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31
〈 431화 〉 요호족 별채에서
‘뭐, 그렇다고 해도 딱히 먹을 생각은 없지만.’
당장 눈앞의 린린도, 오늘은 못 본 야크샤도 있다. 죽여주는 고급 요리가 있는데 불량식품으로 배를 채울 자리는 없다.
‘……그래도 가끔은 먹고 싶은 게 불량식품이지. 아니, 안 먹을 거지만.’
다만 씻기니 오히려 풀이 죽어서 어색해하는 모습이 꽤 귀엽긴 하다. 작은 게 옆구리에 끼면 못 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좋다.
“그래서, 사티에 대해서 좀 더 말해줄래?”
“그래. 그 여자만 가까이에 오면 터지려던 구슬들도 거짓말처럼 다 떨어져. 사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굴러간다니까.”
부끄러워하던 라트는 내 질문에 바로 기운차게 대답했다. 그 터지려고 한다는 기준부터가 불명확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일단 잠자코 들어주기로 했다.
“그 여자의 시선이 없을 때 가장 비싼 4번째 기계, 단숨에 쏟아 넣으면 못에 구슬이 껴서 거의 확정으로 들어가. 엉성하게 되어있거든.”
“앗. 그랬습니다! 확실히!”
라트의 말에 유에가 눈을 반짝이며 동의했다. 마침 4번째 기계에서 꽤 구슬을 따냈다.
“그렇다고 해도 구슬 하나가 너무 비싸서 쏟아부울 만큼 사기도 힘들고 그런 기계에 붙으면 경계를 당하니 쉽지 않지만.”
“과연……. 이번에는 주인님이랑 모리건, 울프힐데까지 있었으니 사티는 제 쪽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잘 된 것이군요.”
유에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었다고 하기에는 첫 한 박스는 한 개도 당첨되지 않고 전부 망했던 것 같지만.
“즉, 필승법은 간단해. 한쪽이 난동을 피워서 사티의 시선을 끄는 동안 구슬을 잔뜩 붓는 거야. 그러면 당첨이야!”
라트의 필승법은 듣고 보니 굉장히 단순했다. 애초에 사티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는데 파칭코 공략법이 나오는 흐름부터가 좀 이상하긴 하다. 그냥 본인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랬는데 안 터질 수도 있잖아?”
“……터지면 대박이잖아! 엄청나다고!”
“필승법이라고 하기에는 엉성하네요. 난동을 피우는 쪽에 직원을 보내고 지긋이 관찰당하면 어떡할 건가요?”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모리건과 린린의 추궁에 금방 쭈그러들었다.
“너무 몰아붙이지 마. 확실히 엉성한 작전이긴 하지만.”
필승법이라 하기에는 전제조건이 복잡하고 그런다고 해도 확실히 터지리란 보장도 없기에(애초에 터지기 시작해서 주목받게 되면 끝이다) 별 쓸모 없지만, 정보를 좀 더 캐낼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사티에게 불행이 따라다닌다느니 하는 정보 자체는 사실인 거지? 파칭코가 안 터지게 되는 것 외에도 뭔가 아는 거 있어?”
“아. 그거, 그 뭐냐. 알아! 풍문으로 들은 거 있어!”
내가 뭐라도 말해보라는 듯 묻자 라트가 아는 게 있다는 듯 허겁지겁 소리쳤다.
“……귀엽네요.”
그런 필사적인 모습에 울프힐데가 작은 목소리로 감상을 말했다. 어딘가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은 느낌이라 묘한 감상이었다.
뭐, 본능적으로는 먹이에 가까운 존재이긴 한가.
“거기, 귀족 가문에 미친 여자가 하나 있잖아.”
“크흡! 콜록, 콜록!”
“미친 여자?”
린린이 듣는 순간 뿜었다. 바로 누굴 말하는지 떠올랐지만 혹시 모르니 되물었다.
“그, 그그. 뭐더라. 이번에 학교로 갔다가 임신해서 돌아왔다는 애. 샤오가 임신시켰다며? 미치긴 했어도 여자긴 여자였구나 싶더라니까.”
역시나 야크샤 이야기였다. 대놓고 미친 여자 취급이다. 뭐 지금은 괜찮지만 예전 시점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그보다 소문이 여기까지 퍼지다니, 귀족도 큰일이구나 싶다. 야크샤를 파문하겠다느니 하는 것도 이래서야 어쩔 수 없겠다 싶다.
“아무튼 그 여자가 어릴 적에 자기 형제자매를 다 죽였다고 했잖아.”
“……그랬지.”
상당히 예전 이야기가 나왔다. 설마 거기까지 거슬러갈 줄은 몰랐기에 약간 놀랐다.
“그때 그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애가 사티래.”
“거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 나왔다. 설마 야크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다. 얼굴도 안 비추고 있는(그리고 딱히 아쉽지도 않은) 네자가 아니라.
“애초에 야크샤가 폭주한 것도 사티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흉성을 타고났다고 하잖아? 그래서 미치게 만든 거지.”
“후우……. 그 일에 대해서라면 저도 들은 게 있어요.”
라트가 신이 나서 말하던 중 간신히 기침을 진정한 린린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린린도 아는 거 있어? 사티, 야크샤의 자매였던 거야?”
“그건 아니에요. 뿔이 작으니 하인으로 일하고 있었다던가 그럴 거예요. 귀족은 힘이 약한 아이는 시종으로 사용하니까요. 저희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사티는 야크샤의 자매는 아니었다. 나는 정보를 정리하며 린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선, 사티가 야크샤가 형제자매를 죽인 날, 그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귀족이라는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들었던 소문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요.”
린린은 라트의 말을 긍정했다.
“하지만 사티가 흉성을 타고났다느니 하는 말에는 의문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뒷부분은 부정했다.
“어째서? 사티가 불행을 몰고 다닌다는 건 유명하잖아. 그때도 그런 거 아니야?”
“애초에 그런 애라면 불길하다고 진즉 죽였겠죠. 왜 하인으로 쓰겠어요?”
라트가 반발하자 린린은 바로 반박했다. 듣고 보니 그렇기에 라트는 입을 다물었다.
“저는 인과관계가 뒤집혔다고 생각해요.”
“인과관계가 뒤집혔다고?”
“네. 야크샤의 탓을 할 수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사티의 탓으로 돌리게 된 거 아닐까요?”
린린은 부채를 접어 테이블을 탁 치며 말했다. 태도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운 좋게 살아남은 하인한테 아무튼 흉성이다 뭐라 하며 잘못을 덮어씌운 거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귀족은 작은 여자애 하나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게 되니까요.”
“덮어씌웠다……. 야크샤가 폭주한 것은 애초에 사티 때문이라고 한 건가?”
“그렇겠죠. 귀족은 별자리나 운명론에 집착하는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 하면 다들 그렇다면 별수 없지, 하고 불행한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가게 되고요.”
미신을 믿는 폐쇄적인 시골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별반 차이는 없겠지만.
“그리고 그 말들이 언령이 되어서 정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언령이 되었다고?”
“네. 말에는 힘이 깃들죠. 모두가 그렇게 말하면 그 말은 사실이 되는 법이에요. 실제로 신에 가까운 존재인 귀족이 그런다면, 더욱 힘이 실리겠지요.”
“과연……. 재미있네.”
말에는 힘이 깃든다고 들은 적이 있다. 평범한 인간의 말도 그런데 귀족의 말이라면 더욱 강한 힘이 깃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모두가 사티가 흉성을 타고났다고, 주변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라고 말함으로 실제로 그런 존재가 되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린린은 사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가설이고 정말 사티가 흉성을 타고났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현재 그녀가 ‘주변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겠죠. 그 덕분에 도박장의 오너가 된 것일 거고요. 손님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는 행운이 되는 건가. 아이러니한 이야기네.”
사티는 야크샤가 형제자매를 죽였을 때에 운 좋게 살아남았기에 흉성을 타고난 존재로 불리게 되었고, 그 덕분에 도박장의 오너가 되었다.
사티라는 개인에게 있어서 이것은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복잡한 이야기다.
“뭐, 이쪽의 운도 보통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이쪽은 그 정도에 굴복할 운이 아니다. 대놓고 조작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래 불행을 옮겨봐야 내 압도적인 운 수치에는 새발에 피다.
“그런데 아저씨, 뭘 하려는 거야? 아니, 그보다 정체가 뭐야?”
“응?”
라트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라고 불린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약간 동요했다.
“도박하러 온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는데 요호족까지 알고 있고, 진 가문의 그림자가 주인님이라고 부르질 않나. 대체 뭐야?”
“뭐……. 이것저것 설명해봤자 모를 거고, 귀족을 몰락시킬 생각으로 왔다고만 해둘게.”
나는 간단히 내 목표만을 전달했다.
“귀족을 몰락시켜?”
“그래. 아주 코가 높잖아? 도박장 같은 거나 만들고 말이야.”
라트는 내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느니 무모하다고 말하려는 걸까. 흔한 패턴이다.
“그러면 나도 거들게 해줘.”
하지만 라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법 긍정적이었다.
“거들게 해달라고?”
“그래. 강도질에 끼면 장물 하나는 얻는 법이잖아? 가훈이야. 귀족쯤 되면 장물도 엄청난 게 나오겠지.”
가훈 한번 실용적이다. 어디 가서 망하지는 않겠다.
“쥐새끼 주제에 가문이라고 할 게 있나요?”
“있으면 안 돼? 은 전부 한 가문이야.”
린린의 멸시에 라트가 발끈했다. 사이가 안 좋은 걸까. 쥐와 여우가 사이가 좋은 게 이상하기야 하다.
“협잡질이라면 맡겨만 줘. 응?”
“그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부탁할게.”
당당하게 협잡질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재밌다. 당장 떠오르는 일은 없지만 분명 요긴히 써먹을 구석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무슨 도박으로 사티와 싸울 생각인가요?”
“그건 딱히 안 정했는데.”
나는 린린의 질문에 있는 그대로 답했다. 린린은 응?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정하는 게 최우선 아닌가요? 무엇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으면 전략을 준비할 수 없잖아요.”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임해도 충분해. 과하게 조사하려 들었다가 오히려 경계 당하면 그게 훨씬 골치 아프니까.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걸 하게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이쪽에 쓸 무기는 잔뜩 있다. 괜히 여기의 패를 보이며 무리해서 조사하기보단 이거면 된다고 방심하고 있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게 훨씬 편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리고 린린, 애초에 네가 날 찾아온 목적은 다른 거 아니야?”
나는 납득하지 못하는 린린에게 물었다. 린린은 흡, 하고 숨을 삼켰다.
“……그건, 그렇지만요.”
그리고 민망한 듯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
어제 야한 짓을 포기하며 내일 찾아뵙겠다며 꽤 강조했던 린린이다.
도박장 공략에 대한 조언하는 것보다 훨씬 하고 싶은 일이 있으리라.
“……이야기가 일단락되면, 잠시 쉬어가시죠. 자리는 준비했으니까요.”
“그래. 그러도록 할까.”
끝나면 하고 갈 각을 잡았다.
“뭐야, 무슨 이야기야?”
라트는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 죽겠다는 듯 긴 꼬리를 파닥거리며 나와 린린의 시선을 번갈아 살폈다.
“……애들은 몰라도 됩니다.”
“애 아니거든?”
대충 정황을 파악한 유에의 핀잔에 라트가 발끈했다. 어젯밤에 워낙 즐겼으니 린린과 떡각을 세워도 괜히 끼어들지 않는 유에였다.
“그런데 모리건, 네가 보기에는 어땠어? 그 여자.”
“별로 강해 보이진 않던데.”
나는 내내 울프힐데와 같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모리건에게 물었다.
“다만 메나라고 했나, 그 여자는 강해. 그렇게 강한데 왜 딜러나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풍기는 분위기에 비해 엄청 강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모리건은 메나를 높게 평가했고, 울프힐데도 그에 동의했다.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거도 사티의 불행이 옮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능력에 비해 도박장 딜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요.”
“그러게. 메나 쪽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좋겠는걸.”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메나의 은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구슬의 위치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하면 현 단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사티가 아니라 메나일지도 모른다.
‘이란 패를 내보이게 한 것만으로 견학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는걸.’
모른 채로 갔다가는 심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에 대한 대처는 확실하게 준비해두는 게 좋겠다.
“혹시 싸워야 한다면, 얼마든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도박장에서부터 내내 얼빠진 소리만 하던 유에가 간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도박장에서 폭주하며 까먹은 점수가 크지만, 든든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