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29
〈 429화 〉 도박장에서 현장학습 – 3
시행회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쪽이 손해를 볼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기에 모리건은 단기 결전을 선택했다.
‘잃어도 괜찮으니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제법 진지하게 임하는걸, 모리건.’
침착하게 생각하며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큰돈이 나오니 평상심을 잃고 만 유에가 본받으면 좋을까. 실패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으음. 그러면 저는…….”
울프힐데는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딱히 돈을 따려고 진지하다기보단 재밌는 놀이가 생겨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분위기다.
“이왕이면 조금 더 즐겨보고 싶기도 하고, 골드 칩 3개는 환전할게요.”
“네. 골드 칩을 실버 칩으로 30개 환전해드리겠습니다.”
울프힐데는 오래 즐길 생각인지 칩을 환전했다.
뭐 즐겨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 오히려 즐기는 사람이 진지한 사람보다 돈을 많이 따는 일도 자주 있다.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가볍게 하는 사람이 한정 캐릭터를 많이 뽑는 것 같은, 그런 일.
“여기 실버 칩입니다. 그러면 딜러는 저희 신입에게 부탁할게요. 메나, 도와드려.”
“아, 아. 네!!”
뒤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대기하고 있던 앞머리가 긴 귀족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쭈뼛쭈뼛 다가왔다.
“자, 잘 부탁합니다. 메나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메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귀족의 뿔은 사티보다 컸다. 물론, 가슴도 컸다. 다만 잔뜩 긴장한 듯 주변을 계속 살피는 모습은 어딘가 만만하게 느껴진다. 사티와 같은 양복임에도 불구하고 핏이 좀 엉성한 느낌도 들고.
‘이것도 의도한 이미지일 가능성도 있을까.’
여기는 동방의 수많은 빈민을 양성한 도박장이다. 그곳의 직원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을 거고, 저 메나라는 직원도 겉모습은 저래도 우습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잘 부탁드려요, 메나 씨.”
“실수하는 게 있으면 잘 설명해줘.”
울프힐데와 모리건은 메나에게 인사하며 룰렛 테이블의 의자를 당겨 앉았다.
메나는 헛기침을 하고 예의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사티가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고객님은 무엇을 할 생각이신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티가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처음 돈을 받고 허둥지둥하던 모습에서 이제 그럭저럭 냉정함을 되찾은 모습이다.
“글쎄. 오늘은 어디까지나 견학을 위해 왔거든. 애들에게 칩을 나눠준 것도 그 일환이고.”
“견학을 위해서 골드 칩을 10개씩 나눠주는 건가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사티는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썼다. 하지만 괜히 더 자극해봐야 위험할 뿐이라 파악했는지 금방 입을 다물었다.
먼저 도발하듯이 말 걸어놓고 자기가 긴장해서 입을 다물어버리는 건 뭔가 싶다. 빈민 상대로 돈을 뜯다가 억 단위로 아무렇지 않게 돈을 꺼내는 손님에겐 긴장하게 되는 것일까.
“이왕 온 거, 적당히 10배쯤 불려볼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사티에게 겁주듯이 말했다. 사티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 도박장, 돈을 따지 못하는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불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고는 씩 웃으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말했다. 쉽게 돈을 따고 나가게 두지 않을 자신은 있는 걸까.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그냥 살펴만 볼까 싶네. 이 칩, 가지고 나가면 안 되거나 그런 건 없지?”
물론 나도 지금부터 싸울 생각은 없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견학이다. 실전은 아무리 빨라도 내일이다.
“……본디 허가되지 않는 행위입니다만 워낙 거액이고 이번은 특별히 허가해드리죠.”
사티는 내가 교환한 칩을 들고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 선심을 쓰듯 말하지만 아마 사티 입장에서도 내에 대한 대처를 좀 더 확실히 하고 싶기에 내린 결론이리라.
“그러면 이제 내 제자들이 어떻게 따는지 볼까.”
나는 사티를 등지고 본격적으로 제자들의 도박을 관전하기로 했다.
게임이건 도박이건 직접 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게 재밌을 때가 많은 법이다.
내가 우선 향한 곳은 유에였다.
찰칵찰칵, 챠라라라라라라.
“…….”
유에는 굉장히 신중한 표정으로 레버를 돌리며 파칭코 기계 안으로 구슬을 흘려 넣는 중이었다.
챠라라락, 팅, 티팅, 팅. 톡, 데굴데굴.
“큿……!!”
무수히 박힌 쇠못에 구슬이 일사불란하게 튕기며 떨어져 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아니 전부 꽝으로 보이는 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역시 전혀 안 되네…… 응?’
이건 무리라고 생각한 순간, 구슬 하나가 당첨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짜라라라란!!
“히익?!”
기계에서 난 조악한 음질의 팡파레에 유에가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당첨 배출구로 구슬이 좌르르륵 나오는 것을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따, 땄다……. 당첨이 되긴 하는구나…….”
그러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잣말했다. 보아하니 이게 첫 당첨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 상자까지 전부 비어버리기 전에 반 상자 정도 얻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러게. 전혀 안 될줄 알았는데 되긴 되네.”
“앗. 주인님!”
내 목소리에 그제야 유에는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리고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어때, 좀 할만해? 이 기계 괜찮아?”
“이번에도 하나도 안 나오면 사기로 판단하고 부술 생각이었습니다.”
“……기물 파손은 참도록 해.”
어쩌면 이 기계, 자신의 운명을 파악하고 구슬을 토해낸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한참 적자지만.
“재미있어? 꽤 열중해서 하던 거 같은데.”
“재미라고 할까요……. 구슬이 와르르 쏟아져서 꽝으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서 이 구슬 하나의 가치를 생각하고 있으면, 약간 속이 울렁거립니다.”
골드 칩 하나에 한 상자, 한 상자가 1000개이니 구슬 하나에 대충 현대의 돈으로 계산하면 1000원이다. 어디 만화에 나오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미친 가격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뭔가……. 표현키 힘든…….”
울렁거린다고 하던 유에는 무언가 오싹한 듯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도박장 근처에는 절대로 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서 다행이네.”
거액을 날리면서 일종의 흥분 상태가 되었던 걸까. 유에는 절대로 도박하면 안 되는 타입인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천장까지 질러버리는 유형이다.
“약간 당첨되긴 했지만, 이미 사용한 구슬의 수랑 날려버린 코인을 생각하면 속이 쓰립니다……. 더 해서 이득을 볼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게 되었으면 다들 부자였겠지요.”
“뭐, 돈을 날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
바로 두 상자째 들고 올 때는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현실을 보고 있어서 안심했다.
“그러니 남은 칩, 역시 맡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유에는 가슴을 가로지르는 가방을 열고 골드 칩을 꺼내며 말했다.
‘유에에게는 이쯤 시키는 게 좋을까.’
잘 하지도 못하는 걸 무리하게 시켜서 좋을 것 같진 않다. 본인도 힘들어하고 있으니 이쯤 하고 돌려받고 같이 다니는 게 좋겠다.
“알았어. 남은 칩은 돌려받을게. 이거 다 쓰고 나면 같이 다니자.”
“네! 그 편이 역시 마음이 편합니다. 후우…….”
나는 유에에게서 남은 골드 칩 8개를 돌려받았다. 유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단숨에 남은 구슬을 쏟아부은 뒤(당연하다는 듯이 환전하려고 하진 않았다) 나를 따라다닐 생각으로 단호하게 레버를 돌렸다.
차라라라라락, 차락, 차락!!
“어?”
그리고 그렇게 단숨에 쏟아부은 구슬이 당첨 구멍으로 여럿 흘러들어갔다.
짜라라라라라라란!!
“다, 당첨……!!!! 앗, 구슬, 구슬!!”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구슬의 배출구로 폭풍처럼 구슬들이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에는 황급히 빈 상자를 대며 구슬이 흘러넘치지 않게 받아냈다.
“큰 당첨이네요. 축하드려요.”
지나가던 직원이 유에를 칭찬했다. 유에는 대답할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구슬을 상자에 받고 내려놓았다.
“…….”
구슬이 가득 담긴 상자가 2박스였다. 본전으로 돌아왔다.
“끝내려고 한 순간 본전도 찾다니, 운이 좋은데. 환전하고 갈까?”
“으, 으음…….”
내 말에 유에는 대답을 흐리고,
“조, 조금.”
“조금?”
“조금 더 해볼까요? 더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눈이 살짝 핑핑 도는 것 같다.
“응. 좀 더 해봐.”
“네! 배로 불려서 가져올게요!”
이대로 데리고 가봐야 계속 이쪽을 돌아보며 미련을 가질 것 같아 허락했다.
유에도 망가질 때는 망가지는구나 싶다. 두 상자를 다시 잃을 때쯤이면 아마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나는 유에를 두고 모리건과 울프힐데 쪽으로 갔다.
“으읏……. 당첨입니다. 골드 칩을 4개 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마침 모리건이 배팅에 성공해서 칩을 받고 있었다.
“굉장하네요, 모리건! 무척 잘 따요!”
“다른 쪽에 건 칩은 날렸으니 실질 1개 이득이지만.”
모리건은 적에 둘, 흑에 하나를 두고 적이 나와 칩을 따낸 듯했다. 모리건의 말대로 흑에 배팅한 칩은 날렸고 적은 당첨되어 2배를 받았지만 4개를 받는다고 해도 2개는 배팅한 칩이었으니 1개 이득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득을 보고 있을 줄이야.’
모리건은 골드 칩을 12개까지 늘려냈다.
대충 구조를 파악해냈기에 이기는 배팅을 할 수 있게 된 것일까. 마침 운도 상당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교수가 준 칩은 5개를 썼나. 머잖아 끝낼 수 있겠어.”
“조, 좀 더 느긋하게 즐기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글쎄. 하면 할수록 잃을 확률이 많은 게임을 오래 하는 취미는 없어서.”
덕분에 메나는 완전 울상이다. 끝나면 사티에게 혼날 거라느니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연기인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긴 앞머리로 가려진 눈은 어떤 눈매를 하고 있을까. 아마 울상은 아닐 것이다.
“조금 질렸거든.”
모리건은 그런 메나를 지켜보다가 가방에서 골드 칩 5개를 꺼냈다.
“4개를 적, 1개를 흑에 둘게.”
그리고 단숨에 전부 배팅했다. 방금 전과 비슷한, 하지만 압도적인 금액의 배팅이었다.
“그, 그렇게 많이요?! 괜찮으신가요?”
“그러면 저는 흑에 많이 걸게요! 모리건이 안 되어도 제가 따면 되니까요!”
거기에 울프힐데도 흥분해서 실버 칩을 흑에 잔뜩 걸며 합세했다. 메나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아으아으 신음하며 허둥지둥했다.
‘골드 칩 5개에 실버 칩 20개 이상인가.’
새삼 엄청난 금액이다. 아마 지금까지 룰렛을 돌리며 이 이상의 금액이 한 번에 올라온 적은 도박장을 연 이후 한 번도 없었으리라.
“으으…….”
메나는 신음을 삼키며 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허둥지둥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메나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룰렛을 돌리려고 잡았다.
“나는 흑에 골드 칩 20개.”
그리고 힘주어 돌리는 손이 떠나기 직전, 나는 표 위에 골드 칩을 와르르 쏟았다.
“히익?!”
“교, 교수님?!”
“…….”
메나가 진심으로 놀란 것 같은 소리를 냈고 울프힐데와 모리건도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룰렛은 메나의 손을 떠나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탁, 탁, 타악. 데구르르르르르르르…….
“자. 이게 어떻게 될지 보자고.”
골드 칩과 실버 칩이 각각 20개도 넘게 걸린 판의 구슬이 탁탁 튕기며 룰렛을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