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18
〈 318화 〉 시상식 직전의 짧은 여유 – 3
“아직 딸이 졸업하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대 같은 자가 졸업 후에 곁에 붙어서 계속 지도해준다면 제국의 앞날도 밝은 것 같은데.”
황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제안했다. 텟샤가 나에게 처음 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제안인 것을 생각하면 부녀가 닮긴 닮았다.
그렇다면 가슴 대신 자지가 클까. 입에 담았다간 불경하다고 바로 사형당할 것 같다.
“직속 가정교사가 되라, 그런 말입니까?”
“그렇지. 딸애뿐만 아니라 다른 애를 가르쳐도 좋고.”
그런 불경한 생각을 삼키며 물었다. 황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선심을 쓰듯 제안했다.
고압적인 태도였던 과거의 텟샤와 비교하면 부드러운 태도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거절하기 힘든 뉘앙스가 느껴진다. 권력과 힘은 드러내지 않을수록 무섭다.
“이 호색한을 궁에 들이실 생각입니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카시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너도 텟샤의 성장은 보지 않았나? 원래도 재능이 있는 아이이긴 했지만 놀랄 정도로 성장했지. 당장 제국의 가장 강한 기사와 싸워도 비등하거나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건 인정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방탕한 자를 들이는 것은……. 딱 보기에도 제자와 심상치 않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 훤히 보이는데 무슨 망나니짓을 할지 모릅니다.”
의외로 정확한 식견의 카시우스였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예쁜 메이드 같은 게 있으면 무심코 몰래 불러서 따먹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텟샤 메이드가 요새 안 보이네. 계속 얼쩡대면 여러 의미의 교육을 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텟샤가 변태 같은 옷을 입고 변장한 뒤 무투대회에 나간다느니 하는 것을 보고 황녀의 교육에 실패한 일에 대해 자책하며 사직했을지도 모르겠다. 본편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긴 했고. 나중에 슬쩍 물어보긴 해야겠다.
“그렇다고 내버려 뒀다가 다른 세력에서 채가면 이미 늦어. 당장 동방의 귀빈도 여기에 있지 않나?”
“하오나…… 황녀의, 황실의 가정교사라는 높은 자리를, 권력을 입은 이 자가 무슨 짓을 할 것 같습니까? 당장 지금만 해도 아주 하렘을 차리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 보는 눈이 의외로 정확하다.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중 제일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카시우스,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경계하면 되는 일 아닌가?”
황제는 조금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쓰며 카시우스에게 물었다.
“언제고 경계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불상사가 일어날 일은 사전에…….”
“애초에 레온 교수가 제국에 온다는 것은 너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반대하는지 모르겠군. 너도 텟샤와 같이 레온의 가르침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텟샤가 이렇게까지 강해지는 데 받은 교육을 너도 받고 싶지는 않은 건가?”
입 밖으로는 내지 않겠지만, 나는 레온을 교육할 생각은 죽어도 없다. 사실 을 제외하면 제대로 교육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것, 은…….”
“그냥 텟샤의 교수가 오는 거니까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내 말이 틀렸나?”
카시우스는 내가 오는 것을 반대했고, 황제는 그런 카시우스에게 짜증을 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냥 적절히 침묵하거나 나도 한두 마디 말을 끼얹어 카시우스에게 무안을 주고 제국에 내가 있을 자리를 공고히 마련하면 될 일이다.
“……황제 폐하.”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황태자님의 교육에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리어 남의 집안 교육에, 그것도 황족의 집안 교육에 끼어든다는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같은 행위를 선택했다.
하지만 여기서 끼어들지 않으면, 영원히 카시우스가 삐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솔직함이 폐하의 매력이긴 하지만, 아들 된 처지에서는 상처가 되겠지요.”
“흐음. 그런가?”
황제는 살짝 불쾌한 듯도 싶었지만 텟샤를 그렇게 잘 가르친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뭔가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내색하지는 않았다.
“나는 젊은 시절은 지독하게 모욕을 당하면서 보냈는데 말이지. 하루라도 심한 꼴을 당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덕분에 지금의 내가, 황제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셨군요. 그때 폐하를 모욕한 자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당연히, 다 죽었지. 황제가 된 이후는 한동안 숙청에 바빴어.”
“그렇다면 황태자님도 폐하를 본받지 않기를 바래야겠군요.”
내가 말하고 잠시 대기실에 침묵이 맴돌았다. 텟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놀라서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프다.
“그,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감히 아버지 앞에서 무슨 소리를!!”
“진정해라, 카시우스.”
카시우스가 뒤늦게 내 말 뜻을 이해하고 당황하며 소리쳤고, 황제가 그런 카시우스를 진정시켰다.
“하하하하……. 재밌는 농담이군. 내 아들에게 그럴 기백이 있어 보이나? 그렇다면 오히려 기쁜 일이군.”
황제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쁘고 자시고 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현 시점에서 대충 1년만 지나도 암살당한다.
“이 자는 황실을, 제국을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결코 쉽게 넘어가선 안 됩니다!”
“카시우스.”
나는 분노한 카시우스를 불렀다.
“네가 하고 싶은 건 뭐지?”
“네 건방진 질문에 대답할 의무 따위는 없어!”
“카시우스. 대답해주도록 해라. 나도 궁금하군.”
카시우스는 소리치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황제가 대답하라고 하자 흠칫했다.
“……그야, 그노시스 제국의 황제가 되어서 강대한 제국을 만드는 거지. 지금보다도 더욱.”
“텟샤보다, 스테이시아보다 잘할 수 있겠나?”
“당연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력뿐만이 아니니까.”
여기까지는 정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전쟁. 제국은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 지금 너무 얌전하게 지내고 있으니까. 좀 더 풍족해지기 위해선 싸워야 해.”
이전에 경기장에서도 들은 이야기였다. 전쟁이라는 말에 다른 제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당장 다른 세력 학생들이 있는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꺼내는구나 싶다.
“방금 무력뿐만이 아니라고 해놓고 바로 무력을 쓰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줄곧 지금의 카시우스에게 느끼는 모순이기도 했다.
텟샤에 비하면 비교적 소극적인 성격의 카시우스가 벌써부터 부국을 위해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무엇을 위해서라니, 그야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좋아.”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예상할 수 있었다.
“싸움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네가 그렇게 전쟁에 집착하며 그러는 이유는 뭐지?”
“제가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성격이란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뭐,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건 사실이니 상관없지. 싸움을 좋아했다면 검술을 단련할 시간에 도서관에 숨어있지 않았을 테니까.”
날카로운 카시우스의 질문을 황제가 무마해버렸다. 카시우스는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황제가 말하지 않아도 텟샤가 말했겠지만.
“말했잖습니까. 나라를 부국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필요하고, 저희 제국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무력을 가지고……”
“폐하에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닌가?”
내가 끊고 묻자 카시우스가 정곡이 찔린 듯 숨을 삼켰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아버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잠깐, 카시우스. 그게 무슨 말이지?”
그리고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대충 넘어가려던 것을 황제가 막았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아버지가, 제국의 황제가 인정하는 방법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 터이니까.”
“…….”
그 대답에 황제는 불쾌한 듯 인상을 썼다. 불쾌하다 못해 약간 고통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왜 그렇게 하나 싶었더니. 내 비위를 맞추고 있었던 거군.”
“……네?”
그것은 황제와 카시우스의 사이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네가 싸움을 싫어하는 것은, 말했다시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성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마법이라면 익히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이든 뭐든 상담하면, 매번 무력을 쓰는 방법만을 제시하더군. 마음에도 없는 얼굴을 하고서는. 너라면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어 보이는데.”
카시우스는 황제의 차가운 시선에 대꾸하지 못했다. 약간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아닙, 니다. 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휴일 내내 방에서 책만 읽는, 노트에 시인지 뭔지 모를 문구나 써대는 네가 무력을 쓰는 걸 좋아할 리가 없지. 최소한 그것을 바랄 리가 없어.”
“노, 노트?! 자, 잠깐. 잠깐. 읽으셨습니까?!”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다. 너는 자기 의견은 항상 숨겨.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도 나는 네 의견을 들은 적이 없어. 그러면서도 동생인 텟샤가 관련된 일에는 부정적인 말밖에 못 하지.”
“큭…….”
카시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황제의 말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황제, 아니 아버지가 노트를 봤는지 어떤지가 신경이 쓰여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사실 카시우스의 노트는 게임 내에서도 아이템으로 존재했다. 카시우스의 노트.
절망에 가득 찬 시가 가득 쓰여있다, 따위의 설명이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중2병 속성이 괜히 강화되어서 유저들 사이에서 완전 웃음거리가 되었던가.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새삼 참 불행한 녀석이다.
“열등감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하지 않고, 내 비위만 맞추는 거지?”
“그것, 은……. 아버지가 좋아할 방법이라 생각, 했으니까…….”
“내가 좋아할 방법은 내가 생각하면 되는데 왜 너에게 묻겠나? 내가 스스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할 만큼 노망이 든 것으로 보이나?”
“아닙니다! 저는, 그저……. 원하시는, 대답을…….”
“그런 내 비위를 맞추는 대답만 해왔기에 네가 마음에 안 드는 거다.”
황제가 자식에게 하기에는 다소 격렬한 경멸의 표정을 담아 말했다. 잠자코 있던 텟샤의 표정에 당황이 어릴 정도였다.
“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그러면, 저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 일이다.”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진중한 눈빛으로 카시우스를 바라보았다.
“이참에 묻지. 애초에, 너는 황제가 되고 싶긴 한가?”
“아버지……!”
“너를 깎아내리고 그런 게 아니야. 진심으로 황제가 하고 싶은 거냐고 묻는 거다.”
황제는 경멸도 동정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카시우스와 마주하며 물었다.
“……제1후계자인 제가 황위를 이어받지 못한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여동생에게 계승권을 빼앗긴,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한 못난 자식이.”
카시우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카시우스의 지지자를 자칭하면서 쉬지 않고 압박을 밀어넣는 자들이 꾸준히 말해오던 레퍼토리였다.
“뭐?”
그 말에 황제는 미간을 무서울 정도로 찌푸렸다. 마치 열 받은 조폭 같았다. 린린의 꼬리가 놀라서 바짝 서고 브리깃의 뒤에서 조금 재밌다는 표정으로 빼꼼 구경하고 있던 울프힐데가 쫄아서 다시 완전히 숨을 정도였다.
“누가 감히 내 아들을 비웃지? 나 이외의 누군가가 그러는 것을 나는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이 없다.”
“그것은…….”
“네가 뭘 하든 아무도 너를 비웃을 수 없다. 그러는 녀석이 있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아.”
“……그렇, 습니까.”
거의 처음 듣는 황제의 호의적인 말에 카시우스는 심란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황제는 그런 카시우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네가 황제가 되지 못한다 한들, 할 일은 넘친다. 원한다면 왕실의 도서관장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리 높은 자리는 아니지만, 항상 도서관에 있으니까 어울릴 것 같군. 내 생각에는.”
황제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자신의 말이 혹시 상처가 될까 괜히 말을 고르는 모습이 꼭 사춘기의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 같았다. 실제로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외에 너에게 맞는 자리는, 네가 필요한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없으면 내가 만들어줄 수도 있고.”
지금까지 카시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날카롭게 굴었던 모습을 전부 접어두고 황제는 말했다.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나는 네가 무리해서 황제가 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아.”
“아버지는, 저를 신뢰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어차피 황제는 너랑 텟샤 중 한 명밖에 되지 못할 텐데. 둘 중 적성에 맞는 쪽이 하길 바라는 게 잘못인가? 너는 황제가 되면 즐겁겠나? 나는 그저, 네가 무리해서 황제가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
황제의 질문에 카시우스는 침묵했다.
“알고 있긴 했습니다. 저보다 텟샤가 황제에 어울리라는 것쯤은.”
그리고 할 법한데도 지금까지 어떤 회차에서도 하지 않았던 말을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