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an't play soccer, you die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최종전 (6)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가스프롬 아레나가 후끈 달아올랐다.
단순한 득점, 승리에 나올 만한 함성이 아니었다.
그들의 외침은 점차 고조되었고,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풀어낼 수 없는 강한 격류가 담겼다.
그리고 그라운드.
나는 이리저리 휩쓸렸다.
거친 물살을 온몸으로 맞듯이 앞뒤 좌우로, 휘청일 듯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결단코 쓰러지진 않았다.
내 잔뜩 커진 동공은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물망을 강렬하게 물결치고 쓸어내듯 골라인 안으로 떨어진 공을.
그 옆엔, 테어 슈태갠이 무릎을 꿇은 채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사람이 너무 놀라면 몇 초간 일어났던 기억을 단번에 날려 먹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내가 그러했다.
분명 몇 초전까지 난 어떤 일을 해낸 것 같은데,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심장은 어느 때보다 쿵쾅거렸다.
갈빗대를 부수고 튀어나올 만큼 거세게 요동쳤다.
발밑에서부터 찌릿찌릿 차오르는 전류에 온몸은 마비된 것 같았다.
“흐억, 흐억, 흐억……!”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러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거 아닌지 몰라?
바로 그때였다.
호마리우-!
호마리우-!
호마리우-!
가스프롬 아레나의 함성이 일시에 내 이름으로 새로이 물결쳤다.
귓가로 다른 격양된 외침도 들렸다.
“호마리우! 잘했어!”
“미친……! 이 미친놈아! 우리가 이겼어! 이겼다고오오!”
익숙한 목소리였다.
‘주앙 무팅뉴야. 한 명은…… 다비드 로이스.’
스포르팅 CP에서부터 함께한 나의 전우.
그리고 첼시에서 티아구 실바와 함께 철벽으로 군림한 브라질 최고의 센터백……!
또 다른 이들의 기쁨에 겨운 소리도 들렸다.
“으아아아아! 이겼다아아! 빅 이어야! 우리가 빅 이어를 들어 올렸어!”
“올 시즌만 우승컵이 몇 개야 대체!”
“우리 정말 단체로 월드베스트 일레븐에 들 수 있는 거지 응?”
“……!”
그 순간, 사라졌던 몇 초의 기억이 범람하듯 머릿속을 강타했다.
쏴아아아-!
좁았던 시야는 대번에 대야처럼 확장됐다.
다른 의미에서 내 두 눈이 부릅떠졌다.
‘미, 미친……!’
지금 내 몸뚱이는 동료들의 세찬 부대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녀석들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몇몇은 꺼이꺼이 울면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이제 블루스 중 일부도 안전요원을 뿌리치고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로 난입했다.
“호마리우우우우-!”
“첼시여, 영원하라아아아!”
그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
방금 내 득점으로 인해, 최종 승부차기 스코어가 11 : 10이 됐으니.
즉 첼시가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허어억……!”
다시 한번 숨을 흡 하고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내 정신을 더욱 일깨웠다.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빅 이어를 차지한 것도 좋으나, 그보다 기쁜 것은.
‘살 수 있어!’
그래! 이제 살 수 있다!
이만한 하이 커리어도 없잖아!
적어도 올 시즌 나는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업적을 쌓았다.
이건 팰레, 디에구 마라두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크리스티아누 노쇼 정도만 원래 배알이 단단히 꼬인 녀석이라 부정하겠지만 알 바냐!
지금!
내가 140년간의 역경을 끝내고 드디어 살아남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다!
“흐헛, 흐허허……!”
거울을 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얼굴 근육은 잔뜩 풀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멍청하게.
벌어진 잇새로 침이 줄줄 새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손흥빈이 기쁨에 겨운 얼굴로 다가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의문을 표했다.
“마리우 형! 왜 침을 흘려!”
“…….”
흘리고 있구나.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사실 주변의 말 따위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귀로 줄줄이 샜다.
정말 이런 순간이 오면 눈물과 함께 즐거운 단어가 튀어나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동료들의 거친 자축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이내 목에 핏대를 있는 힘껏 세워 외쳤다.
“제기라아아아아아아알!”
140년간의 울분과 함께 욕설이 하늘 높이 치솟듯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만 내게서 떨어져라, 빌어먹을 시스템아!
그리고 개 같은 신아!
* * *
실시간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팬들은 이 역사적인 순간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 : 이겼다! 이겼어어어어! 첼시가 이겼다아아아!
– : 대애박! 잠깐만, 지금 빅 이어까지 차지했으니…… 올 시즌에 4관왕 달성한 건가?
– : ㅇㅇ 맞음! 카라바오컵, FA컵, 프리미어 리그컵, 그리고 빅 이어까지!
– : 와. 첼시 역사 최초로 4관왕 달성이네! 주제 무리뇨 무엇?
– : 내년에 FIFA 클럽월드컵까지 차지하면 5관왕 달성인 거지!
호마리우를 향한 팬들의 찬사는 가히 빗줄기처럼 쏟아졌다.
– : 호마리우가 다 한 경기였다! 난 지렸어!
– : 호마리우가 시작하고 호마리우가 끝맺었네!
– : 해축만 20년째 봐온 내가 감히 평가하자면…… 호마리우는 역사상 최고야. 호돈신 전성기 수준을 프로 데뷔 이후 쭉 펼치고 있는 신 같은 존재라고. 인정?
– : 이제 네시와 로날두 시대는 끝났어. 진정 호마리우 단독 최강 시대가 온 거야!
* * *
한국 경상남도 진주시.
“아, 아빠……!”
김미정은 새벽 경기를 보다 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뺨이 잔뜩 달아올랐다.
TV 속은 푸른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회사 업무로 인해 경기를 직관하진 못했다.
대신 새벽 늦게까지 자지 않고, 호마리우의 경기를 140분간 쭉 봤다.
예정보다 50분이나 연장된 경기에 고작 1시간 후면 출근해야 할 상황.
하지만 지금, 피로감은 싹 가셨다.
자신의 남자친구인 호마리우가, 오랜 공방 끝에 결국 결착을 맺으며 첼시의 우승을 이끌었으니까.
“흐흡!”
미정은 그만, 범람하는 기쁨의 눈물에 두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옆 소파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김광수는 중계 카메라에 클로즈업된 호마리우를 보며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가스프롬 아레나 한편, 간만에 아들의 경기를 직관하러 러시아까지 날라온 호병재와 미야는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울었다.
“흐흐흡!”
“여보, 우리 아들이…… 크흡!”
두 부부는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한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 * *
소피아는 영국 머지사이드주에 남아 호마리우의 경기를 시청했다.
소파에 앉아 에이전트 공부에 열을 올리며.
마음 같아선 러시아행에 오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학업에 열중해야 했으므로.
그러나 지금.
소피아는 어느 때보다 들떴다.
“마리우……!”
최종 승부차기 스코어 11 : 10.
첼시가 빅 이어를 차지하고 호마리우가 클로즈업되자 소피아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첼시의 영웅이자 잉글랜드의 사자!
나의……!
“마리……!”
그때였다.
“딸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안 된다.”
아버지가 커피잔을 쥔 채 다가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피아는 그새 다소곳하게 허리를 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 어떤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뺨에 홍조가 피어오른 채 수줍게 웃을 뿐.
* * *
우아아아아아아아-!
주제에에에~!
무리뇨오오오오오오!
호~~~~!
마리우우우우!
팬들의 외침은 끊이지 않았다.
몇몇은 여전히 그라운드로 튀어나오는 돌발 행동을 보였다.
어떡해서든 선수들과 함께 이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고자.
하지만 2017년.
서포터 문화가 발전한 만큼 대부분은 처음 위치 그대로, 올곧게 서서 두 팔 벌려 환호를 내질렀다.
직후 우리는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기념 촬영에 임했다.
그러고 몇 분 뒤, 주제 무리뇨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코치진과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나 역시 헹가래 대상자였다.
UCL 최다 골을 비롯해 팀이 무패 우승을 기록한 데 공헌한 최고의 주역 그 자체였으니까.
부웅-!
높이부터가 달랐다.
아니, 동료들과 코치진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나를 던졌다 받았다 하며 점차 위치를 옮겨갔다.
블루스들이 방방 날뛰고 있는 펜스 쪽으로.
“뭐, 뭐 하는 거야, 이놈들아!”
묘한 희열에 잔뜩 취했으면서도 나는 조금은 당황했다.
펜스 가까이 붙어 있던 블루스들은 안달 난 듯이 허공에 손을 휘저어댔다.
“그래그래, 이리로!”
“호마리우를 우리에게 넘겨!”
“호마리우! 넌 우리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 흐핫!”
팬들도 한껏 들떴다.
두 눈은 맛난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번뜩였다.
동료들은 내 외침을 가볍게 무시하며 하나같이 키득거렸다.
“팬들에게 널 선물로 줄 거야!”
다비드 로이스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그때쯤,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알람이 안 울려?’
빅 이어를 들어 올리면서 시즌은 종료된 것이다.
이전 회차에서도 그랬고 모든 회차에서, 하이 커리어 미션 후 시즌이 종료된 직후엔 알람이 울렸다.
그간 나는 도합 13번의 미션에 실패하였습니다, 와 같은 기억하기 싫은 알람을 받았다.
그런데.
‘왜 안 떠오르냐고!’
이상했다.
불안감에 헹가래를 받는 중에 등 골이 다 오싹해졌다.
새삼 공기부터가 차갑게 변했다.
‘데스티네이션도 아니고……!’
잔뜩 긴장된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펜스 뒤쪽에 있던 사람들까지 날 맞이하기 위해 비집고 내려오는 게 보였다.
“비켜!”
“호마리우는 내 거야!”
“왜 밀고 지랄이야!”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는 팬들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억……!”
그만 나는 못 볼 것을 봐 버렸다.
펜스 자체가 그라운드보다 약 50cm 붕 뜨게 설치되어 있었다.
무너져도 추락사할 리는 없지만.
‘압사당할 가능성이 크잖아!’
중심을 잃은 팬들이 단체로 밀려 내려올 가능성이 컸다.
실제 축구계에서도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현재, 그 하단이.
덜컹, 덜컹!
사람들이 밀집되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무, 무슨……!”
“다들 오지 마!”
뒤늦게 펜스 가까이 붙어 있던 팬들도 이상을 인지하고는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땐 늦었다.
“가라, 마리우우우-!”
부우우웅-!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동료들이 아주 기쁘다는 듯, 나를 펜스에다 던져 버렸으니까.
“아, 안 돼, 이 멍청이들아아!”
공중에 뜬 채로 살기 위해 아등바등 몸을 비틀었으나 중력까진 거스를 순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울먹이며 단말마의 욕설을 내지른 거였다.
“이 개쉐키들!”
조금 전까지 부둥켜안으며 전우애를 나눴던 녀석들을, 나는 아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갈 땐 가더라도 그 면상들 하나하나 꼭 기억할 거다.
다시는 같은 팀 안 해!
머릿속엔 짜증스러운 의문이 자리했다.
‘왜! 미션에 성공했다는 말이 안 뜨는 건데!’
거의 동시에 따라랑-!
청량한 알람음과 함께 팝업창이 떠올랐다.
거기까지밖에 보지 못했다.
쿠콰캉-!
팬들에게 안기는 순간, 펜스가 속절없이 반쯤, 주저앉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