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29
〈 229화 〉 개회식 – 2
“세르반테스! 진정해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감의 말에 세르반테스가 호쾌하게 말했다.
“……할 수밖에 없다느니 해도 지금 여기에 야크샤는 없잖아.”
“뒤에서 대기하고 있겠지. 그냥 자신이 복수하겠다는 선언을 크게 했을 뿐이야.”
모리건이 어이없어했고 나는 덧붙여 설명했다.
“주목받는 거 좋아하는 놈이니까.”
세르반테스는 몇몇 전투에서 시키지도 않은 미끼 역을 맡겠다고 나서서 난이도를 개판으로 만드는 일이 흔한 유닛이었다.
진행에 민폐를 끼치는 만큼 잘 키우면 엄청 단단해지는 난공불락의 인간 요새가 되어 극후반에도 충분히 기용하는 방패가 되지만, 남자 캐릭터를 키우는 건 50회부터 그만둔 나에게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가끔 강제 이벤트로 귀찮게 구는 바보일 뿐이다. 지금도 그렇고.
“…….”
‘거기에 팀은 뭐 또 저렇게 짠 건데?’
그 뒤쪽에는 무표정한 교단의 갈색 피부의 기사 유닛, 앤더슨이 조용히 서 있었다.
별로 좋은 조합도 아닌데다가 어쩌다 저 둘이 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너희 둘 원래 지원도 안 올라가는 사이 아니었냐.
‘저런 바보짓을 해서야 귀빈들에게 무슨 평을 받을지 모르겠네.’
“저러다 죽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동감이다.”
내가 생각하기 바쁘게 린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네자가 그 말에 동의했다. 야크샤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둘이기에 세르반테스가 정말 같잖게 보이리라. 내가 다 부끄럽다.
“내 젊을 때 저런 친구가 있었지.”
그리고 그보다 좀 더 떨어진 쪽에 앉아있는 황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지금도 황궁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아니. 저런 친구는 대부분 죽지. 보통 23살쯤 죽더군. 저 친구 나이가 그쯤 될까?”
황제에겐 의외로 평이 좋나 싶었지만 카시우스의 질문에 대답하는 걸 보면 그도 아니었다. 아마 세르반테스의 출세는 이 평가로 인해 꽉 막혔으리라. 자업자득이라 불쌍하지도 않다.
“…….”
가장 위쪽에, 목에 붕대를 감은 헤이젠과 함께 앉아있는 카마인은 정말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만 헤이젠이 조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대체 왜 끼어있는지 모르겠네, 앤더슨. 제국 소속도 아니잖아?’
앤더슨은 이단심문관 훈련을 받은, 남자 버전 브리깃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닛이었다.
마방이 평범한 수치인 대신 기본 방어력이 지독하게 올라가는, 하지만 공격력이 전혀 올라가지 않기에 그저 벽으로 세워두는 것 이외에는 큰 쓸모가 없는 유닛이다.
변태 같은 제한을 두고 하는(예를 들면 공격 없이 반격만으로 진행한다든지) 플레이에는 나름 유용한 유닛이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몇몇 미션에서 전략적으로 한두 번 기용되는 것 외에는 벤치에 처박혀있는 신세다.
유닛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이 제한된 엠블럼 레전즈에서는 단단하기만 한 유닛은 키워봐야 후반에 진행이 꽉 막힐 뿐이다.
‘무언가 노리는 게 있긴 한 건가?’
아마 세르반테스가 억지로 끌고 온 것으로 보이지만,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도무지 상상이 안 간다. 단순히 세르반테스의 바보짓에 어울려 줄 제국의 학생이 없어서 저렇게 된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가능하면 야크샤와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나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만났다간 아마 죽을 것 같다. 그건 막어야 한다.
귀빈도 관람하고 있는 무투경기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사양이다. 절대로 가볍게 넘어갈 리 없다.
“……해프닝에 사과드립니다. 어벤저스 팀. 세르반테스 군과 앤더슨 군입니다.”
교감은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둘의 소개를 끝냈다. 세르반테스는 딱히 호응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저기 손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앤더슨은 무표정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후 소개된 나머지 세 팀은 제법 평범한,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유닛들의 조합이었다.
교단 소속의 배틀 시스터 둘로 구성된, 아리안느와 에이다의 ‘복음’ 팀.
동방 소속의 권법가와 음양사로 구성된 니우로와 미엔의 ‘니우로미엔’ 팀.
그리고 동방과 교단 소속이라는 제국과 교단만큼이나 의외인, 궁수와 집행관으로 구성된 슌과 리히터의 ‘동남’ 팀이었다.
‘의외로 구성은 전부 좋네.’
각각 적어도 2티어, 웬만하면 1.5티어에는 드는 상당히 강한 캐릭터의 조합이었다.
그리고 상금과 귀빈이 있는 덕인지, 다들 몹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세르반테스 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팀끼리 싸움도 제법 즐길 수 있겠네.’
제법 즐거운 싸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다음은 동방연맹 소속의, 샤오 군과 야크샤 양의…….”
이제 평범한 팀의 소개가 끝나고, 샤오와 야크샤 팀으로 메인 우승후보 팀들이 소개되려나 싶은 순간, 교감이 말을 흐렸다.
“‘차기맹주’ 팀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도전적인 팀명을 입에 담았다.
까득.
“…….”
네자가 분노에 무심코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옆의 린린이 웃겨 죽겠다는 듯 입을 가리고 풋풋 웃어댔다.
“푸핫. 아하하하! 꽤나 멋진 이름이네. 차기맹주 팀이래, 차기맹주. 어떡해요?”
그러다가 결국 못 참고 웃었다. 진심으로 웃음을 참을 생각도 없어보이긴 했다.
“……자신감이 넘쳐서 보기 좋다고만 해두지.”
대놓고 놀리는 린린에게 네자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차갑고 무감정한 척하고 있지만 의외로 도발에 약하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이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오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본편에서 처음 만날 때보다 3년은 앞섰으니 아직 철이 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짓밟아주기 좋을 때일까.
소개받고 나온 샤오는 평소의 상쾌한 미소를 띠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야크샤는 그런 샤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야크샤는 몰라도 샤오는 동방연맹 학생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당장 소개된 팀 중 동방연맹 소속의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샤오의 등장을 반겼다.
그걸로 끝났으면 딱 좋았을 터인데.
“……왔군. 내 친구의 원수.”
세르반테스가 기다렸다는 듯 중갑을 쿵쿵대며 야크샤에게 다가갔다. 모두가 간단히 예상할 수 있는 돌발상황이었다. 아니, 간단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돌발상황이라 할 순 없을까.
“우와아. 우와. 진짜 재밌다. 이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벌써 사람이 죽는 건가요?”
“……재밌긴 하군.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남자다워서 보기는 좋군. 가끔 남자답다는 말은 멍청하다는 것과 동의어지만 말이야.”
덕분에 여러 의미로 흥이 오르고 있긴 하다. 교감도 이젠 될 대로 되라는 듯 내버려 두는 중이다.
“……이쯤 가면 좀 걱정인데. 진짜 죽는 거 아니야?”
“뭐, 샤오가 알아서 하겠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리건에게 괜찮을 거라고 하며 나는 상태창을 소환해 줌업으로 당겼다.
“세르반테스라고 했나? 조금 진정해.”
샤오가 야크샤를 향해 다가가는 세르반테스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세르반테스는 자리에 멈춰 섰다.
“네 감정은 이해해. 하지만 싸울 장소는 여기가 아니지 않나?”
“샤오. 나는 여기에서 싸울 생각은 없어. 그저 선전포고를 직접 하려는 것뿐이지.”
이미 본인도 없는 자리에서 소리쳐놓고 뭘 또 더 하겠다는지 모르겠다. 샤오가 비키지 않자 세르반테스는 거기에서 하겠다는 듯 목청을 키웠다.
“야크샤. 각오하도록 해. 네가 내 친구의 팔을 꺾은 것처럼 내가 너의 뿔을……!”
샤오는 세르반테스가 차마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중갑에, 명치 부분에 손바닥을 댔다. 그리고,
터엉!
“?!”
커다란 종을 때리는 것 같은 묵직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이제 진정이 되었나?”
샤오가 조용히 손을 떼며 말했다.
“윽, 큭. 콜록, 콜록!!”
세르반테스는 샤오의 100%에 가까운 방어 관통의, 실질 방어 무시의 공격에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며 콜록였다. 당장 쓰러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말도 못 하겠지? 이대로 돌아가. 한심한 짓 하지 말고.”
샤오가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이자 세르반테스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쌕쌕 숨을 몰아쉬다가 뒤돌아서 시끄럽게 쿵쿵 걸으며 돌아갔다.
무척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다들 세르반테스의 한심한 모습보다는 샤오의 대처에 감탄하며 관심을 보였다.
“제국의 바보가 저쪽 왕자님을 잔뜩 띄워줬군.”
“동방연맹의 차기 맹주라고 했지요. 뛰어나 보이는군요.”
황제는 피식 웃었고 카시우스도 덤덤히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대화가 끊겼다. 모범적인 어색한 부자 관계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나마저 답답한 기분이 든다.
“제법 하네요. 역시 샤오 님이네요.”
“……흐음.”
린린은 감탄하며 꼬리를 살랑였고 네자는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뀌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알아차린 듯한 표정이었다.
귀족의 차기 당주인 네자라면 아마 진의 비전에 대한 것도 알고 있으리라. 샤오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샤오, 멋있었어. 굉장히 멋있었어요! 예전에 어른들 앞에서 가로막고 서서 날 지켜줬을 때만큼! 아아. 남에게 지켜진다는 건 역시 두근거리는 일이네요!”
그런 주변의 반응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야크샤가 샤오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즐거워했다.
“네가 공격하게 뒀다간 죽었을 테니까.”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야크샤에게 샤오는 차갑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도와줄 생각은 없지만 동정은 해줬다.
“…….”
모리건이 진지한 표정으로 샤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별 건 아니고. 샤오, 원래 저렇게 선이 가늘었나 싶어서.”
모리건의 말대로 샤오에게는 묘한 중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음양의 균형을 강제적으로 맞춘다는 진의 비전의 탓일까.
벌써 외양의 변화가 느껴질 정도면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벌써부터 불안불안한 꼴이다.
‘그보다 야크샤는 거기에 대해 신경을 안 쓰는 건가?’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야크샤라면 샤오의 변화를 진즉 알아차렸을 터인데 말리거나 하지 않는 것일까. 약간 신경이 쓰였다. 평소에 저 둘의 관계를 좀 더 염탐해볼걸 그랬나 싶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밤에 혹시 섹스라도 안 할까 싶어 몇 번 훔쳐봤지만 딱히 아무런 일도 없었다. 진의 비전 이전에 사실 고자인게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이 될 정도다.
“그러면, 다음 팀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판단한 교감이 다음 팀을 불렀다.
“최근 이교도의 성당에서 구출해 편입하게 된 두 학생입니다.”
“울프힐데, 그런 설정으로 가는구나.”
“시계탑에 가둬뒀다가 편입했다느니 하는 것보단 설명하기 편하니까 말이지. 교단 입장에서도 이교도 탓을 할 수 있을 거고.”
나는 모리건에게 설명해주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브리깃 양, 울프힐데 양의 ‘하프문’ 팀입니다.”
교감의 소개와 함께 브리깃과 울프힐데가 모습을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브리깃은 평소대로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왔고, 울프힐데는 긴장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요호족인가?”
“아니에요. 요호족의 귀는 저렇게 짧지 않아요. 꼬리도 없네요. 어디의 잡종일까요?”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울프힐데의 등장에 경기장이 웅성였다.
안 그래도 긴장했던 울프힐데가 겁을 먹고 귀를 바짝 세우고 뻣뻣하게 움직였다. 너무 뻣뻣해서 브리깃이 등을 툭툭 치며 진정시켜줄 정도였다.
“앗, 그, 그게.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합니다!!”
진정하라고 한 동작이었지만 울프힐데는 뭐라도 말하라는 것으로 착각한 듯 허둥지둥 소리쳤다. 경기장에 울프힐데의 목소리가 울리며 침묵이 맴돌았다.
나는 박수를 쳤다.
내가 박수를 치자 린린도 나를 바라보다가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VIP석에서 귀빈부터 시작된 박수는 곧 경기장의 모든 관객에게 퍼져나갔다. 잘 부탁해, 파이팅,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아, 으……. 감사합니다!!”
안절부절못하던 울프힐데는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경기장 전체에 훈훈한 분위기가 맴돈다. 어찌저찌 좋게 잘 데뷔한 듯싶다.
“어엿하게 자랐네. 키우느라 고생했어, 헤이젠.”
줄곧 관심 없다는 듯 침묵하고 있던 카마인이 입을 열었다.
“…….”
헤이젠은 카마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교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도 너무 심상치 않네.’
조만간 헤이젠에게 찾아가서 자세한 상황을 묻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팀의 소개입니다만…….”
교감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짧음과 김의 가운데쯤 되는 시간의 고민을 한 끝에,
“스테이시아 황녀님의 특별 추천으로 참가한 용병이 있습니다.”
가장 소개하기 힘들 참가자의 소개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