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75
〈 275화 〉 사흘째 두 번째 경기
“……뭐, 알았어요. 다치기도 했으니. 쉬세요.”
야크샤는 살짝 토라진 듯 툴툴대며 쉬겠다는 샤오의 말을 받아들였다. 샤오는 이제야 좀 편해졌다는 듯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야크샤가 좀 이상한 애긴 해도 여자가 좋다고 하는데 배가 불렀다. 저러니까 다 나한테 빼앗기는 거다.
“그러면 나중에 오늘 경기 끝나고 뵈면 될까요? 곧 노출녀랑 유에, 그리고 이상한 기사 둘의 싸움이 있으니까요.”
“……아즈레 말이지?”
“노출녀, 그런 이름이었군요. 왠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이름이라.”
야크샤가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모리건도 한동안 양 뿔이라고 불렀던가. 제법 귀여운 호칭이었는데.
“이상한 기사 둘은 뭐였죠?”
“세르반테스는 기억이 나는데 두 번째는……. 누구더라.”
“앤더슨이요. 교단 소속이라 알고는 있어요.”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해하고 있자니 조용히 있던 아비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런 이름이었던가. 남자 캐릭터 이름, 그것도 별 특색 없는 이름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애야?”
이름도 그렇지만 어떤 애인지도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교단 루트를 할 때도 별로 주력으로 쓴 기억도 없는 탓일까. 중갑 남자 캐릭터 같은 건 어지간히 성능이 좋은 게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안 쓰니까 당연한 일이다.
“……말수가 적고 이상한 애, 라고 할까요? 안 친해요.”
“그래서는 모를 법도 하네.”
보아하니 졸업식 때 롤링 페이퍼에 ‘다음에는 좀 더 이야기하자’ 같은 말이 적히는 타입인 듯싶다. 묘한 동질감을 느껴버릴 것 같다.
“걔네 둘, 엄청난 경기를 벌였다는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 이번에는 나도 봐야겠다.”
“못 봤나요? 여러 의미로 굉장했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무슨 내용인지 듣는 건 자존심이 상해서 안 듣고 있지만.”
막상 보면 별 것 아닌 패턴이 많지만. 솔직히 남자 두 놈이 재밌어 봐야 얼마나 재밌을지.
아무튼, 이제 그 경기만 끝나면 내일 결승전만이 남게 된다. 그러면 드디어 길고 길게 느껴졌던 무투대회가 끝난다.
‘끝나자마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네.’
카마인을 해치워버린 겸에 부패할 대로 부패한 교단의 토벌 시작, 린린의 도움을 받으며 동방연맹의 정세를 안정시키는 것, 그리고…… 잊고 있었지만 텟샤가 승리하면 황제에게 딸을 달라고 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을 다 끝내면…… 대륙은 평화로워지는 거 아니야?’
어쩌다 보니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을 뿐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일들은 각각 루트의 최종적인 목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부패한 교단을 토벌하고 바로잡는다면 교단이 황건적이 될 일은 없다. 동방연맹의 정세가 안정되면 귀족이 폭주해서 날뛰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제국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애초에 제국은 딱히 문제가 있는 국가는 아니다. 텟샤와 카시우스 간의 계승자 다툼이 외부로 확산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무투대회를 기회로 청혼 겸 텟샤의 계승권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듯한 예감이 든다.
‘따지고 보면 카시우스는 황제가 되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제국의 흑막, 베히모스의 추종자들에게 휘둘려 폭주한 것이지. 이참에 어떻게 원인을 제거하고 깔끔하게 미련을 남기지 않고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카시우스가 황제가 되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보기보다 간단하다. 텟샤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다.
이번 무투대회를 마무리를 지으며 어찌 힘을 써서 텟샤를 아예 제1후계자로 확정할 수 있다면, 카시우스에게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의 깔끔한 패배를 선사하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이 일은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게 좋겠네. 지금 다 결정하려면 머리가 터지겠다.’
나는 한숨을 쉬고 생각을 미뤘다. 그리고 다음 경기, 다들 그렇게 말이 많았던 세르반테스의 팀과 텟샤, 아니 아즈레와 유에 팀의 경기를 기대하기로 했다.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이 나올까. 솔직히 이쯤 오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나는 린린과 함께 경기장의 좌속으로 돌아가 앉았다.
“아즈레의 두 번째 출전이군요.”
“기대되는군.”
카시우스는 심란한 표정으로, 황제는 기대되어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고야 말았군요.”
“네. 그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기력을 회복한 알리와 루시아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둘 다 이번 경기를 제법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관중 또한 신이 나서 와아아 큰 소리로 환호했다.
“세르반테스 팀, 지난 경기는 굉장했죠. 이번에도 기대되네요.”
“나는 못 봐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대체 뭘 했길래 그러는지.”
내가 답답한 기분을 느끼는 가운데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아즈레와 유에가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강력한 복장만큼이나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리벤저즈 팀, 아즈레와 유에가 입장합니다!”
“언제 봐도 굉장한 복장이네요. 저도 입어보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입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이즈는 맞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오늘도 기세가 등등한 모습이네요. 가면이 번쩍번쩍 멋지네요.”
둘의 소개대로 아즈레는 발키리 아머를 빈틈없이(라고 해도 빈틈이 아주 많은 옷이지만) 챙겨입은 모습이었다. 남성 관중들의 시선은 첫 경기 때처럼 뜨겁다. 여기저기 플래카드 같은 것을 들고 응원하는 애들도 보인다.
아무리 그 정체가 텟샤라고 해도 일단 반역자의 자식이라는 설정인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좋은 게 좋은 거겠다만 약간 신경이 쓰이고 만다.
“으으음…….”
화려하게 주목을 받는 아즈레에 비하면 유에는 얌전…… 한가 싶었지만 오늘은 약간 달랐다.
평소에는 타이츠를 겹쳐서 드러내지 않는 배를, 배꼽을 노출하고 있었다.
아즈레의 존재감에 밀려 눈에 띄지 않는 게 싫어 주목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일까. 살짝 드러난 복근이 섹시하다. 섹스할 때 보기 좋은 모양이 된단 말이지.
그래놓고 신경이 쓰이는 듯 괜히 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섹스 마렵다.
“……당연히 유에하고도 했겠네요.”
“뭐,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린린이 치고 들어왔다. 부정하기도 귀찮아서 깔끔하게 인정했다. 린린은 흐음. 하고 유에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랑 할 때처럼 했나요?”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듯이 물어왔다.
“비슷하게. 좀 더 시간을 들이긴 했지만.”
장난이야 빨리 치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함락되는 것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초기 멤버 중 가장 오래 걸린 것은 아비인가. S 기색을 드러낸 이후로는 서로 바빠서 엮일 일이 없는 게 아쉽다. 전립선 마사지…… 아니, 이건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샤오를 좋아하던 애가 꿈에도 그리던 보좌를 그만두고 당신의 아래로 올 정도라면 정말 굉장하게 했나 보네요. 어떻게 한 건가요?”
“뭐……. 다 방법이 있었지. 자세한 것은 비밀이고.”
샤오에게 슬립 마법을 걸고 앞에서 따먹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돌아보면 참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분은 죽여줬지만.
“그러면 그 뒤를 이어 어벤져스 팀. 세르반테스와 앤더슨 입장입니다!”
결국 유에의 배 노출은 딱히 언급되지 않은 채 세르반테스와 앤더슨이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아즈레와 유에가 들어올 때와 거의 비슷한 환성이 관중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굉장한 모습으로 나타났네요, 저 둘.”
“뭐, 뭐야, 저 갑옷?”
세르반테스와 앤더슨은 마치 검투사를 연상하게 하는 복장이었다.
뭐라고 할까, 노예 검투사 같은 느낌일까. 경기장이 마치 콜로세움으로 변한 것만 같다. 둘이 함께 석양을 볼 것 같은 꼴이다.
“으으으음. 과연 오늘 경기는 어떨지……!”
거기에 린린도 묘하게 흥분한 기색이었다. 쫑긋거리는 귀가 싫어도 눈에 띄고 만다.
“후우……. 후우. 하아아아아……!!”
세르반테스와 앤더스는 앞으로 나아가며 깊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무언가 기라도 모으는가 싶은 동작을 얼마간 반복했을까.
“으럇차아아아아!!!”
빠각, 빠각, 투콰아아앙!!
두 남자의 괴성과 함께 세르반테스와 앤더슨의 안 그래도 면적이 적은 갑옷이 산산조각나며 땅으로 툭툭 떨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그야말로 마초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근육질의, 당장 보디빌딩 대회라도 나온 것 같은 팬티 차림의 두 남자였다.
“…….”
나는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이번에도, 나왔습니다!! 갑옷 따위는 필요 없다!!”
“중갑은 무겁다는 편견을 버려라!! 믿는 것은 오직 단련한 신체와 근육!!”
그 와중에 알리와 루시아가 흥분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관중들 사이에서도 환호가 일었다. 나는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음, 으음……! 다시 봐도 굉장한 근육이네요!”
린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린린. 저런 취향이었어?”
“네? 아, 아니. 취향 이전에 단련된 몸이 흥미로울 뿐이에요! 요호족 남자들은 죄다 호리호리하니까요!”
내가 놀리듯이 묻자 린린이 허둥지둥 변명했다. 은근히 마초 취향이었다는 걸까.
그러고 보면 본편에서도 몸집이 큰 캐릭터에게 든든하다느니 칭찬하는 묘사가 있었고 현실에서는 어째선지 근육질 흑인에게 NTR 당하는 동인지가 몇 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인간의 물건은 안 된다느니 하면서 은근히 동경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윽.”
내 질문에 정곡이 찔린 듯 린린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랬구나. 내가 좀 더 마초였으면 좋았을까?”
“아, 아니. 그렇지 않아요. 과유불급이니까요. 더 크면 진짜 짜부라질지도 모르고, 아래쪽은 충분히 크…… 아, 아무튼! 경기를 보죠!”
린린이 말하다 말고 민망한 듯 경기를 보자고 외쳤고 나도 시선을 돌렸다.
“뭐, 뭐, 뭐야. 그 변태 같은 꼴은?! 제대로 옷 안 입어?!”
갑자기 팬티 차림이 된 둘을 보며 경악하며 굳어있던 아즈레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유에도 너무 놀라서 무슨 반응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완전히 굳었다.
아즈레와 유에 또한 그때의 재미로 남겨두고 따로 알아보지는 않은 것일까. 아니, 알아봤다고 해도 실제로 보면 저런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야 하다.
“당신이 할 말은 아닌걸.”
“…….”
그야 그렇다. 노출도만 따지면 큰 차이도 없다. 아즈레도 자각은 하는지 그 말에는 대꾸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이 모습을 하게 된 것은 당신의 영향도 커.”
“내, 내 영향을 받았다고? 그 꼴이 된 게?”
아즈레가 진심으로 질색하며 세르반테스에게 되물었다.
“그래. 나는 대련장에서 당신을 만나고 나는 아주 큰 감명을 받았지.”
근육질에 팬티 차림의 세르반테스가 묘하게 귀족적이고 우아한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
“보호하는 면적을 최소화한, 그렇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그 갑옷. 그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어.”
“……뭘 말이지?”
아즈레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면 우리 중갑기사는, 중갑이라는 감옥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세르반테스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무겁고 무거운 중갑을 입어 단련된 육체를 해방하는 것……. 그것이 중갑기사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 보면 멋지게도 들리는 말이었지만 꼴이 꼴이라 변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 따위도 필요 없다. 우리의 단련된 육체의 힘을 보아라!”
“……간다!”
세르반테스가 땅을 박차며 아즈레에게 뛰어들었다. 뒤에서 조용히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갈색 마초, 앤더슨도 신속하게 땅을 박차며 그 뒤를 따랐다.
“두 반라의 선수의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헐벗은 여자와 헐벗은 남자, 과연 승자는 누구인가!!”
“미성년자는 보면 안 될 것 같은 경기가 시작되고야 말았습니다!!”
알리와 루시아가 흥분해서 경기의 시작을 선언했다.
관중의 환호가 터져 나오고, 옆의 린린은 눈을 반짝이며 경기에 집중했다. 황제도 재밌어 죽겠다는 듯 폭소하며 즐거워했다.
이 와중에 혼자 정색하고 있는 것도 바보 같아져, 나도 일단 즐기기로 했다.
뭐라고 할까, 꼭 레슬링 같아서 약간 신나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