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25
〈 525화 〉 지하 미궁 탐사 개시 – 2
“혼자? 직전에 쓰러트린 것보다 훨씬 강할 것 같은데??”
“괜찮아. 방금은 나 혼자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하게 해줘.”
이졸데가 놀라며 물었고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골렘 계열이라면 대처법은 잘 알고 있다. 1층에 나오는 조금 강한 골렘 정도야 혼자서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면, 혼자서 지하 미궁 정복이라는 미션을 했던 적이 있으니까.
‘3층에서는 실패했지만 2층까지는 잘 갔었지. 온다!’
쿠구구구구구……!
벽과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며, 방금 모래로 변한 골렘보다 훨씬 거대한 골렘이 나타났다. 통로를 거의 가득 채우는,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쉽지 않을 크기의 골렘이었다.
‘실제로 보니까 박력이 장난이 아니네. 좀 두근거리는걸.’
무심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골렘을 살펴봤다.
가가가가가각…….
거구인 만큼 동작의 코어가 가슴에 드러난 타입의, 문지기라 불리는 골렘이었다.
문지기라는 이름답게 이 골렘은 적극적으로 쫓아오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저 정해진 구역을 맴돌고, 장애물을 인식하면 그때부터 무차별 파괴를 시작하는 타입의 골렘이었다.
‘제대로 된 공략에서는 무시하는 게 맞지만……. 이렇게 된 거 잡아보도록 할까.’
해치워야 할 몬스터가 아니라 일종의 기믹으로 여겨지는 존재이지만, 이미 내가 해치운다고 한 시점에서 도망치는 것도 쪽팔리니 잡아보기로 했다.
“.”
나는 자신에게 회피 버프를 사용했다. 그리고 골렘에게 정면으로 달려갔다.
골렘은 힘이 센 대신 속도가 느려 명중률이 떨어지니 1회 버프만으로 회피율을 80%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 정도면 그냥 대충 움직여도 웬만하면 피해진다.
후우우우우우웅!!!
정체된 공기를 폭풍처럼 가르며 날아오는 골렘의 팔을 숙여 피했다.
“.”
그리고 생긴 약간의 틈에, 나의 에 속성을 부여했다.
[에 속성이 부여됩니다.(1회성)]혼자 지하 미궁에서 죽고 불러오기를 끝없이 반복하며 보았던 익숙하기 그지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렇게 쓰라고 준 스킬은 아니었겠지만…….’
나, 레온은 기본적으로 서포터로 설계되어있다.
물론 성장치도 능력치도 좋아서 전방에서 평범하게 활약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단 교수라는 클래스이니만큼 아군 유닛, 제자에게 버프나 속성을 1회성으로 부여해주는 스킬 또한 지니고 있다. 육성이 덜 된 제자를 쉽게 키우라고 준 스킬이었다.
‘이렇게 쓰는 게 제일 효율이 좋단 말이지!’
그리고 그 버프들은, 나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버프를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이, 단신으로 지하 미궁을 공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스킬이었다.
따악!
나는 골렘의 가슴을 맨손으로 때렸다. 단단해서 아팠지만 뼈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레온! 단순한 물리 공격은 안 통해!”
이졸데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 말대로 물리 내성이 높은 골렘에게 내 주먹은 무효 판정이다. 아마 이졸데의 검도 따로 디버프를 걸거나 물리 내성을 낮추지 않으면 한 자릿수 데미지로 들어가리라.
“알고 있어.”
하지만 닿았다면 상관없다.
내 주먹에 발려있는 속성은, 골렘의 가슴에 제대로 박혔으니까.
콰득, 콰드드득……. 콰아아아앙!!
내가 몸을 뒤로 빼는 것과 동시에 문지기 골렘의 가슴이 폭발했다. 뿜어져 나오는 파편은 올려둔 회피 버프로 간단하게 피했다.
쿠구구구구구…….
자욱하게 읽었던 모래 먼지가 걷히며, 한쪽 무릎을 꿇은 문지기 골렘의 모습이 드러났다.
문지기 골렘의 가슴은, 코어가 있던 곳이 폭발해 뒤쪽이 보이는 동그란 구멍이 되었다.
쿠웅. 스르르르륵…….
코어를 잃어 자신을 유지할 힘을 잃은 골렘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모래의 산이 되었다. 게임으로 치면 2턴 킬이었다.
“…….”
“굉장해요! 평소에는 잡는 게 낭비라고 생각해 피해가던 골렘이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주먹으로 골렘을 가루로 만들어버린 내 모습에 이졸데가 할 말을 잃었고 루시아가 감탄했다. 지금까지 피해갔다니 말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공략법을 실천했구나 싶다.
“를 그렇게 쓰는 사람, 처음 봐요.”
그리고 침묵하고 있던 프리다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이상해요?”
“평범하진 않죠. 하는 것보다 그냥 그 속성의 마법을 배우는 게 훨씬 쉽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만……. 마력의 소모는 이게 제일 적거든요.”
파이어볼이나 아이시클 랜스처럼 제대로 속성의 형태를 만들어내야 하는 마법보다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에 속성을 새기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다.
물론 그만큼 무기의 내구도를 빨리 소모하게 되지만, 방금처럼 에다 해서 쓰면 내구도 걱정도 할 것 없다. 은 내구도 무한의 무기 취급이고, 딱히 체력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는다. 주먹이라 리치가 짧은 건 문제이긴 하지만.
“익히는 건 어렵지만 편하긴 해요. 해보면 좋아요.”
“……먼 훗날에는 나중에는 그런 스타일이 기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프리다는 흥미로워하며 내 말을 되새겼다. 게임일 때 편하니 써왔던 비기는 지금의 현실에 이르러선 파격적인 전법일지도 모르겠다.
“방금 뭘 어떻게 한 거야? 그냥 툭 친 것 같았는데 펑하더니 구멍이…….”
“속성 부여 마법이야. 골렘은 속성에 약하니까.”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묻는 이졸데에게 대답했다.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듯 이졸데가 눈썹을 찌푸리고 속성 부여, 하고 내 말을 되뇌었다.
“그거, 혹시 예전에 나를 공격할 때도 그랬던 거야?”
“아니. 그때는 그냥 세게 때린 것뿐인데.”
“…….”
내가 바로 그런 거 아니라고 대답하자 이졸데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쓴 기술이 대단한 거였으면 그래도 덜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던 걸까. 허무해졌다느니 말했던 것치고는 약간 신경을 쓰곤 있나보다.
“이 정도로 강력하면, 정말로 5층까지는 반나절이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2층부터는 악마가 나오니까 어떨지. 별로 긴장감은 없지만.”
신나서 말하는 루시아에게 이졸데가 괜히 툴툴거렸다.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숨돌리면서 잠깐 텟샤 쪽도 확인해볼까.”
나는 주머니에서 통신석을 꺼내 단추를 눌렀다. 잠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접속이 된 듯 조용해졌다.
“텟샤. 들려?”
말을 걸고 단추에서 손을 떼고 잠시 대기했다.
“아, 응! 들려!”
그러자 곧 살짝 높은 텟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리가 좀 멀어져서 전송에 시간이 걸리는 걸까. 지하인데 터지는 시점에서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문제 없어. 레온 쪽은 어때?”
“방금 골렘을 둘 해치웠어. 거기도 뭐 나왔어?”
나는 버튼을 눌러 대답하고 잠시 대기했다.
“골렘이라, 힘들었겠네. 여기는 스켈레톤만 좀 나오고 있어. 누가 먼저 부수는지 눈치 싸움을 하는 중.”
“스켈레톤, 툭 치면 와장창 무너져서 재미있죠.”
텟샤의 말에 루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약간 취급이 불쌍하다.
골렘하고는 반대로 내구도가 약한 대신 속도가 빠르고 여럿이 동시에 나오는 게 스켈레톤이지만, 그래봐야 내 제자들이랑 비교하면 느려터졌으니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바로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타격감은 좋을 것 같긴 하다.
“이대로면 1시간 안에 2층 입구에 도착하겠네.”
“응. ……아! 변화, 시작했어. 이때는 잘 봐둬야 하니 일단 끊을게!”
텟샤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통신을 멈췄다.
‘변화가 시작……?’
구구구구구구…….
무슨 말인가 싶은 순간, 땅이 낮고 느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뒤쪽으로!”
“어, 어어.”
그리고 루시아가 나를 잡고 뒤로 당겼다. 그리고 방금까지 서 있던 땅이 미끄러지며 옆으로 벽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구…….
‘……! 이게 지하 미궁의 변화인가!’
나랑 루시아, 프리다와 이졸데가 있는 칸을 포함해 미궁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끼워 맞춰지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현실에서 봤던 마법사 나오는 영화가 생각나는 움직임이었다.
“여기, 경계선 안쪽에 모여있지 않으면 나뉘어버리니까요. 그러면 찾기 힘드니까 위험해요.”
“그렇지. 당겨줘서 고마워, 루시아.”
지금 실시간으로 변동 중인 맵 화면으로 볼 때는 칸의 경계가 되는 부분이었다. 다른 칸이 있다가 변화에 휘말려 멀어지면 무척 위험하리라곤 안 겪어도 알 수 있다.
이것만큼은 게임보다 훨씬 어렵구나 싶다.
구구구구구구……. 쿠우우웅.
한동안 움직인 끝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방금까지 뚫려있던 길은 이제 벽이 되고, 왼쪽으로 새로운 길이 생겨났다.
“……언제 봐도 굉장한걸. 지하 미궁이 변하는 모습은.”
나는 감탄했다. 사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앞뒤가 안 맞으니 언제 봐도 굉장하다고 덧붙였다.
“처음 움직일 때는 다들 놀라서 난리도 아니었지.”
“예전 생각이 나네요. 실수로 고립되었던 걸 이졸데가 구해준 적이 있었죠.”
이졸데와 프리다는 그립다는 듯 말했다. 루시아는 어느새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패턴으로 보면 B일까요. 일단 길을 따라서 간 다음에 오른쪽으로 꺾고 쭉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면 될지 말해주었다. 나는 띄워둔 맵과 루시아의 안내를 비교했다.
‘……맞췄어. 정말 그대로 가면 되네.’
루시아의 안내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적당히 한 말이 아닐까 싶었는데 꽤 놀랐다.
“루시아, 그걸 다 분석해둔 거야?”
“당연하죠! 텟샤랑 제가 몇 번이나 돌았는데요. 1층에 한해서는 변화 패턴은 거의 외웠어요. 가끔 다를 때도 있지만요.”
루시아는 가슴을 쭉 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2층의 분석은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1층의 구조랑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다른 부분만 소거하며 정정해도 그럭저럭 맞는 것 같아요. 쭉 이런 식이라면 간단할 것 같은데 어떨지.”
그리고는 두 장째의 지도를 꺼내 비교하며 2층의 분석 상황에 설명했다. 패턴은 꾀고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감각에 의지하는 나와 달리 무척 진지하고 제대로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루시아, 머리가 참 좋네.”
“머리는 좋은 편이니까요.”
내가 감탄하자 프리다가 동의를 표했다.
“칭찬하는 거 맞죠? 왠지 좀 기분 나쁜데요.”
“순수한 칭찬이야.”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해.”
은근히 바보 취급을 당할 때가 많다는 자각이 있긴 한가보다.
함께 길을 나아가고 골렘을 한둘 더 쓰러뜨린 뒤,
“……아. 여기, 이 벽.”
나는 아주 약간 문양이 다른 벽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네? 그 벽, 뭔가 있나요?”
“여기, 뚫고 지나갈 수 있어. 지금은 이쪽으로 난 길은 없으니 의미는 없지만.”
쿠웅!
“우왓?!”
내가 발로 걷어차자 쿵, 하고 숨겨진 장치가 작동하며 길이 열렸다. 쭉 따라가면 보물상자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귀찮으니 가진 않을 생각이다.
“어,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요?! 처음 봤어요! 이런 숨겨진 길도 있어요?!”
“예전에 와봤으니까. 가끔 유용한 지름길도 나와.”
5층부터는 숨겨진 통로를 않으면 못 올라가는 층도 나와 상당히 귀찮아진다. 맵을 잘 돌려보면 은근히 티가 나서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으음……. 그렇게 잘 알고 계시면, 제가 조사한 거 의미 없는 거 아닌가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숨은 통로를 찾아내자 루시아가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자신이 열심히 조사한 게 쓸모없어지지 않았나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하고. 이런 특징적인 부분만 기억하고 있으니까 루시아가 없었다면 길을 찾는 건 무리야.”
“그런가요. 조사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안심했어요.”
“당연하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프리다도 좀 칭찬해줘요.”
나는 조용히 있는 프리다를 불렀다. 프리다는 움찔하더니 잠시 말을 골랐다.
“예전에 나보다 더 유능하네, 루시아. 약간 질투할 정도로.”
그리고 서툴게 루시아를, 딸을 칭찬해주었다.
“그래요? 뭐, 당연하죠. 제가 누구 딸인데요.”
그 칭찬에 루시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이좋은 모녀의 모습이 보기 좋다. 이졸데도 보기 좋다는 듯 피식 웃었다.
“뭔가, 가족 소풍에 괜히 끼어든 외지인 같네요.”
그리고 농담을 섞어 자조하듯 말했다.
“……예전 일은 예전 일이고. 레온이랑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됐어요.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예전 일까지 언급하며 그리 뻔뻔하게 굴더니 왜 의기소침해졌나요?”
그런 이졸데에게 프리다가 답답하다는 듯 추궁했다.
“으음. 그때는 일부러 가볍게 넘기려고 했던 거라고 할까…….”
“저라고 막 무겁게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때 저를 돌아보면 굉장히 부끄러울 뿐이지.”
“그런데 그 예전이 이야기인가요? 저는 제대로 들은 게 없어서 모르겠는데요.”
루시아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그런 게 있어.”
“설명하자면 길어.”
“……왠지 저만 따돌려지는 기분이네요.”
루시아가 툴툴거렸다.
순수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 길어서이긴 하지만 너무 따돌리는 것처럼 되는 것도 좀 그러니 차라리 설명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순간,
“예전에 둘이 섹스라도 했어요?”
루시아가 이졸데랑 프리다를 바라보며 태연히 폭탄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