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43
〈 543화 〉 5층의 탐색
봉인의 장치가 없다면 베히모스를 실체화시킬 수 없다. 안개인 베히모스를 실체화시키는 방법은 그 이외에는 없었다.
순수하게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게임을 뜯어서 검증된 사실이었다.
‘그러면 실체화는 못 시키는 거야? 아니, 아니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구조도 항상 멋대로 변하는 지하 미궁이니 베히모스를 따라 장치가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지.’
나는 동요를 숨기며 지도를 여기저기 터치하며 확대했다.
[안개로 인해 내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난 회차와 달리 베히모스의 안개는 단순한 상태이상 바닥이 아닌, 직접 나아가지 않으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로 구현되었다.
‘……손수 찾아야 한다 이건가.’
기존에는 평범하게 맵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리할 수 없어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되어있다는 건 도리어 장치가 있을 가능성도 느껴졌다.
안 보이게 한다는 것은, 보통 숨기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반증이니까.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 지하 미궁 어딘가에 베히모스를 실체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4개 존재할 거야.”
“실체화시킬 수 있는 장치? 그런 게 있어? 왜?”
내 말에 텟샤가 모든 유저가 생각했던 의문을 입에 담았다. 왜 그렇게 형편 좋은 장치가 있는지 좀 이해가 안 가긴 한다.
“성서의 예언에 존재하긴 해요. 지금은 기력을 다한 장치를 힘을 가진 넷이 동시에 작동시키면 어둠을 모으고 물리칠 수 있게 된다고…….”
그 부분에 대해 아비가 설명했다. 황궁 지하 미궁에 대한 의문스러운 설정의 진상은 대부분 교단의 성서에 있던 걸까. 이래서야 기존 루트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발매 예정이었던 통합 루트가 나왔다면 전부 제대로 밝혀졌을 텐데.
“그래. 아비의 말대로 그걸 전부 찾고,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으로 베히모스는 안개에서 형태를 지닌 존재로 변하지. 그러면 그때 모두 함께 물리치면 끝이야.”
“말은 쉽지만……. 저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는 거지.”
텟샤가 안전구역 너머를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3층의 사신 주변에서 느껴지던 한기와 비교하면 덜 치명적이라고 해도 분명히 오래 마시면 몸이 망가지는, 죽게 되는 안개라는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프리다, 어제 이야기했던 마석을 통한 귀환석은 만들었나요?”
“그게……. 당장은 재료가 모자라, 2개밖에 만들 수 없었어요. 요청은 했으니 이번 주 안에 재료를 받고 만들 순 있겠지만요.”
“2개인가요. 일단 지금은 그 정도로도 충분해요.”
당장 본격적인 전투로 들어가자면 각자 하나씩 챙길 수 있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탐색이 우선이다. 이 안개 안으로 모두 우르르 몰려서 갈 생각은 없으니 1, 2개여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베히모스와 전투를 하려면 만들어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재료가 모자라면, 다음부터는 저에게 말해주세요.”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줄곧 방치했던 쌓일 대로 쌓인 재료 아이템, 마석들을 우르르 바닥으로 쏟아냈다.
“와, 와아앗?! 앗, 우왓. 와앗?!”
순간 프리다가 고장이 났다. 그야 한 회차에서 두셋 얻을까 말까 하는 최고급 재료들이 와르르 쏟아졌으니 그럴 법도 하다.
“혹시 여기에서 바로 만들 수 있나요? 원한다면 책상도 준비해줄게요.”
“이렇게 순도 놓은 마석이……. 아, 할 수 있어요! 회로는 이미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와, 이거, 이거……. 와아아…….”
프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감탄하며 바닥의 마석들을 소중하게 모았다. 괜히 멋있어보이려고 귀한 걸 아무렇게 쏟아냈나 싶어 조금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걸. 전부 현금이다, 하고 와르르 쏟아내는 그런 거.
“그러면 마석을 준비하는 동안, 마방이 높은 사람이 내부를 빠르게 탐사하고 돌아와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말을 흐렸다.
적절한 마방을 갖추고 있다면 베히모스의 안개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보기에 위협적이기 그지없는 곳으로 차마 너는 마방이 높으니 들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은 약간 껄끄러웠다.
‘하지 않을 순 없는 일이야. 차라리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자.’
“제가.”
내가 결심을 내리고 말하려는 순간, 제자 중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갈게요!”
울프힐데였다.
마방도 높고 이동력도 좋기에 그렇지 않아도 유력한 후보였다.
“나도 지원할게. 여기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니까.”
그리고 뒤이어 모리건도 자원했다.
“……고마워. 가장 적합한 둘이 지원해줘서 기뻐.”
둘 다 마방도, 상태이상 저항도 제법 높다. 기존의 울프힐데는 낮았지만 제대로 신수로 각성한 상태에서는 어지간한 상태이상에는 쉽게 걸리지 않게 성장한 모양이다.
“둘 다 각성 상태는 얼마나 유지할 수 있어?”
이번에 진입하는 데 있어서 마방과 이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각성 상태로 진입해야 하리라. 미리 들어가기 전에 유지 가능한 시간, 턴 수를 계산해둘 필요가 있다.
“시간을 재본 적은 없지만……. 한 시간 정도는 충분히 유지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나도 그 정도일까 싶네. 지금까지 피곤할 정도로 사용한 적은 없어.”
“과연, 그 정도면 문제없겠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스킬 등급과 레벨 상승으로 능력치가뻥튀기된 덕분일까. 적절한 체력과 마력의 공급만 있으면 내내 유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만약 어딘가 기분이 안 좋거나, 불길한 느낌이 들면 바로 돌아와. 안전이 제일이니까. 귀환석과 통신석도 줄 테니까 계속 보고하면서 언제든 귀환할 수 있게 준비하고.”
“네. 꼭 무사히 돌아올게요!”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내 말에 울프힐데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운차게 대답했고 모리건은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둘 다 긴장하지 않고 평소대로라 든든하다.
“우선 장치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위치를 알려줄게.”
나는 바닥에 그려둔 지도에서 각각 왼쪽과 오른쪽 모퉁이를 가리켰다. 옆으로 빠지는 통로가 있는 구간이었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 이쪽 통로로 이어진 공간에 봉인의 장치가 있을 거야.”
기존 10층의 장치 배치와 비교하면 여기가 가장 있을 법한 장소다. 무작위로 배치하거나 한 게 아니라면 보통 있는 패턴이다.
“네. 그 봉인의 장치는 어떻게 생겼나요?”
“원형의 구가 올라간 기둥이야. 한 개만 작동시킬 수는 없지만.”
“만약 그 장치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우선 귀환하도록 해. 작전을 새로 짜야할 테니까.”
베히모스가 오면서 장치가 따라왔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일지도 모르지만 꼭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클리어가 불가능하고 진행도 불가능한 상황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봉인의 장치가 없다고 해도 신경 쓰이는 정보나 물건이 보이면 보고해줘.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네. 맡겨만 주세요!”
“알았어.”
나는 대강 작전의 설명을 끝냈다.
“그러면 나랑 울프힐데, 둘이 동시에 출발하면 될까?”
“그건 위험하다고 봐. 아무리 나라고 해도 베히모스의 안개 속에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가는 둘을 지휘하는 건 쉽지 않고, 통신석도 한 쌍뿐이니.”
마침 귀환석이 둘 있지만 그렇다고 둘 다 보내는 것은 분명 함정이다. 급하지 않게 차곡차곡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현실에 턴 수 제한 같은 건 없으니 서두를 이유도 없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빠르게 도와줄 수 있는 건 울프힐데와 모리건, 너희 둘이니까.”
“……응. 이해했어.”
“그러면, 일단 제가 먼저 가볼게요!”
모리건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울프힐데가 바로 자신이 가보겠다고 의욕을 냈다.
“그래. 부탁할게. 모리건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해줘.”
“알았어. 내가 가고 싶었지만, 먼저 자원한 건 울프힐데였으니.”
모리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비, 그러면 여기 안전구역 바닥에 귀환석이 목표가 될 귀환진을 그려줄 수 있을까?”
“네. 바로 준비해볼게요.”
나는 잊지 않고 아비에게 귀환진의 작성을 부탁했다. 귀환석이 있어도 귀환진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으니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저는, 일단 각성할게요.”
아비가 귀환진을 그리는 가운데, 울프힐데가 신수로서 각성을 시작했다.
“하아아아……. 후우……. 우우우우…….”
울프힐데는 깊게 심호흡을 반복하며 신체에 마력을 흘리며 신수로 조금씩 각성해갔다. 처음에는 평범해던 숨소리는 점점 늑대가 낮게 우는 것 같은 소리로 변해갔다.
사락, 사라라락, 사삭……. 사삭.
살짝 회색기를 띤 은색이었던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하얀색으로 물들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늑대의 꼬리가 망토의 뒤쪽으로 나타났다.
양손의 손등이 옅게 흰 털로 덮이고, 손톱이 날카로워졌다.
“그르르르……. 후우, 하아아. 이걸로 끝냈어요.”
신수로 각성을 끝낸 울프힐데는, 꽤 멋있었다. 기존의 신수 각성에 비해 좀 더 안정되고 반짝반짝한 느낌이 좋다.
“멋있어.”
“고마워요. 저는 약간 부끄럽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칭찬하면 바로 귀가 바짝 서며 꼬리가 파닥이는 게 귀엽다. 퍼리라고 할 정도로 수인은 아니지만 참 좋다. 아주 가능하다.
“그러면 여기, 귀환석이랑 통신석이야. 잘 챙겨.”
“네. 놓치지 않을게요.”
나는 울프힐데에게 귀환석과 통신석을 넘겼다. 울프힐데는 소중하게 망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포션도.”
“네?! 포, 포션은 왜 가져가나요?”
“? 위험하면 체력을 회복해야 하니까. 안 가져갈 이유가 있어?”
나는 갑자기 허둥지둥하며 묻는 울프힐데에게 무슨 소리냐는 듯 대꾸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아. 아아아! 아, 그랬죠. 포션, 원래 그런 용도였죠! 그랬네요!!”
그리고 뒤늦게 내 말을 이해한 울프힐데가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엄청 민망해하며 소리쳤다. 다른 제자들도 헛기침을 하거나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러브젤로만 써서 이제 본래 용도를 그만 잊어버린 모양이다.
베히모스의 안개는 체력 비례 데미지를 입힌다.
그 비례하는 정도는 당사자의 마방에 대해 따져서 들어간다.
당장 들어간 울프힐데는 1% 정도밖에 깎이지 않지만, 마방이 낮은 유닛이라면, 예를 들어 어제의 이졸데라면 턴마다 10%도 깎일 수 있다.
방심하고 허둥지둥하며 안에서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마방이 낮은 유닛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전멸해간다. 처음 시도하며 겪었을 때는 엄청나게 무서웠다.
그래서 나온 공략이 다른 유닛들은 안전구역에서 대기하게 하고 마방이 높고 이동력이 높은 유닛만 보내 봉인의 장치를 기동시켜 실체화시키는 것이었다.
‘지금은 장치의 위치도, 존재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 존재와 위치만 확인할 수 있다면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이제 들어간 지 조금 지났는데, 괜찮아? 할 수 있겠어?”
부디 장치가 있기를 바라며, 나는 통신석으로 울프힐데에게 말을 걸었다.
“시야가 짧고 숨쉬기 조금 불편하지만, 괜찮아요. 빨리 목적지까지 찍고 다녀올게요!”
통신석을 통해 울프힐데의 기운찬 목소리와 탁탁탁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빠른 건 좋지만 바닥도 제대로 확인해.”
“문제 없, 후악?!”
울프힐데가 비명을 지르고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울프힐데, 괜찮아?”
“아우, 몬스터 시체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요. 조심해야겠네요.”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텟샤와 아비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른 제자들도 걱정하고 있지만 이 둘이 제일 조마조마한 모양새다.
“울프힐데, 거기에서 왼쪽으로 돌아. 통로가 있어.”
“네? 아, 정말이다! 여기에서 꺾을게요.”
나는 월드맵에 보이는 울프힐데의 위치를 확인하며 명령했다. 그대로 통로를 지나치고 직진할 뻔했던 울프힐데는 옆의 통로로 향했다.
“응……?”
통로를 지나 넓은 곳으로 나온 울프힐데가 의아한 소리를 냈다.
“왜 그래. 무언가 발견했어?”
“아니, 그게……. 여기 안전구역이에요.”
그리고 말하면서도 무척 예상 외라는 듯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전구역이 있어?”
“네. 여기는 베히모스의 안개가 없어요.”
나는 다시 지도를 바라봤다. 울프힐데가 들어간 후에 보니 표시되었던 안개 표시가 사라지고 안전구역의 타일로 변했다.
아무래도 지도에 나오는 정보가 완전히 옳지는 않은 모양이다. 안개에 덮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새로 갱신되어 보이게 된 듯하다.
“그리고……. 장치 같은 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