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86
〈 386화 〉 떠나기 전날 밤
이후로는 정신없이, 하지만 빠뜨리는 것 없이 차곡차곡 종교개혁이 진행되었다.
‘다들 뒤엎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으니 말이야.’
헤이젠은 이전부터 교리에 대해서 쭉 고민해왔다. 그리고 종교개혁을 시작하면서도 헤이젠에게는 성공하면 교황의 자리를 부탁한다고 했었다.
그렇기에 헤이젠은 교황이 된다면 어떤 교리를 자르고 어떤 교리를 살리는 게 좋을지 이미 정리가 끝내둔 상태였고, 그 정리를 본 여신은,
“좋네요. 이대로 하면 되겠어요.”
라며 바로 진행하게 했다. 여신님의 OK를 받은 개정안은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즉시 적용되었다.
몇몇 교리의 개정에 대한 약간의 반발(어이없게도 음모의 관리에 대한 개정에도 있었고 꽤 격렬했다)은 여신님이 허가했다는 말에 즉시 사그라들었다.
‘이 있으니 놀랄 정도로 진행이 빠르네. 꽤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신이 허가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결정되었다. 여신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일을 말하면 즉시 시정되었다.
꽉 막힌 악인이 하기 시작한다면 바로 망하는 길이겠지만, 다행히도 여신은 여신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머리가 잘 굴러갔다. 너무 과하지도, 하지만 없애야 할 것은 확실하게 없애며 적폐들을 청산해 나갔다.
있을 수 있을 반대파가 이미 다 죽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리하여 교단이 쌓아온 적폐 교리와 관습이 싹 잘려나가는 것에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죽겠어요…….”
“좋은 일이지만, 힘든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물론 신부와 시스터들의 지옥 같은 야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연일 이어진 야근에 아비와 헤이젠은 너덜너덜한 상태로 서류 앞에 엎어져 휴식을 취했다.
브리깃과 페트리시아도 도와주고 싶은 눈치였지만 비교적 무투파인 둘에게 서류 작업은 무리였기에 결국 온전히 헤이젠과 아비의 몫이 되고 말았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텐데.”
“괜찮습니다. 이 일은 저희 둘이 하는 것이 차후에 귀찮은 말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나나 텟샤가 도와주자면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종교개혁에 제국이 간섭했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면 나중에 그걸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기에 도울 수 없었다.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며 커피를 가져다주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래도 이제 커다란 일은 대강 전부 정리되었네요.”
“앞으로 조율해야 할 일들이 많겠습니다만, 서류상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끝났군요.”
그래도 매일 쉬지 않고 야근한 끝에 종교개혁에 따르는 서류 작업은 이제 끝을 고했다.
“이제 거의 다 끝난 거야?”
“네. 여신님께 올리고 결과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웬만하면 바로 통과하니 실질적으로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텟샤의 질문에 아비가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깊게 드리운 다크서클이 그간의 노고를 드러냈다.
“그러면 이제…….”
화색을 띠며 무언가 말하려던 텟샤는 말을 삼키고 나에게 슬쩍 시선을 보냈다.
‘슬슬 사관학교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군.’
나는 텟샤가 하려던 말을 마저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교단에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 데리고 돌아가는 것도 뭐하단 말이지.’
그러나 제자를 전원 데리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다.
밤, 나는 교황청의 첨탑으로 찾아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첨탑의 작은 방에는 여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찻잔에 뜨거운 물을 따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차의 향기가 방 안에 맴돈다.
“올 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네.”
“그러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여신은 단정한, 여신이 입기에는 무척 평범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런 수수한 복장 탓에 반짝이는 백금의 머리카락과 수려한 외모가 더욱 드러나 오히려 더욱 여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급한 일도 끝냈겠다, 사관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 이야기죠?”
“말도 안 했는데 정확한걸.”
“저도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으니까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을.”
여신은 찻잔을 들고 침대에 앉았다. 나는 테이블의 의자를 당겨 앉고 여신과 마주 보았다.
‘진짜 예쁘네. 성스러운 의미로.’
지금까지 외모라면 꿀리지 않는 애들과 잔뜩 해왔음에도 괜히 긴장하게 된다. 여신이라는 포지션도 있겠지만 역시 외모가 깡패다.
“제자, 몇 명 남겨두는 게 좋을까요? 교단 애들이요.”
나는 여신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여신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찻잔을 내렸다.
“……아비는 확실히 크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브리깃과 페트리시아도 그렇고요.”
“울프힐데는 어때?”
“세르비아와 같이 식사의 준비를 돕고 있죠.”
‘아, 세르비아도 데려왔었지.’
슬쩍 묻자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이름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세르비아도 데려왔었다.
아무래도 드래곤의 능력은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는 탓에 세르비아는 줄곧 취사병과 함께 음식만 했다. 그 탓에 전혀 신경을 못 써줬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오기 전에 섹스도 하고 단련도 한 것치고는 취사 일밖에 안 한 건 조금 불쌍하게도 느껴지지만.’
교황청 내부의 꼴을 생각하면 안 따라온 게 다행이구나 싶긴 하다. 몰려오는 기괴한 꼴의 악마에 겁먹고 울어버리는 모습이 훤하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얼굴이네요, 세르비아에 대해서.”
“……뭐, 굳이 싸우는 것보단 잊혀지는 게 그 애한테는 더 좋을 테니.”
사실 기용하려고 고민하긴 했지만 적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세르비아가 활약할 수 있으이라 생각했던 대규모 백병전 같은 것도 딱히 일어나지 않았고, 결전은 로 인해 던전이 된 교황청을 등반하는 형태가 되었으니 편성하기도 애매했다. 잊고 있긴 했지만 기억했다고 해도 써먹는 것은 무리였으리라.
“세르비아는 데려가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관학교에 친구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울프힐데도, 여기에 있는 것보다 레온 씨와 함께 있는 게 좋겠죠.”
여신은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슬프게도 여기는 울프힐데 양에게 그리 좋은 곳이 되지 못하니까요.”
“그렇겠지. 지금도 눈에 띄지 않게 숨듯이 지내고 있으니.”
아무리 여신의 도움으로 극복했다고 해도 울프힐데에게는 이니 뭐니 하는 악명이 있다.
그를 이용하려던 나쁜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고 해도, 그 편견이나 의혹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울프힐데는 데려갈게. 그러면 시스터 애들은 어때?”
“반대로 제가 묻죠. 레온은 괜찮나요?”
내 질문에 여신은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마음 같아서는 데려가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
“아무리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해도 종교개혁이 일주일 만에 될 리가 없으니까. 여기에 남는 편이 교단에게도 애들에게도 좋겠지.”
헤이젠과 여신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고 가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다. 교단 소속의 제자들도 이런 상황에서 사관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두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워프로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두는 게 맞지.”
“그렇군요.”
여신의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네요.”
그리고 나의 뒤쪽의 문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이야기는 다 들었죠?”
“……네.”
여신이 말하는 것과 동시에 뒷문이 열리며 아비와 울프힐데, 그리고 브리깃과 페트리시아, 세르비아가 주섬주섬 모습을 드러냈다. 좁은 문 너머로 잘도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레온 교수님, 저를 잊고 계셨군요!”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세르비아였다.
“음. 취사는 부대 후방이니 말이지. 자주 보질 못하다 보니 그만.”
“매일 열심히 밥을 하면서 혹시 잊힌 거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잊혔었어요! 드래곤다운 일도 하나도 못 했어요!!”
세르비아가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소리쳤다. 100살도 넘은 드래곤이 하기에는 참으로 귀엽고 하찮은 움직임이다.
“세르비아, 그래도 굉장히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요. 모두 맛있게 먹었잖아요? 먼 길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그건, 다행이지만요. 설마 그렇게 많은 사람의 밥을 준비해야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엄청 힘들었다고요…….”
화내던 세르비아는 아비의 위로에 한숨을 쉬며 진정했다. 실질 취사 지원으로 따라온 거나 다름없게 되었다고 하면 미안한 기분이 들긴 한다. 다음에 동방이나 제국 쪽에서는 활약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만.
“본론으로 돌아가죠. 밖에서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레온 씨는 머잖아 사관학교로 돌아갈 거예요. 교단 소속이 아니었던 학생들은 함께 돌아가겠지만, 교단 소속인 여러분들은 여기에 남을지 따라갈지 결정해주시면 좋겠어요.”
여신은 테이블 위에 찻잔을 올려두고 정중하게 말했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 교단의 제자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뭐라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말하고 보니 조금 험악한 분위기네요. 저는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해요. 레온 씨 또한 그럴 것이고요. 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일단 말해두자면, 여기에 남겠다고 해도 취업계로 처리해줄 테니 제대로 졸업장은 받을 수 있어.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와 여신이 편하게 말하라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부담을 준 것일까, 우물쭈물함이 더욱 심해졌다.
“본디 교단을 섬겨왔고, 여신님이 강림하셔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지금 저는 굉장한 영광된 자리에 있다고, 남아야 하고 남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먼저 입을 아비였다.
“……교수님은 괜찮으신가요?”
남아야 하는 게 올바르고 남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아비는 망설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본디 깨끗한 몸이어야 할 시스터로서 굉장히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별로 신경 안 써요. 괜찮아요. 깨끗해야 한다니 결혼하면 안 된다니, 전부 멋대로 사람들이 정한 교리니까요.”
물어놓고도 차마 못 물을 질문을 했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변명하는 아비에게 여신이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 그랬나요?! 그랬던 건가요?!”
그리고 그 말에 페트리시아가 반응했다. 모두의 시선이 페트리시아에게 꽂혔다.
“아, 아니. 딱히 할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이미 늦을 대로 늦었고, 임자도 너무 많이 있고요.”
“……뭐, 아무래도 좋지요.”
페트리시아는 괜히 내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변명했고 브리깃은 정말 아무래도 좋다는 듯 태연히 말했다.
둘의 반응은 섹스도 했고 동료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아직 호감도는 S급까지는 올리지 못한 느낌의 반응이었다. A에서 A+에 머무른 즈음의 느낌일까. 결혼이나 임신은 몰라도 하자고 하면 할 수는 있는 정도다.
‘제자 전원이랑 너무 깊은 관계가 되는 것보다는 이 정도가 편하긴 하겠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다른 애들과 관계가 너무 깊어진 것이겠지만. 벌써 임신 순서도 차곡차곡 정해지고 난리다. 다들 사이좋아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칼 맞았다.
“일단, 저는…….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침묵하고 있던 울프힐데가 목소리를 냈다.
“아비랑 애들이랑 있으면 즐겁지만, 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고, 조금 불편해서요.”
“알았어. 같이 돌아가자.”
“……네.”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울프힐데는 돌아가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나는 모두가 있는 앞에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것에 미안한 듯 잔뜩 움츠러든 울프힐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다른 제자들도 용기 내서 잘 말했다며 울프힐데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울프힐데가 모두에게 고맙다고 하며 훈훈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면,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나는 괜찮아.”
나는 우선 내 뜻을 밝혔다. 훈훈한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아비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