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66
〈 466화 〉 귀족 가문의 하극상
“그럴 수도 있죠. 뭐, 이해해요.”
좌절하고 있는 사티에게 메나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상냥함이 도리어 멘탈을 후비는 것인지 사티는 얼굴을 감싼 채 끄으으으 신음했다.
“그래도 다 하고 나니 개운하지 않아?”
“……부정하고 싶지만, 컨디션이 좋은 건 사실이네요. 그렇게 심한 꼴을 당했는데.”
내가 묻자 사티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처녀로 지내며 억눌린 성욕이 실신할 정도로 해소되었으니 개운할 법도 하다. 자고 있는 동안 몸도 깨끗하게 씻겨졌고.
“그런데 그 인간……. 유에는 어디로 갔나요?”
“유에라면 샤오에게 상황을 보고하러 갔네요.”
사티가 유에의 부재를 알아차리고 묻자 뒤쪽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야크샤가 대답했다.
“상황을 보고……? 자, 잠깐. 잠깐. 여기서 일어난 일을 보고한다는 건가요?!”
사티가 깜짝 놀라 나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당연하지만 적당히 각색할 거야. 너랑 메나를 따먹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안 하니까 안심해.”
“그, 그런가요? 그러면 어떻게 각색한 건가요?”
“도박장에서 시작된 암투라든지 그런 느낌일까요. 그리 꼴사나운 역은 시키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아, 네. 그렇다면 안심, 일까요…….”
야크샤의 대답에 사티가 일단 납득했다. 정확히 뭐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는지 불안하고 신경 쓰여 죽겠다는 표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쭉 설명해줄게. 나중에 말도 잘 맞춰야 하니까. 지금 바로 말해봐야 정신만 없을 거고. 메나도 각색에 참가했으니 아예 메나에게 들어도 괜찮겠네.”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메나에게 자세히 듣도록 할게요.”
사티는 메나가 참가했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이야기는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샤오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 이제 진 가문도 움직이겠네요.”
“그렇지. 뭐, 그에 앞서 야크샤랑 네가 정리를 좀 해줘야겠지만.”
“정리요? 방 이야기인가요?”
사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고 있긴 했지만 이야기를 전혀 못 따라오고 있다.
“아니, 귀족 가문의 질서를 말이야. 강경파의 리더인 네자가 죽었잖아? 이참에 강경파를 싹 정리해야지. 숙청할 애들은 숙청하고.”
“수, 숙청…….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요? 아니, 할 수 있나요?”
“제가 있으니까요. 힘은 모자라지 않는답니다.”
사티의 질문에 야크샤가 웃으며 말했다. 야크샤가 돕는다는 말에 사티는 아아, 하고 빠르게 이해했다. 어릴 적에 야크샤가 날뛰는 것을 직접 봤으니 잘 알 것이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크게 해먹을 생각으로 즐거웠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이후 이야기를 한 뒤, 사티는 깊게 한숨을 쉬며 신세한탄을 했다.
“네자가 죽더니 도박장도 정리하게 되고, 잃은 돈을 다시 따나 싶었다가 엉망진창으로 범해지고……. 으으으으…….”
“섹스는 건 네가 원했던 거잖아? 4000골드까지 걸면서.”
“그렇지만!! 그렇게 난폭한 걸 원한 게 아니에요!! 메나하고는 아주 끈적끈적하게 해놓고, 저하고는 키스도 한 번 제대로 안 하고!!”
사티가 새삼 울분이 터지는 듯 버럭버럭 외쳤다.
“그러고 보니 키스를 안 했네. 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해줄까?”
“사양하겠습니다!!”
사티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약간 섭섭했다.
“으으으으. 대체 나는 왜 그랬지……!! 완전히 미쳤어!! 돈 많이 땄으면 거기서 끝내고 자위나 할 것이지!! 아아, 진짜!!”
그리고는 자신의 섹스하고 싶어서 한 바보 같은 선택에 처절하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사티는 아무리 바로 옆에서 메나랑 후끈후끈 기분 좋은 섹스를 봤다고 해도 폭주가 좀 과했다. 지금까지 처녀로 쭉 살아왔다고 하면 그러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잖아? 결과적으로 내가 봐줘서 돈을 잃지도 않았고. 돈도 벌고 섹스도 했으니까 너에겐 최선의 결과 아니야? 많이 깎긴 했어도 후원도 약속받았고.”
“그건……. 그렇게 말하면 확실히 최선의 결과였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잃었던 돈도 제법 되찾았고 하드하긴 해도 실신할 정도로 기분 좋은 섹스를 하긴 했다. 유에가 부러워 죽겠다며 내내 허벅지를 옴질거릴 정도로.
“돈을 대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은 잔뜩 잃어버린 기분이라…….”
사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분이라고 할까, 실제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특히 메나가 저런 시선으로 저를 보는 게 제일 최악이에요! 상사의 위엄 다 죽었어요!”
그중에도 메나의 동정 섞인 상냥함이 제일 상처인 것 같다. 긴 앞머리 너머의 시선에 묘한 측은함이 깃들어있다. 저런 시선으로 바라봐진다고 하면 솔직히 자살 마렵다.
“……메나, 가슴 돼지라고 했던 건 사과할게. 그때는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아무 말이나 막 해버렸어.”
“뭐, 제 가슴이 관리인님보다 큰 것은 사실이니까요. 괜찮아요.”
사티의 사과에 묘하게 가시가 돋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 사티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메나를 바라보다가 그래, 하고 우물쭈물 찌그러졌다.
“허물없는 사이가 되면 좋죠.”
“그렇죠? 네. 그렇겠죠…….”
이 둘, 앞으로 다시는 이전의 이상적인 상사와 부하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을 듯하다. 불쌍하기도 하지. 내가 원인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네요.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짐승 같은 신음은 처음 들었답니다.”
“지, 짐승 같은……. 야크샤 님, 오늘 일은 모두에게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소문이 퍼지면 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어요…….”
사티가 제발 부탁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애널 쑤셔지면서 응히익응응거린다는 소문이 퍼지면 사회생활은 무리이긴 하겠다.
“그런 걸 떠벌리고 다니는 취미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제가 떠벌리는 건 샤오의 성벽뿐이에요.”
“……너, 샤오의 성벽은 의식하고 떠벌리는 거였어?”
“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엄두를 못 낼 테니까요.”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긴 했지만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샤오가 고생이 많다.
“샤오 님의 이미지는 약간 나빠지겠지만 오히려 그게 인간미가 있어서 좋지 않나요?”
“인간미…….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처가는 나쁘지 않지.”
야크샤의 말대로 지난 회차의 샤오가 흔히 성실하지만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나아 보였다. 부인에게 사족을 못 쓰는 것과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는 이미지는 그다지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 사티. 미리 말해두자면 일단 네자는 제가 죽인 걸로 되어있답니다.”
그리고 잠시 샤오의 성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야크샤가 이건 말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듯 사티에게 말했다.
“네? 네자를 야크샤 님이 죽인 것으로요?”
“네. 유에가 죽였다고 하면 이야기가 괜히 커지니까요. 귀족 가문 내의 분쟁이었던 걸로 치고 넘어가고 싶어요. 네자는 저한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짓을 해왔기도 하고요.”
유에가 네자를 죽였다고 하면 당장 귀족과 진 가문의 전면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야크샤가 죽였다고 하는 편이 내부 문제로 정리하기 깔끔해진다.
“리더가 죽은 강경파 귀족들은 제가 정리하도록 하죠. 귀찮게 하는 일은 없도록 잘 관리해볼게요.”
“……믿음직, 스럽네요.”
사티는 야크샤의 정리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된다고 해도, 아마 온건파로서는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닐 것 같네요.”
생각을 끝낸 사티가 다소 심란한 투로 말했다.
“도박장을 정리하는 것은 뼈아프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자각하고 있었어요. 이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일이니까.”
“뭐야. 제대로 자각하고 있었네? 자각하면서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은 건 모르는 것보다 질이 나쁘지만.”
“칭찬하려면 칭찬하고 놀리려면 놀리세요. 맞는 말이지만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도 아니고 내지인, 그것도 빈곤층의 돈만 끌어오는 시점에서 귀족의 도박장은 그리 전도유망하지 않다. 오히려 돈의 가치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사업인 것을 생각하면 빨리 접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
“앞으로 많은 게 바뀔 거에요. 그 일에 불복종하고 쿠데타를 선언하는 귀족들도 있겠죠. 아마 저에게 죽겠지만요.”
야크샤는 이제 거의 식은 차를 홀짝였다.
“숙청당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잘 부탁드려요. 합만 잘 맞춰주신다면 자리는 보전해드릴게요.”
그리고 사티에게 미소를 지으며 선의로 받아들이기 힘든 선의를 보였다.
“……네. 잘 부탁드려요.”
사티는 오싹한 듯 덮고 있던 담요로 몸을 감싸며 대답했다.
“내일, 선물을 들고 당주님을 만나볼 건데 동행해주셨으면 해요. 괜찮죠?”
“네, 네. 그런데 선물이라고 하면……?”
야크샤의 말에 사티가 물었다. 야크샤는 테이블 아래쪽의 보자기로 감싼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욱.”
사티는 그것이 뭔지 직감적으로 깨닫고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삼켰다.
“어머, 임신하셨나요? 입덧이 빠르네요.”
“아, 아닙니다! 그것은……. 네자의 머리지요?”
“네. 깜짝 선물로는 딱 좋죠?”
사티의 질문에 야크샤는 웃으며 긍정했다. 사티는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으으음 신음했다.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고 해도 목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건은 불편한 듯하다.
“……잠깐, 잠깐만. 그, 그러고 보니 피임은 어떻게 된 건가요?! 생각해보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했잖아요!”
“내 쪽에서 했으니까 안심해. 피임 대책은 확실하니까.”
나는 이제야 깨닫고 창백한 얼굴로 묻는 사티를 안심시켰다. 겁주며 놀릴 기회라면 기회지만 더 괴롭히기도 미안하다.
“어라, 그랬나요?”
“……응, 그랬어. 왜?”
그 말에 괜히 야크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야, 뭔데, 왜 그러는 건데. 무슨 의미인데?!’
어째 놀려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야크샤는 사티와 함께 귀족의 당주를 찾아갔다. 거기에는 유에도 숨어서 동행했다.
‘그러면, 나는 여기에서 느긋하게 보도록 할까.’
나는 여관의 방에서 홀로 앉아 월드맵의 줌업 화면으로 상황을 살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워프는 구경하며 마실 차와 함께 준비해두었다.
“꼴도 보기 싫다고 했을 텐데 잘도 여기까지 오는구나. 그것도 과 함께.”
“막으려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싸울 각오는 했는데 말이에요.”
야크샤의 대답에 검고 하얀 역안을 가진 장발의 귀족 노인, 당주가 칫, 하고 크게 혀를 찼다. 근처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귀족들이 찔리는 듯 서로 눈치를 봤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왔지? 샤오와 관계를 끊을 테니 다시 받아들여 달라고?”
“그럴 리가요. 매일 즐겁게 보내고 있답니다. 신혼은 행복하네요. 아직 혼례는 올리지 않았지만요.”
비꼬듯 한 말은 야크샤가 웃으며 태연하게 받아치자 당주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위엄있는 척은 실컷 하지만 딱히 말재주가 좋은 타입은 아닌 듯하다.
“칫, 네자는 어디에 있나! 무슨 일이 있으면 그 녀석에게 데려가라고 했을 텐데!”
“그, 그게. 어제부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당주의 말에 살짝 떨어진 곳에서 눈치를 보던 귀족이 더듬더듬 대답했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제멋대로 움직이니까……!!”
“네자라면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같이 왔거든요.”
야크샤가 웃으며 당주에게 말하며 옆에서 긴장으로 죽을 것 같은 표정의 사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티는 조용히 들고 있던 보자기를 야크샤에게 건네주었다.
“같이 왔다고? 그러면 지금 네자는 어디에 있지?”
“여기에요.”
야크샤는 당주에게 보자기를 건넸다. 당주는 보자기를 풀어헤쳤다.
“……!!!!”
그리고 네자와 눈이 마주쳤다.
“호위!!!!”
아주 짧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뒤, 찢어지는 목소리로 당주가 외쳤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귀족 암살자들이 야크샤와 사티에게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