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54
〈 554화 〉 마지막 싸움의 끝
“여기서 말입니까? 같이 귀환하지 않나요?”
카마인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바로 귀환하고 세계 정복이라도 시작하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언젠가 꺼내주고야 싶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거든.”
당장 베히모스를 물리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카마인이랑 레비아탄을 데리고 나타나면 모두 깜짝 놀라 자빠질 게 분명하다. 바로 2차전이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집이랑 이것저것 대충 만들어줄 테니까, 여기에서 레비아탄을 데리고 요양하고 있어 줘. 심심하기야 하겠지만.”
둘을 꺼내주는 건 대강 수습이 끝난 뒤로 하고 싶다. 꺼낸다고 해도 신생 교황청에 맡기는 정도겠지만. 둘 다 교단에 관련된 유닛이니 교단이, 여신이 맡게 하는 게 최선이리라.
“얼마든지 맡겨 주십시오. 미트 슬라임의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영원히 갇혀있는일, 과 비교하면 어떤 일이든 지복입니다.”
카마인은 별다른 이견 없이 나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비교적 태연한 모습이지만 미트 슬라임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말이 몹시 빨라졌다. 멀쩡한 것 같아도 트라우마이긴 트라우마인 모양이다.
“그 일은 미안. 하지만 내 계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레비아탄을 제압할 수 없으니까.”
“네. 그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겠지요.”
나의 가볍기 그지없는 사과에 카마인은 신경 안 쓴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케르베로스에게 처녀를 뚫리고 고블린들에게 윤간을 당한 이유는, 제가 너무 건방졌기 때문일 것이고. 자업자득, 이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카마인의 눈동자가 조금 떨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떠올리니 오싹한 모양이다.
신앙의 힘으로 어떻게든 합리화를 하려 노력하지만 역시 적잖은 트라우마이긴 할까. 그렇게 만든 사람이 나이긴 하지만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나중에 위로 차 평범하게 따먹어주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그런데 레비아탄, 일단은 네가 섬기던 신 아니야? 괜찮아?”
“제가 섬기는 것은 창조의 힘을 가진 자. 이미 힘을 잃은 저자는 하등의 가치도 없습니다.”
살짝 신경이 쓰였던 것을 묻자 카마인은 태연히 레비아탄을 경멸하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레바아탄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쌕쌕댈 뿐이었다.
“그러면 세계는 언제부터 정복하십니까?”
레비아탄에게 시선을 거둔 카마인이 굉장히 마왕의 부하 같은 대사를 했다. 그야 마왕이면 세계를 정복하는 게 국룰이긴 하다.
“세계 정복이라……. 이미 대충 끝내놨어.”
“끝냈습니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나는 대륙 전체에 암약하고 있거든. 굳이 무리해서 이상한 일을 하지 않아도 대륙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
대륙의 최고 권력자들 전부를 나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나는 세계 정복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로 뭘 할 생각은 없고, 그냥 노닥거리며 지내고 싶을 뿐이지만.
“제가 미트 슬라임에 갇혀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뭐, 무의미하진 않았어. 네가 거기에서 너덜너덜해진 덕분에 레비아탄이 저렇게 너덜너덜해진 거니까.”
나는 감탄하는 카마인에게 대꾸한 뒤, 아직도 바닥에서 퍼져있는 레비아탄을 툭툭 발로 건드렸다.
“레비아탄. 좀 일어나지? 이제 일어날 체력은 있지?”
“콜록, 흑, 허윽……. 흐으으……. 읏…….”
레비아탄은 놀라서 크게 움찔한 뒤, 나의 명령대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으……. 흣, 흐윽……. 우으으으으, 흐으윽, 히끅…….”
그리고 바로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과 동시에 아직도 남아있던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꼴사납다.
“열심히 따먹어준 덕분에 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네. 고마워하도록 해.”
“…….”
나의 말에 레비아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뭐라도 말했다가는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입을 꾹 다물었다.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제, 안 해?”
“지금은. 버릇은 꽤 고친 것 같으니.”
“힉……. 시, 싫어. 싫어……. 앞으로도 하지 마……. 죽기 싫어……. 우으으으…….”
레비아탄이 귀를 막고 웅얼웅얼 말했다. 꼭 유아로 퇴행한 것 같은 모습이다.
뭐, 10번도 넘게 죽으며 가버렸다가 억지로 살아나는 걸 반복하면 멘탈이 제대로 남아있는 게 이상하기야 하다.
“히윽, 히끅……. 이, 이제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내버려 둬…….”
“내버려 둘 거야. 나중에 꺼내줄 생각은 있지만.”
죽였다 살렸다 반복하며 신나게 따먹기는 했지만, 사실 번거롭고 정신없어서 그리 취향은 아니었다. 좀 건강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다시 따먹고 싶진 않다. 본인이 원한다면 몰라도.
“카마인이랑 같이 지내면서 자아성찰이라도 해봐. 체력단련도 좀 하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고 개발 툴을 조작해 이 새까만 공간에 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은 바닥에 흙으로 된 타일을 쭉 깔고, 그리고 집을 만들었다. 자동 생성 기능을 이용해 적당히 나무도 만들고, 가까운 곳에 이전에 만들었던 연금술부의 오두막과 같은 것을 만들었다.
“세계가 창조되고 있어……. 이것이 마왕님의 힘. 경탄합니다.”
“적당히 하는 거지만. 대충 밤낮 설정도 해둘까.”
개발 툴은 꽤 편리하게 되어있고, 원래 레비아탄이 가지고 있던 개발 능력도 내 것이 되었기에 적당히 지낼 만한 환경은 간단히 구축할 수 있었다.
“어때, 이 정도면 한두 달 정도는 문제없겠어?”
개발 툴의 기능을 적당히 활용하자 검기만 했던 이 공간은 꼭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동물 이웃이 나오는 게임의 초기 환경 같은 모습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크래프팅 기능을 하기 위한 작업대를 하나 만들어주니 제법 완벽하다.
“1년도 지낼 수 있습니다. 레온 님이 부를 때까지 충실한 나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카마인은 어떠한 불만도 없는 듯 기뻐하며 대답했다. 카마인 말마따나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생활도 나쁘지 않을까. 이왕 만들었으니 가끔은 나도 써도 좋겠다.
“그런데 레비아탄. 이곳의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문득 쭉 신경을 쓰고 있던 일에 대해 물었다.
“…….”
레비아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울어서 새빨개진 눈으로 나를 째려볼 뿐이었다.
“말 안 하면 더 따먹는다.”
“히, 히익! 과, 관측. 관측 중일 때는 다른 공간의 시간은 멈추지만, 관측하지 않고 있을 때는 이곳의 시간도 흘러가, 흘러가게 되어있어요!”
따먹는다고 하자마자 공포에 쭈그리며 존댓말로 대답했다. 건방진 여자는 자지로 혼내주는 게 특효구나 싶다.
“대충 카마인이 처했던 상태랑 비슷한가. 평소에는 같이 흘러가다가 내가 이렇게 들어와서 관측하고 있을 때 한정으로 바깥의 시간이 멈춘다는 거지.”
“그, 그렇습니다……. 따먹지 말아주세요…….”
레비아탄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덜덜 떨었다. 1시간만 전에도 히든 최종 보스다운 박력을 풍겼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그러면 카마인이랑 여기에서 요양이라도 하도록 해. 카마인, 귀찮겠지만 잘 보살펴줘. 밥 잘 먹이고, 운동도 잘 시키고. 내가 따먹어도 안 죽게.”
“알겠습니다. 마왕님이 따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단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히익. 싫어. 무슨 단련, 싫어…….”
“왜, 미트 슬라임에 처넣어지는 편이 좋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협박하자마자 바로 울면서 사과했다. 진짜 하찮기 그지없다. 꼭 몰래 아빠 지갑을 뒤지다가 들킨 어린애 같다.
“그러면 나는 이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게. 잘 지내고 있어. 빠르면 한 달 안에 다시 올 테니까.”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히윽, 힉, 우으으으…….”
나는 마왕의 모습에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항상 쓰던 월드맵을 소환했다. 슈퍼 유저가 된 지금은 기본 기능조차 무한히 확장되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있던 장소로 귀환하시겠습니까?]“먼저 물어주니 고마운걸.”
나는 YES를 선택했다. 그리고 주변의 광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선생님?”
원래 있던 곳, 하늘로 떠오르고 있던 돌 위로 돌아오자마자 루시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응. 루시아. 왜?”
“아, 그게……. 그냥 불러봤어요. 왠지 불안해져서.”
내가 대답하자 루시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로 끝난 거죠? 다들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 거겠죠?”
“그래. 전부 끝났어.”
그렇지 못할 뻔했지만, 어떻게든 잘 처리했다. 갑자기 이공간에서 레비아탄을 만나고 쓰러뜨리고 왔다느니 말해봐야 무슨 소리인지는 모를 테니 말은 아끼기로 했다.
“왠지 실감이 안 나네요……. 후아아.”
긴장하고 있던 루시아는 기지개를 쭉 펴며 말했다.
“뭔가 불안한 일이라도 있었어?”
“아, 그게……. 어릴 적 봤던 동화에서는,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사명을 다한 용사가 부름을 받아 사라져버리거나 하는 결말이 많았거든요.”
약간 신경이 쓰여서 물으니 루시아가 약간 부끄러운 듯 검지를 콕콕 맞대며 대답했다.
“동화 내용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
“그, 그럴 수도 있잖아요. 선생님 자체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건 그렇긴 하다.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할 뻔했던 걸 생각하면 루시아의 불길한 예감은 꽤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막상 베히모스를 해치우고 나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안 그래서 다행이에요.”
“설령 부름을 받는다고 해도 내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
나는 안심하는 루시아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명이니 뭐니 그런 것보다 내 마음대로 사는 거랑, 너랑 한 약속이 제일 중요하니까.”
나의 말에 루시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으으으 신음했다. 옆에 앉아있던 이졸데가 쇼를 한다는 듯 칫, 하고 작게 혀를 찼다.
“기뻐서 키스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그쪽 돌로 가다가 떨어질까 무섭네요! 기뻐요!”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내가 그쪽으로 가줄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 그랬다간 다른 제자들이 질투할 것 같으니 일단 자제하기로 했다. 당장 근처의 텟샤도 부럽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고.
“그러면 이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자. 가기 전에 뒷정리는 좀 해야겠지만.”
나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야지. 어서 돌아가서 푹 쉬자.”
텟샤가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국 지하의 암덩어리를 깔끔하게 제거해냈으니 무척 개운한 모양이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다소곳이 앉아서 쉬던 유에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열심히 싸운 탓에 여기저기 옷이 찢어진 모습이 몹시 기특하면서도 야하다.
“지쳤어……. 맛있는 밥 먹고 싶어. 오기 전에 먹었던 거 같은 거로.”
“저도요. 무사히 이겨서 다행이에요.”
돌 위에 퍼진 모리건과 울프힐데가 말했다. 둘 다 각성 상태가 풀려 평소대로의 모습이었다. 사이좋은 모습이 보기 좋다.
“모두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몇 번인가 위험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모두가 무사한 것은 아비의 도움이 무척 컸다.
“짐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도 아직 현역이네요.”
“이런 경험, 앞으로 다시는 하기 싫어…….”
프리다는 도움이 된 게 기쁜 듯 웃었고, 이졸데는 진짜 지쳤다는 듯 돌 위에 풀썩 누워버렸다.
“정말, 다들 고생 많았어.”
나는 웃으며 격려한 뒤, 풀썩 돌 위에 누웠다.
게임이라면 슬슬 영상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올 지점이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당연하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니까.
나는, 무사히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