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49
〈 449화 〉 요트 다이스 – 5
‘은 상시 패시브 스킬이 아니었나……?’
나는 예상치 못한 로그에 당황했다.
근처로 오면 운이 떨어진다는 라트의 말에 따라, 나는 무심코 상시 발동되는 패시브라고 생각했었다.
NPC의, 그것도 적대 판정의 NPC의 상태에 대해서는 상세히 볼 수 없는 탓에 확인할 방법도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은 켜고 끌 수 있는 토글형 스킬이었다.
‘사티는 지금까지 정말 나랑 맨몸으로 싸워왔다는 건가?’
이 있다고 한들 나의 압도적인 운 능력치로 완전히 상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애초에 을 쓰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제부터 진짜라는 건가.’
나는 숨을 돌렸다. 격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진정시켰다.
“그러면, 시작하죠.”
타악!
사티가 640골드, 원으로 치면 64억의 도박의 첫 번째 주사위를 결정했다.
3, 4, 4, 5, 6.
“어머. 바로 스몰 스트레이트가 나왔네요. 지난 판에는 그렇게 안 나오더니.”
“흐음. 이번에는 저쪽의 스타트가 좋네요.”
린린의 말대로 최선의 스타트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순서대로 나와야 하는 스트레이트는 게임 초반에 완성할수록 유리하다. 다른 족보와 겹치는 구석이 하나도 없기에, 나중에 칸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노리기에는 실패 시의 리스크가 다른 족보에 비해 훨씬 크다.
‘이게 딱히 이니 뭐니 하는 것과 큰 상관은 없겠지만.’
다만 지금까지 들은 바에 따르면 은 딱히 상대의 운을 흡수하는 스킬은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있을 수 있는, 꽤 잘 나온 주사위에 불과하다.
“그러면 4를 빼고 더 돌려서 라지 스트레이트까지 노려볼까요.”
사티는 주사위 하나를 들고 가볍게 두 번 굴렸다.
첫 번째 굴림은 5, 두 번째 굴림은 2가 나왔다.
“라지 스트레이트, 완성이네요. 이제 한 시름 놓겠어요.”
사티는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해도 좋을 분위기로 첫 번째 점수를 적었다.
‘그러면 어디, 으로 내 운이 얼마나 깎였는지 볼까.’
나는 사티에게 주사위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컵을 흔들며 단숨에 뒤집었다.
2, 3, 3, 4, 6.
‘……뭐야. 평범한데.’
무척 평범했다.
3을 둘 잡고 무난하게 3을 채우거나 아니면 2과 6을 잡고 사티가 했던 것처럼 빠르게 스트레이트를 노려도 좋은, 그냥 평범한 조합이었다.
‘두 번 더 굴릴 때 어떻게 나오는가, 그리고 점수 칸이 많이 쌓였을 때가 더 확인하기 편하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평범하네.’
갑자기 이 활성화됬다느니 하는 로그가 떠서 긴장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운 능력치가 높은 나이기에 그렇게 영향을 받는 것 같진 않았다.
심지어 두 번 더 굴렸을 때도 평범하게 숫자가 맞아떨어져서 스몰 스트레이트를 무난히 확보했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 그렇게 다른 느낌도 위화감도 없었다.
시스템 로그까지 띄우면서 사람 식겁하게 한 것치고는 너무 별일 없어서 약간 맥이 빠졌다.
‘……일단, 하던 대로 만 의식하면 되나?’
이래서야 으로 사기를 치려는 순간 캐치하고 린린의 도움을 받으며 밀어붙여 사용을 봉인시키고 계속해서 이든 뭐든 압도적인 운 능력치로 압도하는, 대충 짜둔 기본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운 능력치가 워낙 좋은 탓에 그냥 평범하게만 하면 내가 이기는 건가. 긴장하며 싸웠던 것치고는 어이가 없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주사위를 굴리며 칸을 채워나갔다. 무난했다.
“이번은 그런대로 괜찮을까요.”
사티도 쭉쭉 점수 칸을 채워나갔다. 제법 괜찮게 나오고 있었지만 딱히 점수 차가 크거나 하진 않았다.
640골드라는 금액이 걸린 것치고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스무스하게 게임이 진행되던 중,
[메나가 을 사용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을 사용했다는 로그가 떴다.
‘……지금? 나한테?’
그것은, 내가 막 주사위를 굴리고 뒤집은 순간이었다.
‘어째서 지금? 왜? 대체 뭐야?’
사티의 주사위가 아니라 내 주사위를 조작한 것도 그렇지만, 타이밍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을 한다고 하면 일단 주사위를 굴리고 무언가 노리기 위해 더 굴릴 때, 특히 2번째 굴릴 때 조작하는 것이 낫다. 첫 번째에 조작해봐야 바로 다시 굴리면 되니까 조작하는 의미가 전혀 없다.
‘그냥 긴장해서 실수한 건가……? 일단 열어보자.’
나는 느리게 컵을 들어올리며 주사위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1의 눈이었다.
평범하게 낮은 숫자들로, 이미 뽑아낸 스트레이트로 도배하기라도 할 셈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컵을 완전히 들고 확인한 주사위의 눈은.
1, 1, 1, 1, 1.
1의 요트가 완성된 모습이었다.
“헛?!”
놀라서 실수로 혀를 깨물 뻔했다.
“뭣……!!”
“처, 처음 굴린 거로 바로 요트?!”
나뿐만 아니라 구경하고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린린과 울프힐데는 물론, 침묵하고 있던 모리건조차 놀라서 테이블을 향해 몸을 뻗으며 눈을 확인할 정도였다.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바로 요트를 뽑으시다니.”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사티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메나도 침묵하며 고개를 살짝 떨궜다.
하지만 이것은 메나가, 메나와 사티가 나에게 으로 준 요트다. 무언가 함정이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메나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배신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러면 사티가 이렇게까지 태연할 리가 없잖아.’
셔츠 차림으로 다소 야한 분위기는 내고 있지만 아군에게 배신당하고 뻔뻔하게 있을 만큼 강심장일 것 같지는 않다. 이 상황은 어떻게 봐도 의도된 것이었다.
‘요트를 먹지 말아야 하나?’
나는 고민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걸 요트에 적지 않고 다른 칸에 채우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1에 채운다고 해도 고작 5점이다. 45점이나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으로도 내 운은 딱히 떨어지지 않았어.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받는 게 낫겠지.’
오히려 이걸 못 받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무언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이런 도박에서는 자신의 운을 의심하게 되면 흐름은 완전히 떠나간다.
“……요트에 넣을게.”
“네. 그게 그렇게 고민을 해야 할 문제였나요?”
나는 요트에 50점을 넣었다. 다소 오래 고민하는 내 모습에 사티가 의아함을 표했다. 알면서 시치미를 뚝 떼는 건지 뭔지, 무척 열 받는다.
그리고 몇 번씩 주사위를 더 굴렸다.
“……뭐야.”
“으음. 잘 안되시네요. 저에게도 아주 희망이 없지는 않겠어요?”
으로 요트를 한 이후, 거짓말처럼 전혀 숫자가 붙지 않았다.
물론 요트로 인해 50점을 확보해서 지금 점수는 내가 앞서고 있다. 하지만 숫자 칸의 점수가 이상할 정도로 전혀 붙지 않았다. 1개, 혹은 2개가 최대였다.
‘운 능력치는 딱히 줄어들거나 한 건 아니야. 그런데……. 뭐야.’
이후 계속 을 당하는 것도 아니었다. 시스템 로그 또한 따로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한 결과였다.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오싹한 위화감이 있는 전개였다.
“이건……. 제가 이기는 흐름일까요.”
승부에 대해서는 딱히 도발하거나 섣부른 말을 하지 않던 사티는 4의 주사위를 4개 뽑아내며 작게 말했다.
“요트를 하고 지면 4배로 내는 규칙. 기억하시죠? 이렇게 판돈이 올라간 상황에서 지면……. 상당히 불행한 패배네요.”
그리고 내 쪽으로 상체를 살짝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설마.’
순간, 나는 바로 이해했다.
사티가 왜 요트를 하면 4배로 지불하는 규칙을 추가했는지.
‘은……. 운을 조작하거나 하는 타입의 스킬이 아닌 건가?’
그것은 ‘이 도박에서 있을 수 있는 불행’의 한계치를 가능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상대를 가능한 불행하게 만드는, 이벤트 트리거가 되는 스킬……!!’
엠블럼 레전즈에는 몇몇 특수한 스킬이 있다.
자체로는 능력치나 스킬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특정 이벤트에서 아이템을 얻거나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용도의 스킬이다.
당장 루시아만 해도 와 를 가지고 있다. 는 따로 검증하지 않았지만 의 경우는 아르바이트 이벤트 등에서 급여가 늘어난다든지 하는 추가 효과가 있었다.
어쩌면 사티의 은, 그런 스킬과 같이 이런 도박 이벤트에서 작용하는 트리거가 스킬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다. 그렇지 않다면 이 흐름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을, 나에게 요트를 뽑게 하는 용도로 쓸 줄은.’
으로 받은 요트를 표에 넣으면, 그 트리거가 작동해서 역전으로 패배해서 4배 지불을 당한다.
그렇다고 뽑지 않으면, 요트를 뽑아놓고도 안 넣었다는 자충수를 두고 패배하는 흐름이 될 것이 뻔하다.
‘상대를 불행한 흐름에 빠뜨리는 이기에 가능한……. 필승 패턴인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어지간히 확신이 있는 게 아닌 한,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을 하기 전까지 나와 사티는 딱히 누가 크게 앞서는 흐름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느 정도는 내 운 능력치로 상쇄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벤트 트리거가 되는 스킬은 가끔 발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모르고 한 판단이라고 한들 그렇게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으로 내가 요트를 뽑게 되면, 확정적으로 발동시킬 수 있다. 상대에게 완벽한 불행을, 최악의 패배를 안겨줄 수 있는 조건이 만족되었으니까.
자기 주사위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는 게 특히 영악해.’
자신의 주사위를 조작하지 않고 상대의 주사위를 ‘좋게’ 조작하는 것이니 시비에서도 어느 정도 안전하다. 너, 내가 요트를 뽑게 주사위를 조작했지. 라는 말은 굉장히 이상하니까.
“……이걸로, 보너스 점수를 확보했네요.”
사티가 5의 주사위를 셋 확보하고 보너스 점수 35점을 챙겼다. 나는 1, 2, 3의 주사위가 전부 하나에서 둘 밖에 나오지 않아 보너스 점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사티의 노림대로 요트를 한 나는 역전패를 당했다.
“640골드의 4배……. 2560골드네요. 테이블에 있는 걸론 모자라겠네요. 좀 더 꺼내셔야겠어요.”
2560골드.
원으로 치면, 256억.
“…….”
다른 동료들은 물론, 린린조차 얼굴에서 핏기가 가실 정도의 금액이었다. 지금까지 따온 금액이 단숨에 사라지고 돈을 더 꺼내야 하는 양이었다.
“린린.”
나는 새하얗게 굳은 린린에게 말을 걸었다. 을 포착했냐고 시선으로 물었다.
“그, 그게. 포착은 했는데……. 모르겠어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린린은 확인했지만 이 흐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야 당연하다. 나조차 100회차쯤 반복하지 않았으면, 시스템 로그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흐름이니까.
“그래. 그거면 괜찮아. 설명은 내가 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무슨 수를 썼는지 알고 있다. 가만히 닥치고 넘어갈 생각은 없다.
“방금 판 말인데, 조작이 있지 않았어?”
“……어떤 부분에서, 말인가요?”
내 질문에 사티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에게 요트를 뽑게 했잖아?”
“네?”
내 말에 사티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인상을 썼다. 린린을 제외한 지금 상황을 모르는 동료들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당황했다.
“아. 설마……. 요트를 뽑게 조작한 뒤에 이겼다고 할 셈인가요?”
“그래. 잘 아네.”
“핫.”
내 말에 사티는 웃었다. 죄송하다고 하며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저, 아무리 그래도 억지가 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너는 을 지니고 있어. 그걸 이용하는 거잖아?”
“지금까지 잘 이기시다가 한 번 졌다고 이러는 건 꼴사나운데요. 저는 지금껏 크게 지면서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티가 뻔뻔하게 나왔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살짝 불안한 표정의 메나를 부르려고 한 순간,
“이야기했던 대로군.”
문을 열고 또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상황이 나빠지면 억지를 부릴 거라고.”
네자였다.
나중에 필요하면 죽여야 할 적이 친히 행차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