쉽게 흘러가지 않네.’
사실 텟샤가 출전한 시점에서 예정된 흐름이긴 했다. 하지만 텟샤라면 내 명령에 따라 우승을 양보하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
‘둘 중 누가 우승해도 일이 꼬여. 그렇다면…….’
나는 머리를 턱에 손을 대고 고민했다.
‘제국과 동방연맹, 둘 다 우승시키면 되잖아?’
그리고 의외로 간단한 결론을 도출했다.
‘규칙을 태그 매치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니야?’
규칙을 바꾸어 2대2로 싸우게 하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샤오와 야크샤, 텟샤와 유에. 이 조합이 결승에서 맞붙게 한 뒤, 텟샤와 유에가 우승하게 하면 된다.
애초에 정체를 숨기고 참전할 예정인(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겠지만) 텟샤는 상금을 받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고, 우승한 유에가 상금을 전액 동방연맹에 기부하면 된다.
‘……동방연맹 입장에선 그리 즐거운 결과는 아니겠군.’
차기 맹주 가문의 후계자인 샤오와 큰 힘을 지닌 귀족 가문의 야크샤가 팀을 짜고 패배한다는 것은 동방연맹에게 있어선 최악의 참사다. 상대에 동방연맹 출신인 유에가 있다고 한들 변명거리는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도 져줄 순 없지. 이 부분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나마 모두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찾기 위해 애썼다.
“뭔가 좋은 속셈이라도 생각났어?”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한 가지, 어설프지만 말은 되는 방법을 떠올려냈다.
“이번 무투대회, 룰을 많이 바꿔야겠네.”
“룰을 바꿔?”
“2대2로 진행하자.”
2대2라는 말에 텟샤가 흥미를 느끼고 더 말해보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승전은 2대2이면서도 1대1로 하자고.”
“…….”
내 말에 텟샤는 잠시 침묵했다.
“과연. 재밌는 생각이네. 나는 불만 없어.”
그리고 내가 어떤 흐름을 의도하고 있는지 단번에 파악해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웬만하면 텟샤도 이미 생각하고 있다. 대화가 참 편하다.
“뭐, 뭔가요? 저만 지금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는 건가요?”
무언가 결정된 듯한 분위기에 루시아 홀로 당황했다. 설명하기 귀찮으니 대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라고 했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이 끝나자마자 지독하게 골치 아픈 일이 잔뜩이군.’
텟샤는 루시아를 데리고 함께 돌아갔다. 나는 방에 앉아서 잠시 앞으로의 일들을 고민했다.
‘무투대회, 이런 커다란 이벤트는 절대 아니었는데.’
이렇게 외교적으로 복잡한 사안이 되는 이벤트는 결코 아니었다. 미려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간단히 캐릭터를 소개하는, 아무래도 좋은 이벤트 중 하나였다. 익숙해지면 스타트 버튼을 연타하면서 스킵하는 덕에 누가 우승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흔하다.
‘이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밀도가 확 높아진 느낌이야.’
사관학교 파트에서 길고 느긋하게 다뤄지는 이야기가 확 압축되었다. 전쟁만 아니지 서로 견제하며 다투는 상황은 작은 난세나 다름없었다.
‘1부 내에서 난세까지 가지 않고 이야기들을 해결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걸까.’
거기에 섹스까지 하려니 하루 단위로 스케쥴이 아주 빡빡하다. 충실감은 있지만 이러다가 몸 상하겠다 싶다. 상해도 금방 회복이야 되겠지만.
‘일단 야크샤를 만나보긴 해야겠군.’
야크샤를 찾는 법은 간단하다. 샤오가 있는 곳을 보면 된다.
나는 월드맵을 소환하고 샤오가 있는 곳을 찾아 확대했다. 동방연맹 학생들이 쓰는 기숙사 앞의 벤치였다.
“……♪”
야크샤는 죽을상으로 앉아있는 샤오의 옆에 앉아서 즐거운 듯 다리를 까닥이고 있었다.
‘이게 현실의 야크샤인가.’
귀(鬼)족다운 이마에서 위로 곧게 뻗은 두 개의 뿔, 대륙에선 보기 드문 놀랄 정도로 새까맣고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에 상아색의 새하얀 피부. 눈꼬리에 붉은 화장의 가늘고 예리한 눈, 그리고 그리 깊지 않은, 하지만 하얗고 예쁜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는 동양풍의 복장.
‘게임이나 여기서나 독특하고 예쁘긴 하네.’
우아하면서도 천박하다. 어른스러우면서도 천진하다. 야크샤는 그런 종잡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아주 대놓고 좋아하고 있군.’
야크샤는 샤오의 옆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야크샤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사람도 없었다.
‘바로 얼굴을 좀 비춰볼까? 아니, 섣부른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물론 야크샤가 강하다고 해도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좋을지 데이터가 전혀 없다.
‘야크샤가 사관학교에 오는 일 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말이지.’
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만 딱히 대화가 오가진 않았다.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확인하려 한들 샤오는 침묵하고 있고 야크샤는 그저 이 상황 자체가 즐겁다는 듯 웃고만 있다.
“……자각이 있습니까?”
“자각?”
이대로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일어서려는 순간, 샤오가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야크샤는 샤오가 말을 걸어왔다는 게 즐거운 듯 신나서 되물었다.
“사관학교에 도착하고 단 반나절.”
“반나절?”
“당신이 제국 학생의 팔을 뜯어버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보기 드물게 몹시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샤오가 말했다.
진짜 질린다는,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속뜻을 알기 힘들고 이상하게 상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샤오가 절대로 할 것 같지 않은 표정이었다.
“사람을 해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온 것이 아니었습니까?”
“음. 그게, 해치지 말라고까지 한 건 아니야. 죽이지 말라고 했지.”
그런 샤오의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면서 그러는 건지 야크샤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팔이 아니라 목을 뜯었으면 단숨에 죽일 수 있었지만, 참았어.”
그리고 목을 그어버리는 시늉을 하고 거기서 팔을 잘라버리는 시늉을 했다. 단순한 시늉이지만 야크샤가 하니 몹시 살벌하게 느껴졌다.
“잘했지?”
그 다음에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칭찬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듯한 표정으로 샤오를 바라본다.
“…….”
샤오는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야크샤를 바라보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렇게까지 약하고 지친 모습을 보이는 샤오는 처음이었다. 적으로 만나기 전에는 이런 분위기였던 걸까. 99회차까지의 심각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던 둘을 떠올리면 조금 심란해지기도 한다.
“그게 당신 나름의 노력이라는 걸 이해하기에 쓴소리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샤오는 가끔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니까.”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샤오에 비해 야크샤는 어디까지나 천진난만했다.
순수하기에 잔혹한, 욕망을 제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채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가진 어른 아이. 그것이 야크샤였다.
“제가 제대로 붙어 있었더라면 괜찮았겠죠. 한시라도 당신과 떨어져서는 안 됐습니다.”
“어쩔 수 없지. 나 대신 음식의 주문을 해주려고 했던 거잖아?”
야크샤가 어쩔 수 없었다며 원흉인 주제에 샤오를 위로했다.
‘저 이야기를 들으니 대충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가는군.’
샤오는 야크샤가 다른 학생을 공격하는 것을 경계했을 것이다. 그래서 야크샤에게 쭉 붙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주문을 하러 간다든지 하는 이유로 한순간 야크샤를 혼자 두었고, 눈엣가시인 샤오가 사라진 틈을 타서 야크샤에게 아이작이 시비를 건 것이리라.
‘샤오보다 성가신 게 야크샤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모리건은 비교적 얌전했으니 야크샤도 비슷할 것이라 착각했을 것이다. 인상만 보면 꽤 예쁘고 얌전해 보이니 그리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다.
이전에 그렇게 쓴소리를 들어놓고도 버릇을 고치지 못한 걸까. 솔직히 자업자득이다. 휘말리는 주변 사람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습니다.”
샤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저, 이름을 물어오고 뿔에 대해 물어보았을 뿐이었지 않습니까?”
‘……음?’
아무래도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었던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