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act, it's a different world RAW novel - Chapter 258
외전 1. 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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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글쓴이)
ㅇㅇㅈ 진짜 복학해? 난 솔직히 안 할 줄 알았는데…. ㅇㅇㅈ이 뭐가 아쉬워서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그 전설의 ㅇㅇㅈ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걸까 복학하면 나랑 같은 학년이던데 ㅋㅋㅋ
― (익명1) ㅇㅇ 2학기부터 복학한다더라.
└ (익명3) 과사 조교님들도 진짜 복학할 줄은 몰랐다고 하시던데 ㅋㅋㅋ 교수님들도 되게 반가워하시고…. 정작 학교 다닌 건 1학년 1년밖에 안 되던데 엄청 좋아하시는 거 보면 진짜 ㄹㅈㄷ이긴 했나 봐
― (익명2) 아무리 연예인이어도 학교에선 선배임ㅋㅋㅋ 지금 커뮤에 남아있는 사람치고 ㅇㅇㅈ보다 선배인 사람 거의 없을 텐데 본인이 볼 수도 있는 장소에서 말 까버리기 ㅋ
└ (익명4) 그러는 본인도 말 깠는데?
└ (익명5=2) 본4 동기다 어쩔래
익명 (글쓴이)
선배님 솔직히 말해봐요. 선배님 사실 쌍둥이고 다른 한 명은 6년 동안 공부하다 왔죠.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어 ㅇㅁㅇ
― (익명1) ? 이게 뭔 소리야?
― (익명2) ㅋㅋㅋㅋㅋㅋ너 한의예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익명3) 너 유 교수님 의학한문2 듣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익명4=글쓴이) ㅇㅁㅇ… 너무… 어이가… 없엉….
└ (익명6) 공부 잘한다, 전설이었다 소문만 들었지 ㅋㅋㅋㅋㅋ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요….
― (익명5=1) 아니 그니까 이게 다 뭔 소리냐고?
└ (익명7) 이거 특정 인물 언급이라 이래도 되나 모르겠는… 좀 이따 지움 밑댓
└ (익명8=7) 오늘 교수님들이 개강 기념ㅋㅋㅋㅋ으로 저번 학기에 배운 의학 한문 얼마나 기억하는지 보자고 쪽지시험 봤는데 그 유명한 복학생 ㅇㅇㅈ이 만점 받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ㅇㅇㅈ은 1학년 2학기 때 휴학해서 의학 한문1 듣지도 않았다던데 어케 만점이신지…?
― (익명9) 의학 한문 1 안 듣고 2 들을 수 있어?
└ (익명10) ㅇㅇ 우리가 걍 편하자고 1, 2 구분해서 부르는 거지 사실 둘 다 그냥 임! 1에서 배운 게 2에서 나와서 1 먼저 듣는 게 좋긴 한데 2학기 복학하는 사람 중에 2 먼저 듣는 사람들 꽤 있엉.
익명 (글쓴이)
우리 학교에 이이정 복학했다며! 실물 한번 보고 싶은데 티 나지 않게 슬쩍 보고 올 만한 데 있을까? 강의실 근처?
― (익명1) 도서관….
└ (익명2) 2222
└ (익명3) 33333
└ (익명4) 444444
└ (익명5) 555 걍 어디 돌아다닐 필요 없이 저녁 먹고 도서관 가 보면 도서관 어딘가에 있음….
└ (익명6) 666 도서관 여기저기 옮겨 앉긴 하는데 어쨌든 도서관에 있음
익명(글쓴이)
ㅇㅇㅈ 이번에 복학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진짜 배우 됐다고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서 너무 놀라움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다시 도서관 지박령된 게 제일 신기함 ㅋㅋㅋ 주변 시선도 신경 쓰이고 그래서 공부해도 학교에선 안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지박령이더라 나 도서관에서 ㅇㅇㅈ 발견하고 예과 1학년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순간 ㅋㅋㅋ
― (익명1) ㄴㄷㄴㄷ 개강 첫날부터 얘를 도서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스케줄 없나 봐….
└ (익명2) 아냐 내가 ㅇㅇㅈ 팬인데 얼마 전에 화보도 찍었어…. 연기만 안 하는 거지 오히려 활동기보다 광고나 화보는 더 많이 찍는 듯….
“이이정!”
12시가 넘어 중앙도서관의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 커피라도 한잔 더 뽑아둘까 싶어 도서관을 나온 이정이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너 졸업 안 했냐?”
“군대 갔다 왔지. 이제 본과 2학년이다. 그러는 너는 예과면서. 어때? 오랜만에 공부하는 소감은? 할 만해?”
친구라고 하긴 힘들지만 같은 수업을 들으며 종종 대화하곤 했던 몇 안 되는 동기 중 한 명이 자료를 잔뜩 든 채 이정에게 물었다.
“그냥… 뭐.”
이정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사실 전엔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이긴 해.”
“내가 제대하고 복학해서 딱 그런 기분이긴 했는데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이정의 동기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핸드폰이 뭐 어쨌다고?”
“너 한커 안 해?”
한국 대학교 커뮤니티. 줄여서 한커.
한국 대학교와 한국 예술 대학교 이렇게 두 학교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한국대생의 놀이터와도 같은 커뮤니티였지만, 이정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일이었다.
“귀찮아….”
이정이 괜히 SNS도 하지 않고 우재에게 일임한 것이 아니었다.
종종 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왜인지 본격적인 커뮤니티는 그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너 때문에 한커 완전 난리 났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예 모르고 있었네.”
“난리는 무슨 난리. 커피?”
“우리 학교는 네가 강의실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난리야. 투샷으로, 땡큐.”
이정은 쫄래쫄래 따라온 동기에게 원두커피 머신에서 나온 커피를 건넸다. 밤새워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대 도서관 근처에는 이런 커피 머신이 여럿 있었다.
‘예전엔 이 돈도 아까웠는데.’
무인 커피 머신의 커피 가격이 아무리 싸다 해도 커피 한 번 마시는 값이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다. 회귀 전 이정은 차라리 후자를 택했었다.
― 찰칵.
“사진은 왜 찍어?”
“대스타 이이정 배우님한테 받은 커피라고 자랑할 거야.”
이정의 동기, 준우가 아무 무늬 없는 흰 종이컵이 무슨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본과 많이 힘드냐?”
“지금 그 말투는 내가 마치 본과에 가서 미쳤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잘 들은 거 같네.”
“진짜 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태평하게 하고 싶은 말은 꼬박꼬박하는 이정의 말투에 준우가 피식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사실 이정을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걸었어도 준우 역시 많이 고민한 채였다.
서로 안면을 트고 시답잖은 말을 나눌 정도의 친분은 있어도 그게 결코 그들이 친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실제로 이정이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준우는 그와 한 번도 사적으로 연락한 적 없었으니까.
“너 이번에 복학했다니까 동기 여자애들이 난리더라. 일 년만 더 일찍 복학하지 그랬냐고.”
“제적되기 전에 겨우 복학한 거야.”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계속 휴학했으니 이정의 동기 중 대다수는 졸업을 한 상태였다.
남은 사람이라곤 준우처럼 군 휴학을 했거나 일반 휴학을 오래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너 이제 휴학 못 하겠네?”
“군 휴학은 남긴 했는데 그건 말 그대로 군 휴학이니까.”
“너무 늦게 가지 마라.”
“이미 빠른 편은 아니지.”
준우가 이미 다녀온 자의 여유를 뽐내며 킬킬거렸다.
“그럼 배우 일은? 한동안 쉬는 거야? 우리 과 수업이 배우 일이랑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널널하진 않을 텐데.”
힘들기로 소문난 한의학과인 만큼 타당한 걱정이었다.
“남들 한 학기에 듣는 거 난 일 년에 쪼개 들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어떻게든 졸업은 하겠다는 거구나.”
“당연하지.”
그 굳건한 의지에 준우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다 진짜….”
회귀까지 했으니 이번에는 몇 년이 걸리던 기필코 졸업하고야 말겠다는 이정의 마음을 준우가 알 리가 없었다.
이정과 준우가 몇 년 만에 본 동기답지 않게 나름대로 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찬가지로 도서관의 출입이 통제되기 전 찌뿌둥한 몸을 움직이기 위해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 이들이 아닌 척 이정을 힐끔거렸다.
“우와… 동기라서 좋겠다.”
“나도 말 걸어보고 싶은데….”
연예인이 많은 한국예대와 수업을 공유해 나름대로 또래 연예인들을 자주 본 한국대 학생들에게도 이정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저기….”
“아, 죄송해요. 쓰세요.”
내내 커피 머신 앞에서 대화를 나눈 탓에 머신을 쓰기 위해 저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한 이정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사과했다.
회귀 전 같았으면 아무리 동기라도 이렇게 오래 대화하지 않았을 텐데, 여러 의미로 여유가 생겨서인지 이런 대화도 꽤 즐거웠다.
“아, 그게 아니라.”
머신이 목적이 아닌듯한 상대의 말에 이정의 시선이 그를 불렀던 이에게로 옮겨졌다.
“경영학과 이시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자친구가 선배님 팬이라서….”
암암리에 쏟아지는 시선에 여자친구를 위해서 용기를 낸 남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 네.”
복학 이후 처음 받아보는 사인 요청에 이정이 잠시 멈칫했다가 그가 건네는 종이에 사인했다.
“대화하시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사인을 받은 그가 다시 한번 꾸벅거리더니 도서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
“사인이나 사진 요청 많이 없었지?”
“방금이 처음이야. 너도 알잖아.”
학생 때부터 유명인이 많은 한국대나 한국예대만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유명인이라도 학교에 있을 땐 학생일 뿐이니 그들의 학교생활을 망치지 말 것.
그 때문에 학교 내에서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받는 건 학교 내 이벤트로 유명해진 사람인 경우가 더 많았다.
이정이 한뉴 모델로서 사진 요청을 받았던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였다.
준우도 이정의 사인을 받아다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 암묵적인 룰 때문에 참고 있는 중이었다. 일종의 눈치싸움이었다.
“사인해 줘?”
“어. 이왕이면 사진도 한 장 찍자. 동기님.”
아쉬워하는 듯한 준우의 태도에 이정이 혹시나 하고 묻자 그가 냉큼 대답했다.
“도서관이나 강의 중에는 좀 그렇겠지만, 이렇게 잠깐잠깐 나와 있을 때는 괜찮아.”
이정이 준우가 들고 있던 자료 중 적당한 종이에 사인하며 말했다. 준우를 향한 말이 아니라 아직도 그를 힐끔거리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말이었다.
그러자 몇몇이 쭈뼛대며 이정에게 다가왔다.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그날, 한커에는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익명 (글쓴이)
이정 선배님 사인 겟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공부하러 간 나 자신 칭찬해.
익명 (글쓴이)
눈치게임 대성공! 사진도 찍었다!!
이정은 그렇게 나름대로 평안한 학교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학생들은 의외로 금방 이정에게 익숙해졌다.
TV에서만 보던 배우 이이정이 아니라 현실의 이이정이 더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복학하자마자 과탑의 자리를 차지한 일이나, 사상 최초로 한뉴 표지 모델을 두 번 하게 된 일이나, 어쩔 수 없는 조별과제에서 무임승차하려던 조원의 이름을 PPT에서 빼버린 일 등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