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an't play soccer, you die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세대교체 (4)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
첼시 vs 라이프치히 친선 마지막 대결.
4만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드불 아레나는 만석으로 가득 찼다.
비록 친선전이라 할지라도 붉은 황소(라이프치히 서포터즈)들은 경기 내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언론의 관심도 나름 지대했다.
라이프치히는 사상 처음 분데스리가 1부에 진출했으며, 예열의 마지막 상대로 EPL 제왕 첼시를 상대하게 됐으니.
그렇듯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친선전이라 할지라도 첼시 선수진을 상대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본인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본 시즌에 앞서 감히 첼시를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었기에.
뻐엉-!
티잇!
[아스미르 배고비치! 티모 배르너의 회심의 슈팅을 펀칭으로 걷어냅니다! 아아, 볼이 데드라인 뒤로 빠지며 라이프치히에 코너킥을 내주는군요!]우측 코너킥 키커로 에밀 포르스배리가 위치했다.
첼시 문전에 양 팀 선수들이 한데 뒤엉키고.
뻐엉-!
포르스배리는 인사이드로 휘어지는 크로스를 때렸다.
티모 배르너가 페널티 스포트 우측 선상으로 잘라 들어가는 다이빙 헤더를 구사한 것도 그때.
타앙-!
헤더에 맞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이내 배르너는 이맛살을 와락 찡그렸다.
예상과 달리 볼이 높이 뜨며 골라인에 대기하고 있던 배고비치의 품 안에 정확히 안겼으니.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 황소들은 아쉬움 뒤 박수갈채를 보냈다.
전반전 20분 동안 0 : 0 팽팽한 승부를 유지 중이지 않나.
그것도 전년도 EPL 우승팀인 첼시를 상대로.
물론 주전 선수 전부가 빠진 영향도 없잖아 있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안챌로티를 뒤이어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주제 무리뇨.
그는 친선 마지막 경기에서 주앙 무팅뉴, 호마리우, 은골로 캉태와 같은 주요 선수를 모두 벤치에 앉힌 채 시작했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라이프치히로서는 기회였다.
2군급 아닌 거의 2군과 다를 바 없는 멤버가 포진해 있는 동안 적어도 한 골 이상을 뽑아 넣어 모두를 놀라게 하자!
우리를 위해 응원하는 붉은 황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자!
첫 시즌, 우리가 분데스리가에서 먹힐 수 있다는 걸 첼시를 상대로 반드시 증명하자!
라는 게 라이프치히 선수들의 공통된 바람이었으므로.
그 바람은 선수들에 강한 동기부여를 일으켰고 끊임없이 뛰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전반전 34분.
기어코 라이프치히는 선제골을 가져갔다.
전방에서부터 강한 프레싱을 가한 끝에 2군 풀백, 조나단 빅터가 골키퍼에게 횡패스를 시도한다는 게 미스로 이어졌고.
툭-!
첼시 문전 부근에서 어슬렁대던 배르너는 잽싸게 골키퍼 뒤로 빠진 볼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2군 골리, 아스미르 배고비치가 급히 볼이 지나간 방향으로 힘껏 달려나갔으나 배르너가 좀 더 빨랐다.
툭!
철렁!
[고오오오올 배르너어어어!] [페널티 스포트 우측 지점에서 반대 포스트로 깔아 찬 슈팅으로 선제골을 가져가는 라이프치히이!] [아아, 첼시의 어설픈 후방 빌드업을 놓치지 않은 티모 배르너입니다!]고대한 끝에 터진 득점에 라이프치히 팬들은 단체로 기립해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신성, 티모 배르너는 그런 팬들을 향해 달려가 두 팔 벌려 포효를 내지른다.
반면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던 주제 무리뇨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중계 카메라가 이쪽을 비추자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리더니 윙크를 건네기까지.
뻔한 이유였다.
친선경기인 이유도 있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레알 마드리드를 끝으로 1년간 야인 생활해야 했던 주제 무리뇨는 언론을 통해 몇 번이고 언급했다.
지금의 첼시를 자기가 이끌 수 있다면.
최강 첼시라 불리면서도 여태 한 번도 이루지 못한 트레블을 자신이 들어 올리게 할 수 있으리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한 선수를 향해 유독 애정 어린 관심을 보였다.
바로 호마리우.
[주제 무리뇨 ‘호마리우는 월드클래스 중에서도 월드클래스입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를 보유한 것만으로 이미 시즌 시작 전부터 그 팀은 득점왕을 따놓은 것과 다를 바 없지요.’]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서, 호마리우는 첼시에 입성한 이래 4시즌 연속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첼시에서의 6년간 호마리우는 더욱 완성된 공격수로 성장했다.
적어도 EPL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
그리고 무리뇨는 확신했다.
후반전.
호마리우 한 명만 투입돼도 전세는 확 바뀌리라는 것을.
* * *
철렁-!
[고오오오올! 호마리우우우!]무리뇨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첼시의 2군 사이에 호마리우를 곁들었을 뿐이건만, 전반전과 후반전의 양상은 판이했다.
후반전 시작 1분 만에 동점 골을 만들어낸 호마리우.
어느덧 189cm까지 성장한 그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기며 제 튼튼한 가슴을 당당히 주먹으로 쳤다.
마리우의 득점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후반전 11분.
툭-!
로빈 로프터스치크가 우측 페널티 박스 깊숙이 침투하다 말고 횡패스.
이를.
뻐엉-!
호마리우는 원터치로 잡을 새도 없이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냅다 오른발 강슛을 때렸다.
하지만.
철렁!
[고오오오오올! 호마리우! 경기에 투입한 지 10분 만에 개인 멀티 골과 함께 팀에 역전 골을 선물하는군요오오!] [첼시 No. 9의 무시무시함이 레드불 아레나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우측 포스트 중앙으로 강렬히 꽂힌 슈팅.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던졌음에도 워낙 빠른 슈팅에 손끝조차 닿지 않았다.
원정길에 오른 블루스들은 그제야 안도 어린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우쭐한 표정으로 거들먹거리기까지.
추가 골에 성공한 호마리우는 데드라인을 따라 천천히 뛰며 한 손을 귓가에 가져가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코너 플래그 뒤쪽에 멈춰 서서는 거만하게 턱을 주억대었고.
후반전 31분에도 마리우의 득점이 터졌다.
25분경에 교체 투입한 케빈 더 브라위너의 페널티 마크로 차올린 크로스.
그 순간 호마리우는 골 냄새를 맡았다. 센터백 둘 사이를 삽시간에 비집고 파고든 것도 바로 그때.
타앙-!
철렁!
친선전임에도 불구하고 해설진은 상기 된 얼굴로 외쳤다.
[잘라먹는 러닝 헤더로 포스트 구석으로 때려 넣는 득점! 호마리우의 해트트릭입니다아아!] [엄청난 공격 침투 능력이네요오오!]* * *
런던의 한 저택.
나는 구릿빛 피부에 탄탄하고도 매끈한 근육을 뽐내며 실외 풀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넓디넓은 풀장에 있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글라스에, 갖은 포즈를 다 취하며 멋스러움을 뽐낸다.
이윽고 해먹에 누워 얼음이 동동 띄워진 상그리아를 한 모금 흡입하고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으따, 살아 있네.”
이만하면 파파라치들에게 좋은 모델 사진을 제공했다 생각한다.
허언이 아니다.
담벼락을 꽤 높이 쌓았음에도 불구, 근 몇 시즌 간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일상사진이 파파라치에 의해 세상에 퍼졌으니.
뭐, 나 혼자만의 개인 여가 생활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건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런 쪽으로 관종인 만큼 알게 모르게 기뻤다.
꽤 멋져 보이는 모습이 공개될 때마다 여성 팬들의 후끈후끈한 반응을 보는 게 참 좋았으니까.
물론 막 자다 일어난 모습이라던가.
보기 흉한 모습이 간혹 찍히는 바람에 이 짓을 몇 달째 지속하고 있다만.
“뭐, 사람은 늘 적당한 불편함 속에서 살아야 나태해지지 않고 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난…… 참 긍정적인 사람 같다.
하긴, 열 번이 넘게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했는데 멘탈이 비정상적으로 튼튼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지.
무엇보다 요 며칠간 난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되다시피 했다.
애딘손 카바니의 라인 잘라먹기를 끝으로 S급 아이템 파밍을 끝냈거든.
[2011-2012시즌 루이스 수아래스의 볼 터치 S] [2006-2007시즌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대포알 슈팅 S] [애딘손 카바니의 라인 잘라먹기 S+] [2006-2007시즌 뤼트 판 리스텔로이의 위치 선정 S+] [2016-2017시즌 올리비안 지루의 헤더 S+]6년이라는 세월 간, 나는 내가 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2016-2017시즌을 기점으로 과감히 하이 커리어 미션에 도전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템 없이도 실력이 일취월장했지.’
한 가지 애석한 건, 지난 5시즌 간 4차례 EPL 득점왕을 거머쥐었음에도 아직 발롱도르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거다.
‘괜히 욕심나네.’
이유야 뻔했다.
스페인 라리가에 리오넬 네시와 크리스티아누 로날두가 한참 라이벌 놀이에 치중해 있을 시기였으니까.
내가 한 시즌에 40골, 45골을 때려 박은들 아무짝에도 소용없었다.
당장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로날두가 48골.
리오넬 네시가 55골을 때려 박는 미친 커리어를 작성했으니까.
괜히 신계라 불리는 이들이 아니다.
‘이 미친 새끼들. 작작 좀 넣지.’
그런 만큼 이번 시즌은 하이 커리어 미션과 함께 부가적인 목적도 생겼다.
바로 두 신계를 누르고 발롱도르를 차지하는 것.
그래,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를 품 안에 안는 거다!
‘마냥 불가능한 것도 아냐.’
항상 한 끗 차이로 밀렸을 뿐이잖나.
지지난 시즌에도 발롱도르 최종 3인 후보까지 갔었잖아.
득표율도 로날두보다 앞섰다.
비록 네시 앞에 무릎 꿇어야 했지만.
어쨌든.
씰룩, 씰룩.
이번 시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내 입꼬리는 절로 끌어 올라갔다.
온몸은 그새 뜨겁게 달아오른다.
개인 역량을 떠나 팀 스쿼드 규모 면에서도 어느덧 완전체에 이른 첼시다.
4-5-1 포메이션을 가정했을 때 최전방은 나.
좌우 윙어로는 벨기에 황금 세대의 중심이 된 에단 아자르(25세), 토트넘이 아닌 첼시를 택한 손흥빈(24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엔 볼 빨개진 케빈 더 브라위너(25세).
후방 투 볼란테엔 은골로 캉태(25세), 주앙 무팅뉴(30세).
좌우 풀백엔 알랙스 산드로(25세), EPL 정상급 수비력을 뽐내는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27세).
다비드 로이스(29세), 티아구 실바(32세)로 이루어진 센터백 듀오는 나이를 먹음에도 더욱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패트르 체흐(34세)는 여전히 첼시의 든든한 수호신이었고.
벤치 선수 또한 튼튼하다.
센터백 가용 자원만 커트 주마(22세), 나단 아캐(21세), 안토니오 리디거(23세)라는 훌륭한 재능들을 보유했다.
외에도 알바루 모라타(FW, 24세), 티모 쿠르투아(GK, 24세), 세스크 파브래가스(MF, 29세) 같은 1군급 레벨이 든든히 지키는 중.
가히 더블 스쿼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딱 이 시기가 내 목숨을 내놓기에 알맞은 적기라고도 판단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