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12
〈 212화 〉 사슬과 손톱, 노출광과 타이츠 – 4
“텟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카시우스가 무투대회에 찾아올 가능성은 있어?”
“……글쎄. 아버지가 오신다면 따라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해.”
텟샤는 내 질문에 생각만 해도 귀찮다는 듯 살짝 인상을 썼다.
“카시우스도 네가 아즈레로 변장해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이건 꽤 중요한 부분이다. 잘못하면 일이 제대로 꼬일지도 모르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글쎄. 아버지랑 별로 친하지 않으니까 모르지 않을까? 설령 아즈레가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버지에게 말한다고 한들 사실은 아는 아버지는 무슨 멍청한 소리냐고 일갈하겠지.”
“그건, 뭐, 그럴 것 같긴 하다만.”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나는 오라버니보다 사랑받고 있거든.”
텟샤의 말대로 카시우스는 황제에게 그다지 신임을 얻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심심하면 제2후계자인 텟샤와 비교당하곤 했다.
그 덕분에 열등감으로 똘똘 뭉치고 말아, 그노시스 제국의 황자임에도 불구하고 천하통일 루트의 주 빌런 중 하나였다.
물론 카시우스 단독으로 강한 것은 아니고 암약하는 지원자가, 흑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무투대회에 온다고 해도 딱히 아즈레에게 트집을 잡는 것은 무리일까. 아예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제법 있을 듯싶고.’
텟샤의 말대로 아즈레의 정체가 텟샤라고 파악한다고 한들, 자기 동생이 야한 옷을 입고 무투대회에서 싸웠다고 떠들어봐야 본인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 뻔하니 그쪽으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황제 또한 부정해줄 것이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카시우스는 조심하도록 해. 혼자라면 약할지도 모르지만, 추종자들은 쉽게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다만, 그렇다곤 해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니 제대로 경계해주는 게 좋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덧붙였다.
“추종자라……. 추종자라고 해도 카시우스를 가장 따랐던 미디다스 경은 거의 망했잖아?”
“아.”
그리고 뒤늦게 카시우스의 가장 큰 추종자가 거의 망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음. 확실히. 그러고 보니까 그랬군.”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미미다스는 프리다와 함께 사관학교에 찾아왔다가 재산을 80% 가까이 털리고 황가의 감시까지 받게 되고 말았다.
그저 루시아의 집안을 부유하게 할 겸 프리다도 개꼴려서 따먹을 각을 보기 위해 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카시우스의 오른팔을 잘라낸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되었다.
“뭐, 그렇지만……. 그래도 좀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신경을 쓰도록 해.”
그렇다고 한들 아직 제국의 흑막은(현 시점에선 밝힐 수 없지만) 건재하다. 좀 불쌍한 꼴이 되었다고 해도 예의 상 경계해주는 게 좋다.
“교수가 그렇게 말한다면 뭐가 있는 거겠지. 주의하고 있을게.”
텟샤는 일단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라면 별 의심 없이 받아주니 편하다.
‘만약 카시우스가 온다면 제국 쪽의 일도 갑자기 확 진행이 될지도 모르겠네. 무투대회 하나에 대체 뭐가 얼마나 얽히는 건지.’
이래서야 거의 최종결전을 준비하는 기분이다. 막상 대회의 경기 자체는 야크샤를 제외하면 그리 수준 높은 싸움은 없을 터인데 얽히고 얽힌 관계가 복잡하기 그지없다.
“아무튼, 유에랑 텟샤 이렇게 둘이 같은 팀으로 싸우게 될 거야. 그에 앞서서 합을 맞추거나 해보는 게 좋지 않겠어?”
서론은 이쯤하면 충분하다. 마침 호수에도 왔겠다, 둘의 전투능력을 확인할 겸 합을 맞춰보게 하면 딱 좋다.
“이전에 대련했던 적이 있으니, 대충 스타일은 알고 있습니다.”
“나도 기억하고 있지. 하지만 제법 예전 일이잖아? 나는 훨씬 성장했고, 아마 너도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유에의 말에 텟샤가 등에 차고 있던 훈련용 검을 뽑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때는 첫 미션도 하기 전이었으니까 말이지. 둘 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을 거야.”
“그렇지요. 그저 스타일만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유에는 텟샤와 마주하며 허리춤의 참월을 뽑았다. 무겁고 탁한 은빛으로 도신이 빛난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텟샤가 땅에 훈련용 검을 꽂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몹시 진지한 그 태도에 나와 유에는 텟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팀명을 정하자.”
“……그런 거, 아무래도 좋습니다.”
진지하게 반응한 자신이 바보 같다는 표정으로 대꾸하고 다시 참월을 들었다.
“아무래도 좋다니, 엄청 중요해. 그래야 멋지게 등장할 거 아니야!”
“멋지게 등장해서 뭘 합니까?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닙니까.”
흐름이 깨져서 약간 짜증마저 난 표정이다. 복장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일이 한둘이 아닌 눈치다.
“뭐, 준비해둬서 나쁠 거야 없겠지. 처음으로 2인 1조로 실시하는 무투대회니까 이왕이면 분위기를 팍팍 띄워보고 싶기도 해.”
다만 팀명이라고 하니 나도 조금 흥미가 있다. 뭔가 재밌는 걸 생각해뒀다면 듣고 싶기에 나는 텟샤의 말을 두둔했다.
“……주인, 아니, 교수님까지 그러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무심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려 했던 유에가 텟샤의 시선에 뒤늦게 호칭을 바꿨다. 텟샤는 그를 놓치지 않고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유에를 응시했지만 유에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주인님 플레이인가. 재밌는 걸 하고 있네.”
대신 나에게 눈치를 줬다.
아니, 유에가 먼저 시작했던 거거든? 메이드복 입힐 생각이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어서 준비하고 싶은데 너무 바빠서 큰일이다.
“뭐, 이미 마음 속으로 정해둔 팀명은 있어. 딱히 생각이 없다면 그걸로 결정하면 될 일이야.”
“그래. 어떤 걸 생각해뒀는데?”
내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텟샤는 기다렸다는 듯 땅에 꽂아뒀던 훈련용 검을 뽑아들고 멋지게 자세를 취했다.
“……어벤저스.”
“기각.”
그리고 멋지게 말했지만 신속하게 나에게 기각당했다.
“어, 왜?! 멋있지 않아?! 엄청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유에보다도 빠르게 내가 기각하자 텟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설마 내가 이런 반응을 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싶다.
“멋있다면 멋있지만 이미 그런 이름으로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안 돼.”
너무 대단한 사람이랑 겹친다. 자꾸 생각나서 보기 불편해질 것 같다. 아즈레의 설정과 유에의 야크샤에 대한 원한을 생각하면 제법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다.
“그, 그러면……. 리벤저즈?”
“아. 그거 좋다. 그게 더 어울리는 것 같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에 의하면 어벤지는 정의가 악을 응징하는 것이고 리벤지는 개인적인 원한의 복수를 뜻한다던가.
아즈레나 유에나 정의의 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개인적인 일들이 원인이니(텟샤의 야크샤를 벌한다는 게 아닌, 아즈레로서 인정을 받겠다는 부분에 힘을 싣는다면) 그쪽이 훨씬 더 부합한다.
“그러면 리벤저즈로. 됐어? 유에, 너는 어때?”
“그렇게 하죠. 주인님이 좋다면 뭐든 좋습니다.”
유에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냥 두면 얼마 후 잊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유에, 너랑 내 팀 이름인데 조금 정도는 관심을 보이지? 뭐 생각나는 거 없어?”
그 아무런 관심도 없는 모습에 텟샤가 약간 불만인 듯 물었다.
“이름을 짖는 특기는 없어서……. 꼴사나운 것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뭐 어떤 건데? 들어나 보자.”
“……강력한 노출광들, 같은 것밖에.”
“미안해. 리벤저즈로 가자.”
신속하게 없던 일로 했다. 어쩌면 리벤저즈보다도 훨씬 어울리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도 정했겠다, 이제 오랜만에 검을 좀 겨뤄볼까?”
“도를 들긴 했지만,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을 공격할 배짱은 들지 않는군요.”
전투태세를 취하는 텟샤를 바라보며 유에가 불편한 눈치를 보였다.
“발키리 아머의 방어력은 내가 보증할게. 망설이지 말고 공격해.”
“……주인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사실이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괜찮다고 하자 바로 납득하며 특유의 전투태세를 취했다.
“주인님이라. 아까 전부터 몇 번이나 교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네.”
텟샤는 살짝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왠지 마음에 안 드니까 나도 진심으로 간다. 알아서 잘 피해.”
그리고 약간 짜증이 쌓인 얼굴로 검을 세게 쥐었다. 유에도 도를 높이 들고 텟샤에게 돌진할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싸우게 둬도 괜찮을지 조금 불안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재밌을 듯하니 나는 얌전히 구경하기로 했다.
텟샤와 유에는 치열하게 합을 주고받았다.
카앙!
텟샤의 복부를 노린 유에의 공격이 보이지 않는 방어막에 크게 튕겼다. 유에는 그 반동과 함께 신속하게 거리를 벌리며 텟샤의 반격을 회피했다. 허리를 깊게 숙이고 고양이과 짐승처럼 경계하는 모습이 제법 섹시하다.
“……방어력이 높다는 말, 사실이군요. 공격하면서도 대체 뭐에 날이 튕기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겉보기만 이렇지 실제로는 굉장히 방어력이 높아.”
텟샤가 경계를 취하고 있는 유에에게 느리게 다가가며 말했다.
“검이 튕길 때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중갑 같았습니다. ……너무 튼튼한 거 아닙니까? 중갑의 튼튼함을 가지고 경갑보다도 가벼운 활동성이지 않습니까.”
“공감하는 바야. 이 높은 노출도는 그에 따른 패널티라고 여겨질 정도로 대단하지.”
텟샤가 자신의 몸을 쓸어내리며 도발하듯이 말했다. 쓸데없이 요염한 동작이 보기 좋다. 내 쪽을 힐끗 쳐다보는 것으로 보아 분명 노린 움직임이다. 잘한다. 더 해라.
‘웬만한 애들, 야크샤를 상대한다고 해도 유효할 방어력이지만…… 애석하게도 텟샤의 결승전 상대는 샤오란 말이지.’
텟샤가 상대하게 될 샤오는 높은 방어 관통을 지니고 있기에 튼튼한 방어구를 입는다 한들 큰 의미가 없다. 대놓고 중갑 유닛의 카운터로 설계되어있으니.
‘그렇다고 해서 중갑의 패널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손해를 보는 건 없지만.’
그저 다른 참가자를 상대할 때와 비교해서 유리함이 덜할 뿐이다. 제법 스릴 있게 구경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이번에는 내 쪽에서 갈까.”
텟샤는 검을 단단히 쥐고 스탭을 밟으며 유에에게 빠르게 돌진했다. 그리고 훈련용 검을 들고 하는 움직임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연속 공격을 이어갔다.
“하앗!”
나와 숲에서 처음 겨뤘을 때 사용했던 스킬, 였다. 오랜만이라 제법 반갑다.
‘잘도 훈련용 검으로 그걸 쓰는군.’
무기 숙련 스킬 등급이 S에 달하면 장비한 무기의 등급과 상관없이 모든 무기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D등급의 훈련용 검의 내구도가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지만, 텟샤가 진심이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유에는,
“빠르군요. 조금 긴장했습니다.”
텟샤의 5연격을 능숙하게 전부 피해냈다.
직전에 텟샤에게 행했던 공격, 자신의 방어력을 절반으로 깎고 속도를 2배로 올리는 의 효과가 유지되고 있는 덕택이었다.
“그 옷의 방어력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공격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예전에도 민첩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보다 훨씬 빨라졌네.”
텟샤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유에의 반격을 쳐냈다. 맞지 않았다고 해도 격렬한 검무에 내구도가 대량으로 소모된 훈련용 검은 참월과 부딪히자 카가가가각, 하고 순식간에 날이 너덜너덜해졌다.
“역시 저급 무기로 쓸 기술은 아니네. 최소한 강철검 정도는 되어야 쓸 법하겠어.”
“죄송합니다. 그래서야 대련을 이어갈 수 없겠군요.”
“고작 훈련용 검의 날이 좀 상하게 했다고 사과할 필요는 없거든?”
텟샤는 너덜너덜해진 훈련용 검을 바닥에 꽂았다.
“교수. 제대로 된 무기 있어? 잠깐 빌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강철검이면 충분해?”
“충분하고도 남아. 고마워.”
나는 인벤토리를 뒤적여 강철검을 꺼내 넘겼다. 텟샤는 강철검을 붕붕 휘두르며 대충 무게와 휘두르는 감각을 익힌 뒤 다시 유에와 대치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마라. 다쳐서 못 나가게 되면 완전히 본말전도니까.”
“……노력할게.”
“저에게 패배할 수준이라면 샤오 님에겐 처음부터 이길 수 없겠지요.”
애석하게도, 둘 다 조심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