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83
〈 383화 〉 야성의 기억
“무언가, 기억하고 있나요?”
여신은 울프힐데에게 물었다.
“그래. 나는 똑똑히 기억해.”
울프힐데는 분노한 듯 거칠게 헐떡이며 대답했다.
“……엄마가, 묶여있었어.”
울프힐데의 엄마라고 알려진 존재는 남쪽 숲의 거대한 신수, 펜리르였다.
신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거대한 늑대라느니 하는 설정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작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억나는 것은 미사용 설정화에서 거대한 늑대의 품에 울프힐데가 누워서 자고 있는, 훈훈하고 귀여운 그림이었다. 다들 그게 펜리르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입도, 팔도, 다리도. 커다란 족쇄에 묶여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어, 엄마는…….”
떠올리는 것만으로 고통스럽다는 듯 빠득빠득 이를 갈며 울프힐데는 말했다.
따뜻하고 신비한 분위기로 그려졌던 그 펜리르의 모습에 사슬과 족쇄가 겹쳐지며 상상하는 것만으로 불편한 기분이 되는 광경이 떠올랐다.
“……그들이 펜리르를 붙잡았던 건가요?”
여신은 진지한 표정으로 울프힐데에게 말했다.
펜리르의 일은 여신에게 있어서도 알 수 없는, 손이 닿지 않는 쪽의 일이었던 것일까.
‘여신은 레비아탄에 대한 일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었지. 울프힐데에 대한 계획을 짜는 시점부터 이미 교단은 레비아탄에게 넘어가 있었던 걸까?’
“여신, 펜리르는 어떤 존재였어?”
“집어삼키는 늑대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부정한 것을.”
“ 같은 말로 불렸던 것 같은데.”
“……마음을 먹는다면 저조차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나는 신경이 쓰이는 것에 대해 여신과 짧게 대화했다.
이니 뭐니 하는 것은 아무래도 와전된 부분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강력한 존재임은 확실한 듯했다.
‘교단은 그걸 붙잡은 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제정신이 아니야.’
붙잡기만 했을 뿐만이 아니라, 울프힐데를 낳게 만들기까지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렇다는 건…… 교황은, 커다란 짐승을 묶어두고 범한 거야?’
어렴풋이 상상했던 인간과 커다란 늑대의 종족을 초월한 사랑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 훨씬 불순하고, 지독한 이야기였다.
“나는…….”
울프힐데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엄마에게서 꺼내졌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를 가르고, 억지로 찢으며, 나를 꺼냈어.”
“뭐…….”
나는 교단의 사람들이 족쇄로 속박된 펜리르의 배를 가르는 것을 상상했다.
“완성되었다고 하면서……. 이.”
울프힐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엄마는 그대로, 방치되었어.”
“…….”
“죽었겠지. 그런 짓을 당하고 처치도 하지 않았으니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적당히 떠오르는 위로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독한 일이었기에.
“나를 만들기 위해…… 엄마는 희생되었어.”
울프힐데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여신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엄마를 써서, 나를 만들었어……!!”
그리고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말했어, 신을 죽이라고. 나라면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그러기 위해 이상한 걸 몸에 집어넣고, 토하고, 맞고, 때리고, 죽이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펜리르에게 억지로 수태되고 강제로 꺼내어지고 교단의 입맛대로 쓰기 위해 실험당한 끝에,
“탑에 갇혔어.”
탑에 갇히는 것으로 울프힐데의 이야기는 끝났다.
“‘나’는 잊었지만, ‘나’는 전부 기억하고 있어…….”
평소의 울프힐데는 잊고 있었을, 필사적으로 잊으려 했을 이야기였지만 으로 눈뜬 울프힐데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엄마를 희생시키며 만들어진 이유가, 신을 죽이기 위해서라고 하면…….”
그리고 그 은,
“내가 신을 죽이지 않으면, 엄마의 죽음은 무의미하게 되어버리잖아……!!”
어떻게든 자신이 당한 일을 합리화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죽어!!”
울프힐데가 땅을 박차며 여신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앙!! 끼이이이익……!!
울프힐데의 공격을 텟샤가 뛰쳐나가며 검의 옆부분으로 막았다. 끼이이이익, 하고 쇠에 손톱이 긁히며 굉음이 울렸다.
“울프힐데!! 정신, 차려!!”
“신이 있으니까, 내가 신을 죽이기 위한 게 만들어진 거잖아!”
울프힐데는 자신을 막고 있는 텟샤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신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신이 없었으면, 나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것은 울프힐데의 마음 깊은 곳의 어둠이었다.
혼자서 10년이 넘도록 시계탑에 갇혀 살면서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다.
“엄마도 고통받지 않고, 나도 없었을 텐데……!!”
억눌러온 서러움과 분노가 폭주하는 을 따라 표출되고 있었다.
“울프힐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진정해!!”
“크륵, 크르르르……!!”
울프힐데는 텟샤의 검을 밀어냈다. 아무리 텟샤라고 해도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을 해방했을 때 울프힐데,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거야?’
심상치 않음을 느낀 상태창을 꺼내서 울프힐데의 능력치를 체크했다.
스킬 등급과 능력치의 옆에 상당히 높은 + 수치가 붙어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버프보다 강력한 상승치였다.
“울프힐데.”
괜히 이 아니구나 싶어 전율한 순간, 여신이 울프힐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
“크르……!”
“하아아압!!”
카가가가가각, 파앗!
텟샤가 전신으로 울프힐데를 들이받으며 거리를 벌렸다. 자세를 낮추고 헐떡이는 울프힐데에게 여신이 나아갔다. 텟샤가 당황하며 만류하려 했지만 그 기백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조용히 경계만을 유지했다.
“크르르르르…….”
“그걸로 만족하나요?”
여신은 울프힐데의 앞에 섰다. 울프힐데는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이 낮은 자세로 신음했지만, 여신에게 바로 뛰어들지는 못했다.
“저를 죽이고 그들의 의도에 맞는 존재가 되면, 행복해질 것 같나요?”
여신은 약간 차갑게도 느껴지는 표정으로 울프힐데에게 말했다.
“만약 그렇다고 확신한다면 저는 죽겠습니다. 제가 보살피지 못한 결과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르르르르…….”
울프힐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경계하며 바닥을 손톱으로 긁을 뿐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지, 이미 알고 있잖아요?”
“크아아아아아!!!”
울프힐데가 여신에게 뛰어들었다. 모두가 숨을 삼켰고, 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바로 요격할 수 있게 마법을 준비했다.
샤악!
여신의 뺨에 울프힐데의 손톱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주 약간의 피가 흘렀다.
뺨에 한 줄기 흉터를 남긴 뒤, 여신의 옆으로 지나간 울프힐데는 조용히 서 있었다.
“…….”
그리고 무너져 내리듯이, 털썩 쓰러졌다.
“내가…….”
울프힐데의 어깨가 덜덜 떨렸다.
“이런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 건데?”
울프힐데는 울고 있었다.
“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괴물인 나를……. 누가, 좋아하겠어.”
지금의 행동이 잘못된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외의 답을 찾지 못하며 울고 있었다.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야?”
나는 울프힐데의 말에 대답하며 둘 사이로 다가갔다.
“봤잖아. 내 괴물 같은 모습을.”
“봤지. 지금 모습도 꽤 멋지네. 강력하기도 하고.”
팔까지 올라온 털도 그렇고, 삐죽삐죽 뻗은 머리카락과 유연한 자세 등 정말로 짐승 같은 것이 각성과는 다른 와일드한 맛이 있다. 이건 이거대로 신선한 맛이 있다.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 괴물이니까. 붉은 달이 떠오르고, 여신을 본 순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어.”
울프힐데가 자신이 두렵다는 듯 팔을 꽈악 붙잡았다.
“탑에 유폐당하기 전의 기억이, 멀어지는 가운데에 죽어가는 엄마가,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말했던 증오의 말들이 끊임없이, 죽이라고, 죽이라고……. 끝없이…….”
은 울프힐데에게 있어 무언가의 트리거로 작동했던 걸까. 처음부터 그런 계획으로 만들어오며 세뇌했다고 하면 극심한 변화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지금은 잘 말하고 있잖아?”
“그렇지만, 다음에 또 그렇게 될지도 모르잖아.”
“안 그러게 잘 해보면 되지. 내가 하면 웬만한 일은 다 된다고?”
나는 주저앉은 울프힐데의 앞에 쭈그리고 마주보았다.
“여신님도 도와주려는 것 같으니, 어떻게 되지 않겠어?”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인데, 못 믿는 거야?”
“…….”
울프힐데는 내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이지만 표정이 풀어졌다.
내가 한다면 어떻게든 한다. 지금까지 모든 일이 다 어떻게든 되어왔다. 그런 나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신앙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어. 부정한 존재야.”
“부정한 건 네가 아니라 망할 교단 놈들이야. 너는 부정한 거 하나 없어. 피해자지.”
교단의, 교황과 이단의 악행은 수간에 강제 출산에 세뇌에 한둘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생각하지만 그딴 짓거리를 하니까 통째로 스토리가 덜어지지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놈들은 이제 전부 죽었어.”
그리고 지금은 전부 죽었다. 과정에서 전부 죽어서 내가 죽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뭐, 본인 생각에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든지 그런 거야 있겠지. 이해해. 나도 예전에 좀 그런 일이 많이 있었거든.”
남이 용서해도 나 자신이 용서할 수 없다든지 하는 경우, 살다보면 꽤 있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보통 악인이 되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 시점에서 울프힐데는 그 예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자면, 여기에 네가 태어났다는 걸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우리 중에는 아무도 없어.”
“…….”
“자기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느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마. 잘못되었으니까. 너는 억지로 나쁜 놈들에게 끄집어내진 거고, 엄마를 죽인 건 썩을 교황과 이단들이야. 레비아탄이라고.”
애초에 막 태어난 애가 그 상황을 어찌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너는 그저 피해자야. ……그래. 그러니까 반대로 복수하는 건 어때?”
그리고 지금은 복수할 수도 있다.
“그들이 죽이려고 했던 건 여신이야. 하지만 그 계획과는 반대로 레비아탄을 죽여버리면 기분 좋지 않겠어?”
복수의 대상은 이미 다 죽어버리긴 했지만, 죽어가면서 하려고 했던 일을 전부 망쳐버리면 몹시 개운할 것 같다.
“너도 그거라면 좋다고 생각하지? 오기 전에 신을 죽이는 거, 괜찮다고 했잖아. 레비아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지?”
처음 생각했던 흐름이었다.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게 이야기적으로 훨씬 좋으니까.
“……그랬어. 레비아탄을 죽이는 거라면, 오히려 후련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그러면 그러자. 그러면 신도 죽이고 복수도 하고 개운해지겠네. 최고잖아.”
“응……. 그런 거 같아.”
울프힐데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괜찮아?”
이제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울프힐데가 물었다.
“뭐가?”
“정말, 이런 내가 있어도 괜찮은 거야?”
몇 번이나 확인하는 거냐며 웃으며 대답하려는 것보다 앞서,
“저는, 괜찮아요!!”
아비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이미 서로 볼 거 다 봤던 사이잖아요!”
어느새 아비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서 있었다.
“교수님 말대로 피해자는 울프힐데 양이에요. 나쁜 건 교단의 이단이에요! 그리고…….”
아비는 가슴에 손을 대고 콜록거리며 심호흡을 한 뒤,
“말하고 싶지 않아 보인다고 해서, 전혀 묻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우리예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해성사를 하듯이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