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85
〈 485화 〉 동방의 마무리
“그 쌍둥이 중 하나가 내 애라는 건 비밀로 해둬. 샤오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에게 들켜도 좀 그러니까. 특히 제일 먼저 임신시켜주기로 했던 루시아가.”
나는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하며 야크샤에게 부탁했다. 루시아나 텟샤에게 들키면 아마 평생 다툴 때마다 단골로 꺼낼 이야기가 될 게 분명하다.
“어차피 귀족의 임신기간은 2년이니까, 그사이에 다른 애들의 아이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요? 먼저 낳은 뒤라면 별로 신경 안 쓰겠죠.”
“그건……. 뭐, 그렇겠네. 그러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대신 앞으로 1년 안에 예정된 애들을 전부 임신시키는 것도 큰일이라면 큰일일까. 어떤 순서로 어떤 간격으로 애를 만들지 제대로 계획을 짜두는 게 좋겠다.
“그런데 긴 시간 쌍둥이를 품고 있으면 힘들긴 하겠다. 잘 견딜 수 있겠어?”
“괜찮아요. 임신 중이란 핑계로 잔뜩 응석을 부릴 수 있으니.”
내 걱정에 야크샤는 걱정할 것 없다며 웃었다. 두려움보단 기대가 느껴지는 얼굴을 보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이걸로 동방에서 볼일은 전부 다 본건가.’
이제 마지막으로 제국이 남았다. 나는 먼저 가서 궁의 지하를 탐색하고 있을 텟샤와 루시아를 떠올렸다.
‘실제론 한 달도 안 지났지만 워낙 바쁘게 지내서 체감 상으론 두 달은 못 본 것 같네.’
나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을까. 밤마다 외로워하며 자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루시아라면 분명 그럴 것 같다. 아니, 텟샤도 그럴까.
루시아는 이불을 끌어안고 외로워하면서, 텟샤는 대체 언제 올 거냐고 울분을 터트리면서 자위하고 있을 것 같다. 너무 생생하게 상상되어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면 월은제약에 죽은 오라버니가 뭔가 의뢰한 것 같던데, 혹시 아세요?”
“아.”
이번에 가면 제대로 상대해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야크샤가 내 가슴에 엎드리며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이름을 꺼냈다.
‘첸이랑 연금술부 애들도 데려왔지.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
첸도 동방 출신이고 연금술부도 데려오면 뭔가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어 끌고 왔지만 주요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별로 존재감은 없었다. 역시 근본은 NPC인 탓일까.
‘뭐, NPC에게는 NPC 나름의 이벤트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NPC인 만큼 몇몇 기능이나 특수 아이템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생산 관련 기능이 묘하게 빈약했던 걸 생각하면 아마 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네자라면, 월은제약에 독약을 의뢰했었어. 첸은 끝까지 거부했지만.”
나는 야크샤의 질문에 답했다.
“독약인가요. 흉흉한 짓을 하고 있었네요.”
“당장 어제 귀족 강경파를 몰살시킨 사람이 독약 정도를 흉흉하다고 하는 거야?”
“저는 정정당당하게 싸웠잖아요? 독약은 흉흉하죠.”
그런 관점이면 확실히 독약이 흉흉하긴 하다. 결국 못 쓰고 죽었지만.
“야크샤는 월은제약, 어떻게 생각해? 정확히는 첸을.”
“동방연맹의 인간 중, 가장 위험한 건 거기 사람들이 아닐까 싶긴 해요.”
야크샤는 월은제약을 제법 경계하고 있었다.
“동감이야. 진 가문을 지지하는 첸이 허튼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람 속이라는 게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일 속을 알기 어려운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이질감이 강렬하다. 야크샤라면 본인이 너무 이상해서 남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게 신뢰받지는 못하나. 실패하긴 했지만 자신을 죽일 독을 만들고 있던 애들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네.’
원작에서 야크샤가 지금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그쪽에서 만든 독의 탓이라 생각하면 신뢰보단 경계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긴 하다.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들려봐야겠네. 허튼 짓은 못하게끔 잘 말해둘게.”
“돌아가기 전에……. 돌아가시는군요.”
돌아간다는 말에 야크샤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가슴 위에 엎드려서 아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이 꽤 귀엽다. 무심코 며칠 더 있다 가고 싶어진다.
“돌아가야지. 여기에서 할 일은 전부 끝냈으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아쉽네요.”
하지만 루시아와 텟샤가 제국에서 나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여유를 부리는 것도 찔린다. 지하 탐색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아이만 남긴 채 떠난다니, 매정하기도 하셔라.”
“……일 다 끝나면 한 달에 한 번은 찾아올 테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아이 이야기를 꺼내니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아무리 쓰레기인 나라고 해도 애를 가진 여자에 대한 책임감을 완전히 저버릴 순 없어 쿡쿡 찔린다.
“사실 그렇게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샤오도 있으니까요.”
야크샤는 내가 진지하게 반응하자 도리어 농담이었다며 웃었다.
“편하실 때 언제든 찾아오셔서, 기분 좋게 사용하시고 가시는 걸로 충분하답니다.”
그리고 나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 그래.”
내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자신에게 사용이라는 단어까지 쓰는 야크샤의 말에 이제 더는 안 선다고 생각했던 자지가 슬쩍 끄덕거렸다.
“아. 흥분하셨어요? 더 하고 싶어요?”
“아니, 아냐. 안 해. 더 나올 것도 없어.”
정말 요부 그 자체다.
떠나기 전에 샤오에게 선물로 포션이든 엘릭서든 좀 넘겨주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랗고 둘뿐인 욕탕에서 서로를 씻겨준 뒤, 나는 당주의 방을 나섰다. 야크샤는 깨끗하게 정돈한 방에서 언젠가 또 뵙자며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다음에 뵐 날을 기다릴게요. 건강하세요.”
“응. 너도 몸조리 잘해. 어제는 진짜 좋았어.”
“저도요. 아직도 살짝 화끈거려요.”
당주의 방석에 점잖게 앉아서 미소 짓는 모습은 어젯밤 보지도 애널도 따먹히며 짐승처럼 헐떡였던 여자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자란 무섭구나 싶다.
“거기, 잠깐만요.”
“사티랑 메나네. 좋은 아침.”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걷자니 문이 드르륵 열리며 사티랑 메나가 나를 불렀다.
“아직도 있었어?”
“여기서 일하다가 잤어요. 처리해야 할 서류가 한둘이 아니거든요……. 후우.”
사티가 대답하며 기지개를 쭈욱 폈다. 뒤쪽의 메나도 좀 많아요,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당장 책상 위에도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면 약간 동정마저 든다.
“어제. 괜찮았나요? 설마 아예 1박을 하고 가실 줄은 몰랐는데요.”
“기분 좋게 했지. 장난 아니더라. 샤오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그게 걱정되는 일이라고요……. 너무 해버린 거 아니에요?”
“괜찮아. 네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 사티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야크샤는 샤오의 부인으로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게 있을 수 있어.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고. 확신할 수 있어.”
내 말에 사티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야크샤, 꽤 순애보였네요……. 어제 말했던 게 부끄럽네요.”
그리고 자신이 야크샤를 쾌락주의자라 생각하며 말했던 게 민망한 듯 멋쩍어했다.
뭐, 행복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건 샤오의 부인으로 있어야 나랑 기분 좋은 불륜 섹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사티의 분석은 잘 맞았다.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었을 뿐이지.
“그러면,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메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티도 그 말에 음, 하고 신음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좀 바빠서 말이야. 그래도 다음에 오면 너희도 다시 상대해줄게.”
“정말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아, 나중에 휴가 나면 제 쪽에서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그래. 연락만 미리 해줘. 일정을 조절할 테니까.”
“네! 다음에도 잘 부탁드려요!”
메나가 나중에 상대해준다는 말에 무척 기뻐했다. 조금 소심한 부하직원에서 순수하고 잘 따르는 부하직원 같은 이미지로 변했다. 앞머리도 뒤로 넘겼고.
“……이쪽에 너무 민폐 끼치진 마세요. 여기도 바쁜 건 매한가지니까요.”
하지만 사티는 괜히 틱틱거렸다. 따지고 보면 꽤 심한 꼴을 당하긴 했으니.
“너는 별로 하기 싫어? 그렇다면 무리할 필요는 없어. 어때?”
“…….”
내가 직설적으로 묻자 사티는 윽, 하고 숨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뭐라 말하려다 말기를 반복한 끝에,
“……할 거면, 다음에는, 상냥하게.”
솔직하고 짧게 대답했다.
허세 부리는 애가 결국 솔직하게 속내를 밝힐 때가 참 좋다. 다음에도 격렬하게 따먹어서 우는 소리를 더 내게 하고 싶어졌다.
사티와 메나에게도 인사를 남기고 귀족의 본가를 나선 뒤, 나는 린린과 샤오를 찾았다.
“도박장을 접는 귀족을 도와주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관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이 세금 면제는 조금 과한 것 같은데요.”
“윽. 그건 야크샤가 제안했던 거긴 한데…… 듣고 보니 좀 과하긴 하네요. 수정하거나 마천루의 지원도 늘리는 방향으로 고칠게요.”
둘은 마침 어제의 찻집에서 앞으로 일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정말, 아무리 부인이 귀족이라고 해도 너무 말하는 대로 듣지 마요. 벌써 이렇게 꽉 잡혀서 앞으로 어떡하려고요?”
“……반성하겠습니다. 끊을 건 제대로 끊을게요.”
정확히는 샤오가 린린에게 절찬 혼나는 중이었다. 샤오가 야크샤가 한 제안, 정확히는 사티와 메나가 야크샤를 통해 찌른 건들에 대해 너무 술렁술렁 받아준 듯싶다.
“둘 다 아침부터 열심히 하고 있네.”
“앗, 레온 님!”
“안녕하세요, 교수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내가 말을 걸자 린린은 화들짝 놀랐고 샤오는 멋쩍어하며 인사했다.
“어제 야크샤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리고 괜히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물었다. 갑작스러운 본론에 린린이 당황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불안한 듯 꼬리가 살랑거리는 게 귀엽다.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서. 가벼운 가르침도 줄 겸.”
나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샤오, 야크샤를 잘 부탁해. 애도 있고 너를 위해서 꽤 무리하고 있으니까 잘 지탱해줘.”
나는 진심을 담아서 샤오에게 말했다. 갑자기 야크샤를 잘 부탁한다는 말이 나오자 샤오는 네, 하고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야크샤에게 네가 없으면 안 돼. 네가 있어야 야크샤는 행복할 수 있어.”
“……마음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기쁘기도 하면서 무언가 약간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운 듯 샤오가 살짝 뺨을 붉히며 대답했다.
진실은 상당히 가혹하지만, 아마 영원히 알 일은 없으리라.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한다. 그래야 야크샤도 더욱 행복할 수 있을 것이고. 애도 잘 키워다오.
“…….”
그 와중에 대충 내막을 파악한 린린의 시선이 무척 따갑다. 내가 쓰레기 짓 하는 거 한두 번 보나. 새삼스럽게 그래.
“그런데 샤오, 너도 학원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겠네. 벌써 사실상 당주, 아니 맹주 대리로 일하는 것 같고.”
나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제대로 정리해두고 가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겠네요. 야크샤도 그렇고요. 편입을 허락해주신 교감님께는 죄송하게 되었어요.”
“사정은 내가 전달할게. 일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면 졸업장이 도착하게끔. 사관학교 입장에서는 출세한 졸업생이 나오는 건 기쁜 일이니까 미안해할 거 없어.”
말하고 있자니 예전 대학 시절이 생각난다. 취업계니 교생실습이니 결정되어서 사라져가는 동기나 선배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속이 쓰렸던가. 우울해지니 바로 생각을 그만두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에는……?”
“유에는 좀 더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남기로 했어. 같이 돌아갈 예정이야.”
“배우고 싶은 거라. 이미 배울 건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같이 돌아가는 게 부러운 듯 린린이 괜히 툴툴거렸다. 그리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레온 님, 동방에 좀 더 있으면 안 되나요?”
자신이 불러온 침묵을 깨며, 린린이 귀를 축 늘어뜨린 채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