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73
〈 273화 〉 사흘째 첫 경기 – 2
“혹시 슌에 대해 알고 있어?”
“활을 잘 쏘는 평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진 가문이 도와줘서 사관학교에 보냈다던가.”
내 질문에 린린이 재미있다는 듯 슌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 와중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괜히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그 진 가문의 차기 당주이자 맹주 후보인 샤오와 싸우게 된다니, 야속한 일이네요.”
그 슌은 린린의 말대로 샤오와 먼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방금까지 야크샤를 겨누고 있던 활은 이제 샤오를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샤오 님. 저는 당신을 쏠 수 없습니다.”
시위를 끝까지 당기고 있으면서도 슌은 샤오에게 공격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와 동시에 리히터의 앞으로 나아간 야크샤에게도 계속해서 힐끔힐끔 시선을 주었다.
“이건 경기이자 대련이야. 사적인 감정 따위는 배제하고 싸우도록.”
샤오는 보기 드물게 반말로, 약간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며 슌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샤오 님은 저를 여기에 있게 해주신 진 가문의 외동아들. 감정 이전에 공격해선 안 될 대상입니다.”
“내가 공격해선 안 될 대상이기 이전에, 지금 여기는 무투대회 경기장이고 수많은 관중이 보고 있어.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슌의 거절에 샤오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출전한 시점에서 이런 사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건가? 그건 아닐 거다. 결국 너는 네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저는, 숙명을 가지고 임했고, 샤오 님의 상대는 리히터에게……!”
“아니, 애초에 그런 화살을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화살을 들고 왔기에 나를 공격할 수 없겠고.”
샤오는 슌의 말을 끊었다.
“네 부족한 점을 전혀 고치지 못했구나, 슌. 너는 자신의 감정을 너무 과격하게 받아들여.”
그리고 진심으로 나무라는 듯 슌을 째려보며 말했다.
“…….”
슌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떨었다.
타인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이 극히 적은 샤오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샤오를 누구보다도 믿고 따르는 슌에게는 아주 충격이 컸으리라.
“뭐, 나라고 감정에 완전히 휘둘리지 않는 것은 아니니 잘난 듯이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슌은 고개를 끄덕이고, 느슨해졌던 활시위를 다시 끝까지 당겼다.
“최선을 다해서, 샤오 님을 쏘겠습니다.”
그 눈동자는, 활의 조준점은 정확히 샤오를 향해있었다.
“하아아압!!”
야크샤와 대치하고 있던 리히터가 기합을 내지르며 대검을 크고 넓게 휘둘렀다.
“호오. 어마어마하게 큰 검이군.”
야크샤는 를 취하며 리히터의 공격을 회피했다. 대검이 일으키는 바람에 야크샤의 머리카락이 멋지게 휘날렸다.
“리히터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야크샤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규정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되는 최대한 큰 사이드로 만든 대련용 대검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진짜 말도 안 되게 큰 사이즈네요.”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컸다, 라는 묘사가 어울리는 대검이었다. 대련용인 주제에 참 말도 안 되는 물건을 가져왔다.
“하지만 별로 실속은 없네요.”
“야크샤가 저런 물건에 맞아줄 리가 없지.”
대검을 크게 붕붕 휘두르며 압박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실속은 전혀 없었다.
“야크샤,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있네요. 무언가 속셈이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알리가 흥분해서 외쳤지만, 야크샤는 반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야크샤가 취하고 있는 는 반격을 하지 않는 대신 회피율을 2배로 올리는 스킬이니까.
탱커 유닛은 애초에 명중률이 그리 높지 않게 설정되어있고 그는 리히터도 다르지 않다.
즉, 를 사용한 야크샤라면 100%에 가까운 확률로 리히터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맞는 일은 확률이 쓰레기인 뽑기 게임에서 1번만에 최고 등급 유닛을 뽑는 것과 동급이다.
“야크샤가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리히터에게 승기는 전혀 없네요.”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말이야.”
모두에게 미움받는 야크샤가 수세에 몰린 것 같은 모습에 관중들은 흥분했지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나와 린린은 안쓰러운 기분마저 느꼈다.
“말은 많았지만 성기사에게는 맥을 추지 못하는군요.”
“그런가? 내가 보기에는 그저 놀아주는 것 같은데.”
린린에게 정신이 팔려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황제도 그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싶었다. 카시우스는 전혀 모르는 눈치지만.
야크샤는 여유롭게 리히터의 대검을 피했다. 자신의 턴이 와도 일부러 공격하지 않고 거리를 벌리다가 이제 충분히 놀아줬다 판단한 듯, 야크샤는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가며 거리를 좁혔다!
“큭?!”
야크샤가 대검을 막 휘두른 리히터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잡고 땅을 박차며 뛰어올라 리히터의 목 뒤로 올라탔다.
“자. 이걸로 장군이에요.”
“윽, 커헉……!! 떠, 떨어져라!!”
그리고 그대로 리히터의 목을 허벅지로 꽈악 조르기 시작했다. 격투게임 따위에서 흔히 행복잡기라고 부르는 기술이었다.
꽈아아아아악.
새하얀 허벅지가 리히터의 목과 머리를 강하게 조여갔다. 리히터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으으으윽!! 윽, 내려가, 내려가!!”
리히터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지만 야크샤는 간지럽다는 듯 웃으며 더욱 강하게 리히터의 머리를 조였다.
“야, 야크샤가 리히터에게 올라타서 다리로, 허벅지로 머리를 조이고 있습니다!”
“……야하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야하긴 하지만!!”
알리의 진지한 해설에 루시아가 초를 쳤다. 린린이 빵 터져서 웃었다.
몇몇 학생은 다른 의미로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사람에 따라서는 업계 포상이다.
“…….”
일단 카시우스는 못 보겠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그쪽 취향이냐. 원래 알던 이미지에 비하면 너무 숫기 없는 거 아닌가 싶다. 흑화는 1년쯤 뒤에 하는 걸까?
“내려가, 젠장! 내려가라!!”
야크샤는 대검도 집어던진 채 자신을 잡아떼려고 뻗어오는 리히터의 손을, 팔을 붙잡고 그대로 굳혔다. 그대로 몸을 뒤로 흔들며 무게를 싣자 리히터는 비틀거리다 쿵, 하고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윽, 커헉. 으으으윽……!!”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진 리히터는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머리에 피가 몰리며 위험한 상태까지 되어갔다.
“별로 재미있지가 않네요. 모리건 씨와 싸움은 굉장히 즐거웠는데.”
야크샤는 별로 재미있지 않다는 듯 혀를 치며, 허벅지를 뒤틀었다.
우득.
“억…….”
불길한 소리와 함께, 결국 리히터는 실신했다. 멋지게 등장한 것치곤 허무한 최후였다.
“……죽이지 않았네요. 야크샤라면 아예 목을 부러뜨리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그러게. 사실 나도 좀 무서웠는데 성장하긴 했어.”
순간 죽은 것 아닌가 싶어 정적이 맴돌았지만, 나도 긴장했지만 다행히 리히터의 체력은 한참 남아있었다. 그저 실신했을 뿐이었다.
“주, 죽은 것은 아닙니다! 실신했을 뿐입니다. 안심하고 계속 경기를 보셔도 좋습니다!”
“까, 까, 깜짝 놀랐다…….”
떨며 내 눈치를 보던 루시아는 내가 괜찮다는 사인을 하자 안심하라고 소리쳤고 굳어있던 알리가 우는 소리를 내며 안도했다.
손톱을 쓰지 않고 관절기 위주로 싸우는 야크샤는 중갑 유닛에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면 여기에서 샤오의 싸움을 구경해야겠네요. 높이도 딱 좋고.”
리히터의 머리 위에 올라탄 채 다리를 까닥거리던 야크샤는 그대로 샤오와 슌의 싸움을 기대되는 표정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꼭 놀이공원에 와서 딸을 목마 태우고 돌아다니는 부녀 같은 꼴이었다. 아버지 역이 실신해서 눈이 뒤집혔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그와 동시에 샤오는 슌의 화살을 피하며 능숙하게 접근해갔다. 리히터와 야크샤의 싸움에 비해 화려한 맛은 없기에 관심은 끌지 못했지만 이쪽도 제법 접전이었다.
“항복해주십시오. 이 이상 샤오 님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습니다.”
피하며 능숙하게 접근해갔다고 해도, 샤오는 제법 상처투성이였다.
유리의 화살은 피할수록 오히려 데미지를 입는다. 여기저기 긁히고 옷이 찢어진 샤오는 제법 너덜너덜한 꼴이었다.
“그 화살, 굉장히 성가시네. 사용하는 곳이 이런 무투대회만 아니었다면 너를 굉장히 칭찬했을 터인데.”
샤오는 뺨의 상처를 닦으며 다시 시위를 당기고 있는 슌을 째려보았다.
“성능의 검증은 끝냈으니, 이제 제대로 간다.”
화살을 피하며 거리를 재던 샤오는 단숨에 정면으로 슌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샤오의 어깨에 슌의 화살이 명중했다. 하지만 꽂히지 않고 튕겨 나갔다. 퍽, 하는 무서운 소리가 났지만 치명적이진 않았다.
“샤오가 화살을 피하지 않고 돌진하고 있습니다! 받아내고 있습니다!”
“3대 이상 명중한다면 패배로 처리한다는 규칙이 생겼습니다만, 저 속도라면 2발째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 보여요!”
화살촉은 뭉툭하다. 피했다가 유리 화살의 날에 베이는 것보다 차라리 맞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규칙상으로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행동이었다.
‘작전 자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정말로 실천할 줄이야.’
그렇다고 해도 매섭고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에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걱정이 느껴졌다.
자신의 상처에, 고통에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와도 같은 꼴이었기에.
“올바른 선택이에요. 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동감이야.”
린린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낀 듯 말했다.
저런 광전사 같은 모습은 샤오에게 어울리는 폼은 결코 아니었다.
“샤오와 슌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윽, 큭……!”
슌은 정면으로 피하지 않고 달려오는 샤오를 보며 떨었다. 그리고,
“아아아아아!!”
파앗!
차마 이 이상 쏠 수 없다는 듯, 하늘을 향해 활을 올리고 화살을 쏘았다.
“제 패배입니다.”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쏜 슌은 바로 활을 바닥에 버리며 샤오에게 항복했다. 슌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샤오는 공격하려던 자세에서 조용히 팔을 내렸다.
“활을 쏘는 기술은 확실히 발전했네. 그것은 칭찬하마.”
“감사합니다. 하지만.”
샤오의 칭찬에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하던 슌은,
“저는 여전히 귀족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뭐?”
고개를 들고 날카롭고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위로 높이 쏜 화살은, 야크샤를 향해 수직으로 유성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슌이 쏘아낸 화살은, .
하늘 높이 활을 쏘아내고 지정한 위치에 한 턴 뒤 즉사급의 데미지를 때려박는, 궁수 클래스 최고의 딜링 스킬이었다.
“멍청한 짓을!! 지금 너는 저 모습이 안 보이나?!”
“윽, 뭐가 어떻다는……?!”
샤오가 슌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고, 슌은 야크샤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굳어졌다.
리히터에게 목마를 타고 있는 야크샤가 을 피한다면 그 화살이 향할 곳은, 당연히 아래쪽의 리히터다.
실신한 리히터에게 최대 배율의 스킬인 이 제대로 꽂히면, 아무리 연습용 화살이라고 해도 죽는다.
“아……!!”
슌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저 증오로 야크샤만 째려보고 있었기에 올라타고 있다는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승패가 결정이 난 것 같……? 자, 잠깐. 무슨 상황인가요?!”
“아, 안 돼요!!”
해설하던 알리와 루시아가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했다. 관중들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웅성거렸다.
“야크샤!! 그 화살, 피하면 안……!!”
촤아아악!!
샤오가 채 말을 마치는 것보다 빠르게, 리히터의 정수리에서 붉은 선혈이 턱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하지만 그 피는 리히터의 피가 아니었다.
“……따가워.”
그 피는, 직전에 화살을 움켜쥔 야크샤의 손에서 흘러내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