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23
〈 323화 〉 최종장에 앞서
“둘은 근본적으로 닮은 존재이니까요. 저조차 다세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만, 정황으로 보건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여신은 드물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베히모스랑 레비아탄이 융합이라도 한 걸까요. 듣기만 해도 성가시네요.”
완벽한 세계를 만들다가 실패한 신 레비아탄과, 완벽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실패작의 영혼, 베히모스는 근본적으로 닮았다.
둘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존재만큼 이 제3루트에 어울리는 보스는 없으리라.
“힘든 싸움이 되겠네요.”
“당신과 당신의 제자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오리지널 베히모스를 다룰 힘마저 가지고 있으니까.
카마인과 싸웠을 때의 전력을 그대로 끌어모아 제자들과 함께 싸운다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적이라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베히모스와 레비아탄을 소멸시키면, 대륙에는 평화가 찾아와요. 적어도 앞으로 100년은 어떠한 다툼도 전쟁도 없어요.”
“여신님이 직접 그렇게 말하니까 신뢰가 가네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끝난다면, 저는 더는 사람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3루트의 해피 엔딩의 조건을 제시한 여신은 어딘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너무도 많이, 깊이 개입했으니까요.”
내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 전에 여신은 스스로 그 이유를 밝혔다.
“당장 제가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말한 것은, 레비아탄이 했던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아무리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해도.”
여신은 죄악감을 느끼는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저도 그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전에, 자신을 봉인하고자 합니다. 그 편이 저에게도, 이 세계에게도 좋겠죠.”
의지를 담아서 여신은 말했다. 나는 여신의 판단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좋은 판단, 이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쁘군요.”
그리고 긍정해주었다.
여신은 여신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앞으로 못 보는 건 아쉽다느니, 인간은 여신이 필요하다느니 말하는 것은 몹시 염치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선택지는 여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리라.
“대륙의, 세계의 미래는 레온,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뒤에서 당신을 축복하겠습니다.”
여신이 그렇게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제3루트는 최종장으로 접어들었다.
‘……원작의 볼륨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의 전개네.’
지금까지 회차에서 지금쯤은 시스템에 대한 상세할 설명이 열리기 시작할, 막 튜토리얼이 끝나는 시점에 불과했다. 그걸 꽉꽉 압축해서 실질 1부가 끝나는 상황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어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거, 볼륨 자체는 DLC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는걸.’
정규 루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빨리 다 끝나는 편이 앞으로 즐길 느긋한 하렘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 터이니 좋지만.
‘……그런데, 엔딩을 보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당연하지만 게임일 때는 엔딩을 보면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후일담 같은 것은 스텝 롤에서나 한두 줄 나오는 게 전부다.
게임 첫 화면으로 돌아온 뒤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최종장에서 다시 로드하거나, 다음 회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잠깐, 여신. 중요한 걸 안 물었는데…….”
“……에, 에, 에취이!”
생각하니 굉장히 쓰여서 물으려는 순간 여신이 크게 기침했다.
“아, 아흐으으. 춥다, 춥네요……. 현신하고 나면 너무 추워요. 감기 걸리겠다.”
아비의 현신이 끝났다.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일은 결국 묻지 못했다.
‘뭐, 여기까지 와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해야 할 일은 다 해야겠지.’
정 애매해지면 베히모스도 카마인에게 했던 것처럼 어떻게든 봉인해버리면 될 일이다. 그러면 엔딩에 도달하지 않고 하렘을 만끽하며 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아비에게 걸치고 있던 로브를 덮어주었다. 현신할 때 입는 하얀 옷이 젖어서 가슴이 다 비치는 걸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감기에 걸리게 할 수는 없다.
“여신님. 무슨 말을 하셨나요?”
“앞으로 뭘 하면 될지 상세하게 말해줬어. 일단, 썩어빠진 교단을 치는 것은 결정되었어.”
“……그렇군요. 각오는 하고 있었어요.”
교단을 치는 게 결정되었다는 말에 아비는 약간 슬픈 얼굴을 했다가 이내 의지를 드러냈다. 아비도 교단의 사악함은 의무담당으로 일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덕이다.
“그리고 차기 교황은 헤이젠이 맡게 될 거고.”
“신부님이 교황이요?”
헤이젠이 교황이 된다는 말에 아비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생각해?”
“여신님의 뜻이라면 올바른 일이겠죠. 말씀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신부님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요.”
이견이 있나 싶었지만 그냥 놀란 것이었다.
“하나 확실한 건, 교리는 굉장히 많이 바뀌겠네요.”
“뭐, 이상한 게 많이 생긴 건 사실이니까.”
“얼마 전에 신부님의 교리책을 볼 일이 있었는데, 빨간 줄이 굉장히 많았어요. 윗사람들을 갈아버리면 없앨 교리들을 벌써 생각하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어지간히 쌓인 게 많은 헤이젠이었다. 그쯤 가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 개정되는 교리에 따르면 나랑 제자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지옥에서 영원히 불타지 않을까요?”
신경 쓰여서 묻자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게 오랫동안 안 아프게 살아야겠다.
“그런데 저, 왜 이렇게 심하게 젖었나요?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젖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비가 몸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 평소에 비해 금빛 머리카락도 완전히 젖어서 꼭 폭포라도 맞고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완전히 젖어 달라붙은 얇은 천 너머로 비치는 젖꼭지가 야해서 반쯤 발기했다.
“혹시 여신님을 화나게 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어제 제자들이랑 난교한 것 가지고 뭐라고 하시더라고.”
아비의 추궁에 솔직하게 대답하자 아비가 아, 하고 멈칫했다.
“그건, 저도 했으니까 할 말이 없네요……. 기도로 사죄해야겠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쭈뼛쭈뼛하며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S로 각성하게 된 이후로는 별로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꽤 반가웠다.
“뭐, 여신님도 다 이해해주시겠지. 애널은 허락하셨는데 어제 안 했던 게 아쉽네.”
“교수님도 혼나셨으면 조금은 반성하도록 해요. 뭐, 저는 다른 걸 즐겨서 만족하지만요.”
아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손을 들고 중지를 까닥거렸다. 그 시늉만으로 이전에 당했던 플레이가 떠올라 몸에 힘이 들어갔다.
“교수님도 즐기셨잖아요? 전립선액 줄줄 흘리시면서 잔뜩 싸셨으면서.”
“그, 그 옷을 입고 그러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 아비.”
나도 문제지만 이미 아비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을까. 저런데도 잘도 여신이 현신할 수 있구나 싶다.
나는 만찬에서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갔다.
무투대회가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탈력감이 깊게 몰려와, 영 기운이 나지 않는다.
“아아. 진짜 힘들었네……. 뭐 이렇게 지치냐.”
그건 참아왔던 피로가 우글우글 몰려오며 발가락도 꼼짝하기 싫어졌다.
‘어제 난교하면서 체력을 너무 써서 그런가?’
한 20번은 사정한 느낌이니 현자 타임이 극심한 걸지도 모르겠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굉장히 지친 느낌이었다.
똑똑똑.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누워있자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만찬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을 확인한 제자일까.
“……응. 들어와.”
그냥 없는 척할까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내기도 미안해서 대답했다.
“네. 그러면 실례할게요.”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제자가 아니라 라라아였다.
“아. 라라아 교수님?”
“제자인 줄 아셨어요?”
“네. 반말로 대답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라라아는 웃으며 내 테이블에 음식이 담긴 듯한 상자를 올려두었다. 만찬의 음식일까. 좋은 냄새에 잊고 있었던 허기가 느껴졌다.
“쉬고 계셨는데 방해일까요?”
“아뇨. 괜찮아요. 잠시 이야기나 좀 하죠.”
앞으로 바빠질 걸 생각하면 이렇게 방에서 라라아와 만나는 것도 이번이 거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침대에 바로 앉았다.
“이번 일, 고생하셨어요. 유에가 있는 팀, 정말 우승했네요. 축하드려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열심히 싸운 건 그 애들이지.”
아무것도 안 했달까, 섹스는 질릴 정도로 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겠지만.
“좋은 가르침이 있었기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던 거겠죠. 아무리 그래도 1학기도 끝내기 전에 저렇게 강해진 것은 조금 무섭기도 해요.”
“그렇죠? 저도 과했다고 생각은 해요. 약간은 자제하는 게 좋았을 텐데.”
처음은 무난히 기존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일이 점점 커졌고 거기에 따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떡치다 보니……. 아니, 이건 전후 관계가 잘못된 걸까. 열심히 섹스하다 보니 일이 알아서 커진 게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제대로 된 루트를 탄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야크샤, 뭐라고 한 건가요? 저는 잘 안 들렸는데 주변에서 엄청 놀라던데. 샤오랑 사귀기로 했다든지 그런 선언이라도 한 건가요?”
“……뭐, 대충 비슷한 이야기였어요. 이제 진 가문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사귀기로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임신했다는 선언이었다. 정확하게 전달해봐야 너무 놀랄 것 같으니 굳이 그러지 않기로 했다.
“딱 붙어 다니는 게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둘 사이에 진전이 있었나 보네요. 어제의 경기 덕분일까요? 뭔가 로맨틱하네요……. 아, 학생의 연애사에 흥분하는 건 교수가 할 짓은 아니지만요.”
라라아가 흥분해서 말하다가 너무 나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참 순수하고 귀여운 반응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나랑 섹스하는 법을 익힌 야크샤가 그대로 샤오를 역강간했을 뿐인 일이지만.
현실은 보통 상상보다 천박하고 더러운 법이다. 그게 좋은 거지만.
나는 라라아와 같이 한동안 침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투대회의 이야기, 애들 가르치는 일에 관한 이야기, 그 외에 이것저것 말했다.
라라아와 이야기하는 것은 솔직히 꽤 즐거웠다.
성인이라고 해도 나보다 어린, 현실의 나를 생각하면 전부 10살도 넘게 어린 애들과 대화할 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성적인 이야기는 절대로 못 하지만.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머릿속에서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저한테 이렇게 잘 대해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라라아가 나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이유를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자 제자만 잔뜩 들인 호색한에 불과한 나를, 이렇게까지 챙겨줄 이유가 있을까.
만찬에서 빠져나와 내 방에서 이렇게 말상대가 되어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전에 비슷한 대화, 하지 않았던가요?”
“아, 그랬네요. ……왜 또 물었지, 지치긴 지쳤나 봐요.”
라라아가 난처한 듯 웃으며 되물었고, 나는 그 때를 떠올리고 확 민망해졌다. 방금 했던 질문도 너무
얼마 전, 카마인을 처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왜 그렇게 신경 써주냐고 물었었다. 동생 같다고 했던가. 원래도 상냥한 성격이니 그냥 자리를 비운 내가 걱정되어서였던 것이겠지.
“그때는 동생 같다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까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라라아의 대답은 바뀌어있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서요. 걱정되거든요.”
“……그런가요.”
다만 골자는 여전히 비슷했다. 연애감정이 들어간 걸까 싶었는데 살짝 식었다. 딱히 뭐 한 것도 없는데 생길 리가 없겠지만.
“어제도 방에 안 들어오셨죠? 그리고 오늘 내내 초췌한 표정이었고요. 지금도 별로 안 좋아 보이세요.”
“그랬죠. 뭔가 걱정되는 일이 많다 보니까……. 정신없었으니까요, 무투대회.”
4대9로 난교를 하고 왔으니 몸에 힘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엘릭서도 슬슬 아끼는 게 좋겠다 싶어 체력 회복도 포션 한두 병으로 대충 때우기도 했다.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끌어안는 것 같아서 걱정되어요. 그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얼마 전까지의 샤오랑 비슷한 느낌이라서. 오늘은 괜찮아진 것 같지만요.”
“제가 그렇게 나빠 보였어요?”
“약간이지만요.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라라아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했다. 나는 잠시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았다.
“기분 나쁘지 않아요. 돌아보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싶고요. 제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일 났을 일도 잔뜩 있었고.”
솔직히 지치긴 했다. 아무튼 섹스로 해소하며 버티긴 했지만, 너무 빡빡하게 많은 일이 일어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힘든 일 있고 그러면, 저에게도 의지해도 괜찮아요. 같은 교수 동료니까요.”
“그러면, 응석 좀 부려도 되나요?”
나는 얼마든지 의지해도 괜찮다는 라라아에게 노골적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