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21
〈 321화 〉 시상식 – 2
어찌 상황이 진정된 후, 알리는 마이크를 톡톡 두드린 뒤 시상식을 재개했다.
“……약간의 불화가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준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상으로는 졸업 때까지 학생식당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황제가 10골드까지 올렸다가 과하다며 자제해달라는 학교의 부탁으로 5골드가 된 우승 상금에 비하면 하찮게도 느껴졌지만, 학생식당에는 고급 음식도 많고 생각보다 비싼 편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상이었다.
“좋네요! 부럽네요! 학생식당의 가장 비싼 요리를 매일 먹어도 된다니!”
“진정해요, 루시아. 딱히 못 먹는 형편도 아니지 않나요?”
그 증거로 루시아가 알리가 진정하라고 할 정도로 흥분했다.
루시아는 가문이 광산을 얻어 굉장히 풍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빈티를 다 떨쳐내지 못했다. 얼마 전에도 식사로 학생식당에서 얻어온 빵 모서리를 깨작깨작 먹고 있었던가.
‘알고 보니 그냥 평범하게 빵 모서리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게 반전이었지만.’
“준우승, 축하한다. 굉장히 재밌게 보았어.”
내가 빵 모서리에 대해 생각하던 중, 황제가 샤오의 앞에 나아가며 말을 걸었다. 샤오는 정자세로 서서 황제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
“샤오 군은 팀의 이름답게 동방연맹의 유력한 차기 맹주지?”
“네.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딸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어. 앞으로 많이 엮이게 될 터이니.”
강한 의지를 담아 말하는 샤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황제가 텟샤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뭐, 이미 훌륭한 짝이 있는 것 같으니 친구 이상은 피차 곤란하겠다만. 내 딸 쪽도 그렇지만.”
황제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는 다시 돌아가서 앉았다. 샤오는 황제의 말을 되새기며 숨을 돌렸다. 설마했던 제국 황제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 그 얼굴에는 당황과 기쁨이 동시에 어렸다.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는 팬픽으로도 생각 못 했는데 말이야.’
황제가 샤오와 만나서 딸, 텟샤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는 광경은 100회차 게이머인 나에게도, 아니 나이기에 몹시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이제 제국과 동방연맹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눌 일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부의 반란분자만 정리한다면 전쟁의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진다.
“그러면 이제 우승자, 리벤저즈 팀의 시상을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낸 황제가 자리에 앉자 기다리고 있던 알리가 다시 시상식을 이어갔다. 준우승 시상부터 제법 정신없는 일이 벌어졌다.
“진행 씨, 잠깐만 괜찮을까요?”
“네, 네?”
진행하려고 하는 순간, 야크샤가 알리에게 성큼 다가가서 물었다. 알리가 쫄았다.
“그거, 써도 괜찮을까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아, 네. 저, 너무 오래 쓰진 말아주세요.”
야크샤는 알리의 마이크를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알리는 긴장하며 야크샤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아아, 아아아아. 커진다. 신기하네요, 이거.”
야크샤는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내며 재밌어했다. 그리고는 앞의 모두를 바라보며 후우, 하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막 왔을 때, 처음 보는 환경에 긴장해서 심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던 건에 대해서는 다시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하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동방 출신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정중한 사과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동방에 있을 때는 다들 저를 무서워해서 뭐가 하면 되고 하면 안 되는 일인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어요.”
야크샤가 동방에서 배운 것은 그저 말하고 쓰는 법밖에 없었다.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두려워서 다가가지 않았다.
“저는 이곳에서 무엇이 해도 괜찮은지,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야크샤는 모리건과 했던 짧은 대결에서 이후 자신이 상대를 죽이지, 혹은 심하게 다치게 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조금씩 학습해나갔다.
각인효과처럼 따르던 샤오를 제외하면 본능에 가까운 자기방어적 행위 외에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지 못했던 야크샤는, 이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했다.
“특히 지금은 자리에 없는 모리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같은 뿔 달린 종족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방에서 심심해하고 있을 모리건이 들으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지금쯤 뭐 하고 있…… 뭐야, 와 있었나.’
상태창을 띄워서 확인이라도 해볼까 싶은 순간, 나는 한참 떨어진, 아무도 시선을 주고 있지 않은 시계탑 위쪽에 앉아있는 모리건을 발견했다.
“……부끄럽게끔.”
시계탑 위에 앉아서 시상식을 보고 있던 모리건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날개를 파닥거렸다. 분위기 있는 모습이지만 들키면 곤란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남은 유학 기간,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배움을 얻고 싶습니다.”
야크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알리에게 마이크를 돌려준 뒤 꾸벅 인사했다.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짝, 짝, 짝하는 커다란 박수 소리가 울렸다.
박수의 주인은 참가자를 소개할 때 야크샤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세르반테스였다.
“뭐가 그렇게 이상하지? 사과했다면 받아주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주변의 놀란 시선에 세르반테스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야크샤, 잘 부탁한다! 다음에는 그런 의미에서 나와도 대련해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커다란 목소리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야크샤는 딱히 세르반테스가 싫지 않은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다른 학생들도 뒤늦게 박수를 치며 야크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야크샤는 이제야 사관학교의 유학생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아직도 전신에 부적이 들러붙은 네쟈만이 분한 듯 신음할 뿐이었다.
‘세르반테스, 보기보다 괜찮은 녀석이란 말이지. 죽어도 아군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실전에서는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게 신경을 써줄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아즈레인 텟샤는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난다는 듯 가면 안쪽으로도 인상이 나빠진 게 확실히 보이지만.
“흠, 흠. 그러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승자 팀, 리벤저즈의 아즈레와 유에입니다!”
알리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멈췄던 시상식을 진행했다.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즈레와 유에가 다가왔다.
“그러면 일단 우승 소감이라도 들어볼까요. 여기요.”
알리는 마이크를 아즈레에게 건넸다. 아즈레는 마이크를 만지작대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나는 스테이시아 황녀의 제안으로, 힘을 증명하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 우승까지 했으니 충분히 증명했다고 봐도 좋을까.”
이제 와서는 거의 잊고 있었던 설정이 오랜만에 나왔다.
“황녀는 나에게 힘을 증명하면 다시 제국에 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방랑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가 있을 곳은 진즉 사라졌고, 나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을 터이니. 계속해서 방랑하는 게 나에게는 어울리겠지.”
아즈레는 원래 하기로 했던 설정대로 승리의 소감을 풀어놓았다.
“그런……!!”
“제국, 제국으로 오지 않으시는 건가요!! 돌아주세요!!”
“당신이 있을 곳은 제국입니다!!”
제국에 있지 않고 방랑하겠다는 말에 학생들이, 특히 제국 소속의 학생들이 탄식했다. 경기 내내 썼던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하던 팬클럽이 필사적으로 떠나지 말아달라고 소리쳤다.
‘무슨 은퇴 콘서트라도 하는 것 같네.’
“언젠가 나를 다시 볼 날이 온다면, 그때는 식사라도 사면 감사히 받지.”
아즈레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팬클럽은 끝내 아쉬운 듯 탄식했지만 아즈레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조용해졌다. 훌쩍이는 애들도 몇명 보이지만. 고작 4일 동안 얼마나 좋아한 건지 모르겠다.
“방랑에 돈은 필요 없으니 유에에게 넘기지. 그러면 나는 이걸로…….”
“잠깐만.”
아즈레가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 무투대회에서 퇴장하려는 순간, 잠자코 있던 카시우스가 일어서며 아즈레를 불렀다. 그리고 그 앞에 마주 섰다.
“……오, 카시우스……. 황태자, 님.”
순간 오라버니나 오빠라고 부르려고 했던 아즈레, 텟샤는 급하게 카시우스라고 말을 고치고, 거기에 황태자를 붙인 뒤 굉장히 분한 듯 님을 붙였다.
그냥 잘못 부를 뻔한 행위지만 그 한 마디에 학생들이 술정이기 시작했다. 둘이 아는 사이 아니냐는 의혹이 펑펑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 잘 봤다. 강하더군.”
카시우스는 먼저 아즈레를 칭찬했다.
“제국에 올 생각은 없나? 내가 봐준다면 크게 활약할 수 있을 건대.”
그리고 아즈레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평범하게 할 법한 제안을 했다.
“…….”
이미 아즈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카시우스의 아즈레에게 제국에 오지 않겠냐는 제안에, 텟샤는 진의를 모르겠다는 듯 잠시 침묵했다.
“너와 내가 함께한다면 대업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은 스테이시아 황녀에게 하십시오.”
아즈레는 황녀가 아닌 군인인 자신을 바라는 것으로 판단하고는 카시우스의 말에 다소 차갑게 대꾸했다.
“그런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카시우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즈레는 자신이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 하고 짧게 말을 흐렸다.
“나에게 부족한 것, 너는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카시우스는 아즈레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거의 처음으로 아즈레를, 텟샤를 인정하는 말을 꺼냈다.
“…….”
그 말에 아즈레는 입을 다물었다. 뒤늦게 솔직하지 못한 카시우스의 말뜻을 파악했다.
“제가 가진 것은 황녀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돕는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아즈레는 앞서 황제가 말했던 것처럼, 서로 도우면 된다고 말했다.
“한 사람만이 국정을 운영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해나가면 좋을 겁니다. 황제가 반드시 한 명이어야만 할 이유는, 따지고 보면 없으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지만. 나는 한 칸 아래인 편이 족해. 그게 부담감도 적을 것 같고.”
카시우스는 아즈레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면의 텟샤와 청각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디작은 목소리였다.
“내가 잘하지 못하고 그 녀석이 잘하는 일은 전부 떠넘길 생각이니까.”
어색하게 씩 웃으며 카시우스는 말했다.
항상 미간을 찌푸리고 살아온 카시우스의 웃는 얼굴은 어색했지만, 평소보단 훨씬 보기 좋은 속 시원한 얼굴이었다.
“……뭔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이거 관중들에게 들리는 편이 좋을까요?”
“프라이버시이니 굳이 그러진 말죠.”
루시아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알리에게 물었고 알리는 그냥 넘어가라고 대답했다. 알리가 고생이 많다.
“이야기가 끝났다면, 뒤이어서 유에 씨의 우승 소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시우스와 아즈레의 이야기가 끝난 뒤, 마이크를 돌려받고 유에에게 넘겨주었다.
“우승 소감은……. 딱히 없습니다.”
딱히 없었다. 아즈레가 다 할 거라 생각했는지 딱히 준비해온 게 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음……. 그러면, 일단 우승상금인 5골드의 증정이 있겠습니다.”
“여기, 상금입니다! 묵직하네요. 굉장하네요!!”
바로 마이크를 돌려받은 알리가 헛기침하고 말하자 루시아가 아까 전부터 품에 안고 있었던 골드가 든 신발 상자 정도 크기의 상자를 흥분해서 아즈레에게 넘겼다.
“여기, 상금.”
가까이 있던 아즈레가 상자를 받자마자 바로 뒤의 유에에게 넘겼다. 유에는 5골드나 되는 거금이 든 상자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긴장되는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제대로 들어있는지 확인해볼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어째 본인이 더 신난 것 같은 루시아의 제안에 따라 유에는 떨리는 손길로 주섬주섬 상자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