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95
〈 95화 〉 노이스 가 모녀덮밥
“술집에서 만난 남자라는 점? 어쩌다 참가한 도박에서 거금을 따줬다는 사실에 반해버렸던 점? 싸구려 반지를 주면서 다음에는 더 멋진 반지를 선물한다느니 하는, 결국 더 멋진 반지를 주는 날은 찾아오지 않았던 프러포즈에 넘어간 점?”
“……잘못되지 않은 부분을 찾는 게 더 힘들겠네요.”
총체적 난국이다. 모든 면에서 잘못됐다. 순진한 마을 처녀도 그런 남자는 피한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거절하려고 할 때 그 인간이 했던 내가 제대로 된 남편이 되어줄 수 있는지 어떤지, 도박해보면 어때? 라는 말.”
프리다가 옛일을 떠올리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머리를 쿵 박았다.
“그게 멋진 말이 아니라 개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기에 저는 너무 어렸어요! 사랑의 도피니 뭐니 한심하기 그지없어! 로맨스 소설을 너무 읽어서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했던 건지!”
도무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인 듯 프리다가 차가운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격렬한 어조로 소리쳤다.
“몇 살이었는데요?”
“……17살이요.”
내 질문에 프리다가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나이면 그럴 법도 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어요. 아이는 가져버렸고, 제가 없던 사이 아버지는 메이드와 야반도주, 어머니는 화병을 끙끙 앓다가 돌아가셨죠.”
17세에 아이를, 루시아를 가져버리다니 억세게 과속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자식이 있는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 동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젊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저에게 남아 있던 건 미래라곤 보이지 않는 망할 도박꾼과 기울대로 기울어버린 노이스 가였어요.”
“괘,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우울해하는 프리다를 루시아가 응원했다.
“도박꾼을 보내버린 뒤에는 그 인간의 바보 같은 부분만 쏙 닮은 딸아이와 저만 남았죠.”
“…….”
그리고 상처받았다. 나는 조용히 울 것 같은 표정의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 필기시험 성적은 꽤 좋았는데 말이에요…….”
“공부를 잘하는 거랑 머리가 좋은 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그 말, 전혀 위로가 안 되거든요?!”
루시아가 버럭버럭했다. 프리다가 쿡쿡 웃었다.
“뭐, 그 바보 같은 성격이 그나마 그 인간의 좋은 점이긴 했어요. 제가 반했던 부분은 그거였으니까요. 그거만 닮은 게 축복이죠. 도박이니 술이니 하는 건 안 닮았으니.”
프리다가 손을 뻗어 루시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루시아는 불만이 있어 보이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완전히 애 취급이다.
“혹시 아버지가 평민인 탓에 마법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크게 걱정했지만, 이번 시험 결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내서 정말로 안심했어요. 선생님의 덕택이 크네요.”
프리다가 나를 바라보며 감사를 표했다. 루시아의 영향인지 나를 교수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이 괜히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싫진 않으니 정정할 생각은 없지만.
“루시아가 원래 재능이 있는 아이였을 뿐이에요. 노력하는 방법이 너무 우직해서 개화하지 못했을 뿐이죠.”
“그걸 어떻게 잘 해주신 게 선생님이니까요. 거듭 감사드려요.”
프리다가 재차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저에 비하면 확실히 괜찮아 보이는 애인을 만난 것도 기쁘네요.”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쿡쿡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차가운 분위기는 거의 남지 않았다.
“조금 엉큼한 것 같지만.”
“사실 조금 정도가 아니지만요.”
“루시아,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프리다가 후후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며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혀 넣는 키스를 했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는 극심한 두통이 몰려와 쓰러질 뻔했다니까요. 루시아도 나처럼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낚이고 말았어. 이제 노이스 가문은 끝났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어서.”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낚이고 만 것은 솔직히 크게 부정할 순 없는 부분이다. 노이스 가문의 제대로 된 남자를 못 만나는 불운은 사실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전부 기우였으니 안심이네요. 그런데 선생님.”
“네?”
“선생님은 이런 발육 부진한 애한테 흥분이 되나요?”
“히잇?! 어, 엄마?!”
프리다는 옆의 루시아를 확 끌어안고 로브 안쪽으로 손을 확 집어넣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가슴을 조물조물 만지기 시작했다.
“정말 하나도 안 커졌네, 가슴. 그 인간의 아래쪽이랑 비례하는 건가?”
“으으, 커질 거니까요! 언젠가!!”
가슴을 마구 만져지는 루시아가 울상으로 소리쳤다. 멀찍이서 직원이 굉장히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몰래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재미있게 구경하는 중이다.
“내가 볼 때 네 가슴은 애를 낳기 전까지는 안 커질 거야. 이미 네 성장은 끝났어. 키도 더는 안 클 거야.”
“저주는 그만둬요!! 하, 하지만 선생님은 작은 가슴이 좋다고 했으니까요!!”
“어머나. 그러시군요.”
프리다가 가늘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재밌다는 듯 쿡쿡 웃었다. 괜히 민망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가슴‘도’ 좋다는 것이다만.
“선생님이 괜찮으시다면 괜찮겠죠. 아무튼 루시아를 잘 잘 부탁드려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일을 못 보는 게 탈이지만, 정말 성실하고 착한 아이니까요.”
프리다가 루시아의 가슴에서 손을 빼며 루시아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제야 갑작스러운 성희롱에 해방된 루시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앞으로 조심할 테니까요. 그렇게 주변을 못 보나요, 저?”
“그런 면이 루시아의 장점이기도 하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괜찮아.”
주변을 모를 정도로 뭔가에 몰두할 수 있는 건 도리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해서 스스로 바꾸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섹스할 때 완전히 몰두해서 할딱이는 게 특히 엄청 귀여우니까, 괜히 자제해서 그 음란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좀 전에 루시아의 가슴을 ‘그 인간’이랑 비교했던가요.”
“아.”
내 질문에 프리다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이건 루시아와 닮았다. 실제론 그 반대겠지만.
“별로 안 컸나 봐요?”
“…….”
내 노골적인 질문에 프리다가 순간 인상을 확 찌푸렸다. 취기가 꽤 돌아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NG였던 걸까.
“꽤 무례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뭐, 괜찮지만요.”
긴장했지만 괜찮았다.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여자치고는 키도 큰 편이잖아요. 가슴도 크고. 17세 때에도 별반 다를 거 없었거든요.”
나는 잠시 17세의 프리다를 상상해보았다.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지금 모습에 코스프레처럼 교복을 입은 모습밖에 상상되지 않는다. 이건 이거대로 꼴리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물건은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가 정말 큰 건지는 모르긴 하지만…….”
프리다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제 몸에는 한참 모자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물건으로 임신한 것도 기적이다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한숨을 쉬듯 말했다. 잘 몰라도 어지간히 작긴 작았나 보다.
“그마저도 루시아를 낳은 이후 한 번도 안 했으니 솔직히 거의 기억나지 않아요.”
“한 번도 안 했다고요?”
루시아를 낳은 뒤 남편의 쓰레기 같은 부분을 깨달은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남편이 젊은 시절의 프리다를 두고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못 했다고 할까요.”
프리다가 한숨을 쉬며 접시 위의 스테이크를 포크로 푹푹 찍었다.
“제가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애를 낳는다는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됐다고.”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필사적이었으니까요. 아이를 만들면 그 인간을 잡아둘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 인간은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저에게 도리어 질려버렸다며 더 이상의 동침을 거부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프리다는 웃고 있지만, 억지로 이 상황을 웃긴 일로 받아들이고 싶어서 필사적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루시아가 제 삶의 낙이 되어주지 않았더라면, 솔직히 저는 죽었을 거예요.”
“엄마…….”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은 듯 루시아가 슬픈 표정으로 프리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구원의 시선을 보냈다.
꼭 행복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다소 삐뚤어진 형태의 효심이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저는 매력이 없는 여자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나는 프리다의 자학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프리다 씨가 매력이 없다면 대륙의 여자 90%는 추녀가 될걸요.”
“그래요? 입바른 말이라고 해도 싫지는 않네요.”
내 말에 프리다가 쿡쿡 웃었다.
“진심이에요. 프리다 씨는 예뻐요.”
“애 딸린 과부 아줌마가 뭐가 예뻐요?”
“그렇다고 해도 아직 30대잖아요? 얼굴에 주름살도 하나 없으시면서.”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프리다는 조금 동요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인간’이라고 부르는 죽은 남편이 왜 프리다 씨와 섹스리스로 지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에요.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더 젊으셨을 적에는 여신과도 다름없었을 터인데.”
나는 계속해서 프리다를 띄우는 말을 이어갔다. 띄우는 말이랄까, 솔직히 진심이었다.
“뭐, 이해는 가요. 너무 아름답고 완벽한 여자 앞에서 자신의 하찮음에 차마 손대지 못한 것이겠죠.”
그리고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말해주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여자 앞에선 도리어 발기하지 못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
프리다는 그런 관점은 처음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너, 너무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꼴사납게 두근거리게 되니까.”
그리고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중얼중얼 말했다. 부끄러워할 때의 루시아와 똑 닮아서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저를 두근거리게 해서 어쩌실 생각이에요. 루시아에게나 더 잘 해줘요.”
“괜찮지 않아요? 저는 루시아에게도, 프리다 씨에게도 잘해줄 생각이니까.”
나는 프리다에게 산뜻한 미소를 보냈다. 프리다는 나와 잠시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루시아를 불렀다.
“……루시아.”
“네?”
“선생님, 잘 잡아. 차이지 마.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 네가 만날 남자는 분명 술주정뱅이에 네게 몸으로 돈을 벌어오라고 할 쓰레기가 나올 테니까.”
“……가끔 엄마가 하는 말은 덕담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어요.”
“질투일지도 모르지.”
프리다가 쿡쿡 웃었다. 사랑으로 행복해져 본 적이 없는 그녀이기에 어느 정도는 진담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뒤,
“그러면 이만 일어나야겠네요…… 앗.”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프리다가 휘청거렸다. 분위기를 타서 술을 꽤 많이 마신 탓이었다.
나는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가 어깨를 빌려줬다. 부드러운 가슴이 내 어깨에 기분 좋게 밀착했다.
“……꼴사나워라. 이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저도 좀 취기가 오르네요. 오늘은 근처에서 쉬고 가죠.”
“그편이 좋겠어요. 잔뜩 취한 상태로 돌아와도 이상한 소문을 살 거고요.”
나와 루시아는 자연스럽게 쉬고 갈 각을 제시했다. 프리다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 가게 근처에 자주 묵는 여관이 있어요.”
“자주 묵는……?”
프리다가 순간 눈썹을 찌푸렸지만 나와 루시아는 프리다가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서둘러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체크인하고(여관 주인이 아주 기막히단 표정을 지었다) 방으로 들어간 순간,
“자주 묵는다고 했나요?”
약간 술이 깬 듯한 프리다가 문을 닫기 매섭게 추궁했다.
“그렇다는 건 딸아이와 혀 섞는 키스 이상의 일도 하신 건가요?”
예상은 했지만 매서운 지적이었다. 루시아가 움찔하고 긴장하며 스리슬쩍 프리다와 거리를 벌렸다.
“그보다 훨씬 젊을 때 사고를 친 저이기에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일에 정신이 팔릴 시기는 아니지 않나요?”
“히끅?!”
프리다는 루시아의 목덜미를 콱 잡고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임신이라도 했다가는 피차 굉장히 곤란해질 텐데요. 선생님의, 학생의 신분이 둘 다 위태로워질 거예요.”
그러고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며 하는 말로 보였지만 아주 약간의 자신도 알아 차라지 못한 듯한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숙박비는 제가 낼 테니까 옆 방을 쓰세요. 이 방은 저랑 루시아가……?!”
프리다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내가 갑작스럽게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
“읍, 읏?! 읏, 흐읍! 읏……! 앗, 하아, 아……!!”
물론 입술을 대는 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틀며 프리다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