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91
〈 91화 〉 삼자면담
“프라이버시에요. 알고 싶으시다면 저와 좀 더 친해진 뒤에 묻는 건 어떠실까요.”
나는 능글거리며 이졸데에게 대답했다. 텟샤가 적당히 하라는 시선을 보내왔다.
이졸데는 텟샤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면 대련으로 알아보는 것은 어때? 마침 갤러리도 잔뜩 있는데.”
“지금은 텟샤에게 용무가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부탁드려요.”
나는 이졸데의 대련 요청을 거절했다. 이졸데도 별로 받아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듯 다음을 기대한다고 하며 내 옆을 지나갔다. 지나가기만 해도 무언가 강렬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졸데에게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이졸데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지금 저 위치에 있는 거니까.”
이졸데가 사라지자마자 텟샤가 주의하듯이 나에게 말했다.
“혈통 같은 게 아니라?”
“그래.”
가볍게 비꼬았지만 태연하게 받았다.
“평민 출신이 검술만으로 제국의 장교가 되고 30대를 막 넘긴 나이에 사관학교의 검술 교수로 추천받았다는 건 굉장한 일이지.”
“실력이라면 나도 뒤처지진 않는데.”
“교수님은…… 규격 외니까 제외야. 상식적이지 않다고.”
“뭐, 그렇긴 하지.”
“다만, 나라고 해도 이졸데를 상대로 깔끔하게 이길 자신은 없긴 해.”
“그래?”
이졸데는 극후반 합류 유닛답게 초기 레벨이 굉장히 높다. 입수 시기에서 육성이 완전히 끝난 1티어 유닛과 비등한 스테이터스를 지니고 있을 정도다.
거기에 헤이젠처럼 특정 상황 외에는 쓰기 어려운 성능인 것도 아닌 평범한 검사, 그중에 크리티컬 트리의 상위호환이다.
크리티컬 검사는 엠블럼 레전즈에서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닛 중 하나다.
기본 공격력은 크게 높지 않다. 하지만 안 그래도 크리티컬 데미지가 높은 엠블럼 레전즈에서 성능과 무기가 갖춰진 크리티컬 검사는 적어도 40%, 상황이나 상성이 잘 갖춰지면 80%에 가까운 확률로 크리티컬을 터트릴 수 있다.
거기에 이졸데는 자체적인 스킬로 안 그래도 높은 크리티컬의 데미지 배율을 더욱 높일 수 있어, 본디 상성일 중갑을 착용한 탱커 유닛도 확률적으로 빈사, 운이 좋으면 한 방에 해치워버린다.
복잡한 상성과 계산 싸움을 한순간에 선후공 가위바위보 싸움으로 바꿔버리는 변수이자 룰 브레이커, 그것이 이졸데였다.
‘멀찍이서 디버프를 잔뜩 걸어서 다가오지도 못하게 한 뒤 마법으로 지지면 순식간에 녹일 수 있긴 하지만, 그런 수비적인 대형을 짜게 강요한다는 점부터가 강력한 부분이지.’
물론 내가 쓰면 그렇지 않다.
분명 80%까지 크리티컬을 올려놨는데 20%의 확률로 낮은 데미지의 일반 공격만 반복하다 마법으로 지져져서 죽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괜히 텟샤를 일반적인 검술 트리가 아니라 도끼술 트리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내가 쓰면 구리지만 상대가 사용하면 게임이 죽어라 답답해지는 유닛. 그것이 크리티컬 검사였다.
“말해두지만, 검보단 도끼를 단련하는 게 좋아. 텟샤.”
“나한테는 검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상황에 따라선 둘 다 써도 좋지.”
나는 텟샤와 적당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졸데를 바라보았다. 워낙 강한 여성 이미지가 큰 탓에 별로 인기는 없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제법 매력적이었다.
‘이졸데는 침대에선 어떨까. 전투적인 섹스를 할까, 아니면 의외로 부끄럼쟁이일까?’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고 마는 건 섹스를 안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흠, 흠. 아무튼, 내가 널 찾아온 건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니야.”
나는 헛기침을 하며 딴생각을 넣어두고 텟샤를 바라보았다.
“……그렇겠지. 진즉 파악하고 있었어.”
항상 눈치가 빠른 텟샤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태연하게 나를 마주 보았다. 황녀답게 정보망이 빠른 걸까. 솔직히 대단하다.
“오늘은 네 방에서 하자. 1시간쯤 뒤에 정리하고 찾아갈게.”
“미디다스 남작에 대한 정보를 원해.”
“……응?”
“어?”
나와 텟샤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하고 싶었어?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앗, 어, 응? 어?! 아, 아니야?! 미, 미디다스 남작? 자, 잠깐. 잠깐만.”
시간차로 텟샤의 얼굴이 화악 새빨개졌다. 완전히 내가 섹스하자 말하러 온 걸로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아,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하고 싶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교수가 나를 찾아올 때는 보통 그런 이야기니까 그럴 거라 생각했던 거지 딱히 내가 하고 싶다든지 욕구불만이라든지 그런 것은 아니니까……!!”
“하고 싶다면 해야지. 그러면 방에서 기다릴게.”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텟샤에게 짧게 대답했다.
“……응.”
텟샤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시선으로 멀찍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솔직해지면 참 귀엽다. 앞으로도 이러면 좋겠는데.
1시간 뒤, 내 방으로 민망해하며 찾아온 텟샤와 기분 좋게 섹스한 뒤 나는 미디다스 남작에 대해 물었다.
“미디다스 남작은 제국 최대 금광의 소유자야. 갑자기 그 사람은 왜?”
절정의 여운이 가신 텟샤가 알몸으로 이불을 덮고서 의아해했다. 나는 텟샤에게 핫초코를 한 잔 타서 건네주었다.
“뭐야. 이 고급스러운 차? 달면서도 부드러운데.”
“맛있지?”
엠블럼 레전즈에서도 유닛 대부분이 좋아하는 기호품이다. 신기하다는 듯 홀짝이는 모습을 보면 꽤 뿌듯한 기분이 든다.
“미디다스 남작의 이름이 왜 나왔냐면, 그 사람이 루시아의 어머니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야.”
“루시아의 어머니를? 그게 무슨 소리야? 암살이라도 한다는 거야?”
텟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분위기 전환이 빠른 점이 좋다.
나는 의아해하는 텟샤에게 대략의 전모를 전달했다. 텟샤는 핫초코를 홀짝이며 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게 된 거구나. 노이스 가도 참 고생이 많네.”
상황을 전달받은 텟샤가 남은 핫초코를 전부 마시고 입가를 닦으며 대답했다.
“사실 황가에서도 미디다스 남작은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아. 아버지에게는 굽실대지만 그 이외에는 지독하게 무례하거든. 그리고 너무 밝혀.”
“밝힌다면, 여색을?”
“그래. 찾아올 때마다 꼭 밤에 황가의 메이드를 자기 방으로 불러대거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땐 대놓고 내 가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서 확 베어버리고 싶었어.”
“음. 그렇구나.”
괜히 내가 다 찔린다. 그런 내 기분을 알아차린 듯 텟샤가 능글대며 웃었다.
“교수는 그럴 능력이 있잖아? 그 녀석에게 있는 건 오직 돈뿐이니까 이야기가 달라.”
“제국 황녀가 그렇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한결 편하네.”
텟샤에게 예전의 적대적인 태도는 거의 사라졌다. 이전에 아비와 울프힐데에게 보여주면서 했던 섹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태도가 부드러워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드한 플레이의 명분이 적어진 부분은 다소 아쉽기도 했다.
‘뭐, 지금의 텟샤라면 상호 합의 간의 하드한 플레이도 얼마나 가능하겠지만. 애널도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으니.’
“그래서 미디다스 남작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루시아의 엄마에게 집적대지 못하게 하는 게 우선 목표일까. 너무 달라붙어서 곤란해하고 계신다고 했거든.”
“그런가. 그래서 내 힘을 빌리고 싶다는 거지?”
텟샤가 나에게 어깨를 기대오며 물었다. 나는 텟샤의 파랗고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검사로서는 유지하기 힘들 긴 머리카락이 매력적이다.
“그것도 그거지만, 개인적으론 금광에도 꽤 흥미가 있거든.”
“오. 그래?”
내 말에 텟샤가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났다.
“마침 잘됐네. 사실 황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
“황가도?”
“그래. 제국 정보부에선 미디다스 남작이 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정황은 진즉 파악했거든. 내버려 뒀다가 큰 건수가 잡히면 터트려서 재산을 몰수해버릴 각을 세우고 있었어.”
텟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재산의 몰수라니 참 제국다운 작전이다.
“다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서 말이야.”
“결정적인 증거 말이지?”
“그래. 자잘한 증거야 얼마든지 있지만 그걸 모아도 큰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거든. 기껏해야 감봉과 경계를 사는 정도로 끝나버릴 정도의 일밖에 없어.”
텟샤가 답답하다는 듯 살짝 인상을 썼다. 사관학교에 있으면서도 정보부의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마 메이드인 도로시의 덕이리라.
“결정적인 증거라. 그런 거 날조해버리면 되는 거 아냐?”
“날조?”
“아니, 날조라는 표현은 좀 안 맞으려나.”
미디다스 남작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묘하게 느껴지는 기시감이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대사로 들었다고는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인벤토리를 쭉 둘러봤을 때, 그 기시감의 정체가 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미디다스 남작과 관련된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관련된 를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있었다.
“미디다스 남작은 금을 빼돌리는 것 따위보다 훨씬 지독한 일을 저지를 ‘예정’이거든.”
“뭐야, 그게? 굉장히 흥미로운데. 그 이야기 좀 더 들려줘.”
텟샤가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더욱 몸을 밀착해왔다. 부드러운 가슴이 기분 좋게 팔과 가슴에 달라붙는다. 꼴린다.
“……한 발 입으로 빼주면 말해줄게.”
나는 약간의 고민 끝에 조건을 내걸었다.
텟샤는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동작으로 이불 안쪽으로 내려가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입으로 해주는 거, 정말 좋아하네.”
그리고 내 자지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발기시키고 그대로 혀로 할짝대며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귀두를 날름거리다가 입에 물고 쪽쪽 고개를 앞뒤로 왕복했다.
“처음 시켰을 때는 혀만 살짝살짝 대는 것밖에 못 했는데 말이지……. 좋다.”
“츄르릅, 푸하아. 후후. 황녀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츄릅, 쥬르릅…….”
이전의 성교육 섹스 이후 적극적으로 되어서 제법 귀여워졌다. 나는 가쁜 한숨을 쉬며 기분 좋게 텟샤의 펠라치오를 만끽했다.
다음 날, 나는 루시아와 함께 교문에서 가장 가까운 교사의 옥상에서 대기했다.
루시아의 어머니는 점심 즈음에 미디다스 남작과 함께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충 11시쯤 되었으니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여담으로, 뒤늦게 들은 이름은 프리다였다. 루시아에 비하면 조금 딱딱한 발음이라 괜히 더 무서운 이미지로 상상되었다.
“오랜만이다 보니 엄마라고 해도 조금 긴장되네요.”
“나보다 긴장되겠어? 이렇게 빨리 학부모를 면담하게 될 줄이야.”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교문을 힐끔힐끔 살피는 루시아에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솔직히 미디다스 남작 같은 것보다 루시아의 어머니를, 프리다를 만나는 게 훨씬 무섭다.
초면에 따귀를 맞거나 얼굴에 물을 끼얹어지지 않을까 무서울 따름이다. 내 빈약한 상상력도 무섭다.
“아, 멀리서 마차가 오고 있어요! 엄마 같아요!”
눈을 가늘게 뜨고 교문 너머를 째려보던 루시아가 뭔가 발견한 듯 외쳤다. 그 말대로 멀리에서 고급스러운 마차 한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교문에서 멈춰선 마차에서 한 여성이 나왔다. 나는 월드맵의 줌업 기능을 이용해 확대했다.
‘키가 크네.’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키가 크다는 것이었다.
제법 장신이었다. 텟샤보다도 살짝 클까. 나랑 비교해도 같거나 커 보인다.
그런데 루시아는 왜 이렇게 작은 것일까. 작아서 좋지만 순수하게 의문이 느껴졌다.
‘루시아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걸.’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루시아와는 완전히 반대의 것이었다.
루시아가 분홍빛의 하얀 색이라고 하면 어머니는 푸른빛의 하얀색이라고 할까, 같은 하얀 머리카락이지만 풍기는 분위기나 톤이 전혀 달랐다. 눈매도 동그란 루시아와는 정반대의 날카로운 눈매다.
같은 칭호를 아무렇지 않게 달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우아하고 차가운 인상의 여성이었다. 이쯤 가면 죽은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 궁금해질 정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그리고 저것이…….’
가슴은 확실히 컸다. 아니, 크다는 단순한 표현으론 모자라다.
‘유부녀의 가슴인가……!!’
나는 감탄했다. 아니, 약간의 감동마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