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요이델은 본인이 당황시킨 새파란 눈을 빤히 쳐다봤다.
“자, 자장가 말고, 잘 자라고 굿나잇 키스도 하고 싶은걸요.”
그러나 호기롭게 부딪친 요이델은 잠시 고민했다.
입을 맞추는 데에는 서투르고 어색해서.
요이델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숙여 그에게 다시 살짝 입술을 갖다 댔다. 부드러운 촉감과 포근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를 잡은 손은 여전히 바르르 떨렸다. 긴장에 호흡을 참았던 요이델은 푸하, 하고 얼결에 숨을 터뜨렸다.
대체 이게 뭐야. 성하는 왜 그렇게 잘했지?
창피해서 힐끔 그를 바라보니.
“웃었어요? 우, 웃지 마세요! 언제부터 웃고 계셨어요?!”
“…….”
“진짜 웃지 말라니까요. 제가 얼마나 진지한지 아세요, 지금? 흐윽, 사람이 말을 하는데 정말…….”
울먹이며 분통을 터뜨리는 요이델이 창피함에 나가 버리려 뒤를 돌았을 때.
휙! 순식간에 몸이 당겨져 그의 무릎에 앉혀졌다. 요이델의 등허리를 받치듯 안은 율리시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꼼짝도 할 수 없이 그의 품에 갇힌 꼴이었다.
“이제 더욱 곤란해지셨군요.”
“……!”
“더 말씀해 주세요.”
그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호흡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그의 눈빛을 제대로 바라본 순간, 무슨 위험한 짓을 했는지 덜컥 깨달았다.
기름을 사방팔방으로 뿌리고 화염 던져 버린 거다.
심장이 펄떡 뛰는 걸 느낀 요이델은 부끄러워도 꿋꿋하게 표현했다.
“……저도 똑같다는 거예요. 성하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못하겠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그는 알면서 일부러 재촉했다. 요이델은 그의 품 안에 고개를 묻고 앓듯 속삭였다.
“율리시스 님을 보면 심장이 이렇게 쿵쿵, 똑같이 뛰는걸요…….”
그 순간 율리시스가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휘청거린 요이델의 손이 저절로 위로 올라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열성적이었던 두 번째와도 비교하기 힘든 날것의 입맞춤이었다.
심장이 피부에 주먹질을 하듯이 둥둥둥 가쁘게 울렸다.
얼굴이 뜨겁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짙은 입맞춤에 머릿속 생각은 정신없이 날아가 감각만 남았다.
“자, 잠깐만요……!”
황홀하고 낯선 느낌이 무서워진 요이델이 그의 뒷머리를 조금 세게 잡아당기자 율리시스는 모든 행동을 멈췄다.
그러나 잠시 시선을 교류한 사이 그의 눈빛을 보니 어떤 제재에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만둘까요.”
말로만 달래는 척 속삭이며 요이델의 등을 계속 부드럽게 쓰다듬고 오히려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럼 그만하실 거예요?”
“전혀.”
가볍게 입 맞춘 그가 다시 요이델의 잇새를 찾던 때.
“우웅…… 움냐. 아므앙, 아브아.”
플로테스의 잠투정이 들렸다.
그 순간 발화한 곳을 얼려서 소강시켜 버린 듯한 정적이 깔렸다.
요이델은 잠든 플로테스와 율리시스를 번갈아 바라보다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이성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달은 율리시스는 혀를 찼다.
“어, 어엇, 그러니까…….”
요이델은 그에게 안긴 자신의 모습과 달뜬 율리시스를 보고 터질 듯 얼굴을 붉혔다.
“시, 시간이 늦었네요. 좋은 꾸, 꿈 꾸세요! 내일 만나요!”
냅다 지른 요이델은 플로테스만 챙긴 채 삐걱거리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혼자 남은 율리시스는 입을 가리고 방금 전의 일을 상기했다. 상기가 끝나면 다시 또 복기했다. 어느덧 율리시스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한숨이 그의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어떤 꿈을 꾸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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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일로 한숨도 못 이룬 요이델이 하일에게 권유받은 꽃잎을 하나씩 뜯고 있을 때.
불쑥 유들유들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기 수장님을 뵙습니다!”
“아, 인사받으려고 말한 건 아닙니다.”
휘르무트는 예전과 다르게 존댓말을 쓰며 곤란한 듯 미소 지었다.
“저…….”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이전에 하인이라고 한 건 미안합니다.”
“네?”
“사실 하인이 아닌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척하지 않으면 빼내기도 곤란하고, 반가웠지만 아는 티를 낼 수도 없으니…….”
그가 어떻게 알았지? 요이델이 놀라서 입을 벌리자 그가 곧 더 수줍게 웃었다.
“휘스테론이랑 라이오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어서 압니다. 그 녀석들이 입이 방정맞죠.”
그건 그들의 말과 달랐다.
언젠가 편지를 줄줄 쓰고 있는 휘스테론에게 뭘 적고 있냐고 묻자, 이런 답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첫 번째 주인님이 제때 상세하게 보고하지 않으면, 또 허투루 보고해서 시간 낭비하게 만들면 죽여 버릴 거래. 내 팔자야, 흑흑. 나 불쌍하지, 델? 응? 그치?’
차기 수장은 딱 한 명이라고 들었는데. 하지만 이렇게 상냥한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긴 하다. 옛날 성하를 떠올리면 또 모르는 일이지.
어쨌거나 자신을 구해 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때는 정말 감사했어요, 차기 수장님.”
“아하하…….”
“상처는 괜찮으세요?”
“제가 다칠 수 있어서 하늘에 감사했습니다.”
뜻 모를 말에 요이델이 어색하게 방긋 웃으며 바라보자 그는 같이 미소 지었다.
“그보다…… 신관님.”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괜찮다면 차기 수장 같은 호칭 말고 이름으로 불러 줄 수…… 있을까? 아니, 실언했군.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유독 우물쭈물했다. 이전에 본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게.
“이름이면, 휘르무트 님이요?”
“……!”
잘생긴 남자의 얼굴에 감동이 들어찼다. 왜지? 조금 이상한 분인 것 같아…….
“하지만 대륙의 수장님이 되실 분께 실례인 듯해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해도 됩니다.”
“……네?”
“아, 실은 호칭을 들으면 낯부끄러워져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제가 낯가림이 심해서. 이름, 부탁드립니다.”
요이델이 고민하자 그는 쩔쩔매며 절실하게 쳐다봤다.
“그럼 좋아요. 휘르무트 님.”
“다행이다!”
엄청 특이한 사람이구나. 요이델이 받아들이자 그는 소년처럼 웃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오다가 멈칫한 올가는 희대의 괴수를 발견한 양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도련님이 미쳤다!
‘낯가림이 심하다고요? 누구든 1분 내로 끌어들이는 도련님께서요? 이곳으로 오다가 영혼이 바뀌셨나요?’
말투는 또 왜 저런지. 세상 두려울 것 없는 그는 오로지 수장님들에게만 존대했다.
“올가 님!”
“왔습니까, 마법사 올가.”
“마법사 올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신관님.”
아무리 자신이 기억 상실이라고 해도 도련님에게 ‘마법사 올가’처럼 정중하게 불린 적은 없었다. 이상함을 넘어서 두려워졌다.
“신관님, 올가가 성국을 구경하고 싶다는데 저도 함께 안내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온 지 시간이 꽤 지났고 이미 봤지만, 느닷없이 또 성국을 둘러보고 싶은 기분이네요. 그런데 신관님의 시간이 괜찮으실는지요?”
“전 좋아요!”
조심스러운 물음에 요이델이 밝게 웃자 올가의 심장마저 기쁘게 두근두근 뛰었다.
그러나 곧 침울해졌다.
이제 알겠다. 개망나니 도련님이 설마 성황 성하의 반려이신 신관님에게까지 추파를 던지려는가.
……메디아의 미래가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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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라크라스 산맥인데 베리는 착한 강아지고, 문지기예요. 베리, 태워 줘서 고마워. 이제 돌아가서 자도 돼.”
“커허헉! 커헝! 캬앙!”
반가워 들뜬 베리가 꼬리를 돌리자 나무가 바람에 뜯겨 나갔다.
“에취!”
그때 요이델과 휘르무트가 동시에 재채기했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듯 요이델을 바라봤다.
“동물과의 자연 친화도가 높으시군요.”
“운이 좋았나 봐요. 곤란할 때 베리가 큰 도움을 줬거든요.”
그 말에 휘르무트의 안색이 나빠졌다.
“어디 힘들거나 다른 불편한 일은 없습니까?”
“네? 아, 아뇨.”
“아픈 곳은?”
“어…… 그런 것도 없어요.”
“병치레는, 혹시 잘 때 춥다거나 천식이 있다든가 아니면 어떤 병이―!”
“도련님.”
올가의 제재에 휘르무트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어린 분이랑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서 이것저것 걱정되는 마음에 실언을 했군요.”
그 말에 올가는 실은 이 여행이 도련님의 죽기 직전 마지막 유랑이 아닌가 고민했다.
“에취!”
“아 참, 도련님은 약을 챙겨 드셔야 하죠.”
“애도 아니고.”
“훌쩍이면서 울고 싶으시면 놔둘게요. 제 코도 아니고. 근데 알레르기가 있으니까…… 어?”
올가는 요이델과 휘르무트, 둘 다 코와 눈이 똑같이 빨개진 것을 보고 말을 멈췄다.
“신관님도 알레르기가 있으신가요?”
“야생 동물의 털을 만지면 조금 그래요.”
“도련님과 똑같은 분은 처음이에요. 어머나.”
올가가 맛없는 알레르기 약 말고, 가장 먹기 쉽고 달달한 물약을 요이델에게 건네주자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물약은 먹기가 힘들어서요.”
“맞습니다. 한 방에 먹고 터는 게 낫지 않습니까?”
“맞아요! 저도 뒷맛이 오래 남는 달달한 물약은 힘들어요.”
“혹시 바키아 약초와 로나 약초 중에서는 뭘 선호합니까? 보통 약차의 텁텁함을 중화시키는 향료로는 로나를 선호하던데 저는 아무래도…….”
“바키아 약초가 호불호가 갈리고 약맛이 강하지만, 끈적하고 달지 않고 상큼해서 그쪽 향을 더 선호해요.”
순간 둘의 표정이 밝아졌다.
“뭘 좀 아시네요!”
“신관님도!”
바로 그때, 옆을 보고 걷던 요이델의 발이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꺾였다.
탁!
“괜찮아? 다친 데는, 어디 아파? 까졌어? 여기 돌을 다 뽑아 버릴…….”
“휘르무트 님?”
“아.”
휘르무트가 다급하게 요이델을 받쳐 주었다. 그는 자신이 더 아픈 기색으로 당장 꿇어 앉아 이곳저곳을 살폈다.
“……미안합니다. 놀라서 말이 잘못 나왔군요.”
“아니에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나 약간 씁쓸해 보이는 그의 옆모습에 요이델의 마음도 괜히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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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을 전부 나들이에 할애하시면 곤란합니다, 도련님. 오늘 전부 미뤄 버리신 일정 탓에 성국 측에 끼친 손해가 어느…….”
“알아. 반성한다.”
메디아의 보좌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핀잔에도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능글맞게 웃고 있어도 사실은 늘 날카롭고 반쯤은 어두워 속을 내보이지 않는 분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그는 꼭 솔직하고 천진한 사람 같아서, 모두가 의아해졌다.
“하하…….”
그는 웃으며 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계는 고장 나 멈춰 있었다.
휘르무트는 모든 멈춘 것들을 가만히 두고 못 보는 성미가 있었다. 정체된 것에만 유독 그랬다.
그 성미를 아는 보좌관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이제 됐어.”
“정말이십니까?”
“오늘따라 도련님답지 않으십니다.”
휘르무트는 대답 대신 그들을 향해 미소 지어 보였다.
“피곤해.”
“알겠습니다. 충분히 안정을 취하십시오.”
홀로 남은 그는 유유히 미소 짓고 있다가 점차 참담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왜겠나.
내 동생은 한눈에 알아볼 거라고 했잖아.