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an't play soccer, you di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UCL 16강전 (4)
근 며칠간 나는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주력했다.
필드의 리더십을 써가며 훈련 간 근엄하게, 때론 엄격하게 주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선수들은 따라와 주었다.
그 외에도 상당수 선수는 최근 2연패가 자극제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악착같이 훈련에 임하는 걸 보면.
“헤이! 파비우! 그게 다냐? 응?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뛰어서야 되겠냐고!”
안데르송 퐁가라는 사자는 훈련 간, 제일 만만한 파비우 코앤트랑을 향해 비아냥거리듯 외쳤다.
하지만 얼굴을 붉혀가면서도 코앤트랑은 이를 악물며 훈련에 임했다.
한편에선 주앙 무팅뉴가 미구엘 발로소와 중거리 슈팅을 훈련했고.
패드로 로드리게스는 안토니오 칸드래바와 함께 드리블 훈련에 매진 중이었다.
코치가 옆에서 양 선수의 훈련 점수를 일일이 체크해 가며.
이처럼 선수들은 서로를 적정선에서 자극하며 더욱 높은 훈련량을 끌어내고 있었다.
나 또한 다를 바 없다.
“한판 붙자. 누가 더 빠르게 반응하는지!”
야닉 드살로가 내 승부욕을 자극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옆에 있던 코치가 신호를 보냈다.
“레드!”
호명과 함께 나와 드살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왼쪽 앞에 놓인 레드 콘을 향해 달려들었다.
툭!
그리고 손끝으로 한 번 터치하고는 다시금 뒷걸음질 쳐 잽싸게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이어선.
“블루!”
이번엔 우측에 있던 블루 콘을 향해 미친 듯 질주해 손을 뻗고선 자리로 복귀.
뒤쪽에도 각각 옐로우 콘과 그린 콘이 적정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이는 반응속도를 늘리기 위한 리액션 타임 훈련이다.
다양한 색깔을 앞뒤 좌우로 배치해 코치가 호명하는 색에 따라 달려가 터치하는 것이다.
리액션 타임 훈련은 확실히 반응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아주 유용했다.
골게터가 반복 숙달하게 되면 갑작스레 맞닥뜨린 세컨드 볼처럼, 슈팅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기습적인 찬스가 와도 이런 불특정 상황에 적응한 몸이 더욱 빨리 스탠스를 잡게 되니까.
“옐로우!”
툭!
“그린!”
툭!
“아아! 야닉! 늦다, 늦어어!”
“이익!”
여러모로 스포르팅 1군 훈련장은 화악 달아오른 분위기였다.
* * *
시간은 흘러 리그 22라운드.
브라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언론과 복수 팬들은 우려를 표했다.
[기세 꺾인 스포르팅 CP, 도깨비 브라가 상대로 승리 취할 수 있을까?] [브라가 6연승 상승세! 스포르팅 CP 2연패……! 승자는 누구?] [2경기째 골 침묵 중인 호마리우, 일부 전문가들 ‘체력 안배 필수…… 지금 호마리우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쳤어……!’]– : 호마리우는 확실히 로테이션이 필요해 보이던데? 최근 두 경기 간 몸 상태가 썩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 : 소년가장 호마리우만이 아니야. 바이날둠이 있는데도 파울루 판투는 주앙 무팅뉴랑 미구엘 발로소를 고집하잖아.
– : 와, 2연패 했다고 언론 반응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그런데 나도 왠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 리그 최하위 팀 상대로 결국 결승 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잖아. 지금 스포르팅 선수들은 멘탈적으로 문제가 많아.
부정적인 반응이 오간 데는 최근 두 차례 기록한 패배 방식이 졸전,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브라가와의 경기가 시작되고서, 원정길에 오른 라이언들은 연신 환호성을 내지르기 바빴다.
접전 혹은 스포르팅의 3연패를 예측한 일부 기자들도 프레스석에서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그도 그럴 게.
철렁-!
[고오오오오올! 호마리우우!] [3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리드합니다아아아!] [좌측면에서 연결한 파비우 코앤트랑의 컷백 크로스를 왼발 발리킥으로 마무리지었는데요오오오!] [깔끔한 터닝 동작 이후 골키퍼의 눈을 속이는 슈팅! 아아, 호마리우다운 역동적이며 침착한 몸놀림이죠오!]호마리우의 선제골에서 불과 5분이 지난 후.
뻐엉-!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올! 주앙 무팅뉴우우우!] [스포르팅의 꼬마 캡틴, 무팅뉴가 25m 바깥에서 때린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아아!]전반전 44분엔 패드로 로드리게스의 우측면 드리블 질주 후 외곽에서 때린 슈팅이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빠졌다.
철렁-!
이는 고스란히 득점으로 연결되며 전반전 만에 3점 차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스포르팅 선수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후반전 들어 안데르송 퐁가를 비롯한 선수들은 더욱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향해 물어뜯듯 외쳤다.
“왼쪽으로 붙어!”
“내려앉아! 내려앉아서 플레이해!”
“발 뻗지 마! 멍청아!”
“다들 집중해! 2골 앞서 있다고 허세 부리지 말라고!”
“야닉, 이 똥멍청이야! 왜 위험한 지역에서 되지도 않는 마르세유턴을 구사하고 지랄이야!”
모든 선수들이 경기 중 대화를 통해 위치를 다잡고 상대를 악착같이 마크했다.
그 결과.
삐, 삐, 삐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최종 스코어는 5 : 0.
호마리우의 1골 2도움과 패드로 로드리게스, 주앙 무팅뉴의 한 골.
안데르송 퐁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헤더 골, 드살로의 세컨드 볼이 득점으로 연결되며 간만에 대승을 거두었다.
갈대 같은 언론은 대번에 태세 전환에 돌입했다.
[스포르팅 CP! 16강 2차전 앞두고 화력 폭발! 8강 진출도 모른다!] [공수 부분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과시한 스포르팅!] [안방 사자, 스포르팅 CP! 브라가전 통해서 완벽한 담금질!]* * *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선수들은 스포르팅의 안방에 발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주제 알발라드 인근에 위치한 임시 베이스캠프에서 담소를 주고받으며 여유롭게 훈련에 임했다.
루이스 판 할조차 마치 마실이라도 나온 것처럼 선수를 주시하기보단 코칭 스태프와 사담을 주고받았다.
“알크마르 수석 코치로 활약했을 때 스포르팅에서 수석 코치 제안이 온 적도 있었어.”
“정말이요? 그때가 언제였는데요?”
“으음. 1988년이었지. 하지만 난 가지 않았지.”
“당시면…… 루이스 피쿠가 막 스포르팅에 입단할 시기였군요!”
“맞아. 그 외에도 스쿼드 댑스가 꽤 두터운 편이었지.”
수석 코치는 부러움이 깃든 눈길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와아, 저였다면 당장 짐부터 쌌을 것 같은데요.”
“나 또한 그럴 뻔했네. 하지만 스포르팅보다 더욱 매력적인 구단이 딱 하루 차이로 날 원한다고 연락해서…… 행선지를 급히 변경했지.”
판 할이 언급한 행선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약스군요!”
루이스 판 할은 우쭐한 감성에 취한 것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과거 아약스에서 굵직한 역사를 써 내려갔다.
3년간 레오 배인하커르를 보좌한 끝에 1991년 감독 지휘봉을 잡아 6시즌 동안 수많은 영건을 발굴해 낸 것이다.
대표적으로 파트릭 클라위배르트, 데니스 바르캄프, 프랑크 데 부르, 에드빈 판대르사르 등이 있었다.
판 할이 발굴하고 지도했던 선수는 아약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황금세대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때 전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았죠. 아약스의 팬으로서 감독님의 안목과 전술적 역량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기뻐했습니다.”
한 코치가 동경 어린 시선으로 중얼거렸다.
루이스 판 할은 절로 입꼬리가 씰룩대는 것을 느끼며 거들먹댔다.
“걱정하지 말게. 이번 시즌에도 바이에른은 아약스 이상 가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자만이 아니었다.
현재도 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중이고, UCL에선 8강 진출까지 떼놓은 당상이지 않은가?
단언하건대, 현 뮌헨의 스쿼드 댑스는 아약스 전성기와 비교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한 코치가 스포르팅을 깎아내렸다.
“스포르팅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그런 졸전을 펼칠 줄은 정말 몰랐는데요.”
옆에 있던 전력분석관도 거들었다.
“확실히 리그 차이가 나긴 하나 봅니다. 리그에서 무패 경기를 이어간다고 해서 솔직히 1차전을 앞두고 꽤 긴장하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분데스리가 하위권 수준 팀이더군요.”
“호마리우는 확실히 재능은 있으나 미숙했죠.”
루이스 판 할 또한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프리메이라 리가는 그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으니까. 그나마 스포르팅의 기세가 조금 올라온 형태이긴 하다만…… 뭐, 허울뿐이었던 거지.”
16강 1차전을 앞뒀을 때만 하더라도 내심 긴장했었다.
프리 시즌부터 EPL을 박살 내더니 리그에선 전승을 달리지 않나?
나아가 UCL 조별 경기에서조차 아스널, 아약스,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전승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
아약스전과 아스널전을 본 판 할은 그 순간 ‘제발 16강전에서 스포르팅과 붙지 않게 해 주시오’ 하며 빌었을 정도였다.
물론 뮌헨이 더 뛰어난 팀이긴 하다. 그러나 결승까지 치러야 할 경기는 많지 않은가?
굳이 복병을 만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야 비교적 쉬운 상대와 붙는 게 나았다.
하지만 막상 1차전에서 맞붙고 나서 루이스 판 할의 생각은 일변했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던 거지. 스포르팅도 결국 내림세에 접어든 프리메이라 리가에 속한 팀이었거늘!’
1차전에서 4 : 0 스코어.
점수 차뿐만 아니라 경기력 부분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하다시피 했다.
원정 경기를 앞두고 루이스 판 할이 이리도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였다.
이스탄불의 기적이 찾아와도 결코 추월할 수 없는 스코어가 아닌가?
더욱이.
‘갭 차이가 나도 너무 나.’
1차전만 봐도 알 수 있다.
루이스 판 할은 훈련장에서 노니는 선수들을 보며 벌써부터 승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스포르팅 선수들과 우리 뮌헨 선수들은…… 노는 물부터가 다르다고.’
스포르팅의 졸전을 눈앞에서 본 탓인지 상대를 매우 낮춰 보게 되었다.
반대로 뮌헨 스쿼드는 훌륭함을 넘어 굳건하기까지.
‘1.5군을 내세워도 이길 수 있어.’
실제로 루이스 판 할은 도르트문트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이번 경기에서 1.5군을 가동할 생각이었다.
그 누구라도 제 판단에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8강 진출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야.’
주축을 무리하게 가동했다간 도리어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딱 좋았다.
무엇보다 판 할의 머릿속에서 16강은 이미 떠나고 없는 일.
일찍부터 8강전, 4강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흐음. 8강 상대로는…… 바르셀로나보다는 인테르 밀란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났으면 하는데.’
판 할의 머릿속에서 스포르팅 CP는 뒷전을 넘어 진즉에 탈락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