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22
〈 522화 〉 황가의 사정 – 3
“네. 그들을 죽임으로, 대륙은 완전히 평화로워지게 됩니다.”
나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제 남은 대륙 평화의 적은 그들뿐이었다.
“그들만 죽으면 정말 대륙이 평화로워지는 건가?”
“네. 교단과 동방의 위험분자들은 이미 전부 제거했으니까요.”
타락한 교황도,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넘치던 귀족도 전부 제거했다.
“그리고 이제 교단에도, 동방에도 저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상층부에 그들도 평화를 바라고 있으니, 세대가 바뀌지 않는 한 지속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황제는 나의 말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텟샤의 말대로, 정말 였나. 오래된 동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감탄했다.
“끝없이 반복하고 반복한 결과이지요.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린 건 저도 처음입니다.”
나는 겸손하게 사실대로 대답했다. 황제는 그런가, 하고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 베히모스의 추종자들, 전부 알고 있나?”
그리고 온화한 표정을 감추고 날카롭게 물었다.
“자잘한 인원까지는 전부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거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리스트를 작성해서 드리도록 하지요.”
군사를 가지고 유닛으로 적으로 등장하는 자들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뒤져보면 당시의 문서나 관련 플레이버 텍스트가 들어간 아이템도 있으니,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들 5가문 정도는 특정할 수 있다.
‘이미 하나 짚어낸 전력도 있고 말이야.’
그런 가문의 대표로는 프리다에게 구애하던 미디다스가 있을까. 광산도 잔뜩 빼앗겼는데 조만간 완전히 몰락하리라고 생각하면 살짝 불쌍하기까지 하다.
“뭐, 베히모스가 사라진 뒤에는 그리 힘도 없겠습니다만. 당장 숙청할 것까진 없어도 장기적으로 위험분자로 분류해두는 것도 좋겠지요.”
다만, 아직 배신이고 뭐고 안 했는데 너무 강하게 숙청했다가는 그거대로 반발을 크게 살 가능성도 있으니 장기적으로 조금씩 권력을 빼앗으며 몰락하게 하는 것이 좋으리라.
“과연. 참고하도록 하지.”
“……그들을 동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숙청당하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시우스가 말했다.
따지고 보면 자신도 그런 처지이니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도 그런가. 그러면 카시우스, 네가 다루는 것도 좋겠어.”
“네? 제가 말입니까?”
황제는 그런 카시우스에게 깔끔한 해답을 내렸다.
“그래. 너를 이용하려 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마음대로 써먹으면 좋겠지. 지칠 정도로 마구 굴리도록 하거라.”
“그게 좋겠네요. 먼저 접근해오기도 했으니 명분도 있고. 실컷 부려 먹지요.”
카시우스를 꼬드겨서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던 자들이다. 벌을 준다면 카시우스가 하는 게 적격이리라. 다른 회차에서 쭉 이용당한 복수를 할 때다.
“……뭐, 그러도록 할까요. 이번에는 제가 책임지는 게 좋겠죠. 네.”
카시우스는 싫지 않은 듯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제가 그들을 실컷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이용하려 들었다는 그들을.”
그리고 씨익 사악하게 웃었다. 지난 회차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나름대로 큰 흉계를 꾸밀 때의 얼굴이었다.
베히모스의 추종자들에게 밝은 미래는 아마 기다리지 않을 듯싶다.
“그들의 문제는 카시우스가 맡는 걸로 해결되었으니, 이제 지하 미궁의 베히모스만 남았군. 그런데 애초에 그게 처치가 가능한 존재인가?”
황제가 잘 모르겠다는 듯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베히모스를 처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미 몇 번이나 해본 일이고.”
나는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교단 때처럼 뭔가 이상한 의식을 해야 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냐. 그저 봉인을 해제한 뒤 때리면 끝. 지금까지 베히모스는 그랬어.”
나는 텟샤의 불안해하는 질문에 대답했다.
기본적으로는 디버프와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안개의 형태로 있지만 정해진 순서로 봉인을 해제하면 실체화하고 때려눕힐 수 있는 상대가 되고, 이후론 그냥 두드려 패면 된다. 다시 안개가 되면 해제하는 과정이 귀찮기야 하지만.
“그런가. 이미 해본 일이라면 크게 걱정할 건 없겠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다른 게 문제다.
“레비아탄에 대해서 아십니까?”
지금의 베히모스는, 레비아탄과 융합된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었으니.
“……처음 듣는군. 그게 뭔가?”
“베히모스가 악신이라고 하면 레비아탄은 마신, 일까요. 지금의 여신에게 대적하는, 한때 여신의 자매였던 자입니다. 그리고 타락했던 교단이 섬기던 신이고요.”
나는 레비아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사실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 회차가 처음이라 나도 그렇게 완벽하게 아는 건 아니긴 하다.
“흐음. 재미있는 이야기이군. 종교는 잘 몰라서.”
황제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베히모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딱히 여신교니 뭐니 하는 쪽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있었으면 애초에 교단과 사이가 나쁘지 않긴 했을까.
“그런데 여신이 실존하는 건가? 거기에 동생도 있다니 신기하군. 현신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듣기야 했지만.”
“여신은 실존합니다. 뭐, 지금에 이르러선 타락한 교단의 음모로 인해 인간의 몸으로 내려오게 되었으니 이제는 없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가. 종교는 잘 모르지만 무언가 대단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은 대충 알겠군.”
황제가 조금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본론을 말하기로 했다.
“그 레비아탄이 베히모스와 만났다는 것 같습니다.”
“…….”
내 말에 황제가 침묵했다. 이미 알고 있던 텟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카시우스는 살짝 동요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지 않은 일 아닌가?”
“네. 매우 좋지 않은 일이지요. 뭐,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대륙에 해가 될 존재를 일망타진할 기회이기도 합니다만.”
악신과 마신이 만났다고 하면 대체 뭐가 나올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무슨 요즘 드래곤볼도 아니고.
“마지막 싸움이니만큼, 그리 쉽진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언젠가 터질 일을, 무시하고 방치했다가는 더 강해져서 참사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를 모른 척하고 있을 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가? 병사의 지원이라든지.”
황제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딸도 함께 내려가는 일이니만큼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지하 미궁은 구조가 복잡하기에 인원이 늘어나면 오히려 탐사가 느려집니다. 어중간한 병사를 데리고 가봐야 죽을 뿐이지요. 식사만 제대로 제공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장비나 무기는?”
드디어, 쭉 황제의 입에서 나오길 바랬던 말이 나왔다.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만……. 한 가지, 미리 주셨으면 하는 무기가 있긴 합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살짝 내밀며 말했다.
“미리 줬으면 하는 무기……. 과연. 뭘 말하는지 알겠군.”
황제는 빠르게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소울브링어. 맞지?”
“네. 지금 텟샤에게 물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텟샤가 2부에서 장비하게 되는, 텟샤만이 장비할 수 있는 전용무기였다.
“소울브링어라고 하면……. 아빠가 휘둘렀다는 그 대검?”
“그래. 황제 자리에서 물러날 때 너에게 물려주려고 했었지.”
들은 적이 있는 듯 텟샤가 묻자 황제는 그렇다며 긍정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창고에 썩힐 필요도 없고, 마침 필요할 때니까. 오늘 너에게 주도록 하마.”
텟샤의 육성이 완전히 끝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황궁의 지하, 깊숙이 숨겨진 황실의 기밀창고.
“……이거. 검, 이지?”
텟샤는 꼭 길쭉한 관 같은 상자 안쪽에 잠들어있던 소울브링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 검처럼 휘두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황제는 웃으며 대답했다.
검이라고 할까, 일반적인 범주의 검은 아니었다. 손잡이가 달린 길고 거대한, 거의 2미터에 달하는 철판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전설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불길한 모양이네요.”
그리고 그 철판에는 꼭 무언가의 회로도처럼 붉고 복잡한 선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고대 문명의 아티팩트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아빠는 이걸 한 손으로 휘둘렀던 거야?”
“전성기에는 가끔. 평균적으로는 양손으로 들었지.”
황제가 그립다는 듯 소울브링어를 내려다보았다.
“이 무기를 쓰는 데에 있어, 지금까지 익힌 검술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뜻 듣기에는 굉장히 분위기 있는 대사지만, 사실 그 실체는 꽤 허무한 이야기다.
대검이라 불리는 소울브링어는, 어이없게도 게임 내 시스템으로는 도끼에 분류된다.
그러니 검술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애초에 검이 아니니까.
‘그래서 얻어두고도 못 쓰는 일이 많았지. 보통 텟샤로 도끼는 안 찍으니까.’
나도 예전에 당했던 일이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는 도끼의 단련도 조금 진행하긴 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으로 전부 다 잔뜩 올려서 상관없어졌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텟샤. 들 수 있겠나?”
“들어도 되면, 들어볼게.”
황제의 말에 텟샤는 조심스럽게 소울브링어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느리게, 하지만 안정적으로 들어올렸다.
“……불길한 오라가 잔뜩 뿜어져 나오는데. 몸에 해로운 거 아니야?”
“나의 피를 이어받은 너에게는 해롭지 않다. 다른 사람이라면 들지 못하겠지만.”
텟샤가 들어 올리자 소울브링어에 붉은 안개가 잠시 일렁이다 사라졌다. 확실히 몸에 안 좋을 것 같긴 하지만 텟샤는 아무렇지 않았다. 황가의 피를 가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을까 싶다.
“그대는 어떻지? 들 수 있었나?”
“들 수는 있지만 제대로 무기로는 쓸 수 없었습니다.”
“호오. 아무리 라고 해도 무리는 있는가.”
사실 장비 자체는 가능하지만, 매 턴 체력의 10%를 빼앗기고 다른 캐릭터들도 그랬다.
장비 가능한 클래스는 힘이 높은 근거리 딜러 뿐인데 매턴 체력의 10%를 낭비하는 건 디메리트가 너무 크기에, 소울브링어는 실질적으로 텟샤 전용 무기였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쓸 수는 있을 것 같네.”
“다룰 수 있게 되면 최강이야.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소울브링어는 반격형 극딜 탱커 텟샤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키 아이템이었다.
소울브링어는 검, 아니 도끼 중에는 유일하게 사정거리가 2칸이다. 즉, 한 칸 떨어진 곳에서의 공격도 반격할 수 있다.
그리고 반격 시, 먼저 입은 데미지의 수치만큼 자신의 공격력을 가산하는 효과와 일격으로 상대를 해치울 경우 체력을 흡수해 회복하는 스킬을 부여한다.
‘이 두 스킬의 조합이 진짜 말도 안 된단 말이지.’
소울브링어 하나를 들려주고 적진에 툭 던져두면 우르르 공격하러 오는 적들을 반격으로 일격에 해치우며 체력까지 수급한다.
그나마 2칸보다 떨어진 곳에서 공격해오는 스나이퍼나 마법사는 약간 위협적이긴 하지만, 장비나 자체 방어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리고 어그로를 끌어서 가까이 당겨온 시점에서 우리 쪽 원거리 딜러가 제거할 기회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마침 지원역으로 딱 어울리는 유닛도 있고.’
그리고 거기에 딱 맞는 인재도 있다. 까지 익힌 아비라면 원거리에서 회복 지원도, 가까이 다가온 상대 마법사나 원거리 유닛도 안전한 거리에서 저격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상대해야 한다고 해도 공략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텟샤, 잘 쓸 수 있겠나? 무리해서 다루다가 다치거나 하진 않으면 좋겠는데.”
“으음……. 이런 무기는 처음이니까. 잘 모르겠네. 너무 큰 거 같기도 하고.”
텟샤는 소울브링어의 검신을 쭈욱 손가락으로 훑으며 황제에게 대답했다.
등급적으로는 다룰 수 있다고 해도 텟샤의 키보다도 큰 검이기에 제대로 다루는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긴 한다. 기존에 쓰던 2부에서는 키도 좀 더 큰 뒤였으니.
“레온. 휘두를 테니까 한 번 막아볼래?”
검을 쭉 살피던 텟샤는, 아무렇지 않게 굉장히 위험한 제안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