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3
〈 43화 〉 4의 루트
교사용 목욕탕(목욕탕이라고 해도 공용샤워실 정도 크기지만)에서 나는 텟샤를 앉히고 미리 받아져 있는 물을 데웠다. 마법을 쓰면 금방이다.
“뜨거우면 말해.”
나는 의기소침해서 앉아있는 텟샤의 몸에 따뜻한 물을 흘리며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아주었다. 긴장으로 단단하게 굳어있던 텟샤의 몸이 조금씩 풀어졌다.
“…….”
다만 나를 힐끔힐끔 보는 텟샤의 표정은 무슨 반응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직전까지 항문을 빨게 하고 애널에 퍽퍽 박아대고 마무리로 변기 취급하면서 오줌까지 먹였으면서 인제 와서 뭐야, 그렇게 따지는 것만 같다.
딱히 내가 찔려서 그러는 건 아니다.
“뭐 묻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무리 벌이라고 해도 그런 심한 짓을 시키고 했으면서, 왜 지금은 상냥하게 굴어?”
그냥 넘어가기 민망해서 묻자 역시 그런 대답이 왔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일종의 상황극이라 생각해. 솔직히 기분 좋았잖아?”
내 말에 텟샤가 기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그걸 부정할 수 없는 게 제일 싫고 짜증이 나.”
기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섭고 아프고, 더럽고 난폭한 일인데 왜 기분이 좋은 거야?”
텟샤는 일련의 난폭한 행위들을 쾌감으로 느끼며 헐떡인 자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나와 만나기 전까지는 커다란 가슴조차 콤플렉스로 여겨온 텟샤다. 지금의 결코 일반적이라곤 할 수 없는 섹스에 엄청나게 느끼고 흥분하는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글쎄다. 뭐 사람의 몸이라는 게 그렇게 되먹은 탓도 있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했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그리고 텟샤의 머리에 따뜻한 물을 느리게 끼얹으며 말했다.
“항문을 핥게 시키고, 포션을 두 병이나 넣어서 관장을 시키고, 입에 오줌까지 싸는 게 애정표현이라고 하는 거야?”
젖은 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텟샤가 나를 째려보았다.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신선하다.
“뭐, 애정표현에도 여러 형태가 있으니까 말이야.”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고문이야.”
“그게 SM이라는 거 아니겠어?”
“SM이 뭔데? 마조히스트니 뭐니 이상한 단어만 잔뜩 말해, 교수는.”
이쪽 세계에선 그다지 퍼지지 않은 것일까. SM의 역사는 중세의 귀족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 의외였다. 그냥 텟샤가 순수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해두자면, 진짜로 탈 날 짓은 할 생각은 없어. 처음 그거 시킬 때도 미리 박박 닦고 왔으니까.”
“그거…….”
‘그거’라는 대명사에 텟샤는 바로 나와 같은 것을 떠올린 듯했다. 솔직히 내가 시키긴 했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도 조금 부끄럽다.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아? 시켜서 억지로 해줬더니 꼴이 말도 아니던데.”
“너, 너도 애널 쑤셔지면서 신나게 앙앙댔잖아? 오줌까지 지려놓곤.”
“윽…….”
텟샤가 침묵했다. 나도 뭐라 더 할 말은 없어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사실 텟샤가 오기 전에 닦으면서도 이런 꼴사나운 짓을 해야 하나 싶긴 했었다. 결과적으로 기분은 엄청 좋았지만, 너무 좋아서 무서울 지경의 무언가였고.
물론 그걸로 게이가 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겠지만. 여자가 빨아주니까 좋은 거지.
“……하아아.”
침묵하고 있던 텟샤가 작게 한숨을 쉬며 씻겨달라는 듯 팔을 들었다.
나는 옆으로 손을 넣어 텟샤의 가슴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겨드랑이까지 슥슥 스펀지와 손으로 문질러 닦아주었다. 풍만하면서도 예쁜 형태의 가슴과 깨끗한 겨드랑이는 만지는 맛이 좋다.
“나는 평범한 섹스도 하고 싶은데.”
가슴을 씻겨지던 텟샤가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텟샤의 입으로 처음 들어보는 섹스의 요구였다.
“솔직히 말하니까 좋네. 한 번 더 할래? 평범하게.”
“돼, 됐어. 지금 했다간 못 일어설 것 같아.”
내가 바로 허락하자 텟샤는 약간 놀라더니 조용히 부정했다.
“……내일 아침에 해줘.”
그러면서도 여지는 남겨두었다. 항상 이렇게 솔직하면 참 좋을 텐데.
뭐, 그렇지 않으니 심한 짓을 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텟샤와 나는 깨끗하게 씻고 돌아온 뒤 우선 엉망진창인 침대 시트를 갈았다. 웬만하면 그냥 잤겠지만 상태가 여러모로 심각해서 어쩔 수 없었다.
미리 챙겨둔 여분의 시트를 깐 뒤, 내가 텟샤를 뒤에서 끌어안는 자세로 같이 잠을 청했다. 풍만한 텟샤의 가슴을 만지고 있으면 멍한 기분이 되어 어느새 푹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 응. 으응! 하아, 하아…….”
나는 약속대로 텟샤와 평범한 정상위의 섹스를 했다. 일어나서 서로 어색하게 마주 보다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섹스를 준비하고, 시작했다.
“하아……. 후우. 응, 으음. 쪽…….”
쾌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얼굴의 텟샤도 좋지만, 이렇게 점잖게 느끼는 표정의 텟샤도 참 예쁘다고 생각하며 나는 텟샤에게 입을 맞추고 허리를 흔들었다.
난잡하고 정신없는 섹스도 좋지만 이런 평화롭고 점잖은, 에너지 소모가 과하지 않은 깔끔한 섹스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튜닝의 끝은 순정’은 이런 걸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후우. 아. 나온다……! 후우……!”
“읏, 응. 하아……! 나, 나도, 이제……. 으응……!”
퓨웃, 퓨슈우웃. 퓨웃, 퓻……!
서로의 리듬에 맞춰 느긋하게 허리를 흔들어댄 끝에 나는 텟샤의 보지 가장 깊이 넣고 정액을 주입했다. 어제 너무 많이 싸버린 탓에 양은 시원찮았지만 제법 개운하고 기분 좋은 사정이었다.
“하아, 하아아. 하아……. 후우…….”
텟샤는 움찔움찔 보지를 조이며 내 사정을 받아들였다. 이럴 때 눈꺼풀이 살짝 떨리는 표정이 섹시하다.
나는 잠시 넣은 채로 숨을 돌리다가 느리게 수그러든 자지를 뽑아냈다. 약간의 정액이 같이 딸려 나와 보기 좋게 흘러내렸다.
“어땠어, 원하던 보통의 섹스는?”
나는 휴지로 자지를 슥슥 닦으며 텟샤에게 물었다.
“그게, 분명 기분 좋았는데, 행복하기도 한데…….”
상기된 얼굴로 한숨을 쉬고 있는 텟샤는 어째선지 조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만 잔뜩 알아버리니까,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진짜 싫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싫다는 듯, 몹시 분한 표정으로 텟샤가 말했다.
“뭐……. 그 부분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좀 더 차근차근 진도를 빼야 했나.”
“아니, 싫다는 건 아니야. 기분은 정말 좋았고, 그냥, 그냥 어제 생각이 나서 그런 거지……. 으아아아! 아아. 이게 뭐야! 모, 못 들은 거로 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텟샤가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뭐, 당장 어제 애널에 보지에 엄청나게 쑤셔져 놓고 다음 날 평범한 섹스를 하면 누구라도 성에 안 찰 거다. 별로 불쾌하거나 짜증 낼 일도 아니다. 오히려 내 취향의 마조히스트가 되었구나, 하고 장하게 여겨도 좋다.
“하아……. 이제 정략결혼 같은 건 완전히 물 건너갔네. 이래서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가능할 리가 없지.”
“무슨 소리야? 난 내 를 분양이든 결혼이든 시킬 생각은 없는데.”
“……그, 그러시겠지. 뭐, 그냥 한 말이야. 그냥.”
내 대꾸에 텟샤가 기막히다는 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뺨을 화악 붉히며 툴툴거렸다.
호감도 마크 표시가 켜져 있었으면 분명 커다란 하트든 무지갯빛 하트든 떴을 거 같은 반응이었다.
“변태 섹스에 중독된 게 걱정이면 앞으로 내가 계속 따먹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그런 걱정 안 했거든?! 정말이지. 정말. 진짜. 무슨…….”
어려운 척하면서 이렇게 쉬운 여자이기도 힘들겠다. 그게 매력이지만.
텟샤를 보낸 뒤 나는 자주 가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금까지 제자로 받은 유닛들의 능력치와 스킬 등급을 정리해봤다. 거기에서 나오는 결론은 일목요연했다.
‘……너무 섹스를 많이 했어.’
해도 해도 너무했다. 레벨은 오르지 않아서 능력치는 평범하다고 한들 스킬 등급은 이미 게임의 중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진짜 너무 많이 했는데.’
거의 자위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초등학교 때가 생각날 정도였다.
너무 밀도 높은 하루하루를 보낸 탓에 의식하지 않았지만, 따지고 보면 아직 튜토리얼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 시점에서 내가 섹스한 수는(루시아 기준의 어디든지 사정한 것을 한 번의 섹스로 쳤을 때), 최소 15회였다. 대충 하루 평균 3회는 되는 수였다.
사정을 세지 않고 무아지경으로 했던 적도 많으니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아니, 나도 그렇지만 여기 애들이 너무 야한 것도 문제지. 그렇게 꼬리를 쳐대는데!’
속으로 필사적으로 변명해봤지만 그래도 너무 폭주한 횟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처음에 과하게 하면 재미없어진다면서 너무 많이 섹스하진 말자고 하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섹스가 너무 재밌는걸. 이건 어쩔 수 없잖아…….’
“레온 교수.”
“네, 네?!”
그런 불건전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하던 중, 누가 말을 걸어와 화들짝 놀랐다.
“가르칠 학생은 정하셨습니까? 아직 들은 이야기가 없군요.”
검은 머리카락의 호리호리한 중년 남성, 교감이었다.
“괜찮다면 이야기를 좀 할까요.”
교감은 내 맞은편의 의자를 당겨서 나와 마주 앉았다.
나는 새삼스럽게 현실의 교감을 쭉 훑어보았다. 검고 냉철한 얼굴의 미중년이라고 할까, 이렇게 늙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상이다.
“마음에 드는 학생은 있나요? 고민이 있으면 들어드리죠.”
“음. 그게, 이미 받아들이긴 했어요. 아직 보고는 드리지 않았지만요.”
“그랬군요. 그러면 어떤 학생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교감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나는 교감에게 지금 받아들인 5명의 학생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희망 사항이 아니라, 정말 이 학생들을 받은 겁니까?”
당연하게도 교감 역시 라라아와 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무척 굉장한 일이군요.”
교감은 입을 다물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게임에서도 느꼈지만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이곳 대사관학교는 이미 초기의 설립 취지와는 많이 변질하고 말았습니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교감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륙 각지의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학교생활을 보내면 서로를 이해하며 이전보다 평화로운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 믿음에서 만들어진 것이 이 대사관학교입니다.”
교감은 게임이 시작하며 흘러나오는 오프닝에 적혀있던 문구와 똑 닮은 말을 했다. 항상 스타트 버튼 연타로 스킵했던 부분인지라 새삼스레 신선하게 들렸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지요.”
딱 끊으며 분위기를 뒤집는 부분도 정확히 일치한다.
“반은 세력을 기준으로 나뉘고 교수조차 서로를 견제합니다. 다른 세력의 학생들끼린 말조차 잘 섞지 않습니다. 다른 세력의 학생과 어울리는 학생들을 ‘박쥐’라고 불리며 따돌린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게 되었습니다.”
교감은 근처 테이블들로 시선을 옮겼다. 카페테라스의 테이블에서조차 학생들은 같은 세력끼리 뭉쳐있었다.
“이제 대사관학교는 자식을 대리로 세운 권력의 암투장과도 다름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교감의 얼굴에선 아주 깊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 가운데, 당신은 모든 세력의 아이를 학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 아웃랜드의 마족인 모리건까지도.”
씁쓸함을 얼굴에서 지우며 교감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조금의, 하지만 분명한 희망이 담겨있었다.
“대체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는 저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만.”
“……저도 가문의 비법 같은 것이라, 쉽게 말할 순 없네요.”
자지와 허풍으로 끌어들였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지금 교감의 인자한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어쩌면 는 당신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교감은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라고……?’
그것은 99회차를 끝내면서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문장이고 키워드였다.
“……바쁜 와중에 실례했습니다. 당신에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요. 앞으로도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좋은 말씀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어요.”
교감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던 길을 걸었다. 나는 한동안 교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일련의 대화는 완전히 처음 겪는 이벤트였다. 라는 키워드도 들은 적 없는 것이었다.
이 일련의 상황에서 나는,
‘설마, 어쩌면…….’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제4의 루트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예 2부의 가 오지 않는, 그런 루트가 존재하는 건가?’
100회차의 현실에서의 엠블럼 레전즈는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에 도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