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39
〈 439화 〉 월은제약
“……뭐,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정말 임신했겠지만.”
나는 린린의 말에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가요?”
“응. 샤오랑 야크샤, 꽤 자주 하고 있던 것 같거든.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한다던가?”
이미 임신했다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딱히 피임도 안 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임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임신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네. 샤오랑 나는 인종이 다르니 애가 나오면 바로 들키겠지만.’
태어난 애가 금발벽안이라든지 그러면 당장 동방이 뒤집어지고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만큼은 피하자.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는 건가요. 흐음, 흐음.”
둘의 섹스 회수를 린린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시 야크샤와 샤오의 섹스를 상상했다.
“……솔직히 잘 상상 안 되네요. 야크샤는 몰라도 샤오가 하는 게.”
그리고 잘 상상되지 않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여자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얼굴을 하고서는 할 거는 다 한다는 게 웃겨.”
“샤, 샤오 님도 젊은 남자니까 어쩔 수 없지요. 정상적인 범위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런 말을 할 형편은 아니지 않을까요.”
내 말에 유에가 민망해하며 변명했다.
“흐응. 유에는 샤오에게 아직 마음이 있는 건가요?”
“일단은 진 가문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변호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그런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린린의 능글거리는 질문을 유에가 단호하게 부정했다. 본인이 들으면 조금 복잡한 기분일 것 같다.
“뭐, 한때는 정말로 사모했던 적이 있긴 합니다만……. 샤오 님에게 있어 저는 연애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마음은 완전히 접었습니다.”
유에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를 확실하게 여자로서, 이성으로서 안아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자꾸 그런 분위기 내면 곤란하다. 오늘은 더 안 선다고 했는데 발기해버리면 민망하다.
“그런가요? 흐음. 저는 샤오도 당신을 꽤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네요.”
린린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유에는 대답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아마 샤오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당주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나서’ 같은 이유로 참아온 결과 이렇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살짝 불쌍하기도 하지만, 당사자와 합의도 없이 멋대로 숨겨온 쪽이 나쁘다. 샤오가 유에에게 ‘지금은 연애를 하기에 바쁘니 내가 당주가 되면~’ 같은 식으로 제대로 말해뒀으면 내가 끼어들 구석은 없었다.
현실에서 러브코미디 주인공 같은 짓을 하면 보통 이렇게 되는 법이다. 다른 남자들은 구경만 하고 있지 않으니까.
“연애 이야기는 이쯤 하고, 레온 님은 귀족 가문의 도박장을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사티랑 1대1 도박을 할 생각이야. 다른 도박은 별로 승산이 없어 보이고. 룰렛이 굴러간 이후에도 조작할 수 있는 여자가 있으니까.”
어떻게 디스펠이나 스킬 방지 같은 걸 쓰면 메나의 을 막고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이쪽이 너무 대놓고 조작하는 분위기가 나면 그건 그거대로 애매하다.
“1대1로 하는 도박이 제일 괜찮겠더라고. 판돈도 올리기 간단하고. 귀족은 걸어오는 돈을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으니까.”
이쪽의 재산은 거의 무한이나 다름없다. 계속 형편없이 져서 거액을 마구 헌납하지 않는 한 결국에는 내가 이기게 되어있다.
“계속 판돈을 올리고 올려서 귀족의 높으신 분까지 나오게 하고, 거기에서 더 이긴다든지 아니면 다른 조건을 내걸면서 깨갱 하게 만드는 거지.”
“과연. 하지만 귀족이 거절하면요?”
“그때는 그냥 무력으로 치고받는 거고. 자기들이 한 말을 안 지켰으니 정당방위야.”
“정당방위를 그런 때 쓰는 말이던가요?”
린린은 내 대답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다면 제가 참관인으로 들어가도 좋겠네요.”
“네가 참관인으로?”
그리고 자신이 참관인으로 참가하겠다고 희망했다.
“네. 도박에 취미는 없지만 환술이나 그런 거라면 간단히 꿰뚫어 볼 수도 있고 방지할 수도 있어요. 괜한 짓은 방지할 수 있겠죠.”
“과연. 그거 든든하네. 내일 같이 가봐도 좋겠다.”
요호족의 차기 당주가 참관해준다면 귀족도 시치미 떼고 없는 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도리어 내쪽에서 부탁해야 할 일을 자진해서 해준다니 기쁠 따름이다.
“저도 무언가 따로 할 일이 있을까요?”
“만약의 때를 대비해줘. 지금의 너라면 야크샤쯤 되는 게 아니면 귀족 한둘은 간단히 벨 수 있을 테니까.”
아직 상세하게 확인하지 않았지만 성당 꼭대기에서 이 각성하는 이벤트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아인종 특효 같은 게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제일 낫겠지만.”
“그렇군요. 그래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는 확실히 갖추겠습니다.”
이것으로 주변의 준비는 대강 다 끝났다.
‘……이래놓고 도박에서 형편없이 지면 꽤 민망하겠는데.’
만약을 대비해 대충 어떤 종목으로 싸우게 될지는 파악해두는 게 좋겠다.
우리는 목욕을 마치고 울프힐데와 모리건이 낮잠을 자는 방으로 향했다.
“쿠우……. 후응. 하암……. 냠.”
울프힐데가 모리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주물러대면서 냠냠 자고 있었다. 모리건은 딱히 불편하지 않은 듯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모리건, 울프힐데. 슬슬 움직이자.”
“아. 음……. 후우. 응? 아아. 낮잠을 잤었지. 울프힐데, 일어나.”
내가 부르자 모리건이 바로 눈을 뜨고는 가슴에 매달려있는 울프힐데를 흔들었다.
“우응. 10분만 더, 잘래요…….”
“낮잠 너무 자면 밤에 못 잔다. 가슴 그만 만지고.”
모리건은 자신의 가슴에 더욱 파고드는 울프힐데의 머리를 밀어냈다. 울프힐데는 균형을 잃고 발라당 자빠지더니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여, 여기는……? 아. 린린 씨네 별채였죠. 음. 모르는 곳이라 깜짝 놀랐네요. 후아.”
순간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금방 풀어지고 다시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꼭 자다 일어난 고양이 같은 모습이다.
“이불, 무척 푹신푹신하네요. 굉장히 잘 잤어요. 이런 건 어디서 파나요?”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린 울프힐데가 바닥의 푹신푹신한 이불을 누르며 린린에게 물었다. 확실히 상당히 격렬한 섹스를 했는데도 무릎이 배기거나 하지 않고 편한 이불이었다.
“편하셨나요? 이 이불은 저희 요호족의 빠진 꼬리털을 모아서 가공해 만드는 것이랍니다.”
“정말요? 이렇게 푹신하고 따뜻한 털을 어디에서 구했나 싶었는데 바로 이해가 되네요! 린린 씨 꼬리 엄청 푹신해 보였고요.”
요호족도 털빠짐이 있는 걸까. 지금 린린도 꼬리를 하나만 꺼내고 있지만 꽤 풍성한 걸 보면 빠질 때는 빠질지도 모르겠다.
“귀한 물건이라 팔 수는 없지만 마음에 드셨다니 기쁘네요. 1년에 하나 만들까 말까 한 물건이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편하게 잘 잤어요.”
나는 모리건이 새삼 푹신함을 확인하고 있는 이불을 보다가 문득 별실의 이불을 떠올렸다. 애액에 정액에 아주 난리도 아닌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거, 세탁은 괜찮아?”
“괜찮답니다. ……애들이 조금 놀라기야 하겠지만요.”
내 질문에 린린이 힐끗 복도쪽을 곁눈질하며 대답했다. 이곳으로 오며 복도에서 스쳐 지나갔던 요호족 하인의 눈빛이 묘하게 야릇했던 이유를 알겠다.
“우리가 자는 동안 셋은 뭘 했어?”
“친목을 다졌답니다. 앞으로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요.”
모리건의 질문에 린린이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서 실신할 정도로 난폭한 두 구멍 섹스를 했으리라고는 아마 상상할 수 없겠지.
“친목, 말이죠…….”
다만 울프힐데는 바로 뭘 하긴 했다는 걸 파악한 눈치였다.
“……울프힐데, 뭔가 냄새가 나나요?”
“비누 냄새요.”
유에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묻자 울프힐데가 같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비누 냄새가 나는 이유는, 간단히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온천에서 뽀송뽀송하게 씻고 온 덕분에 야한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그 뽀송뽀송한 비누 냄새가 나는 상태 자체가 사실상 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끄응……. 하아. 둘이 무슨 이야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교수님, 저랑 모리건 너무 버려두지 말아요. 저는 몰라도 모리건은 좀 외로워 보이거든요?”
울프힐데는 기지개를 피는 모리건에게 대답하고는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약간 화 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미안. 일 다 끝나면 상대해줄게.”
“네. 꼭이에요.”
동방 애들이 우선이라고 해도 너무 외롭게 둔 것 같긴 하다. 나중에 좀 놀아주는 게 좋겠다고 나는 눈을 비비는 모리건을 보며 생각했다.
린린과 헤어진 우리가 향한 곳은 월은제약이었다.
“유에는 월은제약에 대해 아는 것 있어?”
“환약의 심부름을 자주 다녔습니다. 첸도 몇 번 만났었지요.”
월은제약은 화려한 도심과 꽤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걸어서 가면 꽤 걸리지만 그렇다고 인력거를 타는 것도 좀 그래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쭉 걸었다.
“……그렇게 깨끗한 곳은 아닙니다. 여러 의미로.”
“그렇구나. 뭐, 그럴 것 같긴 해.”
첸이 간단하게 최음제를 만들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그리 건전하기만 한 단체이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는다.
“자서단이라고 했나요? 쥐 수인, 많이 있네요.”
울프힐데는 가는 길 내내 두리번거리며 이쪽저쪽 지붕 위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자서단을 살폈다. 그 수는 대충 보이는 것만 새어도 10명은 넘었다.
‘실제 쥐가 번식력이 좋은 것처럼 수가 많은 걸까?’
키가 작은 것은 쥐 수인의 특징인지, 아니면 그냥 못 먹어서인지 신경이 쓰인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도망쳤다.
“저 녀석들도 일단 동방연맹의 백성인 거지?”
“……네. 구제도, 통제도 거의 되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나마 진 가문의 말은 듣는 편입니다.”
완전히 말이 안 통하진 않는 건가. 라트와 이야기를 나눴던 걸 생각하면 당연하긴 하지만 자체로 그렇게 위험한 조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귀족에게 가장 많이 죽임을 당하는 자들이기도 합니다.”
월은제약에 점점 가까워지자 자서단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단순히 깊어져서 그런 건지, 월은제약은 가까이 하면 안 되는 곳이라 그런 건지 신경이 쓰였다.
“이곳입니다만……. 선객이 있군요.”
유에는 살짝 인상을 쓰며 월은제약으로 보이는, 빈민가 중에서 그나마 번듯한 건물의 앞에서 멈췄다.
유에의 말대로 월은제약의 입구 앞에는 선객이 있었다.
“…….”
“…….”
선객, 남자 귀족과 약사 복장의 첸이 서로를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월은제약이 맞나요?”
나는 손님인 척 인사하며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 갑작스런 외부인의 난입에 둘이 동시에 나를 확 째려봤다.
“교수님.”
“……당신은.”
귀족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누구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남자 귀족 따위를 기억해내는 건 귀찮았다.
“찾아왔다고 들었지만, 설마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누구더라?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네자다. 그사이 잊었나? 멍청하군.”
남자의 정체는 무투대회에 린린과 함께 찾아왔던 귀족, 네자였다.
먼저 찾아오지도 않고 괘씸하다 싶었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네자 님. 다시 말하지만 그 의뢰는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 손님도 왔으니까 돌아가시죠.”
“……그래.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첸의 완강한 거부에 네자는 한숨을 쉬더니 순순히 돌아갔다.
스쳐 지나가며 나와 내 제자들을 쓱 흘겨봤지만 딱히 시비를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건방지게 굴면 한 대 때려줄 생각이었는데 재미없다.
“저런 게 찾아왔을 줄은 몰랐네. 뭘 의뢰하던 거야?”
나는 멀어지는 네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첸에게 물었다.
“독약입니다.”
내 질문에 첸은 숨길 것도 없다는 듯 태연히 대답했다.
“독약?”
“네. 만일의 독입니다.”
“……만일이라니, 뭐에 대비하는 건데?”
“그게 아닙니다.”
첸은 고개를 저었다.
“만일 번째 독. 만독불침을 죽일 수 있는 독입니다.”
그리고 만일의 독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