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26
〈 526화 〉 미궁에서 상태이상을 치료하는 방법
“……응?”
루시아의 입에서 섹스라는 단어가 너무 태연하게 나오자 이졸데는 그대로 굳어졌다. 너무 뜬금없이 야한 말이 나와 생각이 따라가지 않는 상태였다.
“아, 아니야! 무슨 상스러운 소리를 입에 담는 거니, 너는!!”
프리다가 새빨개져서 루시아의 정수리에 손날을 날렸고, 루시아는 신속하게 머리를 틀어 샥 회피했다. 내 제자답게 배우는 게 빠르다.
“여자끼리 섹스하는 일도 꽤 있잖아요? 저는 이해해요.”
“……세, 섹? 꽤 있어?”
이해한다며 숨길 것 없다는 듯 말하는 루시아의 말에 이졸데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새빨개져서 당황했다. 이졸데 주제에 약간 귀여운 반응이다.
“아니라고 했잖니!! 그냥, 그냥 남자로 착각하고 고백했을 뿐이야!!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서 돌아갔고!!”
“……응? 남자로 착각……? 아, 아아아아!!”
그 말에 루시아는 바로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 듯 큰 소리를 냈다.
“이졸데, 설마 그때 멋진 아저씨였어요?!”
“아, 아저씨라니. 그때 나 10대였는데? 멋지다는 말은 기쁘지만.”
“그때는 머리도 짧고 흉터도 없었으니까 같은 사람인줄 몰랐어요. 그 아저씨, 여자였군요! 이졸데 씨였군요!”
어릴 적의 루시아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흥분해서 외쳤다. 루시아는 엄마의 동료였던 멋진 아저씨, 정도로 이졸데를 기억하고 있었던 듯싶다.
“모녀가 아주 사이좋게 착각을……. 그렇게 남자 같았어?”
이쯤 되니 이졸데는 조금 상처받은 모습이다. 대체 얼마나 남자 같았으면 그럴까. 사진 같은 게 있으면 나도 보고 싶어졌다.
‘응? 루시아 어릴 적 사진 있으니까, 돌아가면 앨범 같은 데 있는 거 아냐?’
기념으로 한 장쯤 찍지 않았을까. 루시아네 본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현실에서 게임일 때에도 이벤트 CG는 전부 회수했던 나이니만큼 그런 게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고 싶다. 일 다 끝내고 돌아가면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그랬구나. 그랬던 거구나……. 이제 좀 알겠어요.”
루시아는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갑자기 울면서 이제 돌아가자면서 그랬었군요, 엄마.”
“……알았으면 이 이상 입에 담지 말아줘. 떠올리는 것만으로 죽고 싶은 일이니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루시아의 말에 프리다가 귀까지 새빨개져서 떨었다. 이렇게까지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프리다는 신선하다. 다리 벌릴 때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그런가요? 뭐,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는 법이죠. 웃어넘겨도 좋다고 봐요.
“루시아. 사람에 따라서는 부끄러워 버틸 수 없어지는 일이 있는 법이야. 알았으면 이쯤 하자.”
나는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충고했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잘 안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그런가요? 부끄러운 일이라……. 저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루시아, 너는 부끄러움을 좀 알도록 해.”
부끄러움을 항상 남의 몫으로 돌리는 쪽이 더 문제다.
뭐,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부끄러워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도 모르는 게 낫겠다. 자빨되라든지 섹최몇이라든지 어록이 한둘이 아니니까.
“저도 어릴 적에 이졸데 씨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설마 여자였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잘생겼다곤 자주 생각했지만.”
“그 말에는 기뻐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네.”
루시아의 말에 이졸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남자인 척하고 사귀는 것도 좋았을까?”
그리고 프리다를 보며 농담하듯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자지가 없으면 안 되죠.”
폭탄발언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루시아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프리다의 손날을 피했다.
“자……? 뭐?”
“루시아. 이졸데는 순수하니까 그런 말은 너무 하지 마. 옛날에 아비처럼 기절할지도 모르고.”
나는 이졸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사이 루시아에게 충고했다. 이대로 두면 이졸데의 멘탈이 좋지 않을 듯싶다.
“앗. 예전 아비 정도에요? 알고 있다길래 편하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네요. 조심할게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런가?”
이졸데는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 입에서 자지라는 말이 나오리라곤 믿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약간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동료였던 여자의 딸 입에서 섹스니 자지니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건 그리 믿고 싶지 않기야 하겠다.
“크흠! 그, 그런 이야기는 이쯤 하고! 2층 입구까지 쭉쭉 가보죠!”
“그래요. 텟샤네보다 먼저 도착해보죠.”
나는 이 이상 이 화제로 떠들고 싶지 않은 듯한 프리다의 말을 동의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앞에서 30분쯤 기다렸을까.
“조금 늦었네. 먼저 도착하려고 했는데.”
텟샤 일행이 도착했다. 다들 상처 하나 없고 마력도 거의 소모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는 길에 나타났던 스켈레톤은 전부 평타로 해치운 듯싶다.
“다들 고생했어. 지하 미궁에 처음 와본 감상은 어때?”
“악마가 나온다는 말에 긴장했는데, 1층에선 딱히 그렇지도 않네.”
내 질문에 모리건이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딱히 파란 모리건으로 변하지도 않은 평소 모습이다. 지하 미궁은 비행하기도 불편한 곳이니 파란 모리건은 좀 놀 듯 싶다.
“아비는 안색이 조금 안 좋네. 괜찮아?”
의외로 아비는 약간 불안한 표정이었다. 체력이나 마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저, 그게……. 교단에서 내려오는 묵시록의 장소랑 너무 똑같아서……. 괜찮겠죠?! 모두 멸망하거나 하지 않겠죠?!”
“묵시록의 장소?”
“‘멸망의 날이 오면 어둡고 긴 음침한 길 아래에 악신이 부활하리라’……. 후대에 추가된 구절일지도 모르지만…….”
아비의 입에서 처음 듣는 엄청 불길한 문장이 나왔다.
‘교단에게 제국의 지하 미궁은 그렇게 전해지고 있었나. 평범하게 하면 알 수 없는 내용이네.’
지하 미궁은 천하통일 루트에서만 갈 수 있고, 천하통일 루트를 진행하면 대부분 교단 유닛이 그렇듯이 신앙이 굳건한 교단 소속인 아비는 치트나 버그라도 쓰지 않는 한 데려올 수 없다. 이 루트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
“여신님이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몇 번이나 격려하신 이유가 이거였군요……. 여신님도 참.”
아비의 입에서 ‘여신님도 참’ 같은 말이 나오는 게 더 놀랍기도 하다. 이제 여신도 나한테 자제하라 하기도 뭐하겠다 싶다.
“울프힐데랑 유에는 어땠어?”
“땅이 막 움직일 때 엄청 신기했어요! 굉장하네요!”
내가 묻자 울프힐데가 신나서 대답했다. 나랑 제일 흡사한 감상이었다. 언제 봐도 신기하긴 하지, 하고 동의했다.
“다음에 연락하실 때는, 저도 말해보고 싶습니다. 통신석.”
그리고 유에는 통신석에 흥미를 드러냈다. 멀리 있는 나와 대화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면 통신석을 물끄러미 쳐다봤었지. 다음에는 유에가 연락해봐.”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부디.”
텟샤가 다음에는 해보라고 양보하자 유에가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레온의 제자, 다들 여유가 넘치네. 우리 때는 다들 긴장해서 숨이 턱턱 막혔는데.”
“그러게요. 제국의, 아니 대륙의 미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이졸데와 프리다가 감회가 새롭다는 듯 감탄했다. 참 화목한 분위기다. 지하 미궁 공략이 아니라 두 팀으로 나눠 놀이공원이라도 온 것 같다.
“즐거운 것도 좋지만, 너무 방심하지는 말고. 방심해도 2층까지만 방심하도록 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힘을 빼면 위험하다. 2층까지는 몰라도 3층부터는 제대로 경계하는 게 좋으리라.
“알았어. 레온이야말로 조심해. 이상한 짓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 말에 텟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상한 짓’이라는 단어에 묘하게 악센트가 들어갔다. 지하 미궁에서 섹스하지 말라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안 해.”
“정말로?”
“무리야. 제자가 아닌 사람도 있잖아?”
루시아랑 프리다만 있으면 솔직히 섹스하겠지만, 이졸데가 있는 이상 솔직히 무리다. 사이좋아지면 좋겠다 싶어 데려오긴 했지만 야한 짓을 못 할 줄 알았으면 그냥 텟샤네 줄 걸 그랬다 싶을 정도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다는 거야.”
하지만 텟샤는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듯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래?”
“그럴 예감이 들거든. 아무튼, 조심해.”
약간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해 2층의 중반.
너무 과민한 거 아닌가 싶었던 텟샤의 불안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하앗. 하아아……. 큭…….”
“이졸데, 괜찮아요?! 지, 진정하고 숨을 가다듬어요!”
“하, 하고 있어. 하아아. 하아……. 가까이 오지 마……!”
말했던 대로 나오기 시작한 악마, 서큐버스의 상태 이상 공격에 당해, 이졸데가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아, 하아아아……. 왜…….”
프리다를 밀쳐낸 채 이졸데가 거칠게 헐떡였다. 신체적인 부상은 전혀 없었지만 으로 인해 자신을 제어하기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이졸데는, 그 을 뛰어넘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왜 서큐버스까지, 나를 남자로 착각하는 건데?! 머리도 길었는데……!! 갑옷에 가려도 가슴도 있는데……!!”
진짜 분해 죽겠다는 듯 바닥을 쿵쿵 때리며 소리쳤다.
이졸데의 상태이상은 서큐버스가 죽을 때 내뿜는 에 당한 결과였다.
나랑 프리다, 루시아는 그냥 시끄러운 정도로 끝이었지만 마법 방어력이 그리 높지 않은, 거기에 하필 서큐버스의 막타를 때린 이졸데는 정통으로 걸렸다.
그것도 여성 유닛에게 쓰는 가 아닌, 을.
“프리다. 회복 스킬 가지고 있어요?”
“네. 하지만 이건 제 회복 스킬의 적용 범위가 아니어서…….”
프리다가 가지고 있는 상태이상 회복 스킬은 화상, 얼음, 독 등에 듣는 다소 물리적인 상태이상에 한정되는 스킬이었다.
“……이거 곤란하네요. 저도 없어요.”
“선생님도 회복 스킬이 없나요? 드문 일이네요.”
물론 나는 가지고 있지만, 그냥 해결하면 재미없으니까 없는 척을 하기로 했다.
“후우, 하아아……. 나는, 일단 돌아갈게…….”
땅을 쿵쿵 때리던 이졸데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혼자 돌아간다고요? 문지기 골렘이랑 마주치면 어떡하려고요. 그런 상태로 제대로 싸우는 것도 무리잖아요.”
“그래. 무모한 짓은 하지 마. 미궁이 변하면 어떡하려고?”
프리다와 내가 바로 만류했다. 루시아도 같은 생각이라며 이졸데를 말렸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따라가봤자 짐이잖아. 나도 많이 다녔으니까 내 몸 정도는……. 하아아아아.”
괜찮다며 대답하던 이졸데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프리다를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이 폭주하는 것일까.
“……같이 있는 게, 오히려 힘들고.”
점잖아도 옷의 라인이 야한 프리다이니 그럴 법도 하다. 루시아에게는 미동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너를 덮치지 않으리라고 보장도 못 해. 하아아…….”
이졸데는 가감 없이 자신의 상태를 밝혔다. 자신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말에 프리다가 놀라서 움찔했고,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일단…….”
“엄마, 이졸데 씨랑 섹스하면 어때요?”
일단 아비라도 불러볼까, 라고 말하려는 순간 루시아가 또 폭탄 발언을 던졌다. 신속하게 프리다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
“때리지 말고요. 진지해요.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면 괜찮지 않아요? 개운하게 해주면 금방 낫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루시아의 진지한 표정이 높이 든 채로 멈췄다. 그리고 어쩌면 좋겠냐는 듯 나의 눈치를 힐끔 봤다.
“정 곤란하면 내가 나서도 괜찮은데.”
“레, 레온!”
프리다가 드물게 나를 화난 목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 끝에,
“……하아아아.”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을 제어하느라 뭐라고 대꾸할 여력도 없는 듯 주저앉은 채 헐떡이는 이졸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졸데, 당신은 괜찮아요?”
“나, 나는…….”
프리다의 질문에 이졸데는 말을 흐렸다.
“……레온에게는 보이기 싫어. 안 본다면, 괜찮아.”
그리고 내가 보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줌업 화면으로 등 뒤로도 볼 수 있으니 상관없다.
“알았어. 나는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편하게 즐기도록 해.”
“즐기니 뭐니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며칠 동안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서 답답했던 기분을 해소하기에 딱 좋은 이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