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73
〈 573화 〉 프리다랑 아이 만들기
점심시간, 식사를 끝낸 뒤 숲의 오두막.
“어린데도 벌써 이렇게 책벌레라니, 크면 대단한 학자가 되겠어.”
연금술부, 아니 연금술과의 대표인 알리가 이제 다섯 살이 된 루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루카스는 알리의 칭찬에 대답도 하지 않고 책에 볼을 댄 채 독서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어?”
“원소학 개론. 꽤 어려운 책인데 그럭저럭 이해하는 것 같아.”
나는 루카스가 읽고 있는 책을 같이 훑어보았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스킬이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거랑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 어쩔 수 없을까.
“루시아의 아이라고 하면 왈가닥일 줄 알았는데 조용한 책벌레라서 의외야. 아이 중에서는 루카스가 제일 얌전하지?”
“그렇지, 너무 책만 봐서 눈이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제일 친한 플로렌스가 끌고 다니지 않을 때면 내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항상 책을 읽고 있는 귀여운 꼬마가 있다고 사관학교 내에서 소문이 날 정도다.
그 옆에서 기다리다 지루해서 쿨쿨 자 버리는 엄마, 루시아의 소문도 함께.
“마석의 교체가 끝났어요. 이번에는 좀 더 품질이 좋은 물건을 썼으니 몇 년은 버틸 수 있으리라고 봐요.”
“아. 고생했어요.”
앞으로 어떤 애가 될까 생각하던 중, 루시아의 엄마인 프리다가 옆방 문을 열며 나왔다. 마석을 사용하는 복잡한 기구(정확히 뭐 어떤 기구인지는 잘 모르겠다)의 마석 교체 작업을 끝낸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프리다 씨 도움을 정말 많이 받네요.”
“이곳의 연구로 마석의 사용처가 넓어지면 저야말로 이득이니까요. 상부상조죠.”
연금술과의 연구에 있어 마석은 필수다.
그렇기에 질이 좋은 마석을 제공해 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가공해 주기까지 하는 프리다는 연금술과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조력자였다.
“루카스, 오늘 공부는 어땠니?”
“원소에 대해 공부했어요. 재밌었어요.”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던 루카스는 프리다가 말을 걸자 바로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알리의 말은 무시하고 집중했으면서 프리다에게는 깍듯이 대한다.
“벌써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착하기도 하지.”
“감사해요, 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하는 프리다에게 감사를 표하던 루카스가 움찔했다.
“조모님.”
“……”
그리고 할머니라고 부르려는 것을 멈추고 조모님이라고 말을 고쳤다. 연구실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겉모습은 3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해도 갓 마흔 살이 된, 나이를 최근 몹시 의식하고 있는 프리다에게는 몹시 심란해지는 칭호였다.
“루카스. 편하게 불러도 괜찮단다.”
“아, 아니에요. 조모님이라 부르는 게 편해요.”
사실 할머니로 불리는 것보다 루카스가 이렇게 말을 고치는 게 훨씬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아직 루카스는 거기까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조모님은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젊으시니까요.”
“응, 고맙구나……”
루카스에게 악의는 전혀 없다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프리다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연금술과 오두막을 나와 루카스를 루시아에게 보낸 뒤, 테라스의 카페.
“다섯 살에게 그런 배려를 받으니 조금 죽고 싶어졌어요……”
프리다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신경 쓸 것도 없지만요. 마흔 살이 되었다고 해도 프리다 씨는 여전히 3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인다고요?”
프리다는 나이만 따지고 보면 이제 40대지만, 외견만 보면 30대, 좋게 보면 20대 후반으로도 보이는 동안이다. 얼굴에도 주름살 하나 없고 피부도 탱탱하다. 그러면서도 몸매는 완전히 성숙한 여성의 풍만한 그것이라 참 좋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은 기쁘지만, 실제 나이라는 건 그리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사자에게 있어서 나이는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인지, 프리다는 울상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최근 꽤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뭣하면, 기분 전환이라도 할래요?”
그런 프리다에게 나는 슬쩍 ‘기분 전환’을 제안했다.
마침 나도 오후는 비었다. 재미를 보기엔 딱 좋은 시간이다.
“네? 아, 기분 전환…… 말이죠.”
프리다는 내 제안의 속뜻을 이해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제안은 무척 기쁘지만,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 기회로 미룰게요.”
정말 미안해하며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설마 이번에도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그런가요. 요즘 바쁘신가 봐요.”
“그렇죠. 좀 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최근 프리다와 하지 않은 지 한 달은 넘었을까. 찾아올 때마다 가끔 제안했지만 프리다는 도통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여유도 안 날 만큼 바빠 보이지는 않는데도.
‘갱년기인가? 아이를 만들자는 것도 사양했었고…….’
심지어 아이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사양했다.
본인이 거절하는데 차마 계속 강요할 수도 없으니 일단 이해했지만, 상당히 석연찮은 기분이다.
“…….”
무언가,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날 저녁.
“여보,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루시아가 드물게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방에 찾아왔다.
“응. 괜찮아. 무슨 일이야?”
“엄마에 관한 이야기예요.”
마침 프리다의 이야기였다. 내가 석연찮게 느끼는 부분이 루시아에게도 있는 걸까. 내 쪽에서 상담해 볼까 생각하기도 했던 차이니 무척 반갑다.
“마침 나도 신경 쓰고 있던 차야. 일단 먼저 들어 볼까.”
“네. 저, 그간 많이 고민해 봤는데……”
루시아는 방 안에 들어오며 침대에 앉았다.
“엄마를 임신시켜 드렸으면 해서요.”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뜸 엄청난 말을 꺼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하긴 했지만, 항상 당돌하게도 직구를 던지는구나 싶다.
“프리다를 임신하게 해 달라고?”
“네, 엄마는 손자인 루카스 하나면 충분하니 괜한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고 말하고 계시지만, 역시 가지게 해 드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놔 드리는 것처럼 임신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다. 효녀라면 효녀라고도 할 수 있을까. 패륜과 효도의 절묘한 경계다.
“나도 그러고 싶기야 한데, 본인이 정말 괜찮다고 하니까 말이지.”
“사실 그것뿐이면 저도 이해할 수 있는데, 요즘은 좀 아닌 것 같아요.”
루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엄마, 섹스도 거의 안 하고 계시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거의 한 달 넘게 안 했어.”
바쁘다며 거절한 프리다를 제외하면 다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섹스했다. 아내들은 일주일에 꼭 한 번은 했고 아내가 아닌 여자들도 그 정도는 하는 와중에 압도적으로 적은 숫자다.
“역시 그랬군요. 하아……”
루시아는 답답하다는 듯 깊게 한숨을 쉬었다.
“엄마는!! 너무 자신의 행복에 인색해요!!”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안 봐도 뻔해요!! 젊은 애들 사이에 자기가 끼어드는 게 민폐라고 생각해서 안 하는 거겠죠!! 누가 빠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이해 못 하겠다는 듯 울분에 차서 루시아가 소리쳤다.
“왜 여기까지 와서 혼자 말도 안 하고 그러냐고요, 지금까지 많이 희생했으면서!! 진짜!!”
루시아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화냈다.
화나면서도 답답하고 슬프기도 한 걸까. 나는 루시아를 끌어안고 토닥여 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해.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렇게 양보만 하면 평생 행복하지 못하잖아요. 억지로라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나의 품에 안겨서 루시아는 중얼중얼 말했다. 나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며 그대로 잠시 달래 준 뒤 풀어 주었다.
“그러면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 하고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진지하게 방법을 회의해 보려고 했지만 루시아의 대답은 평소대로 깊은 생각이 없었다. 애 엄마가 되어도 루시아는 머리 좋은 바보였다.
“예전에 브리깃이 했던 거랑 같은 말을 하네. 그것도 그렇게 나쁜 방법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금 그렇지.”
억지로 해 봐야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크다. 무리해서 임신시키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임신 섹스는 서로 애정이 넘치는 가운데에서 하고 싶다.
“아니면 술이라도 실컷 먹여서 솔직하게 전부 실토하게 하면 어떨까요?”
“그건 일단 하고 보는 것보다 더 범죄 같은데.”
“예전에 엄마랑 처음 할 때도 그랬잖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그때는 그랬었지. 나의 가장 큰 적은 과거의 나였다.
결혼하기 전의 뒤틀린 내가 해 온 짓을 돌아보면 정말 별짓을 다 했구나 싶어 부끄럽다. 안 좋은 의미로 혈기가 넘쳤던 시기다.
“……술이라.”
하지만 술이라고 듣고 나니 마침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술 먹이시게요?”
“아니. 술 말고 다른 먹일 만한 물건을 생각해 볼까 해.”
만들라고 하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알고 있다. 당장 오늘 낮만 해도 거기에서 시간을 보냈으니까.
나는 루시아와 함께 바로 연금술과로 찾아갔다.
“그러니까, 자백제를 만들어 달라고?”
“대충 비슷해.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약’ 같은 거, 만들 수 있겠어?”
“으으음……”
알리는 내 부탁을 듣고 턱에 손을 대고 고민했다.
“그렇게 복잡한 효과를 가진 약을 만드는 건 무리야.”
그리고 무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좀 더 단순하게 접근하면 비슷한 걸 만들 수는 있지.”
하지만 내가 실망하기도 전에 바로 씩 웃으며 대안을 제안해 왔다. 역시 연금술과다.
“비슷한 거라, 어떤 건데?”
“‘생각한 것을 바로 입 밖으로 내게 만드는 약’일까. 동방의 약재를 이용하면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재미있는 약이 나왔다. 먹게 되는 순간 생각을 바로 말하게 되는 걸까.
그거라면 속내를 감추거나 사양하지도 못하고 솔직한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지금 프리다에게 먹이기에는 딱이다.
“……루시아에게는 별 효과가 없겠네.”
“그렇겠지. 항상 생각한 걸 그대로 내뱉고 있으니까.”
그리고 바로 내 옆에 있는 루시아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으리라.
“무슨 말이에요! 저도 말하기 전에 고민 정도는 한다고요!”
“어떤 고민?”
“……지금, 어떤 고민을 한다고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혹시 싶었지만 역시 별다른 고민 안 하는 모양이다. 그게 루시아의 매력이지만.
약이 무사히 완성된 다음 날, 우리는 프리다를 초대했다.
“오늘은 특별히 조금 귀한 차를 준비했어요. 마시면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동방의 차는 부드러워서 좋아해요. 기대되네요.”
연금술과, 구 연금술부 전원이 모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세르비아가 프리다에게 차를 내왔다. 왠지 메이드복을 입고 있어 조금 신경쓰인다. 드래곤이 메이드인 만화, 어디에서 봤던 것 같은데.
“여기,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해요, 세르비아.”
프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탓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느리게 마셨다. 성분과 맛 자체는 실제로 차와 큰 차이가 없으니 저항감은 없어 보인다.
“후우…….”
조용히 차를 마시던 프리다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어때요, 입맛에 맞나요?”
“과자도 준비할까요? 좋아하시는 거 있나요?”
세르비아와 알리가 괜히 긴장하며 묻고 첸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조용히 자기 몫의 차를 마시는 가운데.
“맛있어요. 섹스하고 싶네요.”
프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앞뒤 없이 바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