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41
〈 541화 〉 올라오는 것
나는 청소 펠라치오까지 받은 뒤, 한동안 이졸데를 쉬게 두었다. 조금 지친 것 같아서 포션도 한 병 먹여줬다. 멍한 상태가 된 이졸데는 저항하지 않고 잘 받아먹었다.
“크으으윽……. 윽, 크으으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씩 제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이졸데는 새빨개진 얼굴로 바닥을 째려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인 신음은 마치 짐승이 위협하는 것 같았다.
“이졸데, 첫 경험의 감상은 어때?”
“죽어버려…….”
슬쩍 묻자 머리를 움켜쥐고 떨며 대답했다.
“죽는 줄 알았어? 그럴 기세로 소리를 질러대긴 하더라.”
“큭, 크으으으으윽!!”
이졸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리가 후들거리는 듯 땅을 짚고 쓰러졌다. 아직 깔아둔 겉옷을 안 치워 손을 긁히거나 하진 않았다.
“괜찮아? 여운도 오래 가는 것 같고, 너무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겠어.”
“아, 아직도 보지는 얼얼하고, 입에서도 칼칼한 맛이 안 가시고! 진짜 최악이야!”
엎드린 채 나를 째려보며 이졸데가 마구 화냈다.
“뭐, 그래도 기분은 좋았잖아?”
“…….”
하지만 기분 좋았다는 것은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안 해……. 부끄러워. 이렇게 수치스러운 적은 처음이야. 죽고 싶어…….”
그리고는 그대로 머리를 감싸며 으으으 신음했다.
“그렇게 부끄러웠어?”
“자신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그냥 짐승이었어, 짐승!! 죽고 싶어!!”
뭐, 마지막에는 거의 그렇긴 했다. 텟샤나 파란 모리건이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짐승 같은 신음이었다. 덕분에 이쪽도 흥이 오르기야 했지만.
“솔직하게 헐떡이는 모습, 야성적이고 멋있었습니다.”
“멋있어?! 그게?!”
유에의 위로에 이졸데가 무슨 소리냐는 듯 놀라서 되물었다. 유에는 네, 하고 태연하게 긍정했다.
“저는 그렇게 커다란 소리는 안 나와서, 제국 사람들은 다들 크고 기분 좋게 신음하는 걸 보면 약간 동경하게 됩니다.”
“그, 그래요? 그런가……?”
딱히 억지로 위로하는 거도 놀리려는 것도 아닌 솔직한 유에의 감상에 이졸데가 우물쭈물했다.
“뭐, 억지로 신음을 참는 것보단 훨씬 흥이 오르기야 하지. 난 재밌었어. 기분도 좋아서 엄청나게 나왔고.”
“으으으……. 듣고 보니 정액이 느껴져서 기분 나빠…….”
나의 말에 이졸데가 아랫배를 만지작대며 울상을 지었다. 빼낼 때 많이 흘러내렸다고 해도 자궁 안에는 충분히 정액이 남아있으리라.
“이 아니었으면 임신하고도 남았겠네.”
“이, 임신……. 혹시나 해서 묻는데, 정말로 임신 안 하는 거 맞지?”
“응. 안 해. 했으면 지금쯤 제자들이 전부 배가 나오고도 남았지.”
“그건 그렇겠어. 하아아…….”
이졸데는 깊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무릎을 끌어안고 입을 다물었다. 털털할 것 같은 인상인데 보기보다 세심하다.
“……보통, 다들 이래?”
“어떤 거 말이야?”
“반응. 나처럼, 막……. 그랬냐고. 프리다도 이랬어?”
이졸데의 질문에 나는 프리다와 처음 섹스할 때를 떠올렸다.
“프리다는 지금까지 섹스 안 하고 지냈던 게 후회된다면서 울었어.”
인생 손해 봤다며 진심으로 울었었다. 루시아 엄마답다면 엄마다운 반응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게 뭐야.”
“진짜로. 들었다고 본인에게는 말하지 마. 정말로 화낼 것 같으니까.”
“말 안 해. 뭐, 보통 그렇다면 괜찮나……. 다들 이런가…….”
프리다가 울었다는 말이 약간 위로가 되긴 한 건지 이졸데가 중얼거렸다. 자기만 유독 꼴사납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는 모양새다.
“그렇게 신경이 쓰여?”
“그야……. 루시아랑 유에는 귀여운데 나는 엄청 짐승 같았잖아.”
둘 다 내 제자 중에서는 얌전한 타입이긴 하다. 분류하자면 이졸데는 텟샤나 파란 모리건 같은, 서양 포르노 타입일까. 짐승 같다는 면에선 실제로 약간 짐승인 린린하고도 닮았다.
“뭐, 짐승 같다고 귀엽지 않은 건 아니지. 너도 귀여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꼴리거나 그럴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더 흥분된다.
“자존심을 굽히고 암컷으로 만들어달라니 애원할 때는 정말 장난 아니었다니까.”
“큭, 으으으으……! 그건 네가 시키니까!!”
“거기에 정신 못 차리고 힉힉대면서 목이 쉰 것 같은 신음을 마구 내는 것도 엄청 귀여웠고, 한계에 달해서 짧게 끊어지면서 앙앙대는 것도 좋았지. 마지막에 멍한 표정으로 자지 빨아주는 것도 좋았지.”
나는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잔뜩 화내려던 이졸데는 내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자 말문이 턱 막혔는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비꼬는 건지 진심인지 모르겠어.”
“나 비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보통 다 진심이야.”
“기가 막혀서, 진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위로가 되긴 한 걸까, 이졸데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다 큰 어른인데 이렇게 달래줘야 하는 점도 귀엽다면 귀여울지도 모르겠다. 살짝 귀찮기도 하지만.
“그러면 이제 돌아갈까. 내일 다시 올 거니까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쉬어둬야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돌아가서 쉬고 싶어졌다. 지하 미궁의 탐사 자체는 금방이었지만 떡치느라 시간을 꽤 써버렸다. 돌아가서 자도 아슬아슬하게 6시간쯤 잘까 싶다.
“네. 이만 돌아가죠. 오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
유에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며 돌아갈 준비를 했고, 이졸데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있었다.
“왜 그래? 아직 뭐 불편한 게 있어?”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 일어나겠어.”
너무 격렬한 섹스를 한 탓일까, 이졸데는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설 수도 없었다.
“그래? 의외로 체력이 약하네.”
“써, 써본 적 없는 근육만 잔뜩 썼으니까! 엄청 격렬하게!”
처음에 넣을 때 몸이 아주 단단하게 굳었던 걸 생각하면 쥐가 나도 이상하진 않긴 하다. 참 손이 많이 간다. 루시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면 별수 없네. 업어줄게.”
여기서는 텔레포트도 쓸 수 없고, 업고 가기로 했다.
“그거라면 제가 해도 괜찮습니다만.”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할까. 누구에게 업히고 싶어?”
업어주겠다고 하자마자 유에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끼어들었고, 나는 이졸데에게 누구에게 업히고 싶냐고 물었다.
“유에 씨에게는 신세를 졌으니까, 너한테 업힐래.”
이졸데는 나와 유에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나를 택했다. 딱히 뭔가 의도는 없고, 그냥 유에에게 미안해서 나를 선택한 모양새다.
“오케이. 알았어.”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만.”
하지만 도리어 유에는 불만인 모양이다. 자잘한 부분에서 질투가 심하다.
나는 이졸데를 등에 업고, 가슴과 허벅지의 감촉을 느끼며 유에와 함께 돌아갔다.
“그러면 내일도 잘 부탁할게.”
“네. 좋은 밤 되십시오, 주인님.”
“내, 내일은 안 해! 한 번이면 충분해!”
“? 미궁 탐사 이야기인데?”
“아, 윽……. 큭…….”
내 방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자니 이졸데가 바로 착각했다. 놀려주니 바로 새빨개졌다.
“……너무 괴롭히지는 마세요, 주인님.”
유에에게 살짝 혼났다.
다음 날, 우리는 모두 함께 지하 미궁 탐색을 재개했다.
1, 2층은 어제 미리 청소도 해주었겠다, 처음 탐색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나마 방해가 되던 문지기 골렘도 하나도 없으니 막힘없이 쭉쭉 나아갔다.
“왠지 오늘은 안 춥네요.”
“그러게요. 저도 아무렇지 않고요.”
그렇게 금방 도착한 3층의 입구에서 느껴지던 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에 다들 의아해했다. 울프힐데가 먼저 의아해했고 아비가 공감을 표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계는 늦추지 마. 뭔가 다른 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
텟샤는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하며 앞서서 나아갔다. 믿음직스럽다. 리더 역할을 알아서 해주니 이쪽은 편할 따름이다.
그리고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도착한 3층에는,
“……으음?”
“음…….”
놀랄 정도로,
“아무것도 없네요.”
“그러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신은 어제 해치워뒀으니 당연히 없고, 원래 사신만 있고 몬스터는 없는 구간이었던 만큼 몬스터도 하나도 없었다.
“분명 어제는 커다란 사신이 둥둥 떠다녔는데……. 뭐지?”
텟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러면서도 긴장은 늦추지 않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장하다.
“지하 미궁도 계속해서 변하니까, 오늘은 안 나오는 거 아닐까?”
나는 그런 텟샤에게 툭 적당한 가설을 던졌다.
“아, 그럴지도요! 무언가 조건에 따라서 사신이 나오고 안 나오는 조건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적당히 한 말에 루시아가 동조했다. 텟샤도 그런가, 하고 살짝 긴장을 풀었다.
“이졸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응?!”
그렇게 조금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프리다가 괜히 어색할 정도로 열심히 경계하고 있는 이졸데에게 물었다. 너무 화들짝 놀라며 대꾸한다.
“그,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 지하 미궁은 루시아가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응.”
“그렇겠네요. 예전이랑 너무 달라져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슬퍼요.”
이졸데가 약간 더듬거렸고 프리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어제 일 이후로 여전히 어색해하는 것쯤으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없으니 편하네. 이대로 쭉쭉 4층 입구까지 가보자고.”
“네! 아무도 없을 때 빠르게 슝슝 가죠!”
그리하여 우리는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4층 입구로 도착했다.
“…….”
입구에 도착하기 몇 걸음 전, 울프힐데가 발검을을 멈췄다.
“이건…….”
그리고 코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울프힐데, 뭐가 느껴지나요?”
“아, 아니. 대단한 건 아니에요.”
아비가 걱정하며 묻자 바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제 여기에서 나도 유에도, 이졸데도 잔뜩 싸댔으니 냄새가 남아있을 법도 하다. 이졸데는 아예 소변까지 지렸으니.
“왜 그래, 울프힐데?”
“아, 아뇨. 아니에요. 그냥. 뭐, 네…….”
내가 슬쩍 물었지만 울프힐데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4층 입구에 섹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 아니니 자신이 착각한 걸로 생각하려는 모양이다.
“유에, 어제는 뭐 했나요?”
하지만 역시 그냥 넘어가긴 불편했는지 슬쩍 유에에게 말을 걸었다.
“…….”
유에는 조용히 입가에 손을 댔다.
“아……. 음. 으음……?”
울프힐데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뭐, 가끔은 평범한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무사히 4층으로 진입했다.
4층에서는 3층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몬스터가 대량으로 몰려왔다.
“크우오오오!!”
“……흡!”
아비가 날린 화살에 돌진하던 날개 달린 악마가 나자빠졌다.
“흡, 하앗!!”
“깨갱!!”
텟샤에게 달려들던 케르베로스가 세로로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파이어!! 영차, 파이어!! 파이어!!”
“캬아아아악!!!”
“끼에에에엑!!!”
느리고 꾸준하게 다가오고 있던 좀비들이 루시아의 무지성 파이어 연타에 비명을 지르며 재가 되어 흩어졌다.
셋 외에도 능숙하게 달려오는 몬스터를 요격하며 우리는 조금씩 4층을 나아갔다. 파티를 나누기에는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아 다함께 움직였다.
“뭔가……. 제각각이네요.”
한바탕 전투를 끝내고 몬스터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잠시 숨을 돌리는 중, 프리다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무슨 말인가요?”
듣고 보니 나도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게 있었다. 묘하게 통일감이 없다고 할까,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네. 뭐라고 할까……. 그냥 제 느낌이지만, 미궁에는 각층마다 어느 정도 비슷한 몬스터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많아도 세 종류 정도고.”
프리다의 말대로 당장 1, 2층만 해도 골렘과 스켈레톤, 악마와 서큐버스 등 나름의 통일성이 있었고 지난 회차를 떠올려도 그렇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양도 양이지만,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면 4층에서는 프리다의 말대로 정말 아무렇게나 나왔다. 악마에 케르베로스에 좀비에, 그냥 되는 대로 튀어나왔다. 그것이 줄곧 느껴졌던 위화감의 정체였다.
“마치, 무언가에 쫓겨서 우르르 올라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