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09
〈 209화 〉 사슬과 손톱, 노출광과 타이츠
“어째서요?!”
브리깃이 단호하게 나를 최악의 남자라고 디스하자 울프힐데가 버럭하고 소리쳤다.
“교, 교수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데요! 줄곧 시계탑에 숨어있던 저를 꺼내주셨다고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 이외에 뭐가 더 있습니까?”
“으, 으음. 그게……. 맛있는 고기도 줬고, 세, 섹스도 했고. 기분 좋았고…….”
있을 곳을 마련해줬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줬다든지 하는 멋진 말이 나올 줄 알았지만 고기랑 섹스가 기분 좋았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나오는 게 없었다.
뭐, 그게 가장 중요한 거라곤 나도 생각하지만.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욕망이다.
“저 남자는 보…….”
인상을 쓰고 뭐라 말하려던 브리깃이 단어를 삼켰다.
“……에 발가락을 집어넣고, 소변을 먹이는 남자가 아닙니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에게도.”
그리고 약간 망설인 끝에 차마 보지에 발가락이 들어갔다곤 말할 수 없어서 단어를 얼버무리며 말했다. 안쓰러워서 귀엽다.
“어……. 그, 그러셨어요?”
브리깃의 울프힐데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온천에서 모리건을 제외한 애들은 먼저 보내서 만행을 보지 못했던가.
“……분위기를 타다 보면 가끔 폭주하게 될 때가 있잖아? 그런 느낌으로.”
그런 짓 안 했다고 잡아떼자니 안 그래도 0이 아닌 게 다행인 수준인 브리깃의 나에 대한 호감도를 단숨에 깎아 먹을 것 같아 적당히 변명했다.
“폭주한다고 보통 거기까지 갑니까?”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는 법이야. 만월 때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해줘.”
신나게 흥이 올라 섹스를 즐기다 보면 깊은 생각 없이 심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상대가 기가 세면 괜히 이쪽도 흥이 오르고 만다. 조용히 느끼는 애 상대로는 그런 짓 안 한다.
“으, 으음. 확실히. 만월은 어쩔 수 없죠!”
“당신은 멀쩡한 인간이지 않습니까.”
울프힐데가 억지로라도 이해하려고 했고 브리깃이 단호하게 지적했다.
“브리깃, 네가 직접 전에 말하지 않았어? 마족보다 인간이 더하다고. 그런 걸로 쳐.”
“그걸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브리깃이 진짜로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동료 승인 단계였나. 이야기가 끝나면 제대로 내 쪽에서 일해달라고 말해주는 게 좋겠다.
“그, 그리고 소변을 먹은 당사자 말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좋아서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제자는 누구인가요?”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모리건이라고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 듯 브리깃이 대답을 피했다. 이미 그 행동만으로 모리건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리고…… 저도 교수님의 오줌이라면, 원하신다면 충분히 마실 수 있습니다!”
울프힐데가 가슴에 손을 대고 더없이 진지하게 소리쳤다.
“아, 네.”
브리깃이 짜게 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무나도 차가운 반응에 기합을 넣고 소리친 울프힐데가 어, 하고 약간 당황했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역시, 너한테 시키는 건 조금 그렇다.”
“어, 어째서인가요?! 왜 저한테는 못 먹인다는 거예요?!”
사실 나도 조금 깬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신나서 먹겠다고 하면 나올 것도 안 나올 것 같다.
난폭하고 하드한 섹스 중에 자연히 이어지는 거라면 몰라도 맨정신으로 할 짓은 아니다.
“그리고 울프힐데, 지금 좀 루시아 같아.”
나는 울프힐데에게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자제할게요.”
그러자 울프힐데가 눈에 띄게 풀이 죽었다.
대체 루시아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답이 없는 변태이긴 해도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답이 없는 변태라는 게 문제인가.
“슬슬 화제를 바꾸자. 내가 한 짓이긴 하지만 좀 더럽다.”
기껏 마주했는데 이런 이야기만 나오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나는 화제를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더러운 줄 알면 애초에 하는 게 아닙니다.”
“……더러운 거랑 꼴리는 건 종이 한 장 차이거든.”
“이해 못 하겠습니다.”
말 한마디마다 브리깃이 물고 늘어졌다. 짜증이 난다기보단 이런 식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없었다보니 도리어 조금 재밌다. 이런 식으로 툭툭 주고받는 대화도 싫지 않다.
“아무튼, 이 남자는 그런 짓을 하는 남자입니다. 유능하고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리 좋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으, 으음…….”
인간적으로는 결코 좋게 생각할 수 없다는 브리깃의 말에 울프힐데는 분한 듯이 신음했다.
“섹스.”
그리고,
“섹스를 안 해서 그래요!”
윽박지르듯이 소리쳤다.
“아무튼 교수님이랑 섹스해보면 알아요! 사실 교수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 그래?”
“교수 본인도 당황하고 있습니다만.”
섹스하고 나면 어떻게든 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설마 제자의 입에서 대놓고 해보면 된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라서 조금 놀랐지만.
“일단 해보면 알아요! 저, 저도 처음에는 제자를 후리고 다니는 인간말종 교수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아, 알고 보니…….”
기세 좋게 소리치던 울프힐데가 막상 말하자니 떠오르는 게 없는 듯 말을 흐렸다.
“그래도 상냥한 구석이 있었어요! 섹스 잘하고요!”
“……그렇습니까.”
브리깃이 라는 이명에 어울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상냥한 구석이랑 섹스 잘한다를 빼면 이다지도 좋게 말할 구석이 없는 사람인 걸까.
“가끔 멋지기도 하고요!”
가끔 멋지다는 건 평균적으론 그리 멋지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그리고. 타인의 더러운 곳을 보면서도 싫어하지 않고, 도리어 흥분해주는…….”
“울프힐데. 괜찮아. 더는 말하지 않아도 돼.”
말하게 두면 둘수록 도리어 내 평가가 나빠지는 기분이 든다. 엠블럼 레전즈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될 것만 같다.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를 했군.’
돌아보면 떠오르는 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여자와 다양한 섹스를 한 것뿐이었다.
반성…… 하기에는, 좋잖아. 섹스 최고였는데. 개쩔었는데. 앞으로도 할 거거든! 반성 안 해!
“인간적으로 그리 좋게 생각할 수 없다고 한들, 딱히 교수를 공격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기지도 못할 것이고.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입니다. 굳이 제 생각을 어떻게든 바꿔야 하겠습니까?”
내가 속으로 반성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동안 브리깃이 흥분한 울프힐데에게 담담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네, 뭐. 알겠어요.”
울프힐데는 결국 브리깃에게 나를 좋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포기했다. 솔직히 역효과밖에 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브리깃.”
“네.”
내가 부르지 브리깃이 나를 쳐다봤다.
이야기도 그런대로 정리되었겠다, 동료로 받아들이는 건 지금이 딱 좋으리라.
“나를 인간적으로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해. 그래도 내 아래에서, 제자들과 함께 싸워줄 수 있겠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내 제안에 브리깃은 한숨을 쉬듯 대답했다.
“교단이 저를 무투대회에 출전하라고 지목했다고 해서, 저를 회수하거나 할 생각은 없을 겁니다. 제가 직접 교단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정보를 얻은 뒤 이단으로 처리하겠지요.”
“뭐, 그렇겠지.”
“그러니 저는 살기 위해 당신에게 붙겠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생존을 위한 판단이었다.
물론, 이런 패턴도 싫지 않다.
“브리깃은 머리가 좋네.”
“몸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충분히 잘 싸우던데? 을 받는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거야.”
나는 브리깃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브리깃은 스킨십이 싫은 듯 순간 인상을 썼지만 내 손을 쳐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힘을 빌리는 것은 가능한 마지막까지 미루고 싶습니다만…… 제가 싸우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리고 잘 싸웠다는 말에 신경이 쓰이는 듯 추궁했다.
“나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너희들을 보고 있어. 행동에는 주의하도록 해.”
이번에는 딱히 말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 일부러 경고 차 흘린 말이다.
“……당신이 말하면 농담 같지가 않습니다.”
브리깃은 내 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했다. 다들 눈치가 빨라서 좋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그 지옥 같은 침묵의 시작이다. 서로 딱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마주보고 있을 뿐인 시간이다.
“후우. 아무튼! 둘이 무투대회에서 팀을 맺게 될 테니까 서로의 기술이나 전투 스타일에 대해서 알아두도록 해.”
이대로 계속 마주보게만 둘 수도 없기에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명령했다.
“싸웁니까?”
바로 브리깃이 소매에서 사슬을 꺼내며 물었다. 잘도 준비해뒀다.
“싸우는 것도 좋지만 행동이나 말로 먼저 설명하는 걸 우선으로 해.”
지금 상황에서 싸우게 뒀다간 너무 진심으로 싸워서 누군가 부상을 당할 게 뻔하다. 적당히 대화로 정리하고 싶다.
“울프힐데, 먼저 네 능력을 설명해줘.”
“아, 네. ”
브리깃이 사슬을 꺼내자 바로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던 울프힐데가 자세를 고치며 대답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늑대인간 수인이에요.”
“네. 알고 있습니다.”
브리깃은 사슬을 돌려놓고 이야기를 들을 자세를 취했다.
“늑대인간은 팔과 다리를 변형시켜서 싸울 수 있죠. 간단하게는 손톱만 내보낼 수도 있고,”
울프힐데가 주먹을 쥐었다 펴자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모리건의 마족의 손톱과 닯은, 하지만 그보다 더 동물에 가까운 형태의 손톱이었다.
“흐읍, 영차. 이렇게 팔 전체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죠.”
손톱을 꺼낸 팔을 크게 휘두르자 울프힐데의 한쪽 팔이 머리카락과 같은 윤기 나는 회색의 털로 뒤덮이며 단숨에 짐승의 그것으로 변했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크군요.”
“그렇죠? 한쪽만 쓰고 나면 어깨가 꽤 결려요.”
울프힐데가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당당하게 늑대인간의 능력을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본디 울프힐데는 늑대인간인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 늑대인간이면서도 검이나 창 따위의 무기를 적극적으로 익히려 들었다. 시스템으로도 1부의 중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늑대인간의 능력이 다소 봉인되어있었다.
99회차까지와는 다른, 내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제자로 맞았기에 나타난 변화일까. 키울 생각은 없지만 같은 칭호 능력도 생겨난 걸 보면 실질 다른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라는 능력이 있어요.”
“……?”
“네. 가볍게 한 번 공격해보실래요?”
울프힐데의 말에 브리깃은 잠시 고민하다가 울프힐데에게 다가가며 사슬이 아니라 주먹을 날렸다.
퍼억!
“어우. 꽤 힘을 실으셨네요.”
“……가죽이 단단해서 주먹이 아플 지경이지만요.”
브리깃의 주먹은 울프힐데의 수인화한 팔에 꽂혔다. 딱히 데미지를 받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울프힐데의 이 생기는 조건은 충분히 만족한다. 애초에 공격을 회피해도 쌓이니까.
“……!”
울프힐데의 팔에서 빛나는 상처가 생기자 브리깃이 눈을 크게 뜨고 주목했다.
“여기, 공격을 받거나 피할 때마다 몸에 빛나는 상처가 생겨나요. 그게 늘면 늘수록 힘이 넘치게 된다고 할까요? 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울프힐데는 상처, 상처라기보단 빛나는 각인 같이도 보이는 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최종적으로 10개까지 쌓이면 로 각성하게 되지.”
“네. 교수님의 말대로에요. 가 되고 나면 조금 정신이 없어지긴 하지만요.”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기도 뭐해서 설명을 거들었다.
“……재미있군요. 을 쌓으면 로 각성하게 된다니.”
브리깃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처 입은 거대한 짐승이 신을 집어삼킨다’군요.”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문장을 입에 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예로부터 전해져 온 전승 중 하나입니다. 구약의.”
사용되지 않은 설정에 있는 문구라면 내가 모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상처 입은 거대한 짐승……. 혹시, 저를 말하는 걸까요?”
“그 계획의 일부로 준비되었을 가능성은 있겠지요.”
울프힐데가 본디 어떠한 목적으로 태어났는가.
이번 루트에서 그 진상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