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188
〈 188화 〉 벌거벗은 황녀님
불러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황녀님이 부른다고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실 리가 없잖아?”
“해보지 않고는 모르지. 내 제자인데.”
나는 상태창의 기능을 이용해서 텟샤를 호출했다. 발에 쪽지를 매단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그리고 대충 5분쯤 지났을까.
“이런 이른 시간부터 갑자기 호출이라니, 무슨 일이야?”
인기척이 느껴져서 오두막의 문을 열자 신속하게 도착한 텟샤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후우. 조금 덥네.”
느긋하게 온 척하지만 약간 땀을 흘리고 있고 살짝 호흡이 가쁜 것으로 보아 몹시 서둘러서 찾아온 티가 났다. 100% 기대하면서 신나서 달려왔다. 참 알기 쉬워서 좋다.
“잠깐 이야기할 게 있어서. 안으로 들어올래?”
“전서구에 오두막으로 오라길래 무슨 암호인 줄 알았는데, 용케 학교 안에 이런 오두막이 있었네.”
“내가 만들었지.”
텟샤는 오두막 안에 들어와 흥미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침대의 존재에 음, 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묘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
“어, 어? 저, 정말 황녀님……?”
알리는 정말 텟샤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너무 놀라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었다.
“선객이 있었네.”
“소개할게. 내가 고문을 해주고 있는 연금술부의 부장, 알리야. 그리고 이 오두막은 사실 연금술부의 부실이고.”
나는 선객의 존재에 미묘한 표정을 짓는 텟샤에게 알리를 소개했다.
“제국 학생은 선배라고 해도 알고 있어. 연금술을 연구하는, 괴짜이면서도 천재인 선배라고. ……안녕하세요. 스테이시아입니다.”
“아, 아니, 아니아니. 존댓말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황녀님이신데!”
나에겐 반말로 말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선배이니 예를 갖춰 말하는 텟샤에게 알리가 당황하며 말했다.
시종일관 건방지고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정확히는 그러려고 하는 알리가 당황해서 존댓말을 쓰는 모습은 꽤 신선하다.
“교, 교수. 진짜로 황녀님을 제자로 데리고 있던 거야? 어떻게?!”
알리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었다.
“다 방법이 있지. 내가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쯤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교수. 이쯤 가면 좀 무서워.”
텟샤는 나와 속삭이는 알리를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대충 알겠다는 듯 짧게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후미진 곳에 오두막까지 지어두고 부활동이라. 교수,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냐?”
“왜 다들 내 머릿속에는 섹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딱히 틀리진 않지만.”
“교, 교수! 황녀님 상대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야 섹스 이야기지.”
당황하는 알리에게 태연하게 대꾸했다. 텟샤는 별다른 말 없이 침묵했다.
“서, 설마 황녀님도 섹스프렌드야?”
“……뭐, 대충 그런 느낌이지.”
나는 알리의 의혹을 긍정했다. 알리는 슬슬 과다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것인지 비틀거리다가 의자에 털썩 쓰러지듯 앉았다. 알리의 처리능력 한계를 뛰어넘은 듯싶다.
굳이 말하자면 육노예에 가깝지만 하나하나 설명하는 건 귀찮다. 섹스프렌드라는 단어에 텟샤가 눈썹을 찌푸리며 살짝 반응했지만 부정하거나 파고들지는 않았다.
“텟샤. 전에 말했지? 변장하고 무투대회에 참가하라고.”
“응. 기억하고 있지. 아는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그게 결코 나라곤 말할 수 없는, 그런 변장을 준비해준다고 했던가.”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나는 테이블 위에 잘 개어둔 발키리 아머를 들고 텟샤에게 건넸다. 알리가 앗, 하고 당황하며 손을 뻗었지만 내 행동을 제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자. 이거야.”
“……?”
텟샤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받은 옷을 살폈다. 딱 봐선 어떻게 입는지도 감이 오지 않는 표정이다.
“……이렇게? 자, 잠깐. 잠깐만. 뭐야, 이 천 면적은?!”
뒤늦게 발키리 아머를 어떻게 입는지 파악한 텟샤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속옷보다 천의 양이 적잖아! 이런 걸 입으라는 거야?!”
“입으라는 거야. 보기에는 약해 보이지만 방어력은 높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굉장히 움직이기 편하고 튼튼한 옷이야.”
“이렇게 면적이 적은데 그럴 리가 없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상의를 가슴에 대며 소리쳤다. 알리보다 가슴이 더 큰 텟샤니 안 그래도 적은 천 면적이 더욱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유륜을 감싸고 조금 더 남는 정도다.
“긴말 말고, 일단 입어보는 건 어때?”
“누굴 벌거벗은 임금님인 줄 알아?! 안 입어!”
“여기에도 있구나, 그 동화.”
꼭 바보에게만 보이는 장비 같은 꼴이긴 하다. 실제로 성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참고로 여기 있는 알리는 입어줬어. 제법 섹시하더라고.”
“교, 교수!”
갑자기 자기 이름이 나오자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알리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텟샤는 알리가 입었다는 말에 움찔하고 반응하며 알리와 발키리 아머를 번갈아 쳐다보며 맞춰보았다.
“텟샤에게도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알았어. 입어보면 되잖아.”
그리고 질 순 없다고 생각한 듯, 결국 입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야기의 흐름을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듯 알리가 책상에 엎드렸다.
지금까지 전혀 의식 안 하고 있었지만, 제국 캐릭터에게 있어 황가의 존재는, 황가의 사람인 황녀는 사실 생각 이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텟샤는 발키리 아머 세트를 착용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게 뭐야, 진짜……. 천 면적 하고는, 실질 알몸이나 다름없잖아…….”
텟샤에게 발키리 아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울렸다.
의도한 컬러링은 아니지만 텟샤의 푸른 머리카락과 발키리 아머의 하얗고 파란 배색이 보기 좋게 어울려, 마치 처음부터 텟샤에게 입히려는 의도로 준비한 옷 같았다.
여름에 나오는 수영복 한정 버전 같은 느낌이다. 딱 그거다.
“그래서, 착용감은 어때?”
“아무것도 안 걸친 것 같아. 그야 부피가 이것밖에 안 하니 당연한 거지만.”
텟샤는 걸치고 있는 망토로 괜히 몸을 가리며 말했다. 그러다가 망토의 재질에 새삼 놀란 듯 한동안 만지작댔다.
“……그와 동시에, 이게 확실히 몸을 지켜줄 수 있다는 느낌은 들어.”
벌거벗은 황녀님이라느니 해도, 역시 바보가 아니기에 잘 보이나보다.
“이거, 방어 인챈트지? 사실은 마법 장비인 거야?”
“그렇지. 황녀답게 안목이 좋네. 웬만한 무거운 중갑 이상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어. 거기에 천 면적이 작으니 활동성도 좋지. 그참에 보기도 굉장히 좋다고 할까.”
나는 약을 팔듯이 텟샤에게 말했다. 물론 전부 사실이지만.
“……웃기지도 않지만, 허풍이 아니란 건 알겠어. 대체 뭘 재료로 쓴 거야? 믿을 수가 없네.”
텟샤가 다시 발키리 아머를 쭉 살피며 감탄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의 몸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만지는 모습이 섹시하고 보기 좋았다.
“아라크네의 천과 미스릴이 주재료였지. 들어본 적 있어?”
“……무슨 동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게 나왔네. 교수가 하는 말이 아니었다면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텟샤가 이런 바보 같은 옷을 만드는 데 그런 재료를 쓰다니, 하고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제작자인 알리가 괜히 찔리는 듯 시선을 피했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걸 의뢰한 내가 제일 문제겠지만.
“이 옷이 웃기지도 않는 꼴과는 달리 굉장히 뛰어난 옷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옷을 입고 무투대회에 나갈 순 없어. 야해도 너무 야하잖아.”
하지만 텟샤는 고개를 저으며 발키리 아머를 입고 무투대회에 나가는 것을 거절했다.
“신분을 숨기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숨기는 건 안 되지만, 아무도 언급할 수 없을 거다. 그렇게 말했잖아? 결국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싸운다는 사실을 파악할 거라는 거 아냐?”
텟샤는 내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말했다.
“아무리 제국 황가의 힘이 세다고 한들, 이런 옷을 입고 무투대회에 가명으로 나간다고 하면 당장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나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 거기에 대해선 나름대로 준비한 게 있어.”
물론 다짜고짜 입게 할 생각은 없다. 나도 나대로 거기에 대한 만약의 대책은 충분히 생각해둔 참이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쓸 가면에 인챈트를 걸면 되는 거야.”
“? 비겁한 수를 쓰면서 싸우고 싶지는 않은데.”
진지하게 무투대회에 임할 생각인 텟샤는 단번이 저항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가까이 있는 상대에게는 효과는 없어. 속이는 건 상대가 아니라 관객이야.”
하지만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다. 속여야 할 건 상대가 아니라 관객이니까.
“의 효과는 몇몇 특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너의 존재가 확실하게 인식되지 않게 되는 거야.”
“……좀 더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
내가 모호하게 설명하자 텟샤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알리도 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였다.
“흠……. 예를 들어, 무투대회가 열리는 대련장 관중석에서 루시아를 본다고 생각해볼까.”
“그래. 대충 상상했어.”
“루시아는 그 위치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보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묘사해봐.”
“하얀 머리카락이랑 작은 키는 확실히 보이겠지. 루시아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니까.”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루시아는 관중석의 어디에 내가 있나 필사적으로 찾고 있을 것이다. 무투대회에 내보낼 생각은 없지만.
“즉, 그것만 보여도 멀리 있는 사람이 루시아라고 인식할 수 있는 거지.”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이야기야.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텟샤가 답답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추궁했다. 발키리 아머를 끼고 팔짱을 끼니 안 그래도 커다란 가슴이 밀어 올려지며 깊은 가슴골이 어필하듯 드러났다. 사이에 자지 끼우고 싶다. 지금 그럴 때는 아지만.
“그러니까, 실제로 들어오는 정보는 ‘키가 작다’ ‘머리카락이 하얗다’ 정도뿐이어도 루시아를 아는 너와 나는 멀리에 있어서 잘 안 보여도 그게 루시아라고 알아볼 수 있다는 거지.”
“그야 그렇지. 그렇게 키가 작고 머리카락이 새하얀 학생은 루시아 외엔 없으니까.”
“는 그 파악을 방해하고 가로챌 수 있어.”
“방해하고 가로챈다고?”
이제 무슨 이야긴지 알겠다는 듯 텟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알리도 진지한 표정으로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안개’를 만드는 거야.”
나는 눈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선언했다.
“좀 전에 루시아가 있는 걸 상상했지? 그 위에 자욱한 안개가 끼었다고 생각해봐.”
“그래. 상상했어.”
“그리고 거기 있는 게 루시아가 아니라, 루시아의 어머니인 프리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쳐보자. 그러면 너는 흐릿하게 보이는 루시아의 모습을 보며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야, 들은 대로 프리다로 생각하겠지. 둘은 닮았으니까. 안개로 잘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그래. 그거야. 그게 의 기능이야.”
상대를 흐릿하게 한 다음, 잘못된 정보를 제시해서 착각하게 한다.
“보이는 이미지를 막연하게 한 다음, 제시된 이미지로 덧칠하지. 사람마다 상상하고 있는 정보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거야.”
그게 의 효과였다.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가능하더라고.”
원래는 시나리오 중반의 포로 구출 작전 때 사용된 마법이었다.
사람을 바꿔치기하고 들키지 않게 해서 붙잡힌 대량의 포로를 단숨에 구출해오는, 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거기에서 설명이 하도 상세하게 나왔기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앞서서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두는 게 중요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알리가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물어왔다.
“여기서 필요한 게 캐릭터 메이킹이겠지.”
“캐릭터 메이킹?”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린 뒤,
“누군가의 초청으로 무투대회에 참전한, ‘굉장히 강하고 발키리 아머를 입고 있는, 제국 출신, 그것도 황가의 관계자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검사’라는 캐릭터의.”
단숨에 설명했다.
“무투대회를 하나의 커다란 시나리오로 만들자고.”
나는 무투대회의 연극화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