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42
〈 442화 〉 내일의 대비
“온건파를 도박으로 완전히 압도한 뒤 강경파를 해치우면 얌전히 이쪽 말을 들어주게 될까?”
“아마 그렇겠죠. 온건파는 대부분 그리 강하지 않은 귀족이니까, 자신보다 강한 강경파가 전부 제압당한다면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파악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온건파에 그렇게 나쁘지 않은 조건을, 적당히 사이좋게 살아가는 조건을 맞춰주는 것으로 동방의 정세는 크게 안정될 것이다.
‘뭐, 그 이후는 샤오가 힘써줘야겠지만.’
내가 하는 것은 단순히 힘으로 억눌러서 찍소리 못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앞으로 동방연맹이 쭉 평화로울지 어떨지는 샤오가 얼마나 남은 귀족을 잘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온건파를 겁주기 위해서는 이번에 유에가 제대로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겠네.”
“네. 맡겨만 주십시오. 다시는 진 가문에게 대들지 못하게 확실히 보여주겠습니다.
내 말에 유에는 허리춤의 을 어루만지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진 가문 아래에 있으면서 귀족에 대해 쌓인 원한은 적잖아 있으리라. 이참에 그 한을 시원하게 풀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한동안 앞으로 동방연맹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왔던 라트도 가끔 이야기에 끼며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었다.
“……후우우.”
얻을 정보는 다 나왔다 싶을 즈음, 라트가 벌써 몇 번째나 되는 묘하게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다들 왜 저러지, 하는 눈빛으로 라트를 쳐다보았고 라트는 윽, 하더니 시선을 피했다.
“라트, 어딘가 불편한 곳이라도 있나요? 무언가 증상이 나오면 말해주세요. 그 증상을 보려고 하는 임상시험이니까요.”
“아니, 그게……. 됐으니까 이불 좀 줘.”
라트는 첸의 질문에 버벅거리다가 아무튼 이불을 달라고 말했다. 첸은 라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이마에 손을 댔다.
“체온이 내려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히려 오르고 있지 않나요?”
“아, 으……. 됐으니까 이불 좀 달라고!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줄 테니까!”
라트가 침상을 팡팡 때리며 소리쳤다.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무척 곤란해 보이는 그 표정은, 나에게는 굉장히 낮이 익은 것이었다.
“첸, 라트에게 넣은 거 달아오르는 계열 약이야?”
“달아오르는……. 음. 지금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군요. 인간에게는 그런 효능이 없는 약재지만 자서단에게는 그런 효능이 나오나보네요.”
참 절묘한 타이밍이다. 분명 초기 기획에는 야겜이었다 싶다.
나는 달아올랐다는 사실을 들켜서 부끄러워 죽으려는 듯 으으 신음하는 라트를 지긋이 보았다. 적당히 핑계를 대면 이때다 하고 따먹을 수 있는 각이었다.
“첸, 라트한테 이불 줘. 이거 빌려줄 테니까 이불 안에서 쓰라고 해.”
“……알겠습니다.”
나는 라트에게 예전에 알리에게 개발을 의뢰했던, 막상 받고 난 뒤에는 브리깃 괴롭히는 것 이외에는 거의 쓰지 않았던 로터를 꺼내서 라트에게 건넸다.
“뭐야, 이게 뭔데? 우왓! 그, 그래. 달라고 할 때 그냥 주면 얼마나 좋아.”
라트가 이게 뭐냐며 묻는 동안 첸이 이불을 가져와 라트에게 던졌다. 라트는 황급히 펼쳐지는 이불을 잡고 몸을 휙 가렸다. 이불이라고 할까, 작은 담요 같은 것에도 폭 온몸이 가려지는 게 참 앙증맞다.
“의외네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충분히 했어. 사양해둘게.”
나는 의아해하는 첸의 말에 조용히 대답했다.
먹자면 먹을 수 있겠지만 무리해서 불량식품을 먹는 건 그만두었다. 요호족만 해도 규격 외였는데 저 작은 라트가 내 자지를 받아내는 건 솔직히 무리일 것 같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건데? 애초에 뭐야?”
“기분 좋은 곳에 문지르거나 넣어. 딸깍거리는 거 누르면 움직여.”
내 말에 라트는 이불 안쪽에서 꼼지락대며 로터의 스위치를 켰다.
“우왓?! 뭐, 뭐야. 이거 뭐야. 뭐야!”
그리고 로터가 웅웅 진동하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랐다.
“어때? 잘 모르겠으면 쓰는 법 알려줄까?”
“피, 필요 없어! 알아서 할 거야. 신경 꺼!”
라트는 내 질문에 버럭 소리치며 대답한 뒤, 이불을 확 덮고 안쪽에서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대충 본능적으로 어떻게 쓰면 기분이 좋은지 바로 파악해낸 것 같다. 내가 힌트도 줬고.
“저기, 첸. 빈방이 있다면 주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 모습을 보며 유에가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한 듯 첸에게 물었다.
“예상외의 폭주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대로 두겠습니다. 관측은 중요하기에.”
“읏, 히익?!”
예상외의 폭주라고 하기 바쁘게 라트가 찍찍대는 것 같은 신음을 냈다.
“무슨 일입니까?”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조, 조금 놀랐을 뿐이야!! 생각보다 강해서!!”
첸의 질문에 라트는 담요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대답한 뒤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담요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꼬리가 정신없이 파닥거린다.
“……그러면 우리는 이쯤 돌아갈까. 사람은 적은 게 좋을 것 같고.”
이불 안쪽에서 꾸물거리는 걸 느긋하게 관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약간 가엾기도 해서 이쯤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네. 저도 관찰에 집중해야겠네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동방 정세는 잘 모르지만, 첸에게 부탁한 일, 나도 같이 도울게.”
첸과 알리가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무척 연금술부 느낌이 팍팍 든다.
“저, 라트. 어디 많이 아파요? 도와줄까요?”
“히끅?! 소, 손대지 마! 괜찮으니까!”
세르비아는 이불을 덮고 끙끙대고 있는 라트를 걱정해주느라 바빴다. 다들 눈치챈 상황에서 혼자만 라트가 왜 그러는지 몰라 순수하게 걱정하고 있다. 마음은 착하지만 라트 입장에선 굉장히 껄끄러울 것 같다.
월은제약에서 나온 우리는 도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 적당히 출출한 기분이라 식당을 찾기로 했다.
“여기저기 살폈지만, 결국에는 여기로 오게 되네요.”
“이러니까 주변 상권이 죽지 싶네.”
적당히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결국 요호족의 마천루였다.
“거리에도 괜찮은 가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자서단의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귀찮은 일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군요.”
“눈에 띄는 조합인 건 사실이니까. 딱히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마.”
마천루는 찾아가기도 편하고 안에서 위험한 사람을 마주칠 일도 없다. 가격이 좀 비싸다는 문제야 동방에 관광을 올 수 있는 사람인 시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느 가게가 좋은지, 혹시 알고 있는 거 있어?”
“……이쪽에서 밥을 먹은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기에 잘 모릅니다. 아주 오래 전 샤오 님과 함께 먹은 적이야 있긴 합니다만.”
막상 고향인 동방에 왔는데도 적극적으로 앞장서지 못하는 것이 민망한 듯 유에가 뺨을 긁적였다. 나는 신경 쓸 것 없다고 식당가를 적당히 살피다 느낌이 괜찮은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네 분 받았습니다!”
인간이 주방장이고 요호족이 서빙을 하는 가게였다. 빈민이 많긴 해도 평범하게 자리잡고 일하는 사람도 많구나 싶어 약간 안심되었다. 사실 요호족이 요리를 한다고 하면 털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단 말이지. 차별발언일지도 모르겠다만.
적당히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자 제법 빠르게 요리가 나왔다. 나온 요리는 다소 기름지고 양이 많은, 향신료가 강하게 느껴지는 본토 중화요리라는 이미지의 음식들이었다.
‘진 가문에서 먹었던 건 한식 느낌이라 좋았는데, 이쪽은 완전 중화요리 분위기네.’
물론 딱히 중화요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싶어서 즐겁다. 특히 지난 교단은 땅은 풍요로운 주제에 음식은 너무 금욕적이어서 고통러웠기에 반가울 지경이다.
“……이런 고급 요리는 오랜만이군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향이 신기하네요. 그러면 어디 맛은……. 우물. 흐음. 우물우물. 음. 맛도 신기하네요.”
걱정되는 건 제자들의 입맛이었지만 유에는 애초에 동방 출신이고 울프힐데와 모리건도 딱히 입맛에 맞지 않는 건 아닌지 태연히 잘 먹었다.
“젓가락질, 어렵네. 교수랑 유에는 잘도 한다.”
다만 모리건은 영 젓가락질이 서툴렀다. 참고로 울프힐데는 애초에 양손으로 젓가락을 나눠 쥐고 푹푹 찔러 먹고 있다. 시원시원해서 좋지만 약간은 흉내를 낼 시도라도 하는 게 어떤가 싶다.
“여기, 포크.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챙겨뒀어.”
“고마워. 이제 좀 편하게 먹겠네.”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크를 꺼네 모리건에게 주었다. 모리건은 한숨을 쉬곤 고생했던 이름 잘 모를 면 요리를 스파게티처럼 말아서 입으로 가져갔다. 어딘가 우아한 분위기다.
“그런데 주인님은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시는군요. 어제 진 가문의 식사도 익숙하다는 듯 잘 먹으셨고. 예전에 오신 적이 있습니까?”
유에가 젓가락을 멈추고 쭉 신경이 쓰였다는 듯 물었다.
“온 적이라고 할까……. 니까 말이지.”
나는 대답을 고르다가 의 설정으로 얼버무렸다. 예전 현실에서 동양쪽 나라에 살았다느니 설명하는 건 구구절절하고 재미도 없다.
“과연. 그렇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했군요.”
“바보 같다고 할 것까지야. 충분히 신경 쓰일 수 있지.”
나는 납득하는 유에에게 그렇게까지 말할 것 없다고 하며 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뒤쪽에서 짤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힐끗 바라보았다.
“어머.”
“아.”
입구에는 마침 식사하러 온 듯한 야크샤와 샤오가 있었다.
“교수님과 제자들도 여기로 식사하러 오셨군요. 어제는 잘 보내셨나요?”
“……우연이네요.”
야크샤는 기쁜 듯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했고 샤오는 반가우면서도 앞으로 있을 대화에 벌써 피곤해하는 기색이었다.
“잘 보냈지. 그쪽은 어땠어?”
“나쁘지 않았어요. 본가에서 하는 건 처음이라 꽤 분위기가 좋았네요.”
이런 대화에.
“……야크샤 말대로, 네. 그렇습니다.”
내 시선에 샤오가 한숨을 쉬며 긍정했다.
사관학교에서도 이랬을 거라 생각하면, 약간 동정심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가벼운 후식을 더 시키고 잠시 샤오와 야크샤랑 이야기하다 가기로 했다. 눈치 없게 데이트를 방해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야크샤 쪽에서 먼저 좀 더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다 싶어 나는 도박장에서 있었던 일들과 월은제약에서 얻은 정보를 간략히 전달했다. 린린의 언니 건에 대해서는 살짝 뉘앙스만을 제시했다.
“그래서, 내일 도박에는 뭐 어떤 게 나올 것 같아?”
“와서 단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대체 뭘 얼마나 하고 오신 겁니까…….”
아무튼 그래서 도박이 뭐가 나올까 의견을 묻자 샤오는 질문 이전에 내가 늘어놓은 이야기에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딱히 그렇게 빠르게 진행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떻게 가는 곳마다 연관이 있더라고.”
“조금 정도는 이쪽이랑 상의해서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어찌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샤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따지고 보면 동방에 도착하고 아직 3일도 채 안 지나긴 했다. 샤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돌아와서 숨 좀 돌렸더니 다음 날이 클라이맥스가 되어버린 격이다.
“일단, 린린이 참관인으로 간다면, 저도 격을 맞춰서 게 좋겠네요.”
“야크샤가 참관인으로?”
고민하고 있던 야크샤는 자신도 참관인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들이 참관을 허락할까요?”
“지금은 같은 귀족으로 취급해주지도 않을 셈인 것 같지만, 사실 예전이라고 별로 다르지도 않았어요. 제가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샤오의 질문에 야크샤는 대단할 것도 없다는 듯 태연히 대답했다.
“얌전히 있으면 제가 귀족을 도우려고 왔으리라고 멋대로 착각해주리라고도 기대할 수 있고요. 방심시키기에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겠네. 와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어. 린린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기회로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야크샤는 기대된다는 듯 쿡쿡 웃었다. 린린과 야크샤가 참관하는 도박판이라, 여러모로 즐거운 자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다소 낙관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야 샤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