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19
〈 419화 〉 동방견문
“…….”
나는 고민했다.
“거절할게.”
그리고 린린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요? 우리 애들, 저보단 아니어도 다들 꽤 예쁘고 귀여운데.”
“그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흥미가 많고 나중에 더 상세하게 들어보고 싶지만, 유에랑 약속했거든. 이번에는 같은 방에서 지내자고.”
한 가지 욕심을 부려도 되겠냐고 하면서까지 부탁했다.
“그런데 두고 네 가문에서, 그것도 요호족 애들이랑 노는 건 배신하는 게 되니까.”
유에가 그렇게까지 용기를 냈는데 배신했다만 앞으로 어떤 요구를 하는 것도 포기해버릴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주지육림을 펼치면서도 유에 생각에 그리 즐기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거절하리라고 말해둔 제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네요.”
솔직히 유에랑 약속한 게 아니었으면 갔겠지만. 뭘 근거로 내가 거절했으리라 생각했는지 조금 신경 쓰인다. 못 보는 사이에 내 이미지가 뇌내에서 다소 미화된 걸까.
“그러면 나중에 지내실 여관이 정해지면 말씀 전해주세요. 밤에 찾아갈게요. 그 정도는 괜찮죠?”
“그 정도는 유에도 이해한다고 했어. 여기까지 와서 너랑 안 하고 가는 건 나도 싫거든.”
괜히 ‘동방의 특산물’이니 뭐니 생각한 게 아니다. 솔직히 여기 온 이유의 80% 정도는 린린이랑 섹스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자려고 누우면 가끔 린린의 그 좁고 기분 좋았던 요호족 보지가 떠오르곤 한단 말이지. 당장 못 먹는 것일수록 그리운 법이다.
“그렇게 여겨주신다니 기쁘네요. 저도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흥분되던지.”
린린이 기쁜 듯 웃었다. 그리고는 무언가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으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저 말이죠.”
왜 그러냐고 물으려는 순간 린린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쪽도, 조금 준비해봤어요.”
“그쪽?”
대충 뭘 말하는지는 알겠지만 나는 굳이 또 물었다.
“뒤, 뒤쪽이요. 뒤쪽. 다들 기분 좋아 보였으니까……. 준비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말하며 린린은 괜히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준비했는데?”
“소, 손가락으로요. 두 개까지는 그럭저럭……. 이에요. 아직 어색하지만.”
나는 방에 누워서 혼자 자위하며 애널을 개발하는 린린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애널뿐만 아니라 보지에도 손가락 넣었겠지. 실제로 보고 싶은 광경이다.
“거기로 하는 거,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그쪽으로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린린이랑 애널 섹스라, 보지도 엄청 좁고 조였는데 애널은 어떨까. 그 자그마하고 깨끗했던 애널을 억지로 벌리고 삽입하는 걸 상상하니 위험할 정도로 꼴렸다.
“굉장히 기대되는데. 그래도 오늘은 유에랑 밤을 보내야겠지만.”
“저, 저도 온 당일에 바로 찾아갈 정도로 밝히진 않거든요? ……내일 갈게요.”
분명 말 안 했으면 오늘 밤에 찾아왔다. 참 알기 쉬운 성격이다.
나와 린린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갔다. 엉덩이를 만진다든지 하는 다소의 스킨십이 있긴 했지만 본론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야한 짓 했나요?”
“안 했어.”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에에게 귓속말로 추궁당했다.
“애석하게도요. 오늘 밤은 즐겁게 보내세요.”
“……. 네.”
린린은 유에에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유에는 괜히 추궁한 자신이 민망한 듯 우물쭈물하다가 조용히 내 맞은편에 앉았다.
“신기하네요! 마차보다 빠른데도 전혀 울렁거리지 않아요!”
“이 미묘한 진동, 달린다는 느낌, 그리고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 꿈만 같아.”
세르비아와 알리가 즐거워하며 떠드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나는 살짝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
열차나 기차나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정말 이상하게 졸립단 말이지.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우리는 수도의 최중심에 도착했다.
“……이렇게 높은 건물이 많이 있는 거, 처음 봐.”
“사, 사람도 엄청 많네요. 알리, 손잡아주세요.”
열차에서 내려 역의 밖으로 나온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높은 층수의 동양풍 건물들과 북적이는 수많은 행인이었다.
‘순수 인구밀도만 보면 대륙에서 가장 높을까? 현대 기준으로도 많겠는데.’
이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은 풍경은 부대가 집합한 모습을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꼭 주말의 번화가에 나온 것 같은 감각이다.
“사람이 질리도록 많죠? 땅은 작은데 말이에요.”
린린이 어떠냐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순간 작은 키의 모자를 푹 쓴 사람이 알리와 손을 잡고 있는 세르비아를 밀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사람와 유에가 스쳐 지나간 뒤,
“치안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앗. 지갑!”
유에의 손에는 세르비아의 지갑과 스쳐 지나가던 사람의 모자가 들려있었다.
“헉?! 도, 돌려줘!”
작은 키의 사람의 머리에는 쥐의 귀가 붙어있었다. 쥐 수인인 것일까. 꾀죄죄하고 덮수룩한 지저분한 잿빛 머리카락이 딱 쥐의 색이기도 했다.
“당장 사라지십시오. 이쪽에는 얼씬도 하지 말도록.”
“윽, 큭……!!”
유에는 쥐 수인의 얼굴에 모자를 집어던졌고 쥐 수인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도둑이야? 잡아서 넘기는 게 좋지 않아?”
“넘길 곳도 없습니다. 그냥 풀어주는 게 편합니다.”
알리의 말에 유에가 태연히 대답했다. 린린과 샤오는 오자마자 동방의 부끄러운 부분을 보였다고 생각한 듯 민망해했다.
“쥐 수인인가. 작아서 귀엽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동그란 귀는 조금 귀엽긴 했다. 그러고 보면 동방 루트에서 아군이 되는 도적 쥐 수인 캐릭터도 있던가. 별 비중은 없고 선택지에 따라 죽일 수도 있는 유닛이다보니 가물가물하다.
“……병 걸립니다.”
“아니, 그냥 감상을 말한 것뿐이거든?”
굳이 그런 것까지 찾아가서 먹는 취미는 없다. 작은 거라면 루시아나 세르비아로 충분하다.
열차에서 내린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진 가문의 저택이었다.
“……크네.”
진 가문의 저택은 무지막지하게 컸다. 가세가 기울고 있다느니 그런 설정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컸다.
당장 엄청 커다란 대문과 수많은 사용인부터 시작해 정원에는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과 만화 같은 데서 몇 번 본 물이 졸졸졸 흐르다가 통 소리가 나는 대나무 같은 것도 있었다. 고급 일본 여관 같은 느낌이다.
“여, 여기에서 묵는 건가요? 엄청 호화로운데요?”
“아니야. 그냥 인사 드리러 온 것뿐이고. 우리는 여관에서 자.”
“아. 그런가요.”
정황을 모르는 세르비아가 기대했다가 팍 식었다. 고생했으니 좀 좋은 곳에서 쉬게 하고 싶기는 하다. 나중에 맛있는 거라도 잘 챙겨주는 게 좋겠다.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며 도착한 집 앞, 문이 열리며 누군가 마루로 나왔다.
“왔구나.”
“……네. 당주님.”
샤오는 누군가를 당주라고 불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의 창백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었지만 얼굴에는 주름 한 줄 없이 매끈했다. 어딘가 병약하고 지쳐 보이면서도 눈빛만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나이도 쉽사리 추측할 수 없고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그나마 한때 남성이었다는 것만은 들어서 알 수 있는 존재, 그것이 현 동방연맹의 맹주이자 진 가문의 당주였다.
“얼굴이 좋아졌구나, 샤오.”
당주는 마루로 나와 털썩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야크샤, 린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 샤오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역시 너는 재능이 있어. 나보다도 훨씬.”
“과찬입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하도록.”
“존명.”
부자관계라고 하기에는 주종관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야크샤.”
“네.”
당주는 샤오를 바라보다가 그 옆에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뻔뻔히 서 있는 야크샤를 불렀다.
“샤오를 잘 부탁하마. 가끔 독선적일 때가 있으니 그럴 때는 네가 잘 말해주거라.”
“알겠습니다. 샤오 아버지의 부탁이니 들어볼게요.”
야크샤가 굳이 샤오 아버지라고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 너도 야크샤가 자신의 힘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겠습니다.”
딱히 둘의 관계를 반대하거나 왈가왈부하진 않았다. 은근히 수라장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는 약간 심심한 흐름이었다.
‘뭐, 수라장이라면 귀족 가문으로 갔을 때 충분히 볼 수 있겠지만.’
“그리고 유에.”
당주가 뒤쪽의 내 옆에 선 유에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유에는 자신이 불릴 줄은 몰랐는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오랜만이구나.”
“……네. 설마 말을 걸어주실 줄은.”
유에는 바로 무릎을 꿇으며 당주에게 대답했다. 당주는 턱을 괴고 유에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네가 그렇게 의견을 드러내고 행동하게 될 줄이야. 네가 하는 일이라면 분명 올바르리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진 가문을, 동방을 위해 힘내다오.”
당주는 샤오가 했던 것처럼 유에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유에는 다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존명을 표했다.
“그리고 그 주변 분들은…….”
우리를 둘러보단 당주와 첸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둘은 마치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무시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신경이 쓰인다.
“사관학교에서 오신 손님분인가요. 방을 내어드리도록 하죠.”
“아뇨. 저희는 밖의 여관에서 지낼 예정이라. 거기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어요.”
나는 당주의 제안을 점잖게 거절했다. 당주는 나를 지긋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쪼록 편하신 방향으로. 혹시 구하실 수 없었더라면 언제든 찾아와서 말씀해주십시오.”
딱히 고집을 부리거나 하지 않았다. 딱히 접대하는 데 욕심을 부리지 않아주니 편할 따름이다.
“그리고 린린 양, 이들을 인도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요. 열차, 잘 달리네요. 앞으로가 기대되어요.”
“언젠가 대륙 전체가 이어질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편하겠네요. 사관학교까지도 가면 좋겠어요.”
당주는 얌전히 있던 린린과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바로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저희는 일단 여관을 찾고 짐을 풀죠. 저녁쯤에 다시 찾아뵙도록 할게요.”
“그게 좋겠군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와주십시오.”
계속 짐을 들고 서 있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일단은 정리한 뒤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는 진 가문의 저택을 나섰다. 린린은 샤오, 야크샤와 함께 당주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남게 되었다.
“뭔가 신비로운 사람이네요.”
“인간…… 이지?”
울프힐데의 감상에 모리건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확실히 약간 인간 같지 않은 냄새가 났죠? 본인에게 말하면 실례겠지만…….”
감이 좋은 모리건과 울프힐데에게는 그렇게 느껴진 걸가. 확실히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긴 했다. 지난 회차에서는 거의 병사한 이후 나왔으니 이렇게 대화할 일도 없었고.
“…….”
“첸, 괜찮아?”
나는 살짝 인상을 쓰고 내내 입을 다물고 있는 첸을 불렀다.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을 이유도 없지요.”
첸은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전혀 안 괜찮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제가 필요해서 데리고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일은 언제쯤 하게 됩니까?”
“아직은 미정이야. 필요하리라고는 생각하지만.”
막 도착한 직후라 아직 분위기 파악도 다 되지 않았다. 필요한 파츠라는 확신은 들지만 당장 시킬 일은 없었다.
“그렇습니까.”
첸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면 저는 일하던 공방에 짐을 풀고 거기서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라고 하면 금방 찾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다른 장소로, 이라는 처음 듣는 고유명사를 말하며 그곳에 가있겠다고 말했다.
“괜찮지. 오랜만에 온 고향이기도 할 테니까. 거기서 지내도록 해.”
계속 같이 다니기도 정신없으니 어느 정도는 흩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한동안 그대로 뒀다가 찾아가서 일을 진행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러면……. 알리, 세르비아. 같이 가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네 본거지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첸의 집으로 가는 거죠? 저 친구 집에서 자는 거 좋네요!”
거기에 다른 연금술부 부원들도 합류했다. 첸은 그래도 되겠냐고 이미 허락을 맡은 뒤에 나를 보며 동의를 구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대로 여관을 찾으러 가볼까?”
“네. 제가 생각해둔 곳이 있습니다. 앞장서도록 하지요.”
그리하여 나와 유에, 모리건과 울프힐데라는 나와 제자들로만 이루어진 조합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약간 수학여행 기분이 들어서 흥이 오른다. 귀찮게도 나는 선생님 위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