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an't play soccer, you die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함부르크 SV (3)
9월 2일.
독일 함부르크주 함부르크.
속칭 붉은 바지, 혹은 공룡이라 불리는 함부르크 팬들에게 있어 UEFA컵 조별 경기는 주요 관심사였다.
라파엘 판데르 파르트의 이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이 팀은 분데스리가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 : 라파엘이 떠났지만 우린 여전히 강해!
– : 맞아! 우린 여전히 강하고 솔직히 누구는 우리가 B조에서 스포르팅과 탈락하리라 예상하지만…… 난 우리가 무리 없이 32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다고 봐!
– : 이비차 욜리치의 플레이는 군더더기가 없어. 요즘 폼도 확 올랐는걸. 최근 4경기에서 4골이나 넣었잖아?
– : 제일 걱정되는 건 역시나 발렌시아지. 그 팀엔 다비드 쉴바랑 다비드 뷔야라는 두 괴물이 버티고 있으니까.
– : 보아탱이랑 콤페니의 폼도 좋아! 후프 슈테반스 감독도 팀에 이로운 전술을 고수하고 있고! 그러니 제발, 올 시즌만큼은 UEFA컵 우승컵을 들어보자고!
함부르크 팬은 리그 앙에 속한 리옹은 취급하지 않았다.
리그 수준 자체가 분데스리가에 비해 떨어진다며.
이는 리옹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모든 팀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발렌시아 CF 정도일까.
스포르팅 CP는 같은 조에 소속됐으나 논외의 대상, 그 자체였다.
대부분은 올랭피크 리옹의 카림 벤자마, 유고 요리스, 발렌시아의 다비드 형제, 그리고 호아퀸 산치스에 관해 언급할 뿐.
하지만 몇 시간 뒤.
한 유저가 게시한 글로 인해 공룡들은 스포르팅, 정확히는 한 선수에게 미약하나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포르팅 CP엔 제2의 아드리아누가 있어!]아드리아누 레이치 히베이루.
2000년대 초반, 주세페 메아차의 수호신, 인테르나치오날레의 두 번째 황제라는 수식언을 얻었던 브라질 계보의 악동 스트라이커!
그 이름만으로 공룡들은 밀물에 쓸리다시피 해당 게시글에 밀어닥쳤다.
그리고 해당 게시글에 업로드된 플레이 영상을 보며 하나같이 놀라움을 표했다.
– : 오! 이 친구 누구야? 완전 파이터 기질이 다분한 스트라이커잖아! 난 이런 유형 좋아해! 플레이 자체에서 투쟁심이 넘쳐 보인다고!
– : 내가 아는 그 괴물과는 조금 다른 유형같지만…… 확실히 눈에 띄네! 근데 최근 4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고? 이거…… 만만히 봐서는 안 될 것 같은걸?
– : 아드리아누는 아니야. 녀석은 악마의 왼발을 지녔잖아. 그런데 이 꼬맹이는…… 헤더랑 무브먼트가 또 장난이 아니네? 혼자서 수비수 몇을 끌어내는 거야!
– : 일단 덩치들을 상대로 잘 비비는군. 이 영상을 보건대 우린 세트피스에서 아주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여. 이 녀석, 생각 이상으로 점프와 낙구 판단 능력이 좋다고!
– : 호마리우? 아드리아누와 같은 브라질리언 출신이라 저런 제목을 단 건가? 일단 어그로는 확실히 끌었어. 플레이 스타일은 차이가 나긴 하지만…… 힘 있는 플레이만큼은 아드리아누를 조금이나마 떠올리긴 하네.
몇몇 공룡들은 호마리우의 배후를 파고드는 움직임, 드리블링 시의 완급 조절과 순간 대쉬 스킬을 보며 당장 영입해! 라고 외쳤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공격 포인트와 관련해서도 그들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 : 저긴 프리메이라 리그잖아. 수준 자체가 우리보다 한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 낮은 리그라고. 이비차 욜리치가 저기로 갔다면 지금쯤 10골 이상은 뽑아냈겠지!
* * *
노르트방크 아레나 내부에 자리한 감독 집무실.
접객용 소파에 자리한 이들에게선 한창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주앙 무팅뉴는 맨투맨 디펜스로 방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킥력은 아주 정교하며 파괴력을 지녔다고요.”
“무팅뉴를 맨 마킹하려면 발로소도 맨 마킹해야 하는 게 맞지요. 두 선수 모두 킥력이 출중하니까. 하지만 그 방식을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수석 코치 네마냐 빌렘이 실테 안경을 고쳐 쓰며 부정적인 입장을 이어나갔다.
“당장 미드필더엔 압박에 능한 자원이 없다는 것도 한 예죠. 다비드 야룰림은 수비적인 롤보다는 공격적인 롤에 더욱 적합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니 헬 디 용이라면……!”
“니 헬 디 용이 하드워크적인 플레이를 펼친다고는 하지만, 그를 맨 마킹에 기용하는 건 손해에요. 그는 우리 디펜시브 라인에서 포백을 우선 순위로 보호하고 나아가 인터셉트에 강점이 있는 미드필더란 말입니다.”
현 함부르크 감독, 후프 슈테반스는 스태프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으며 고개를 주억댔다.
접객용 소파에 자리한 이들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전판에 집중하면서 제 의견을 피력하기 바빴다.
스포르팅 CP 소속 선수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안도 아낌없이 내놓았다.
“올 시즌 스포르팅은 양 날개를 잃었습니다. 시몬 무크세비치와 마라트 미즈마일로프가 모두 떠나버렸으니까요. 그 자리를 최근엔 야닉 드살로와 미에드손이 메우곤 있지만 완벽한 대체는 아니란 판단이 듭니다.”
“야닉과 미에드손 모두 주력을 갖췄지만 단지 그뿐이죠. 문전에서의 키패스도 떨어질뿐더러 특히나 드살로는 결정력이 떨어집니다.”
“사이드를 활용한 전략으로 응수한다면 충분히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예요. 레프트백 로니는 거친 압박에 꽤 고전하는 형세를 보이기도 했었죠. 그러니 사이드 공격 전개가 구사될 시 풀백과 윙어 간의 간격을 아주 좁히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들의 말에 따라, 수석 코치 네마냐 빌렘은 작전판 위의 원형 자석을 일일이 조정해가며 웃음 띤 미소를 짓다가도 표정을 구깃거리기를 반복했다.
후프 슈테반스는 아주 열정적인 스태프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잖아.’
UEFA컵 B조에 속한 팀 중에서도 스포르팅 CP는 가장 약체에 해당하는 팀이었다.
그런 만큼 언론이고 여론이며, 함부르크의 지휘봉을 잡은 슈테반스까지 어렵지 않게 이 팀을 무찌를 수 있다고 봤다.
첫 경기 또한 함부르크의 홈에서 치러질 예정.
결정력에서도 한 수 위다.
‘이비차 욜리치의 폼은 최대로 달아올랐다고.’
지난 리그 경기에서 욜리치는 때리는 족족 유효 슈팅을 기록하거나 득점을 만들어 냈다.
제롬 보아탱, 빈센트 콤페니로 이루어진 센터백 라인은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쉬이 뚫리지 않았고.
그때였다.
“스포르팅 CP엔 호마리우라는 신성이 있습니다.”
“호마리우?”
한 스태프의 중얼거림에 행복회로를 돌리던 슈테반스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반문했다.
그에 따른 답변은 네마냐 빌렘이 대신했다.
“브라질 태생인지, 한국 태생인지 아니면 혼혈인지…… 국적이 불분명한 자원입니다. 저희 측 전력분석관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이름만 들어보면 브라질리언인데.”
“예, 그렇지 않아도 이름 때문에 실수로 몇 차례 언론사에서 브라질 국적으로 표기했다더군요. 뭐, 녀석의 에이전트와 구단 측이 따로 정정 요청을 하지 않은 걸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요.”
“호오? 구단과 선수 측에서 아무런 컴플레인을 걸지 않았다고?”
네마냐 빌렘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러니 여전히 국적 불명이라는 의문이 따르는 걸 겁니다. 스포르팅 팬들도 그걸로 왈가왈부할 정도예요.”
스트라이커, 호마리우의 이름이 언급됐음에도 스태프진은 그에 관한 공격 스탯, 플레이에 관해선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4경기에서 7골을 넣었단 사실은 분명 대단하나 이마저 찰나의 감탄에 그쳤다.
여러모로 리그 수준 차이가 엄연히 나니까.
그렇듯 슈테반스는 곧 자세를 고쳐잡으며 나름 신중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전력분석관의 말처럼 미구엘 발로소와 주앙 무팅뉴를 아주 조심할 필요가 있어. 그들은 스포르팅 내에서만이 아니라 프리메이라 리가 전체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히는 자원들이니까.”
미구엘 발로소와 무팅뉴는 대륙 대회에서도 꽤 인상적인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지금에선 유럽 상위클럽이 탐할 만한 지명도를 얻었고.
반면, 함부르크 스태프진이 생각하는 호마리우는 우물 안에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다.
대륙 대회 경험부터가 전무하지 않은가.
* * *
9월 7일.
함부르크의 홈구장인 노르트방크 아레나 라커룸.
경기를 앞두고 파울루 판투는 라커 의자에 자리한 선수들을 향해 계획한 전술 내용을 한 번 더 상기시켰다.
“야닉, 그리고 미에드손. 공격 과정 시엔 항상 배후 공간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우선 플랜을 머릿속에, 그리고 몸에 각인하도록 해라.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든 말든 상관없이 침투할 수 있는 타이밍엔 무조건 파고들어!”
핵심 윙어 두 명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윙포워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두 스트라이커를 배치했다.
솔직히 나로선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야닉의 세모 발을 믿느니 굴절로 인한 자살골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게 낫겠어.’
에우제비오 뽕도 참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고.
“4-3-2-1전형에서 호마리우, 너는 상대가 빌드업을 전개할 시 수비지역까지 커버할 필요가 있다.”
내게 있어 저 발언은 참으로 맥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스트라이커로서 득점만을 노리고 싶은데…… 수비 가담까지 해야 한다니.
‘경기 내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지역까지 커버하면…… 90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넉다운 될 게 뻔해.’
다르게 생각하면 판투는 내게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불과 몇 달 만에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지.
지금도 봐.
마치 에이스를 보는 듯한 들끓는 눈을 하고 있잖아.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데엔 내 체력이 놀랄 정도로 발전한 이유도 있다.
‘아다마 트레오레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내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
한국의 수도사라는 페널티 미션이 유효함에, 휴가 기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이지 운동 말고는 없었다.
상대가 함부르크라는 점에서도 이해가 간다.
함부르크의 선 수비 후 역습 방식의 카운터 어택은 상상 이상으로 날카롭기에.
뮌헨과 도르트문트 포백도 찢어버렸잖아.
“그래도 자주 내려앉는 일은 없을 거다. 함부르크의 전술 특성상 오히려 점유율은 우리가 더 많이 가져갈 테니. 너는 스스로 재치있게 체력 안배를 할 필요가 있어.”
이어 판투는 추가 지침으로 내게 점유 시에도 중앙까지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할 것을 요청했다.
“…….”
병 주고 약 주다 다시 병 주는 건가?
그렇게 짧은 라커룸 대화가 끝나고 우리는 안내 요원의 지시를 받아 게이트로 입장했다.
팀 동료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비장함이 깃들었다.
‘UEFA컵이라 이건가?’
확실히 평소와 달리 공기부터가 좀 더 묵직하고 서슬 퍼런 느낌이 든다.
야닉 드살로는 제 자리에 서서 두 손 모아 고이 기도하고, 게이트 너머론 벌써 공룡들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Geh weg(꺼져어어)! 우우우우우우-!”
응, 야유였네.
바로 그때였다.
찰나 내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툭-!
맨 뒤쪽에서 제자리 스트레칭을 하는 와중, 누군가 내 등짝을 주먹으로 밀치듯 때린 게 아닌가?
고개를 돌리자.
“He, du Milchgesicht, Frau’n gehör’n an die Waschmaschine! Geh’ Wäsche machen oder so, beovr ich dich gleich kaltmache!
(애송아, 여자는 세탁기 앞에 있어야지. 그러니 빨래나 하러 가라. 안 그럼 내가 죽여 버릴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시절이라 그런지 몰라도 제롬 보아탱이 독일어로 날 농락하고 있었다.
아주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향해 내가 하고픈 말은 이거다.
“Ich pack an deinem Schwanz und zieh’ dich schön durch den Dreck hier(존슨 붙잡고 여기 진흙탕에 마구 끌고 다녀줄게). 넌 오늘 훔바훔바로 빙의할 테니까.”
감히 기지개 켜는 사자 코털을 건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